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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2화 (102/126)
  • 제 1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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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남성 정도의 거대한 벌이 날아다녔다.

    손가락만 한 크기의 말벌도 위협적인 마당에 그보다 더 큰 놈이 움직이는 것을 직접 보자 저절로 소름이 돋아났다.

    위이이잉!

    빠르게 움직이는 날개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편대를 이루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상대하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난다는 건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지금까지 상대한 몬스터들은 전부 바닥을 딛고 움직였던 놈들뿐이었다. 이렇게 허공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놈들은 처음이었다.

    평범한 공격으로는 놈들을 잡을 수 없었다.

    원거리에서 공격을 해야 했지만, 그에게는 적절한 무기가 있었다.

    파앗!

    그는 여의봉을 찔러 넣었다.

    허공에 있던 거대한 말벌은 그의 행동에 반응을 보이며 거리를 벌렸다.

    비교적 짧은 여의봉이라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짝 물러나는 순간, 이문후가 내지른 봉이 길게 늘어났다.

    콰직!

    순간적으로 늘어난 봉은 그대로 말벌의 머리를 꿰뚫었다.

    일격에 머리가 사라진 놈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익숙한 알림과 함께 말벌들의 움직임이 거세졌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놈들의 경계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위이잉!

    말벌들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사방으로 흩어진 놈들은 그의 눈을 어지럽혔고, 뒤에 있는 놈이 이문후를 노렸다.

    파앗!

    기회를 포착하기 무섭게 말벌이 달려들었다.

    놈은 꼬리에 달린 침을 앞세운 놈은 섬전처럼 쏘아졌다.

    하지만 심안을 통해서 놈의 공격을 눈치챈 이문후는 나한보를 펼치며 옆으로 비켜섰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바닥이 뚫렸다.

    쇄도한 말벌의 침에 단단한 바닥이 녹아내린 것이다.

    ‘독까지 있네?’

    예리한 검 같은 침과 바닥을 녹이는 독까지.

    쇄도하던 빠른 속도를 생각하면 확실히 쉬운 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상대도 아니었다.

    파앗!

    공격을 피한 그는 봉을 찔러 넣었다.

    길게 늘어난 봉은 말벌을 향해 날아갔고, 놈은 몸을 비틀며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단순하지 않았다.

    놈이 몸을 비틀기 무섭게 이문후 역시 손목을 비틀면서 쏘아진 봉의 궤적을 바꿨다.

    휘익!

    살짝 방향을 바꾼 것만으로는 말벌의 몸을 꿰뚫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놈의 날개에는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파사삭!

    얇은 날개는 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찢어졌다. 그리고 균형을 잃은 말벌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쿠웅!

    상당한 충격을 입은 놈은 쉽게 일어나지 못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날 수 없는 말벌은 그렇게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퍼석!

    곧바로 봉을 회수한 그는 쓰러진 말벌의 머리를 부쉈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했다. 봉의 길이를 늘이고 줄이는 것만으로도 말벌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위이잉!

    또 다른 동료가 죽자, 놈들의 파상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살짝 간을 보던 놈들이 단체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앗! 파앗!

    그 와중에 동선이 겹치지 않는 것이 신기했지만, 이문후는 놈들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화염!’

    곧바로 능력을 사용하면서 기운을 흘려 넣자, 봉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크 대전사도 쉽게 감당할 수 없는 게 그의 화기였다. 얇은 날개를 가진 말벌들은 화기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부우웅! 부우웅!

    이문후는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봉을 휘둘렀다.

    제대로 맞출 필요도 없었다. 뜨거운 봉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말벌들의 날개가 타들어갔다.

    쿠웅! 쿠웅!

    육중한 몸뚱이가 바닥에 처박혔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놈들은 이문후를 노려봤지만, 날지 못하는 놈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날카로운 입을 벌리며 달려드는 것뿐이었다.

    콰직! 콰직!

    문제는 그렇게 달려드는 행동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느다란 다리로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이문후는 순식간에 두 놈을 처리했다.

    그 와중에 남아 있는 놈들이 그를 향해 쇄도했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놈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이미 심안을 통해서 놈들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무리 요란하게 주변을 맴돌며 눈을 어지럽히려고 해도 심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콰직!

    말벌을 상대하는 방법을 찾은 그는 연신 봉을 휘둘렀다.

    뜨거운 열기로 놈들의 얇은 날개를 태웠고, 균형을 잃은 놈들이 바닥에 떨어지면 처리하는 식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금방 경험치를 복구하겠는데?’

    지역을 이동하면서 사용한 경험치 구슬을 채울 필요가 있었다. 말벌들의 수만 충분하다면 경험치 버프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위이이잉!

    “가서 친구들 좀 불러와라!”

    이문후는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누군가 다른 말벌들을 더 데려오기를 바라면서 공격을 늦췄지만, 근처에 있는 말벌들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

    위이이잉!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말벌들의 소리.

    조심스럽게 놈들에게 다가가던 장위닝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놈들의 모습에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움직이는 놈들의 모습이 불안해서 뒤를 쫓아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허공에 가득 찬 놈들의 모습에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싸울 거야?”

    “지원은?”

    “곧 도착할 거야.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 같은데?”

    “…….”

    장위닝 역시 푸후안의 말에 공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말벌들의 수가 많았다. 하지만 놈들이 갑자기 몰려간 이유를 알아야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저기로 몰려간 건 아닐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괜히 피해만 커질지도 몰라.”

    푸후안의 말에 고민하던 장위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저렇게 모여있는 놈들과 싸울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말벌들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 싸우는 게 좋았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

    “무슨 생각이야?”

    “나는 잠깐 저놈들 상황을 확인해 보고 올 게.”

    “혼자서 간다고? 위험하지 않아?”

    “내 스킬이 뭔지 잊은 건 아니지?”

    “그건 그렇지만.”

    장위닝이 가진 스킬이라면 그렇게 몰래 놈들을 염탐할 수 있었다. 다만, 혼자 움직인다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신호를 줄 테니까.”

    “알았어. 조심해.”

    장위닝은 푸후안을 뒤로하고 말벌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여기까지가 최선인가?’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조심하고 있었지만, 여기에서 더 간다면 말벌들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은신!’

    그는 말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은신을 사용하기 무섭게 그의 몸이 주변에서 사라졌다.

    투명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은신을 유지하는데 품고 있는 기운이 필요하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이렇게 은밀하게 염탐을 하기에는 최적의 스킬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저렇게 떼로 움직인 적이 없는데.’

    의문을 가진 그는 조금 더 말벌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부릅떴다.

    ‘싸우고 있잖아?’

    말벌들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놈들은 은빛 섬광이 번뜩일 때마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쿠웅! 콰직!

    힘없이 떨어진 놈들은 다시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머리통이 깨진 채 움직임을 멈췄다.

    각성자 대여섯이 붙어야 겨우 한 놈 상대할 수 있던 놈이 바로 앞에 있는 말벌이었다.

    하지만 놈들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설마, 혼잔가?’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말벌을 상대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는 점이었다.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말벌의 수만 가볍게 두 자리를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위이잉! 위이잉!

    독침을 앞세우며 달려드는 모습은 그가 잘 알고 있는 말벌의 공격 방법이었다.

    놈들의 공격에 같이 던전에 들어왔던 각성자들이 무기력하게 쓰러졌었다.

    선점처럼 꽂히는 공격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놈들을 상대하는 사람은 너무나 쉽게 말벌의 돌진을 흘렸다.

    파앗!

    오히려 달려들던 놈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굉음과 함께 처박힌 놈은 다시 날개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찢어진 날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저게 뭐지?’

    장위닝은 이문후가 들고 있는 무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을 뻗으면 들고 있던 봉이 순간 늘어나면서 말벌의 몸을 꿰뚫었다.

    자유자재로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마치 레이저를 쏘고 있는 것 같았다. 격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그 무기를 뻗는 것만으로 말벌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완전히 사기잖아?’

    저런 무기가 있는 건 지금 처음 알았다.

    혼자서 수많은 말벌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무기였다.

    ‘저것만 있으면?’

    이문후가 사용하는 여의봉을 본 장위닝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저 사기적인 무기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이건 기회야!’

    장위닝은 다시 움직였다.

    은신을 유지한 그는 무기를 꺼내며 이문후의 등뒤로 움직였다.

    지금 그가 사용하고 있는 봉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은신으로 몸을 숨기고 있는 만큼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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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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