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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8화 (108/126)
  • 제 108화

    이이제이

    안에 있는 말벌들의 움직임이 거세졌다.

    당장 불을 끌 수 있는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놈들은 출구를 막고 있는 이문후를 공격했다.

    부우우웅!

    말벌은 독침을 앞세우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달려드는 놈을 쳐냈다.

    터엉!

    길게 늘어난 봉이 놈을 밀어냈다.

    불길을 잔뜩 머금은 상태였다. 거기에 공격을 해오는 방향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놈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출구가 하나였다.

    안에 있는 놈들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공격을 해오는 놈은 많아봐야 둘이었다.

    화르르르!

    그 와중에도 말벌집은 잘 타고 있었다.

    크기는 거대했지만, 그가 알고 있는 말벌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조한 만큼 불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이문후가 펼친 능력과는 상극이었다.

    우우우웅!

    안에 있던 놈들뿐만 아니라 밖으로 튀어나왔던 놈들도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앞뒤에서 놈들을 맞아야 했지만, 어차피 평범한 말벌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터엉! 터엉!

    이문후는 달려드는 놈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그리고 죽은 놈들의 시체로 길을 막으며 버티고 있는 공간을 사수했다.

    ‘크윽. 내성도 좀 올릴 걸 그랬나?’

    불길이 퍼져 나가는 중심에 서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내성 스탯 덕분에 버티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가 더 뜨거워져만 갔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물러날 수도 없었다.

    안에 있던 말벌들이 밖으로 뛰쳐나오기 위해서 그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사체를 더 쌓아야 하나?’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조금 더 불길이 번지면 그때 피해도 늦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안에서 강한 기척이 느껴졌다.

    “너냐?”

    도망갔던 우두머리 말벌이었다.

    놈은 거대한 몸뚱이를 들이밀며 달려들었고, 이문후는 봉을 찔러 넣으며 놈의 돌진을 가로막았다.

    터엉! 터엉!

    힘이 실린 강한 찌르기가 놈의 머리를 때렸다.

    열기를 품고 있는 공격이라 아무리 우두머리 말벌이라고 하더라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따로 몸을 피할 수 있을 만한 공간도 없었다.

    이문후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지만, 달려드는 놈은 예상과 다르게 멀쩡했다.

    ‘뭐지?’

    최소한 작은 상처라도 남아야 했다.

    아무리 놈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고 하지만,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터엉!

    오히려 놈은 집게로 된 입을 앞세우며 몸을 들이밀었다.

    무모한 돌진에 대처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다시 봉을 찔러 넣었다.

    ‘크윽!’

    오히려 놈의 입에 봉을 쑤셔넣은 그는 내공을 주입하며 그 길이를 늘렸다.

    까드드득!

    둘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이문후는 봉을 늘리며 돌진하려는 말벌을 가로막았고, 말벌은 입속에 박힌 봉을 밀어내며 이문후를 압박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쪽은 이문후였다.

    부우우웅!

    주변에 있던 벌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놈들은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며 우두머리 말벌을 도왔다.

    벌침을 앞세운 돌진.

    다행히 심안을 가진 그는 사각지대에서 달려드는 벌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쉬이익!

    이문후는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며 놈을 공격했다.

    콰앙!

    급하게 날린 권기가 달려드는 말벌을 떨쳐냈다. 하지만 정신이 분산되기 무섭게 우두머리 말벌이 그를 밀어냈다.

    촤아아악!

    힘을 주며 버티던 그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우두머리 말벌은 조금씩 입구에 가까워졌고, 이문후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크으읍!”

    그는 더욱 내공을 끌어 올렸다.

    다시 말벌을 밀어내며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우웅! 부우웅!

    입구에서 멀어지자 공격할 수 있는 곳이 더 늘어났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말벌의 공격에 계속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힘겨루기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어찌 됐든 시간을 더 끌어야, 안에 있는 말벌의 수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었다.

    콰아앙!

    그렇게 버티는 사이, 입구가 무너졌다.

    불붙은 벽이 그대로 우두머리 말벌의 몸을 덮친 것이다.

    이문후에게는 천운이었다.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면 무너진 벽에 깔리는 것은 그가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야? 저놈?”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멀쩡한 우두머리 말벌의 모습이 놀라웠다.

    마치 무적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앞에 있는 놈의 상태가 이상했다.

    입에 박힌 봉도 겨우 놈을 밀어내는 게 전부였다. 불길로 뒤덮은 봉이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 했다.

    가득 실린 내공으로도 놈의 목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찬찬히 말벌을 살폈다.

    ‘뭐가 있는데.’

    온몸을 짓누르는 불타는 잔해에도 놈은 끄떡없었다.

    열기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날개도 멀쩡하잖아?’

    단단한 외피를 가진 놈이었다.

    몸은 그렇다고 쳐도 날개까지 멀쩡한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더욱 내공을 쏟아냈다.

    바닥에 박힌 놈을 더 뒤로 밀어낼 생각이었지만, 그때 벌집 내부에서 터져 나온 강력한 파장이 주변을 휩쓸었다.

    파아앙!

    높은 감각이 그 파장을 잡아냈다.

    다급한 감정이 실린 파장이었다. 말벌집 안에 또 다른 무언가가 신호를 보낸 게 확실했다.

    위이이잉!

    그 파장과 함께 말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밖에 있는 놈들은 몸을 돌보지 않고 그대로 불타는 말벌집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놈들은 맨몸으로 벌집을 두드렸다.

    단단한 외벽이 조금씩 충격을 입었지만, 사력을 다해서 몸을 던진 벌들도 멀쩡할 리 없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이문후는 갑자기 돌변한 놈들의 모습이 깜짝 놀랐다.

    이상한 파장과 함께 몸을 날리는 말벌들의 모습.

    치솟은 불길에도 불구하고 몸을 날리는 것을 보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설마?”

    번뜩 스치는 생각에 그는 벌집 안을 주시했다.

    조금 전에 퍼져나온 파장. 그리고 달라진 우두머리 말벌의 상태.

    아무래도 또 다른 놈이 있는 게 분명했다.

    당연히 앞에 있는 놈이 말벌들을 이끌 거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존재감을 보이며 가공할 만한 속도로 그를 압도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앞에 있는 놈이 대장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벌들에게는 더 중요한 존재가 있었다.

    “여왕벌?”

    조금 전에 퍼져 나왔던 파장의 주인공은 여왕벌이 분명했다. 새로운 존재를 인지한 그는 봉의 길이를 줄였다.

    촤아악!

    그대로 미끄러진 이문후는 우두머리 말벌에게 쇄도했다.

    끝까지 봉을 놓지 않고 있던 놈은 이문후의 공격에 입을 벌렸고, 봉을 회수한 이문후는 쓰러진 놈을 뒤로하고 벌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부우우웅!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에 놈이 발버둥쳤다.

    아주 작은 틈으로 몸을 집어넣은 이문후는 감각을 끌어올리며 여왕벌을 찾았다.

    ‘저긴가?’

    말벌집은 복잡한 길로 얽혀 있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기 위한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유일한 길로 들어온 그는 뒤에 있는 커다란 놈을 발견했다.

    화려한 문양을 가진 놈은 다른 말벌들보다 유난히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우두머리라고 생각했던 놈보다 더 큰 덩치에 앞에 있는 벌이 여왕벌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파르르르!

    그를 발견한 여왕벌은 날개를 떨었다.

    다시 한번 요란한 파장이 퍼져나가자, 거대한 벌집이 들썩였다.

    쿠웅! 쿠웅!

    가로막은 벽을 뚫기 위해서 말벌들이 몸을 내던졌다.

    집 자체가 곧 무너질 것 같았지만, 그것보다는 여왕벌을 지키는 게 먼저였다.

    “하압!”

    이문후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여왕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돌진에 위협을 느낀 여왕벌은 거대한 입을 벌렸다. 그리고 초록색 액체를 뿜어냈다.

    쏴아아아!

    빠르게 날아오는 여왕벌의 브레스.

    이미 이런 공격을 예상했던 만큼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파앗!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은 그는 여왕벌의 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봉을 내리찍으며 여왕벌을 공격했다.

    “끼아아아!”

    여왕벌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처음으로 듣는 말벌의 괴성에 절로 소름이 돋아났다. 하지만 지금은 머뭇거릴 겨를이 없었다.

    파직!

    이문후는 곧바로 주먹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극독을 사용하며 치명적인 일격을 남겼다.

    파르르르!

    독이 들어가기 무섭게 여왕벌이 몸을 잘게 떨었다.

    놈은 괴로워하면서도 날개를 움직였고, 새하얀 빛가루가 퍼져 나가며 주변을 휩쓸었다.

    ‘해독을 해?’

    이문후는 본능적으로 놈이 독을 없앴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아직 공격할 기회가 끝난 건 아니었다.

    ‘화염!’

    파고든 손에서부터 피어오른 강한 열기.

    곧바로 능력을 펼치자, 여왕벌은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아무리 이상한 능력을 가진 여왕벌이라지만, 이 공격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부에서부터 시작된 열기가 놈의 몸을 태웠다.

    이문후는 온 힘을 쏟아부었고, 곧 여왕벌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르!

    강한 열기는 순식간에 여왕벌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놈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와 뒤를 이었다.

    [벌의 여왕을 쓰러뜨렸습니다.]

    [새로운 스킬, 여왕의 축복을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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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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