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112화 (112/126)

제 112화

두 번째 웨이브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예상하셨겠지만, 던전이 이어진 것 같더군요.”

“흐음. 던전이 이어졌다라. 던전이라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세계로 되어 있다는 거지? 입구가 여러 개라는 뜻이고?”

“그런 것 같아요. 다른 게이트로 나오니, 다른 나라더라고요.”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문후에게 직접 이 사실을 들은 건 또 달랐다.

이 정보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다른 곳보다 확실한 정보를 먼저 얻었다는 것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그나저나 삼합회하고는 어떻게 된 건가?”

“던전에서 만났습니다.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요. 뭐 언젠가는 부딪쳤을 겁니다.”

“…….”

“아무리 그래도 삼합회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건… 위험하지 않나요?”

옆에 있던 김연희는 그 사실을 걱정했다.

이미 임기현을 통해서 이문후와 관련된 내용을 전해 들었다. 핸드폰 너머로 총성까지 들렸다는 걸로 봐서 상당히 거친 싸움을 했을 것 같았다.

“던전에 수백 명이 들어왔더라고요.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수백 명?”

“대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대동한 것 같더군요.”

“저쪽은… 그럴 수도 있겠지.”

상황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곳에 많은 사람들을 대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중국 쪽은 그만큼 각성을 한 사람이 많다는 거겠네요.”

“인구수가 워낙 많잖아요.”

“그만큼 입김이 더 강해진다는 건데.”

“그건 그렇지만… 그게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건 왜죠?”

“경험치를 나눠가져야 하니까요.”

이문후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여러 사람들과 힘을 합치는 게 좋았다.

“근데, 협회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아직도 얘기 중이야. 서로가 대가리가 되려고 간만 보고 있는 거지.”

“…….”

“아무래도 초대 회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의미가 클 테니까.”

그렇게 의미 있는 자리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정우도 그곳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DS역시 그들과의 경쟁에 끼어든 걸 보면 사업적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게 확실했다.

“그래서 말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도와줄 수 있겠나?”

“제가요?”

“아무래도 기싸움을 벌일 것 같거든. 우리 쪽에도 든든한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

부드러운 말 속에 강한 압박이 전해졌다.

전용기 안에서 이런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하. 고맙네.”

김정우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그에게 나쁠 건 없었다.

어차피 서로 이용하는 관계였고,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 부탁을 수락하는 건 당연했다.

‘기싸움이면… 조규종. 그놈하고 부딪치는 건가?’

이제는 조규종뿐만 아니라 신전 그룹 전체와 붙어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6레벨에 5성의 나한신공.

거기에 이번 던전에서 얻은 능력까지 생각하면 상대가 누구라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

“역시 내 집이 최고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여전했다.

좁디좁은 원룸이었지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집을 나갔을 때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정민석이 방을 치운 모양이다.

이문후는 곧바로 씻고 배를 채웠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면서 거의 야생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먹은 거라고는 몬스터로 변해서 먹은 이상한 과일과 물이 전부였다. 과일도 그렇게 맛이 좋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식욕이 돌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라면도 너무 맛있게 느껴졌다.

가볍게 배를 채우고, 냉장고 안에 있는 차가운 맥주를 들이키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꼈다.

“후우.”

그는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차가운 땅바닥이나 나뭇가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푹신푹신했다.

“노곤하네.”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던 그는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이문후]

광휘의 탑 사용자.

레벨 : 6(0%).

상태

- 생명력 : 100%.

- 내공 : 98%.

- 근력 : 41 / 체력 : 41 / 집중력 : 41.

- 동체 시력 : 41 / 반응속도 : 41 / 감각 : 41.

- 내성 : 41.

장착 능력(3/5)

- 건곤대나이(5成).

[순간이동, 극독, 화염, 저주받은 피, 가속]

- 나한신공(5成).

- 양가창법(1成).

소유 능력

- 여왕의 축복(Lv 1).

- 유운심법(1成).

- 유운보법(1成).

- 삼재검법(1成).

- 에스크리마(Lv 1).

- 구르기(Lv 1).

……

경험치 구슬 : 47개.

스탯이 40이 넘어갔다.

거기에 가지고 있는 능력들도 너무 많았다.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처분을 할 필요가 있었다.

‘광휘의 탑에서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지?’

조만간 다시 던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돌아오자마자 다시 그 불편한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그는 쓰게 웃었다.

“조금만 더 싸우다 올 걸 그랬나?”

부족한 경험치 구슬이 아쉬웠다.

3개만 더 있었으면 건곤대나이를 6성까지 올릴 수 있었다.

지금 가진 능력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이 바로 건곤대나이였다.

사기에 가까운 힘이었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올려야만 했다.

“근데, 이건 왜 처음부터 주어진 거지?”

그동안 그냥 넘어갔지만, 여유가 생기자 의구심이 생겼다.

갑자기 나타난 던전과 손에 들어온 건곤대나이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지 않았다.

튜토리얼 보스를 잡고 얻은 마지막 보상이 건곤대나이였다.

“이건 나한테만 있는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런 능력을 가지지 못 했다.

정민석도 그렇고, 다른 각성자들 모두가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고 보상을 얻은 이후에야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보상으로 스킬이 생겨야만 힘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밖에서 만난 고블린을 잡고 난 이후에 각성을 하고, 보상으로 건곤대나이를 얻었다.

“그놈이 엄청난 보스몹도 아니었고.”

처음 만난 고블린은 그냥 평범한 놈이었다.

운이 좋았다는 말만으로는 성명이 되지 않았다.

“후우.”

손에 들어온 사기적인 능력.

게임이 끝나고 정신을 잃었떤 기억을 떠올리면 이런 상황이 그와 무관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능력을 얻고 돈을 벌자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조금씩 강해졌다.

“아휴. 내가 뭐라고.”

이문후는 떠오르는 생각을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임감은 느끼고 있었지만, 무작정 목숨을 걸고 위험한 일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는 남아있는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빈 캔을 찌그러뜨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이놈은 뭐 하고 있으려나?”

주변에 딱히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김정우나 김연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됐다.

그나마 정민석만이 편했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놈이었다.

[문후냐?]

“뭐해?”

[싸우고 있어.]

“또 민영이랑 싸워? 너희들은 왜 그러냐?”

[진짜 싸운다고! 지금 장난 아니야.]

“무슨 소리야? 진짜 싸우다니?”

[아직 연락 안 받았어?]

“무슨 연락?”

그는 뜬금없는 소리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하지만 정민석은 좀처럼 통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크아아아!]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이상한 소리.

아무래도 몬스터인 것 같았다.

‘몬스터랑 싸운다고? 그럼 던전은 아닌 것 같은데?’

정민석이 던전에 있었다면 연락 자체가 되지 않았다.

전화를 받는 걸 보면 밖에 있는 게 분명했다.

“몬스터라도 튀어나온 거야?”

[몰랐어?]

“나야 몰랐지!”

[미친!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것도 고작 1시간 안팎이었다.

“너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넌 어디야?]

“나? 집.”

[혼자 편하네.]

“… 도와줘?”

이문후는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민석도 나름 괜찮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하는 놈들이 워낙 위험했고, 변수도 많았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던전에서 이제 막 돌아온 거 아니야?]

“그건 그런데.”

[그럼 그냥 쉬고 있… 아, 씨발!]

“왜?”

[도와줘!]

“…….”

갑자기 정민석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이문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기 어디야? 던전 앞이야?”

[맞아. 던전 앞인데… 갑자기 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지?]

“뭔데? 어떤 놈인데?”

위험한 놈과 마주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정민석에게 이렇다 할 대답이 없었다.

[무, 물러나!]

[위험해요!]

핸드폰 너머로 낯선 외침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는 곧바로 장비를 챙겼다.

아직 복구가 되지 않은 붉은 슈트를 착용하고, 여의봉을 손에 쥔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런 그의 눈에 거대한 괴수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저게 뭐야?’

멀리 보이는 흐릿한 형체.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놈을 발견한 이문후는 곧바로 내공을 끌어 올렸다.

“아나콘다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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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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