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1화
연결된 던전
“후우. 끈질기네.”
삼합회의 추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홍콩 자체가 삼합회의 구역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조금만 경계를 풀고 움직이면 놈들이 들이닥쳤다.
이제는 공권력도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의 모든 길을 놈들이 장악한 채로 수상한 사람들을 찾아냈고, 이문후의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던전으로 들어가야 하나?”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더 커진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점점 대담해지는 놈들의 행동이 문제였다.
지금도 삼합회의 조직원들이 길가를 점령하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더 큰 공권력이 개입을 할지도 몰랐다.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려나?”
일이 더 커져서 좋을 건 없었다.
상황을 봐서 되돌아가는 것까지 고려해봐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스스로의 상태를 살폈다.
던전에서 빠져나오고 많은 각성자들을 처리했다. 그들을 통해서 얻은 경험치 구슬이 생각보다 많이 쌓였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6성 이상의 스킬 제한이 해제됩니다. 나한신공의 효과가 6성까지 정상적으로 적용됩니다.]
그는 경험치 구슬을 레벨에 투자했다.
엄청난 능력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더 올릴 수 있게 제약을 없애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6레벨이 되자, 새로운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다.
[잠겨있던 상점이 활성화됩니다.]
[탑의 사용자는 상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스킬과 장비들의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건 대박인데?”
체더월에서는 상점을 운영하는 NPC가 있었다.
게이트를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그들을 통해서 불필요한 장비와 스킬을 처분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을 볼 수 없었다.
당연히 상점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상점을 활용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레벨을 조금 더 빨리 올릴 걸 그랬나?”
수많은 오크들을 처리하고 얻은 장비들이 아쉬웠다.
그 많은 장비를 가지고 갈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만 했다. 그때 상점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상당한 이득을 취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탑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건데.”
상점을 이용하기 이해서는 탑으로 가야만 했다.
이제 막 던전에서 나온 그인지라 다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미 임기현과 약속을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점을 이용하는 것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삼합회의 눈을 피해서 옥상으로 올라왔다지만, 놈들은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어쩌면 임기현을 만나기도 전에 다시 삼합회와 부딪칠지도 몰랐다.
위이이잉.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임기현이었다.
익숙한 번호에 연락을 받자,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기현입니다! 지금 도착을 했는데… 어디 계십니까?]
“홍콩 호텔입니다.”
[아,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게 거리 곳곳에 삼합회로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요. 한쪽에서는 검문까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완전히 안하무인이었다. 그만큼 삼합회의 영향력은 대단했지만, 이문후에게는 저들의 눈을 피할 스킬이 있었다.
“우선 호텔 앞으로 와주세요.”
[괜찮겠습니까?]
“예. 근처로 오면 다시 연락을 하도록 하죠.”
[예. 바로 가겠습니다. 조심하세요!]
핸드폰 너머로 잔뜩 긴장한 임기현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잘못되면 임기현까지 위험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DS에서 그를 보냈다고 하지만, 첩보작전을 하듯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미 총성까지 들은 상태였다.
잘못하면 총에 맞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가 겁을 먹는 것은 당연했다.
“후우.”
이문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사용한 내공을 회복했기 때문에 임기현의 도움만 받는다면 충분히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
위이이잉.
다시 임기현에게 연락이 왔다.
호텔 근처까지 도착한 그는 곧바로 이문후를 찾았다.
[도착했습니다. 제가 호텔로 들어가겠습니다. 우선 방을 잡고 거기에서 기다리면…]
“아니요. 계속 차에 계세요. 제가 갈 테니까요.”
[예?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지금 어디 계신 거죠?”
[이제 막 검문을 지나쳤습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아, 하얀색 세단을 타고 계신 겁니까?”
[예,]
“그럼 다시 밖으로 나가세요. 곧바로 공항으로 가죠.”
[예? 하지만…]
아직 이문후를 만나지도 못했다. 한 거라고는 겨우 두 번의 통화가 전부였지만, 이문후는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내렸다.
임기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 근처에 이문후가 숨어 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아직도 삼합회 놈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면 반드시 놈들의 눈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라는 거야? 그냥 가면 저놈들한테…”
“그냥 이대로 빠져나가죠.”
“흐읍!”
임기현은 옆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급하게 고개를 돌리자, 낯선 사람이 태연하게 그를 바라봤다.
“임기현 씨?”
“예? 아, 예! 혹시 이문후 씨 되십니까?”
“제가 이문후입니다.”
아무도 없던 조수석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이문후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호흡을 골랐다.
“후우. 후우.”
“괜찮으세요?”
“어, 어떻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차 문이 열리지도 않았고, 창문이 열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문후는 조수석에 앉았다.
임기현은 불안해하며 주변을 살폈다.
거리에 나와 있는 삼합회 놈들이 눈치를 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이문후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았다.
“우선 여길 벗어나죠. 검문은 피한 거죠?”
“아, 예. 그런데 곳곳에 검문을 하고 있어서…”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놈들이 제 얼굴을 아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수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면 잡아서 족치는 중이었다.
위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던 이문후는 개의치 않았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는 능력을 드러내면 될 일이었다.
“가죠?”
“예? 예. 바로 공항으로 가겠습니다.”
“거기에서 바로 한국으로 가는 겁니까?”
“사장님께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기다리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께서요?”
“예. 중요한 분이니 조심히 잘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김정우가 직접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일부러 부담을 주기 위해서 직접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예전이었다면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부담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DS와 힘을 합쳐야 했다.
괜히 눈치를 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나았다.
***
김연희는 핸드폰을 보며 밖을 내다봤다.
초조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김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아직까지 아무 연락도 없잖아요. 이제 곧 이륙해야 하는데.”
“그냥 기다리면 알아서 하겠지. 충분히 그만한 능력은 있는 사람이고.”
“소란이 일어나면 이륙을 못 할지도 몰라요.”
“안되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 그 친구가 잡히면… 어쩔 수 없고.”
“…….”
김연희는 태연한 김정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빨리 전용기를 띄우라고 채근을 했던 사람이 바로 김정우였다. 하지만 오히려 초조해야 할 때에 그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약혼자가 걱정되면 전화라도…”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약혼자라니!”
“아니.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 친구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이미 이야기는 끝난 상황이었다.
이륙할 시간만 알려주면 이문후가 알아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온다는 계획이었다.
가진 능력으로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이륙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씩 분주해지는 직원들의 모습에 김연희는 자리에 앉았다.
“나도 몰라. 알아서 하겠지.”
“흐음.”
침착하던 김정우도 침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이문후의 계획은 실패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김연희는 뒷자리에 나타난 이문후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문이 열려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제 시간에 도착을 한다고 하더라도 밖에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같았다.
“허! 언제 온 건가?”
“방금 왔는데요?”
김정우는 실없는 이문후의 대답에 쓰게 웃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다시 한번 그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많은 눈을 피해서 정말로 여기까지 오다니.’
이문후가 가진 능력이 정확히 어떤 것들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위로 삼아서라도 그를 끌어들이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인 것만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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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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