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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4화 (104/126)
  • 제 104화

    이이제이

    쓰러진 장위닝을 뒤로한 이문후는 남아 있는 말벌들을 바라봤다.

    놈들은 여전히 그의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노렸다.

    날카로운 독침을 겨누며 그를 견제하는 모습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놈들은 좀처럼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이미 이문후를 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동료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든 만큼 말벌들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달라진 반응을 확인한 이문후는 주변을 둘러봤다.

    ‘혼자 움직였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장위닝이 모습을 감추고 움직일 수 있다지만, 이런 곳에서 혼자 움직이는 건 무리였다.

    던전은 위험한 곳이었다.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인지라, 주변에 장위닝의 동료가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삼합회에 속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중에 상대할 놈들이라면 지금 처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언젠가는 적으로 만날 놈들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들을 처리하고 가지고 있는 장비나 경험치 구슬을 얻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잡는 것보다 각성을 한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그들은 쓸만한 장비나 경험치 구슬을 남겼다.

    잘하면 사용하던 스킬까지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훨씬 이득이었다.

    “저쪽에서 온 건가?”

    이문후는 장위닝이 흔적을 더듬으며 그가 왔던 길로 향했다.

    위이잉!

    갑자기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근처에 있던 말벌들도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놈들은 이문후를 쫓았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기회를 포착하기 무섭게 독침을 앞세웠다.

    파앗!

    뒤에 있던 놈이 달려들었다.

    말벌은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이문후의 뒤를 잡았다. 하지만 독침이 닿기도 전에 빛이 번뜩였다.

    콰직! 쿠웅!

    뒤로 겨눈 봉이 길게 늘어나며 달려드는 말벌의 머리를 부쉈다. 이제는 놈들의 공격에 확실히 적응을 한 것 같았다.

    사실, 심안이라는 능력이 손에 들어오면서 어지간한 싸움은 지지않는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직접 보지 않아도 놈들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사기적인 스킬뿐만 아니라 높은 감각 스탯이 싸움 자체를 유리하게 만들었다.

    “뭐야? 몬스터들인가?”

    이문후는 앞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에 깜짝 놀랐다.

    장위닝이 왔던 길을 따라서 움직였지만, 그의 앞에는 엄청난 수가 몰려 있었다.

    처음에는 몬스터인 줄 알았다. 오히려 말벌들의 본거지로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앞에 있는 자들은 그와 같은 사람이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기백은 가뿐하게 넘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 수에 깜짝 놀랐지만, 상대 역시 이문후의 모습에 놀란 눈치였다.

    “당신 뭐야?”

    “삼합회?”

    “한국어?”

    “…….”

    “우리 정체를 알고 있잖아? 너 누구야!”

    그들과 같은 삼합회는 아니었다.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 고급스러운 복장을 착용한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장위닝의 장비가 좋은 편에 속했지만, 아무리 그라도 이문후 같은 장비를 가지지는 못했다.

    푸후안은 갑자기 나타난 이문후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무엇보다 그의 허리춤에 꽂혀 있는 단검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위닝은 어디에 있지?”

    “장위닝?”

    “네가 왜 그 단검을 가지고 있는 거야?”

    “…….”

    이문후는 장위닝이 사용한 단검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쓸만한 무기가 그의 단검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챙겼다. 하지만 이걸로 그와 있었던 일이 발각된 것 같았다.

    “저 새끼 잡아!”

    푸후안은 주변에 있던 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대여섯 명이 튀어나왔다. 이문후를 잡고 그가 가진 장비를 챙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순간, 이문후의 뒤에서 말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이이잉!

    “말벌이다!”

    “이 새끼. 정체가 뭐야?”

    이문후 역시 말벌들과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뒤쫓아온 놈들이 나타난 시기가 공교로웠다.

    삼합회에 속한 수백 명의 각성자들. 그리고 이문후를 쫓아온 수많은 말벌들.

    두 무리는 서로 대치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이문후는 익숙한 상황에 씁쓸해하며 곧바로 말벌을 공격했다.

    파앗!

    봉을 찌르기 무섭게 한 놈이 휘청거렸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말벌은 그대로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웅!

    독침을 앞세운 돌진이었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공격에 이문후는 걸음을 옮기며 말벌의 공격을 피했다.

    달려드는 과정이 비슷했다. 이제는 굳이 심안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공격을 흘릴 수 있었다.

    투웅!

    그는 공격을 흘리자마자 달려든 놈을 밀어냈다.

    그의 힘에 떨어져 나간 놈은 뒤에 있던 사람과 부딪쳤고, 곧바로 처절한 비명이 뒤를 이었다.

    “끄아아악!”

    “이런 개 같은! 죽여!”

    동료가 벌침에 팔이 잘려나가자, 그들은 흥분하며 말벌을 공격했다. 당연히 남아 있던 말벌도 파상적인 공격을 이어나갔다.

    푸욱! 콰앙!

    “아아악! 다리! 내 다리!”

    “조심해. 독이 묻어 있다!”

    “끄아악! 놔! 놔!”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한 곳에 모인 사람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대여섯 명이 힘을 합쳐야 말벌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었다.

    위이이잉!

    말벌들도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은 공격을 감행하고 곧바로 하늘로 몸을 피했다. 비행이 가능한 만큼 유리한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죽어!”

    쐐에엑!

    콰과광!

    공중으로 도망간 놈들을 잡기 위해 마법이 쏟아졌다.

    희생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식으로 놈들을 견제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놈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이대로면 싸움이 너무 빨리 끝나겠는데?’

    가만히 물러서서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그는 마법을 날리는 사람을 공격했다.

    푸욱!

    말벌에 모든 이목이 집중된 사이, 이문후는 원거리 공격을 날리는 사람을 공격했다.

    기습적이지만 위력적인 공격에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 개자식이!”

    “뭐해? 저 새끼 잡아!”

    이문후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자들이 달려들었다.

    앞서 처리한 장위닝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자들이었다. 이미 5레벨에 괴물 같은 스탯을 가지고 있는 그인지라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끄아악!”

    봉을 휘두를 때마다 뛰어든 사람들이 쓰러져 나갔다.

    그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푸후안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달려들지 마! 힘만 빼!”

    “예. 형님!”

    “나머지는 저 새끼들을 상대해.”

    그는 크게 소리치며 지시를 내렸다.

    고작 한 명을 상대하는 일이었지만, 굳이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죽어!”

    그들은 푸후안의 지시에 따랐다.

    일부러 힘을 빼기 위해서 능력을 사용했고, 이문후는 날아오는 공격을 쳐내면서 그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개개인의 실력만 봤을 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능력을 사용하면서 신중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는데?’

    이문후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곧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하며 이들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뭐, 뭐야? 이 새끼 어디 갔어?”

    그들은 당황하며 이문후를 찾았다.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진 그의 모습이 너무 황당했지만, 푸후안은 다시 한번 크게 소리치며 모두를 일깨웠다.

    “은신이다!”

    “은신?”

    “주변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 조심해!”

    장위닝이 죽었다면 그의 스킬이 이문후에게 넘어갔을지도 몰랐다.

    그는 잔뜩 긴장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언제 그가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

    “우선 저놈들 먼저 잡아!”

    “죽어라!”

    푸후안의 지시와 함께 그들은 남아 있는 말벌을 공격했다. 우선 위협이 되는 놈들을 먼저 상대할 필요가 있었다.

    ***

    이문후는 그들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러 나무 위로 위치를 옮긴 그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벌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았다.

    ‘저긴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말벌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놈들 주변에는 작은 산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있었다.

    말벌집이었다.

    몇 놈이 드나드는 걸로 봐서 그가 찾고 있는 말벌집이 확실했다.

    ‘저 정도면 충분하겠지?’

    말벌집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하면 안에 있을 말벌들의 수가 상당할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 모인 삼합회 소속의 각성자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후우.”

    호흡을 고른 그는 활련단을 삼키며 체력을 보충했다. 그리고 곧바로 말벌집으로 뛰어갔다.

    위이이잉!

    갑자기 나타난 인간의 모습에 밖에 있던 말벌들이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놈들이 반응을 보이기 전에 주먹을 내질렀다.

    쐐에엑! 콰앙!

    그의 주먹에서 쏟아진 황금빛 기운이 말벌집을 두드렸다.

    강한 충격에 일부가 부서지자, 안에 있던 말벌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잔뜩 흥분한 놈들은 침입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말벌을 확인한 이문후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를 뒤따라 오는 수많은 말벌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놈들을 거느린 이문후는 삼합회의 각성자들을 향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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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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