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13화 (113/126)
  • 제 113화

    두 번째 웨이브

    거리가 가까워지자 놈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대가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놈은 거대한 뱀이었다.

    예전에 던전에서 만난 히드라와 비슷해 보였지만, 머리를 세우고 있는 놈의 모습만 보자면 히드라보다 훨씬 커 보였다.

    ‘어디서 저런 놈이 나타난 거지?’

    가까이에 있는 던전은 고블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고블린들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놈으로 채워진 것 같았다.

    투두두두! 투두두!

    요란한 소리가 도심을 일깨웠다.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거대한 뱀이 휘청거렸다.

    ‘군인인가?’

    군인들이 강력한 화기를 사용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놈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

    콰앙! 콰앙!

    놈이 격하게 움직이자, 커다란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연신 들려오는 굉음에 이문후는 속도를 더 높였다.

    주변의 사물들이 빠르게 그를 스쳐 지나갔다. 가속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그의 속도는 어지간한 자동차보다 더 빨랐다.

    “후우우.”

    게이트 근처까지 도착한 그는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앞에 펼쳐진 복잡한 광경을 보면서 정민석을 찾았다.

    그런 그의 눈에 낯선 생명체들이 가득 들어왔다.

    ‘나가 족이잖아?’

    상체는 사람의 형체를, 하체는 뱀의 형체를 가진 자들이었다. 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들이었다.

    다만, 자유로운 양손으로 무기를 다루는 만큼 상대하는 게 쉽지 않은 자들이었다.

    놈들은 거대한 뱀을 중심으로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각각 무기를 쥔 채, 각성자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는 않은데.’

    전차로 보이는 것들이 불타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전에 들었던 폭발음의 정체가 바로 부서진 전차인 것 같았다.

    아무리 막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거대한 뱀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움직이는데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았다.

    상황을 살피던 이문후는 익숙한 사람들을 발견했다.

    권형태가 이끄는 팀이었다. 임성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나가 족과 대치하고 있었다.

    거대한 뱀이 나타나면서 싸움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여러 대의 전차와 뱀이 공격을 주고받았고, 강렬한 싸움 동안 나가의 전사들과 각성자들은 자리를 피했다.

    “키아아! 죽여라!”

    그들의 수호신이 우위를 점하자, 나가 족들은 다시 공격을 감행했다.

    뒤에 있는 주술사의 외침과 함께 나가 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터엉!

    달려든 나가의 창이 박정균의 방패를 때렸다.

    강한 충격에 그가 밀려나자, 나경민이 나가의 옆구리를 노리며 검을 뿌렸다.

    쉬이익!

    여러 개로 분열된 검격이 쏘아졌다.

    그동안 제법 힘을 키웠는지 나경민의 매화검법은 조금 더 강력해졌다.

    티디딩!

    하지만 그의 공격은 또 다른 나가의 검에 가로막혔다.

    그들 역시 무리를 이루면서 움직였기 때문에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었다.

    채앵! 채앵!

    곧바로 나가의 반격이 이어졌다.

    나가 전사의 쌍검이 나경민을 향해 쏟아졌고, 나경민은 보법을 밟으며 연신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하압!”

    그때, 정민석이 뛰어들었다.

    예전에 오크 대전사가 사용했던 도끼를 든 그는 나경민을 몰아붙이는 나가를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콰직!

    강력한 힘이 실린 일격이었다.

    큰 충격을 받은 나가는 그의 도끼질에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크윽. 왜 이렇게 늦게 움직여?”

    “상황을 본 거지!”

    “지랄!”

    “조심해요!”

    투닥거리는 그들을 대신해서, 조유리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가 쏘아낸 아이스 볼트는 근처에서 달려오는 나가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굉음과 함께 나가의 몸이 밀려났다.

    온몸이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였지만, 놈은 쌓인 얼음을 떨쳐내며 다시 움직였다.

    각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예전에 봤을 때보다 상당히 합이 좋아진 것 같았다.

    ‘흐음.’

    이문후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 조유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다, 당신은?”

    “뭐야? 어? 너는!”

    이문후를 본 나경민도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모습은 예전과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그가 입고 있는 붉은 슈트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뭐야? 저 장비는!”

    “갑자기 왜 전화를 끊은 거야?”

    이문후는 나경민을 뒤로하고 정민석을 바라봤다.

    다급한 목소리를 끝으로 통화가 끊기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이 부서졌어. 저놈 때문에.”

    “…….”

    “갑자기 저놈이 나타나더라고! 나도 어쩔 수 없었다니까.”

    집에서 쉬고 있다던 이문후가 여기까지 나타나자 정민석도 미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통화를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도 단숨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그가 얼마나 다급하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키아아! 죽어라!”

    재회한 그들을 향해 나가의 전사가 달려들었다.

    날이 선 도와 방패를 쥔 놈은 바닥을 미끄러지며 뛰어왔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였다.

    놈은 순식간에 정민석과의 거리를 좁히며 도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도를 휘두르기도 전에 다시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밀려난 놈은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이문후를 바라봤다.

    “저, 저건 뭐야?”

    그의 손에는 기다란 봉이 들려 있었다.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손에 갑자기 무기가 생겨난 것도 놀라웠지만, 일격에 떨어져 나간 나가의 모습도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싸워온 나가는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오크들과의 싸움 이후로 열심히 힘을 키운 그들도 혼자서는 버거운 놈이었다.

    오크들과 비교하자면 오히려 나가들이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의 손짓 한 번에 놈은 힘없이 튕겨져 나간 것이다.

    “크으윽.”

    나가 전사는 욱신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충격이 강했지만,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다시 은빛 섬광이 번뜩였다.

    터엉! 콰직!

    그는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내공이 잔뜩 실린 공격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이문후의 공격은 그대로 나가의 방패를 꿰뚫었다. 그리고 놈의 가슴에 박히며 놈의 숨통을 끊었다.

    “저게 뭐야? 완전히 사기잖아!”

    그가 가지고 있는 봉의 위력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엄청난 위력에 나경민은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이문후를 바라봤다.

    ‘더 강해졌잖아?’

    어떻게 된 게 이문후는 볼 때마다 강해지고 있었다.

    이미 그와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부단히 노력하면서 조금은 그 격차를 줄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이문후는 더한 괴물이 돼서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웨이브 같아요.”

    “웨이브요?”

    “네.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게이트에서도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요.”

    “…….”

    첫 웨이브가 발생하고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었다. 다시 웨이브가 시작됐다는 말에 이문후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나가들과 놈들을 막기 위한 병력들.

    예전에 봤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저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의 종류만 달라진 것뿐이었다.

    “근데, 저놈은 뭡니까?”

    “갑자기 나타났어요.”

    “갑자기?”

    “싸우는데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라고.”

    “아마 뒤에 있는 주술사가 불러낸 것 같아요.”

    “주술사?”

    거대한 뱀 옆에는 지팡이를 든 주술사가 서 있었다.

    노출이 과한 옷을 입고 있는 주술사는 거대한 뱀을 쓰다듬으면서 놈을 조종하고 있었다.

    콰과과과!

    주술사의 손짓과 함께 거대한 뱀은 브레스를 토해냈다.

    다시 나타난 전차가 놈의 브레스에 녹아내렸고, 미처 처치하지 못한 전차를 향해 달려들면서 그들을 무력화시켰다.

    ‘화력이 강한 무기는 저놈으로 상대하는 건가?’

    다른 나가들은 크게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거대한 뱀이었다. 던전에서 만났던 히드라 급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혼자서는 힘들려나?’

    멀리 떨어져 있는 놈을 바라보던 그는 상념을 떨쳐냈다.

    우선 주변에 있는 나가들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지금은 혼자가 아니었다.

    정민석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여왕의 축복!’

    이문후는 여왕벌을 잡고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몸에서 퍼져 나간 빛가루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휘감았다.

    “어?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상승된 스탯에 그들은 깜짝 놀랐다.

    이런 식으로 버프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이문후 씨?”

    임성효는 옆에 있는 이문후를 바라봤다.

    여기에서 이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빨리 싸워요. 시간이 길지는 않으니까.”

    “알았어요. 고마워요!”

    생각지도 못한 버프에 놀란 그들은 다시 나가들을 향해 움직였다.

    이문후도 이들 사이에 끼어서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힘을 쓰지는 않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한 뱀이 마음에 걸렸다.

    나가 전사를 처리하는 것보다 거대한 뱀을 염두에 두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