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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6화 (106/126)

제 106화

이이제이

쉬익! 쉬익!

놈이 움직일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거리를 단축시킨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지만, 다행히 제때 반응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각성자들은 그와 같은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눈으로 좇을 수 없는 말벌의 움직임에 피해가 커졌다.

“끄아악!”

놈의 날갯짓에 주변에 있던 각성자들이 쓸려나갔다.

날개에서 퍼져나오는 강한 바람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이었다.

근처에 있던 몇몇이 그런 우두머리 말벌을 노리며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외피 자체도 단단해서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도 없었다.

촤아악!

다시 날개를 떨쳐내자, 날카로운 바람이 퍼져나갔다.

다시 한번 큰 피해를 남긴 놈은 이문후를 향해 움직였다.

쉬이익! 터엉!

이문후는 봉을 찔러 넣으며 놈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길게 늘어난 봉이 처음으로 우두머리 말벌에 닿았지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평범한 공격으로는 힘들겠어.’

상당한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놈은 멀쩡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별다른 충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마음을 굳혔다.

파앗!

이문후는 곧바로 거리를 벌렸다.

괜히 힘을 빼는 것보다 탑으로 가서 능력을 더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는 주변에 있는 각성자의 틈으로 파고들면서 놈의 눈을 어지럽혔다. 주변에는 그와 비슷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놈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벌은 그런 이문후를 쫓아왔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삼합회의 각성자들을 마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죽여!”

“모두 공격해! 다구리에 장사 없어!”

터엉! 터엉!

콰앙!

삼합회의 각성자들은 우두머리 말벌을 공격했다.

가만히 있는다고 그냥 넘어갈 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힘을 쥐어짜서 놈을 쓰러뜨리는 것뿐이었다.

“조심해! 온다!”

“끄아아악!”

말벌이 움직일 때마다 각성자들이 쓸려나갔다.

상당히 까다로운 놈이었다.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생채기도 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외피를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목과 가슴이 연결된 관절 부위가 약해 보였지만, 워낙 빠른 놈이라 그곳을 공격하는 것도 힘들었다.

위이이잉!

우두머리 말벌은 한결같았다.

주변에 다른 각성자들이 많았지만, 무조건 이문후만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집요한 놈의 계속되는 추적에 그 역시도 어쩔 수 없이 반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화염!’

봉에 기운을 불어넣은 그는 달려드는 놈을 향해 봉을 찔러 넣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힘을 아끼지 않자, 내지른 봉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화르르르!

뜨거운 열기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달라진 공격에 우두머리 말벌이 움찔거리며 급하게 거리를 벌렸다.

‘뭐야?’

어지간한 공격은 그냥 받아내던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몸을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이상함을 느낀 그는 다시 한번 봉을 휘둘렀다.

일부러 위협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크게 반원을 그리자, 놈은 위로 뛰어오르며 크게 물러났다.

‘열기에 약한 건가?’

앞서 상대한 놈들도 뜨거운 기운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일부러 얇은 날개를 태우며 놈들의 기동력을 빼앗았지만, 우두머리 말벌에게도 이게 적용될 줄은 몰랐다.

“하긴, 말벌은 똑같을 테니까.”

놈의 취약한 부분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승산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부우웅!

위에 떠 있던 놈은 그대로 몸을 날리며 이문후를 공격했다.

봉을 휘두를 겨를도 없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놈의 흉측한 입이 그의 목덜미를 노렸다.

파앗!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에 깜짝 놀란 이문후는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네.’

우두머리 말벌의 속도는 그를 뛰어넘고 있었다.

매번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대로라면 싸움을 지속할 수 없었다.

주변에는 우두머리 말벌뿐만 아니라 놈을 호위하는 놈들까지 있었기 때문에 계속 싸워서 좋을 건 없었다.

쿠웅!

이문후는 지체없이 몸을 돌렸다.

이곳에 있는 광휘의 탑만이 유일한 살 길이었다.

위이이잉!

우두머리 말벌은 빠르게 멀어지는 그를 쫓았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은 거대한 몸집을 가진 말벌을 공격했고, 조금씩 이문후와의 거리가 벌어졌다.

***

부우웅! 터엉!

이문후는 거리를 좁힌 말벌의 공격에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나름 봉을 들어 올리며 놈의 돌진을 막았지만, 충격을 모두 흘려낼 수가 없었다.

‘크윽. 뭐가 저렇게 빨라?’

거의 음속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도망을 택했지만, 우두머리 말벌은 그를 끝까지 쫓아왔다.

문제는 삼합회의 각성자들을 계속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한데 뭉쳐있는 그들이 광휘의 탑이 있는 곳까지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온전히 그의 힘만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뒤처지는 만큼 계속해서 공격을 허용해야만 했다.

다행히 심안으로 놈의 공격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반응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부우웅!

우두머리 말벌은 튕겨나가는 그를 쫓아왔다.

크게 밀리는 와중에도 다시 달려드는 놈의 공격에 그는 봉을 휘두르며 놈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화르르르!

순간 일어난 뜨거운 열기가 전방을 가득 채우자, 놈은 그대로 방향을 바꾸며 위로 떠올랐다.

‘저 날개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빠른 속도. 거기에 날 수 있는 능력까지.

놈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속도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방어가 쉽지 않았다. 설령, 반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공중으로 몸을 피했기 때문에 잡을 수도 없었다.

“후우.”

지금은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탑으로 가야만 했다.

탑에 있는 버프를 이용하면 놈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부우웅!

떠오른 말벌이 다시 그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순식간에 하강한 놈의 독침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파앗!

쉽게 받아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이문후는 어쩔 수 없이 순간이동을 사용하며 거리를 벌렸다.

콰앙!

쇄도한 놈의 독침이 바닥에 꽂혔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주변이 파여나가는 걸 보면 그 위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부우웅! 콰앙!

부우웅! 콰앙!

파상적인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이문후는 계속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그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었다.

위험할 때마다 순간이동을 사용했기 때문에 몸이 점점 무거워졌다.

‘거의 다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탑의 모습에 시야에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탑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우우우웅!

계속해서 공격을 피하는 이문후의 행동에 말벌 역시 의문을 품은 것 같았다.

요란한 날갯짓을 한 놈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놈은 다시 한번 독침을 날렸다. 하지만 지금 날린 독침은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파앗!

빛이 번뜩이기 무섭게 허벅지가 화끈거렸다.

놈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움직일 시간도 없이 놈의 침이 허벅지를 관통한 것이다.

‘크윽!’

믿기지 않는 속도에 숨이 턱 막혀왔다.

이런 공격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두머리 말벌 역시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는 건가?’

순간 무방비가 되는 것 같았다.

이문후는 멈춰선 놈을 향해 열기를 불어넣은 봉을 찔러 넣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디딘 허벅지에서부터 극심한 고통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크윽. 독인가?’

말벌 독이 퍼지기 시작했다.

내성을 가지고도 이런 고통이 느껴지는 걸 보면 상처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터엉!

내지른 봉이 놈의 턱에 가로막혔다.

살짝 주춤하는 사이, 말벌은 다시 몸을 추슬렀고, 좋은 기회가 날아갔다.

부우웅!

놈은 다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날개를 움직이는 순간, 거대한 몸뚱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전히 빠른 몸놀림에 이문후는 급하게 바닥을 굴렀다.

콰직!

커다란 집게가 허공을 깨물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놈의 날카로운 턱에 물릴뻔했다.

다행히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뒤이어 놈의 다리가 그를 덮쳤다.

콰앙! 콰앙!

뾰족한 가시가 잔뜩 돋아난 다리에 바닥이 파였다.

워낙 큰 놈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얇은 다리도 위협적이었다.

바닥을 구르며 공격을 피한 이문후는 다시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했다.

파앗!

순식간에 놈과의 거리를 벌렸지만, 놈은 다시 그를 쫓아왔다.

기민한 움직임에 놀랄 겨를도 없었다.

이문후는 다시 순간이동을 펼치며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크윽!’

무리하게 능력을 사용하자, 몸에 무리가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부우웅!

다시 놈이 쫓아왔다.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움직임에 이문후는 다시 순간이동을 펼쳤다.

“커헉!”

피를 토해낸 그는 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다시 움직인 그를 향해 말벌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파앗!

아슬아슬하게 스친 독침에 옆구리가 화끈거렸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말벌의 몸이 열렸다.

‘극독!’

이문후는 마지막 남은 수단을 사용했다.

놈의 단단한 외피에 주먹을 찔러 넣었고, 곧 발악하는 말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놈은 미친 듯이 하늘을 날았다.

살충제를 맞은 벌레처럼 몸부림을 쳤지만, 이문후는 개의치 않으며 걸음을 옮겼다.

“크윽!”

극심한 고통이 뒤따랐다.

그 역시도 놈의 독에 중독된 상태였고, 다리와 옆구리에 입은 상처가 작지 않았다.

지금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였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목표가 있었다. 무리를 하면서 움직인 것은 앞에 있는 광휘의 탑 때문이었다.

“후우.”

결국 그는 탑에 닿을 수 있었다.

딱딱한 감촉을 느끼기 무섭게 기다리던 소리가 전해졌다.

[탑에 등록된 사용자입니다.]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떠오른 기능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곧바로 상태 회복을 선택했고, 탑에서 흘러나온 붉은 빛이 그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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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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