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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9화 (109/126)
  • 제 109화

    연결된 던전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스킬을 손에 넣었다.

    아무래도 여왕벌이 독을 해독시켰던 그 능력인 것 같았지만, 지금은 획득한 스킬을 확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부우우웅!

    여왕벌이 죽자, 주변에 있던 말벌들이 몰려들었다.

    통로에 있던 놈들은 물론이고, 밖에 있던 놈들까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쿠웅! 쿠웅!

    말벌집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안과 밖에 있던 놈들은 죽은 여왕이 뿜어내는 페로몬에 반응했고, 그 주변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놈들은 가로막은 벽에 몸을 던졌고, 충격을 받은 벌집이 크게 흔들렸다.

    쿠웅!

    화르르르!

    불길에 약해진 상태에 충격까지 더해지자, 근처에 있던 벽이 무너졌다. 그 여파로 불길이 더욱 크게 번졌지만, 당장은 몸을 뺄 수가 없었다.

    부우웅!

    그를 향해 말벌들이 달려들었다.

    예의 벌침을 앞세우며 막무가내로 뛰어들었지만, 이문후는 봉을 찌르며 놈을 가로막았다.

    콰직!

    머리가 꿰뚫린 놈은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동료의 죽음도 그들의 돌진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콰앙! 콰앙!

    놈들은 죽은 말벌의 시체를 밀어내면서 그를 몰아붙였다.

    그 와중에 벽을 뚫은 놈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웅!

    막아야 할 방향이 더 늘어났다.

    거기에 조금씩 번지기 시작한 불길이 주변을 뒤덮었다.

    투두둑!

    화르르르!

    불이 붙은 벽이 떨어지면서 달려드는 말벌을 덮쳤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말벌은 목숨을 잃었고, 놈의 경험치가 그에게 전해졌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지금 죽은 말벌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죽은 놈들의 경험치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놈들이 죽은 원인이 불인 만큼, 불을 붙인 이문후에게 모든 경험치가 전해졌다.

    투두두두.

    곧 전방에서 강한 울림과 함께 우두머리 말벌이 달려들었다. 입구에 있던 놈이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길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주한 놈은 몸이 반쯤 타버린 상태였다.

    이상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이문후는 달려드는 놈을 향해 봉을 찔러 넣었다.

    콰직!

    우선 놈의 돌진을 막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공을 잔뜩 머금은 봉은 너무나 우두머리 말벌을 꿰뚫었다.

    단단했던 외피는 온데간데없었다.

    놈은 너무나 쉽게 공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다른 말벌과는 달랐다.

    그 와중에도 계속 돌진하며 그를 위협했고, 이문후는 어쩔 수 없이 아껴놨던 힘을 사용했다.

    파앗!

    순간이동을 사용한 그는 우두머리 말벌을 건너 뛰었다.

    어차피 여왕벌을 쓰러뜨렸다. 아직 남은 놈들이 많았지만, 곧 무너질 것 같은 벌집 안에서 싸워서 좋을 게 없었다.

    콰앙!

    뒤에서부터 커다란 굉음에 흘러나왔다.

    곧바로 입구로 몸을 옮긴 그는 앞을 가로막은 말벌을 쓰러뜨리며 입구를 찾았다.

    “여긴 또 어떻게 나가지?”

    이미 입구는 무너져 있었다.

    커다란 불길이 벽이 돼서 앞을 가로막았고, 점점 불길이 더 거세기지 시작했다.

    휘이이익!

    화르르르!

    말벌들이 몸을 던지며 몰려들면서 곳곳에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유입되자, 불길이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조금씩 강력해지는 열기.

    우두머리 말벌의 몸이 반쯤 타버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성 스탯을 가진 이문후도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나?”

    지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방금 전에 순간이동을 사용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파앗!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한 그는 불타는 말벌집을 빠져나왔다.

    “크윽.”

    신음을 흘린 그는 벌집과의 거리를 벌렸다.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불길이 더 강해졌다.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보면 잠깐이나마 그곳에서 버틴 게 용할 지경이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불길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손에 들어오는 경험치가 늘어났다. 안에 있는 말벌들은 강력한 불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여왕벌이 죽으면서 흘러나온 페로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의 모든 말벌들이 그곳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가 할 게 없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치가 들어왔다.

    놈들이 남길 아이템이나 부가적인 것들을 챙길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반응속도를 올리고 지역을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 사용한 경험치 구슬은 진즉에 회복했다.

    ‘이대로라면 바로 다음 레벨까지 올릴 수 있겠는데?’

    그는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그 와중에 주변에 있던 말벌들이 공격을 해왔지만, 놈들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퍼석!

    말벌들은 이문후에게 접근하기 무섭게 바닥에 처박혔다.

    아직 탑의 기능이 적용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버프 된 시간이 길었고, 그 힘을 이용해서 남아 있는 놈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쿠웅!

    콰과과광!

    결국 거대한 말벌집이 무너졌다.

    굉음과 함께 거대한 구조물이 쓰러지자, 다시 엄청난 경험치가 그에게 전해졌다.

    [말벌 호위대장을 쓰러뜨렸습니다.]

    [새로운 스킬, 가속을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호위대장? 그놈이 호위대장이었나?”

    아무래도 우두머리로 보였던 말벌의 정체가 호위대장이었던 것 같았다.

    여왕벌 못지 않게 위험한 놈이었다.

    오히려 힘만 놓고 보자면 호위대장이라는 놈이 더 위험했다.

    “가속 스킬이라.”

    뒤늦게 그놈이 왜 그렇게 빠르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속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손에 들어온 것들을 확인했다.

    여기에서 얻은 경험치 구슬만 50개가 넘어갔다. 이 구역을 점령하고 있는 말벌들을 모두 쓰러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보상을 얻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불길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렸다.

    혹시라도 안에 좋은 아이템이 있을지 몰랐다.

    그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말벌 호위대장이나 여왕벌이 아이템을 남겼다고 하더라도 저 불길 속에서 무사할 것 같지는 않았다.

    ***

    이문후는 다시 탑으로 돌아왔다.

    쓸만한 물건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말벌들을 처리하고 얻은 경험치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했다.

    “다시 돌아가야 하나?”

    탑을 이용해서 곧바로 상태를 회복한 그는 고민을 했다.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경험치 구슬을 사용해야만 했다.

    이미 많은 경험치 구슬을 가지고 있었지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10개를 사용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냥 걸어가?’

    숲이 불타면서 치솟아 오른 연기를 통해서 처음 움직였던 탑의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에서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움직이는 와중에 몬스터를 만나면 놈들을 상대하면서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고민하던 그는 마음을 정했다.

    굳이 몬스터가 없는 곳으로 움직이는데 경험치 구슬을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차라리 그곳까지 걸어서 움직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주변의 지형을 확인하겠습니까?]

    지역을 이동하는 대신 주변의 지형을 살폈다.

    대충 방향을 잡았다지만 조금 더 세세한 부분을 알고 움직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시 탑의 기능을 사용하자, 마치 미니맵을 켜놓은 것처럼 탑을 중심으로 일정한 지역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뭐야? 게이트 위치까지 나오잖아?”

    다른 탑이 미치는 범위에 있는 게이트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가 들어온 게이트는 아니었지만, 이걸 이용한다면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면 중국인 건가?”

    아무래도 다른 국가일 가능성이 높았다.

    삼합회와는 좋은 관계를 생각하면 밖으로 나가서 좋을 건 없었다. 게이트 자체를 놈들이 통제하고 있는 거라면 무조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삼합회라.’

    수백 명이 게이트로 드나드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힘을 줄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고민을 하던 그는 걸음을 옮겼다.

    우선 게이트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아볼 생각이었다.

    처음 만났던 조선족이 한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른 게이트를 통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다면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흐음.”

    가까이에 있는 게이트로 움직이던 그는 걸음을 멈췄다.

    말벌은 모두 처리했지만, 삼합회에 속한 각성자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말벌들의 공격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게이트와 가까워지자, 살아남은 자들이 부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그들을 확인한 이문후는 입고 있는 슈트를 벗었다.

    붉은 가죽으로 만든 슈트는 너무 눈에 띄었다. 저렇게 사람이 많다면 몰래 끼어들어도 들킬 것 같지는 않았다.

    이문후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거기에서 뭐해? 이것 좀 도와!”

    “빨리 움직여!”

    “젠장, 부상자가 왜 이렇게 많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문후에게 이렇다 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잠행이 이렇게 도움이 되나?’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구석으로 움직이는 것도 있었지만, 잠행 스킬이 그의 존재감을 감췄다.

    분주히 움직이는 자들을 뒤로한 그는 게이트로 향했다.

    대부분이 밖으로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스으윽.

    이문후는 게이트 밖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장소를 확인했다.

    ‘여기는… 중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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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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