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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3화 (103/126)
  • 제 1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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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사삭!

    이문후는 지원을 온 말벌들을 상대했다.

    언제 신호를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놈들이 몰려들었다.

    처음 상대한 놈들의 몇 배가 되는 놈들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놈들의 등장을 반겼다.

    퍼석!

    이제는 말벌을 상대하는 방법을 깨우쳤다.

    봉의 길이를 늘리고 줄이는 것만으로도 달려드는 놈들의 수를 빠르게 줄여나갔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은빛 섬광이 번뜩일 때마다 경험치가 쌓였다.

    다시 한 놈을 처리한 그는 뒤로 물러나며 쇄도하는 말벌의 공격을 피했다.

    ‘뭐야?’

    그런 그의 감각에 낯선 기운이 들어왔다.

    이상함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자, 잔뜩 몸을 낮춘 채로 움직이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 하는 거지?’

    그의 시야에 들어온 한 사람은 장위닝이었다.

    예리한 단검을 쥔 채로 걸음을 멈춘 그의 시선은 이문후를 향해 있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과는 다른 사내의 모습이 이상했다.

    모든 것들은 저마다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발견한 사람은 색이 없었다. 마치 흑백 TV에 나오는 사람 같았다.

    거기에 말벌들의 움직임도 이상했다.

    아무리 그에게 초점이 맞춰졌다고 하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건가?’

    심안이 발동된 것을 인지한 그는 장위닝이 은신 계열의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저렇게 은밀하게 다가오는 걸로 봐서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치열한 싸움 끝에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던전 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같은 사람이라고 모두 반가울 수는 없었다.

    ‘좋은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잠깐 고민하던 그는 장위닝을 무시했다.

    지금은 그를 잡는 것보다 주변에 있는 말벌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그렇다고 그의 의도대로 상황을 흘러가게 놔두지도 않았다.

    위이잉!

    그는 날아오는 말벌의 돌진을 피해냈다.

    원래대로라면 봉을 사용하면서 손쉽게 놈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일부러 스쳐지나가는 말벌을 밀어냈다.

    터엉!

    빠르게 움직이는 말벌의 몸이 밀려났다.

    돌진하는 방향 그대로 밀린 놈은 공교롭게도 장위닝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젠장!’

    갑자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말벌의 모습에 기겁한 장위닝은 급하게 엎드리며 말벌을 피해냈다.

    부우웅!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벌침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이 있는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이문후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뭔가를 알아챈 건가?’

    불안한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을 떨쳐냈다.

    그가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이문후는 말벌을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퍼석!

    다시 늘어난 봉에 또 다른 놈이 힘없이 목숨을 잃었다.

    만약에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면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몸을 감추고 접근하는 사람을 그냥 둔다?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파앗! 파앗!

    이문후는 빠르게 말벌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그의 모습에 장위닝은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거지?’

    그동안 말벌을 상대해왔던 그인지라,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하늘에 떠 있는 놈들은 공격을 하기도, 공격을 피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수적인 우위를 이용해서 겨우 힘겹게 몇 놈을 잡았지만, 이문후는 놈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말벌들이 쓰러지는 이유는 이문후가 가진 무기 때문이었다.

    ‘저걸 반드시 빼앗아야 해!’

    은빛 섬광이 번뜩일 때마다 말벌이 바닥에 처박혔다.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보면 엄청난 보물이 분명해 보였다.

    ‘유니크 템이겠지?’

    간혹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앞에서 그 위력을 확인한 만큼 장위닝은 저 무기가 유니크 템이라고 확신을 했다.

    납작 엎드렸던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조금만 실수를 하면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놈들과 닿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위이잉!

    이문후는 다시 몸을 일으키는 그를 보며 또 다른 말벌을 흘려보냈다.

    건곤대나이의 공능을 활용했다.

    심안으로 달려드는 말벌의 방향을 파악하고, 유능제강의 무리를 이용해서 놈들의 힘을 흘려보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말벌들의 힘을 역이용하자, 다시 한번 장위닝에게 말벌이 날아갔다.

    ‘미친!’

    다시 밀려나는 말벌의 모습에 그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날아오는 말벌을 보면 우연이 아닌 게 분명했다.

    쿠웅!

    몸을 날린 그는 말벌을 피해냈다.

    다행히 은신은 풀리지 않았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정말로 날 알고 있는 건가?’

    이문후는 여전히 말벌들과 싸우고 있었다.

    계속 봉을 사용하며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그 와중에 그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위치를 바꾸자.’

    장위닝은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어차피 은신으로 몸을 가린 상태였다. 굳이 뒤를 노리지 않더라도 기습을 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확실히 끝을 본다!’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일격에 이문후를 쓰러뜨리고 그가 가진 무기를 손에 넣어야만 했다. 만약 기습이 실패한다면 오히려 그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시 거리를 좁혔다.

    다행히 말벌이 다시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지금이다!’

    장위닝은 이문후의 봉이 길게 늘어나는 순간을 노렸다.

    공중에 떠 있던 말벌의 날개기 그의 봉에 찢긴 순간, 장위닝은 힘을 폭발시키며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쉬이익!

    단검에 강한 힘이 실렸다.

    바람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은신이 풀렸지만, 장위닝의 단검은 이문후의 옆구리와 가까워졌다.

    ‘됐다!’

    장위닝은 쾌재를 불렀다.

    마지막까지 반응을 하지 못하는 이문후의 모습에 기습이 성공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단검이 그의 옆구리에 닿는 순간, 싸늘한 시선과 함께 강한 힘이 느껴졌다.

    “크윽.”

    온 힘을 실은 일격이 허무하게 가로막혔다.

    이문후는 옆구리를 파고드는 그의 손을 낚아챘고,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자, 잠깐!”

    우두둑!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극렬한 고통이 뒤를 이었다.

    기괴한 형태로 꺾인 손목에 장위닝은 잘게 몸을 떨었고, 이문후는 그를 끌어당겼다.

    위이잉!

    그런 그들에게 말벌이 날아왔다.

    날카로운 침을 앞세운 놈이 가까워지자 장위닝은 눈을 부릅뜨며 몸을 비틀었다.

    푸욱!

    “끄아아악!”

    말벌의 침이 그의 허벅지에 박혔다. 그대로 다리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깊은 상처도 문제였지만, 침에 묻은 놈들의 독이 더 걱정이었다.

    “아아악!”

    장위닝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조금 전의 결정을 후회했다.

    이상함을 느꼈을 때 멈췄다면 이런 일은 없었다. 뒤에 있는 놈은 일부러 그의 행동을 지켜본 게 분명했다.

    “사, 살려주세요!”

    “뭐야? 중국인이었잖아?”

    이문후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지역으로 넘어오고 만난 사람은 한국 사람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한국인입니다. 저는 중국동폽니다.”

    “…….”

    일전에 만난 조선족인 것 같았다.

    한국어를 쓰고 있었지만, 억양이 조금 달랐다.

    상대가 어떤 언어를 쓰든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찌 됐든 기습을 하면서 그를 해치려고 했기 때문에 굳이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이문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달려드는 말벌을 확인하며 장위닝을 끌어당겼다.

    위이잉!

    다시 한번 날아오는 말벌의 모습에 장위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왔다.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독에 중독되고, 다리에 큰 상처까지 입었다. 이번에는 놈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삼합회입니다! 살려만 준다면 보상을 하겠습니다.”

    “…….”

    “제발!”

    장위안은 간절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바닥으로 처박히는 말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게 늘어난 봉이 날아오는 말벌의 머리를 부쉈다.

    너무나 간단하게 쓰러지는 놈의 모습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다행히 삼합회라는 이름이 통한 것 같았다.

    “삼합회라고?”

    “예. 제 뒤에 삼합회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쪽이랑 자주 엮이네.”

    “… 예?”

    장위닝은 짜증 섞인 그의 말에 당황했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보통 삼합회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제가 눈이 돌아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랑 착각을 해서…”

    “나를 착각했다고?”

    “죄송합니다. 살려만 주세요!”

    잘못은 그에게 있었다. 갑자기 기습을 하면서 이문후를 공격했기 때문에 그의 손에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해! 푸후안하고 힘을 합치면 이놈을…’

    이 위기만 벗어나면 이문후를 죽일 수 있었다.

    수많은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힘을 합친다면 이문후가 가진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비굴할 정도로 애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대답뿐이었다.

    “잘됐네. 어차피 상대할 놈들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장위닝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손에 들어온 경험치 구슬을 확인한 이문후는 쓰러진 장위닝을 바라보며 뇌까렸다.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었네. 경험치 구슬을 5개나 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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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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