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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7화 (107/126)

제 107화

이이제이

예의 붉은빛이 스며들었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힘이었지만, 확실히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순간이동으로 입은 내상은 물론이고, 우두머리 말벌에게 당한 상처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심각했던 허벅지의 상처. 거기에 내부로 파고들던 독까이 치유됐고, 체력과 내공도 모두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힘들게 온 보람이 있네.’

말벌의 공격은 견디면서 힘겹게 탑까지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싸운다고 하더라도 놈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른 게 더 필요한데.’

남은 기능을 살피던 그는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들을 택했다. 이것 역시 5개의 경험치 구슬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이런 걸 아낄 필요가 없었다.

[일시적으로 사용자의 반응속도가 20% 향상됩니다.]

[반응속도를 향상시키겠습니까?]

겨우 20%의 능력치만 오르는 것치고는 필요한 경험치 구슬의 개수가 많았다. 그것도 영구적인 효과가 아닌 일시적인 효과였지만, 지금은 우두머리 말벌의 속도를 따라잡는 게 먼저였다.

“속도를 올려!”

그 말에 동의하기 무섭게 다시 한번 붉은빛이 스며들었다.

쏴아아아!

상태를 회복했던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전신에서 미증유의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우우우웅!

그가 몸을 회복하고 반응속도를 키우기 무섭게 말벌이 들이닥쳤다. 미친 듯이 하늘을 배회하던 놈도 어느새 독을 극복한 것 같았다.

회심의 수법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큰 피해를 주지는 못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큰 상관이 없었다.

파앗!

이문후는 순식간에 눈앞까지 다가온 말벌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흘렸다.

부우웅!

놈은 급하게 거리를 벌렸다.

갑자기 달라진 이문후의 속도에 깜짝 놀란 것이다.

이문후도 말벌 못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엄청 달라졌잖아?’

겨우 20%라고 생각했지만, 그 차이가 엄청났다.

지금까지는 심안으로 놈의 공격을 알아채고도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반응을 할 수 있었다.

‘이 상태라면 저놈을 잡을 수도 있겠는데?’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기능이 사라지기 전에 놈을 잡는 게 중요했다.

“화염!”

힘을 불어넣은 그는 불길로 뒤덮인 봉을 찔러 넣었다.

길게 늘어난 봉이 거리를 벌린 말벌을 향해 쏘아졌고, 놈은 옆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피했다.

부우우웅!

공격을 피하기 무섭게 우두머리 말벌이 쇄도했다.

본능적으로 그의 자세가 흐트러졌다는 것을 파악하며 예의 빠른 속도로 다시 한번 이문후를 덮쳤다.

하지만 놈을 맞이한 것은 황금빛 기운이었다.

콰앙!

이문후는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쏟아진 권기에 말벌이 튕겨져 나갔다. 얼마 전까지는 반응도 하지 못했던 이문후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날카로운 반격을 성공시켰다.

쐐에엑!

밀려난 말벌에게 다시 한번 권기를 날린 그는 봉을 회수하며 곧바로 순간이동을 펼쳤다.

파앗!

밀려난 말벌은 급하게 솟아오르며 권기를 피했다.

하지만 그때, 놈의 머리 위에서 이문후가 모습을 드러냈다.

퍼석!

말벌의 움직임을 예상한 그는 곧장 봉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화기를 머금은 봉이 우두머리 말벌의 날개를 스쳤다.

위이이잉!

균형을 잃은 놈이 휘청거렸다.

조금씩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에 이문후는 길게 늘린 봉을 내리치며 놈을 공격했다.

콰앙!

충격을 받은 말벌이 바닥에 처박혔다.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지만, 뒤늦게 나타난 호위들이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앗!

놈들은 독침을 앞세우며 공중에 떠 있는 그에게 쇄도했다.

“흐읍!”

이문후는 그런 놈들을 향해 봉을 찔러 넣었다.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만큼 거리에서는 그가 우위에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움직임은 우두머리 말벌을 따라잡을 정도로 빨랐다.

파바밧!

빠르게 봉을 찔러 넣자, 대여섯 개의 그림자가 생겨났다.

마치 봉이 여러 개로 늘어난 것 같았다.

터엉! 터엉!

가까이에 있던 호위 말벌은 그의 찌르기에 튕겨져 나갔다.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었지만, 열기를 품은 그의 공격은 버텨낼 수가 없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한 번의 공격으로 만만치 않은 놈을 처리할 수 있었다.

상당한 경험치를 남긴 놈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남은 두 놈은 이문후를 향해 다가왔다.

당장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둘의 공격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이문후 역시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흐읍!”

그는 바닥을 향해 봉을 찌르며 길이를 늘렸다. 그리고 길게 늘어난 봉이 바닥을 찌르기 무섭게 떨어지던 몸이 위로 밀려났다.

양팔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떨어지는 속도와 무게를 감내해야 했지만, 이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호위 말벌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괴물 같은 스탯이 이런 동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여유를 찾은 그는 두 호위를 노리며 크게 봉을 휘둘렀다.

부우웅!

스윙을 하듯 휘두른 봉이 커다란 원을 그렸다.

아쉽게 두 놈을 맞출 수는 없었지만, 위협을 느꼈는지 호위들은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쿠웅!

그 사이 바닥으로 내려온 이문후는 우두머리 말벌을 찾았다. 날개에 상처를 입으며 떨어진 놈이었다. 다시 날 수 없다면 유리한 상황에서 놈을 상대할 수 있었다.

“도망을 가?”

그의 눈에 빠르게 움직이는 우두머리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날지 못한 놈은 여섯 개의 다리로 바닥을 기었다.

생각보다 빨랐다.

날아가는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도 상당히 멀리 움직였다.

“이제 와서 도망을 가겠다고?”

이문후는 기어가는 우두머리 말벌을 뒤쫓았다.

어느새 전세가 역전됐다. 쫓아오는 놈을 피해서 도망가던 그가 이제는 도망가는 놈을 쫓고 있었다.

쐐에엑!

그는 물러나는 말벌을 공격했다.

상태 회복으로 충분한 내공이 있었기 때문에 연속해서 권기를 날렸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말벌의 몸이 들썩거렸다.

날개를 상용하지 못하는 놈은 거대한 표적에 불과했다. 생각보다 외피가 단단했지만, 아무런 충격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날개만 꺾으면 돼! 날개만!”

이 공격으로 놈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얇은 날개에 자그마한 상처라도 더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충격을 입은 놈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우두머리 말벌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더 빠르게 움직였고, 놈들 돕기 위해서 호위가 달려들었다.

“쫄따구는 꺼져!”

그는 다가오는 호위들에게 힘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증가된 스탯이 사라지기 전에 도망가는 놈을 잡을 필요가 있었다.

화르르르!

열기를 잔뜩 머금은 봉이 불타올랐다.

내공을 아끼지 않은 그는 다가오는 호위를 향해 빠르게 창을 찔러넣었다.

파바밧!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봉이 여러 개의 잔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달려드는 호위들을 향해 쏟아졌다.

독침을 앞세운 놈들도 필사적이었다.

위협적인 공격에 몸을 비틀며 쏟아지는 그림자를 피해냈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가 문제였다.

파사삭!

얇은 날개가 열기에 타들어갔다.

공중에서 균형은 잃은 호위 말벌은 크게 휘청거렸고, 활활 타오르는 봉이 한 놈의 머리를 꿰뚫었다.

쿠웅!

순식간에 한 놈이 쓰러졌다. 그리고 남은 한 놈도 바닥에 처박혔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열기에 날개가 다치면서 더는 날 수 없게 된 것이다.

타다다닥!

상황은 불리했지만, 호위 말벌은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우두머리 말벌이 도망갈 시간을 벌려는 것 같았다.

콰직!

나름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비행능력을 잃은 말벌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조금 단단한 외피를 가진 덩치 큰 샌드백일 뿐이었다.

콰직!

내지른 봉에 놈의 머리가 부서졌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마저 놈을 쓰러뜨린 그는 다시 우두머리 말벌을 찾았다.

‘어디로 간 거야?’

짧은 순간이었지만, 말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놈의 움직임에 그는 흔적을 쫓았다.

타다다닥!

미친 듯이 내달리는 우두머리 말벌.

사력을 다해서 움직인 놈이 향한 곳은 결국 자신의 집이었다.

눈앞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

말벌집을 확인한 이문후는 안으로 들어가는 우두머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위이이잉!

위이잉잉!

호위를 처리하는 사이, 놈은 결국 집에 닿았다. 그리고 안에 있던 수많은 말벌들이 놈을 돕기 위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빠르게 수를 늘려가는 말벌의 모습.

이미 우두머리는 집안으로 들어갔고, 침입자를 잡기 위한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우웅!

곳곳에서 말벌들이 날아들었다.

어떻게든 그를 막기 위해서 몸을 내던졌고, 이문후는 놈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콰직! 콰직!

말벌들을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탯이 향상된 만큼 놈들을 처리하는 것도 쉬워졌지만, 조금씩 불어나는 그 수가 문제였다.

‘이대로는 내가 먼저 지치겠는데.’

시간이 없었다.

향상된 반응속도가 사라진다면 오히려 그가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파앗!

고민하던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달려드는 말벌을 무시하며 순간이동을 펼친 그는 오히려 놈들이 기어나오는 입구를 가로막았다.

콰직!

밖으로 나오던 말벌을 처리한 그는 놈의 사체로 입구를 막았다. 그리고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말벌집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르르르!

그의 손길부터 시작된 열기가 말벌집을 휘감았다.

열기에 취약한 말벌.

놈들을 상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집을 통째로 태우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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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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