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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01화 (101/126)
  • 제 101화

    다른 지역

    오크들을 모두 쓰러뜨린 이문후는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남아 있는 오크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새롭게 장착한 창술과 심안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나 심안의 경우에는 확실히 사기였다.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엄청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건곤대나이가 사기라고 해야 하나?’

    성취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몇 배는 더 강해지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성취를 올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주변에 있는 오크들을 모두 처리한 그는 아직도 불타고 있는 숲을 바라봤다.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넘실거리는 불꽃을 보면 다시 되돌아가야 할 일이 걱정이었지만, 이제 와서 불을 끌 수도 없었다.

    ‘남아 있는 오크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직도 많은 오크들이 남아 있었다.

    놈들의 마을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반응을 할 것 같았다.

    그 기회를 빌어서 놈들을 상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남아 있는 내공을 가늠하던 그는 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회복 기능을 이용해서 다시 몸을 원래 상태로 되돌렸다. 하지만 남은 오크들과 싸우면서 내공의 상당 부분을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봐도 쉴만한 곳은 탑 근처밖에 없었다.

    거기에 아직 확인하지 못한 다른 기능들도 한 번씩 시험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체더월에서는 없었던 것들이 너무 많단 말이지.”

    게임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던전 안으로 과감하게 들어온 것도 게임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름 자신이 있었다.

    게임 속 지식을 이용해서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게임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살기를 흘리며 악착같이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광기를 직접 접할 수 있었다. 거기에 상처를 입고도 살기 위해서 발악하는 모습까지.

    그 역시 몬스터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는 그놈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이제 와서 이 짓을 그만둘 수도 없고.”

    나명진과의 일은 일단락 지어졌지만, 그놈과 엮인 곳과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앞으로는 나선 건설과 상대해야만 했다. 거기에 야쿠자는 물론이고, 삼합회 놈들과도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신전의 조규종이나 다른 능력을 가진 집단과의 싸움도 염두에 둬야만 했다.

    “어쨌든 힘을 키우면 되겠지.”

    결국에는 힘을 키우면 해결될 일이었다.

    그리고 충분한 힘을 키울 기반은 갖춰진 상태였다.

    이문후는 광휘의 탑에 손을 가져다 댔다.

    탑의 존재를 몰랐을 때는 레벨이나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리는 것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탑의 기능을 활용할 때였다.

    ‘대부분은 버프를 걸어주는 건데.’

    경험치 구슬을 이용해서 전투에 도움이 될 만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버프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다.

    “탑이 하나가 아닌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생각하면 다른 곳에서 이런 탑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지역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10개의 경험치 구슬이 필요했다.

    레벨이 높아진 만큼 경험치 구슬을 사용하는 게 부담이었지만, 오크들을 처리하면서 확보한 구슬이 작지 않았다.

    남은 경험치 구슬을 확인한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크게 번진 산불로 되돌아가는 게 어려워 보였다.

    “어차피 시험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다른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다만,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면 그곳에 있을 몬스터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위험하겠지?”

    고민이 됐지만, 결국 마음을 정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시험을 해봐야 했다. 다른 곳에 어떤 놈들이 있고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후우.”

    이문후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결정은 내렸지만, 무작정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우선 내공을 회복하고 피로를 풀 생각이었다.

    이동한 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랐다.

    최상의 몸 상태로 움직여야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된 대처가 가능했다.

    ***

    “미친놈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왜? 좋잖아? 확실히 저쪽으로 가면 게이트가 있다는 거 아니야?”

    “저건 그냥 숲에 불을 지른 것 같은데?”

    멀리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확인한 장위닝은 너무 과한 신호에 눈살을 찌푸렸다.

    단순히 연기로 위치만 알려달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숲을 통째로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저런 식이면 몬스터들이 자극을 받을 거야.”

    “여기 있는 놈들도 반응을 보일까?”

    “모르지. 아무튼 우리한테 좋을 건 없어. 주변 경계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 조만간 그 여파가 우리한테 미칠지도 몰라.”

    “그런가?”

    “어떤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두면 안 되겠어.”

    다시 한번 연락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 신호를 주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이면 곤란했다.

    “아, 조금 전에 왕룽 형님한테서 연락이 왔어.”

    “왜?”

    “애들을 동원해야겠대.”

    “얼마나?”

    “200명.”

    “미친 거 아니야?”

    너무 많은 사람을 빼가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상태에서 200명이나 빠져나가면 남아 있는 자들에게는 부담이었다.

    “지금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많이 동원한다고? 무슨 일인데?”

    “모르지. 그냥 그런 명령이 떨어진 거니까.”

    “젠장! 그럼 여기는 어떡하라는 거야?”

    장위닝은 왕룽의 명령에 불만을 드러냈다.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들어왔지만, 이 생활은 지옥과 다를 게 없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목숨을 잃는 위험한 곳이었다.

    하루에도 대여섯 명이 죽어 나갔다. 워낙 위험한 놈들이 넘쳐나는 곳이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왕룽이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이곳 상황을 알리고 있었지만, 그는 신경을 쓰는 것 같지가 않았다.

    “어떡할래?”

    “…….”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잖아.”

    “젠장!”

    마음 같아서는 개소리로 치부하고 그의 말을 무시하고 싶었다. 실제로 지금 가진 힘이라면 왕룽과 전쟁을 벌여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에야 눈도 제대로 못 쳐다봤지만, 지금은 힘을 키운 상태였다.

    문제는 밖에 있는 다른 조직원들이었다. 그들은 왕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았다.

    ‘힘을 더 키워야 해. 힘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은 왕룽의 말에 따르고, 여기에서 힘을 더 키워서 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최선이었다.

    “보내. 최대한 전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알았어.”

    “그리고 당분간은 이동을 멈추고 사냥에 전념한다.”

    “이동을 멈추자고?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했잖아. 여기에서 멈추면 피해가 더 늘어날지도 몰라.”

    “어설프게 움직였다가는 피해가 더 커질 거야. 이제 보급도 해야 하니까 당분간은 이 근처에 머물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아.”

    산불이라는 큰 변수가 생겼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괜히 무리해서 움직였다가는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은 충분히 싸울만 했다.

    여기에서 놈들을 사냥하면서 힘을 키우고 움직이는 게 더 안전했다.

    푸후안은 장위닝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의 판단이 틀린 적은 많지 않았다. 처음보다 희생자가 줄어든 이유도 그가 모두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놈들은 어때?”

    “계속 대치상태야. 아무래도 조금씩 우리 영역을 인정해주는 것 같기는 해.”

    “과연 그럴까?”

    이곳으로 들어온 그들의 수가 많은 만큼 놈들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몬스터와의 공존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때, 한 사람이 그들을 향해 다급하게 뛰어오며 소리쳤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뭐? 놈들이?”

    “예. 갑자기 공격을 하더니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잠잠했던 놈들이 왜?”

    “모르겠습니다. 어떡할까요?”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갑자기 난폭해진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가자!”

    “괜찮을까?”

    “계속 여기에서 부딪쳐야 할 놈들이야. 갑자기 움직인 걸 보면 무슨 이유가 생긴 거겠지.”

    “…….”

    “모두 불러모아!”

    그의 명령에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움직인 몬스터들. 장위닝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까만 연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불안한데.’

    ***

    이문후는 익숙한 감각에 주변을 둘러봤다.

    10개의 경험치 구슬을 사용해서 지역을 이동한 느낌은 순간이동을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체력과 내공을 회복한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탑의 기능을 이용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지만, 공간을 이동하자마자 마주친 것은 거대한 눈을 가진 괴물이었다.

    ‘저놈들은… 곤충인가?’

    탑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의 형태는 거대한 곤충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곤충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놈들은 가늘고 기다란 발로 서 있었다. 마치 이족보행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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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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