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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99화 (99/126)
  • 제 99화

    오크 슬레이어

    탑에 붙은 그는 눈앞에 떠오른 글을 확인했다.

    사용자로 등록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별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경험치 획득량 2배?’

    아무래도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았다.

    단순히 제물을 통해서 오크들의 힘이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주변을 포위한 놈들도 그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저놈들도 우리를 사냥하면 경험치를 얻는 건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궁금증보다 탑 주변에 늘어만 가는 오크들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크아아아!”

    대전사까지 죽자, 놈들은 흥분하며 몰려들었다.

    아직도 대전사가 둘이나 더 남아 있었다. 거기에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더 있었기 때문에 이 상태로는 버티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탑에 있는 그를 공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었지만, 놈들이 언제까지 기다릴 지는 알 수 없었다.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

    이문후는 탑의 기능을 살폈다.

    어쩌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좋은 기능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근력 향상 – 경험치 구슬 5개.]

    [체력 향상 – 경험치 구슬 5개.]

    ……

    [상태 회복 – 경험치 구슬 5개.]

    [주변 지형 확인 – 경험치 구슬 5개.]

    [지역 이동 – 경험치 구슬 10개.]

    ……

    탑의 기능을 사용하면 유용한 버프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가지고 있는 경험치 구슬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목숨이 더 중요했다.

    생각보다 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당장 적용되는 건 하나 밖에 없었지만, 적용되는 기능 하나하나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스탯을 올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이문후는 지역 이동을 택했다.

    굳이 화가 난 놈들과 싸워서 좋을 건 없었다. 지금은 놈들의 눈을 피하는 게 먼저였다.

    [전투 상태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능입니다.]

    아쉽게도 제약이 따르는 기능이었다.

    “그럼 왜 나와 있는 거야?”

    이문후는 짜증을 내며 다른 기능을 살폈다. 그리고 그나마 나아 보이는 것을 선택했다.

    [사용자의 상태가 원래대로 회복합니다. 대신, 현재 적용되고 있는 기능이 해제됩니다.]

    [상태를 회복하겠습니까?]

    이문후는 떠오른 질문에 동의했고, 탑에서부터 흘러나온 붉은 빛이 그를 감쌌다.

    “흐읍!”

    붉은 빛이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모든 상처가 사라졌다. 연거푸 사용했던 순간이동으로 입은 내상이 순식간에 치료된 것이다.

    거기에 바닥을 드러냈던 내공이 단전을 가득 채웠다.

    “미쳤네! 완전히 사기잖아?”

    5개의 경험치 구슬을 사용한 것치고는 엄청난 효과였다.

    완전히 회복된 몸을 확인한 이문후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크 주술사가 남긴 보상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후우.”

    호흡을 고른 그는 빼곡하게 모인 오크들을 바라봤다.

    숫자는 많았지만, 놈들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뜨거운 불길을 헤치며 달려온 만큼 곧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오크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비해 이문후는 힘이 넘쳐 흘렀다.

    완전히 정상을 되찾은 그는 길게 늘어난 봉을 회수하며 내공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탑에서 뛰어내리며 모여 있는 오크를 향해 내공을 가득 담은 봉을 찔러 넣었다.

    파바밧!

    길게 늘어난 봉이 오크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오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미 지친 그들은 몸을 회복한 이문후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순식간에 대여섯이 쓰러지자, 이문후는 그 위로 떨어져 내리며 봉을 내리찍었다.

    휘이익! 콰앙!

    모여 있던 오크들이 강한 충격에 밀려났다.

    정타를 얻어맞은 놈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지만, 이문후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화염!’

    곧바로 히드라의 능력을 사용하자, 쥐고 있던 봉이 뜨겁게 달궈졌다. 이미 대전사를 상대로 그 위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거칠 게 없었다.

    부우웅!

    “끄아악!”

    붉게 달궈진 봉이 휘둘러질 때마다 오크들이 쓰러졌다.

    몇몇이 도끼를 세우며 그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힘이 잔뜩 실린 봉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러나라!”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오크들의 모습에 대전사 둘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들은 도끼를 내던지며 이문후를 압박했다.

    휘리릭!

    거대한 도끼가 그에게 날아들었다.

    그대로 몸을 쪼개버릴 정도로 강한 힘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너무나 쉽게 둘의 공격을 쳐냈다.

    콰앙! 콰앙!

    유능제강의 무리를 이용하자, 오히려 대전사들이 던진 도끼는 근처에 있는 오크들에게 꽂혔다.

    졸지에 같은 편을 공격하게 된 그들은 당황하며 다른 도끼를 꺼냈다. 그리고 이런 치욕을 안긴 이문후에게 모든 분풀이를 쏟아냈다.

    “죽어라!”

    쐐에엑!

    도끼에서 뿜어진 붉은 기운이 이문후를 향해 날아갔다.

    심상치 않은 힘이었다. 그게 도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이문후는 순간이동을 펼치며 그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콰과광!

    다시 허공을 가른 공격에 대전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상대는 얄밉게 그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일부러 지친 오크들 사이로 파고들며 대전사들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끄아아악!”

    오크들 사이로 파고든 이문후는 빠르게 놈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웨어 울프와 하얀 털 원숭이를 상대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다수와의 싸움에서는 상대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야만 했다. 그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콰직! 콰아앙!

    봉을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이 쓸려나갔다.

    이미 경험치 2배라는 버프는 해제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들어오는 경험치 구슬은 빠르게 쌓였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

    오크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만큼 대전사들의 분노도 커져만 갔다.

    그들은 기운을 잔뜩 실은 도끼를 휘두르며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일부러 직접적인 충격을 피해냈다.

    “크아아! 이놈!”

    “모두 물러나라!”

    어떻게든 희생을 줄여야만 했다.

    오크 대전사들은 남아 있는 오크를 물러서게 만들었지만, 이문후는 집요하게 놈들을 노렸다.

    그렇다고 완전히 빠질 수도 없었다.

    그들 뒤에 있는 숲은 이미 불바다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후우. 후우.”

    이문후는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미친 듯이 오크들의 수를 줄였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놈들이 많았다.

    특히나 집요하게 그를 쫓아오는 대전사들이 골치였다.

    더는 오크들 사이로 숨을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둘을 상대해야 했지만, 대전사는 확실히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극독을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대전사가 달려들었다.

    거대한 늑대를 탄 놈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고, 힘이 잔뜩 실린 도끼로 그를 공격했다.

    쩌정!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에 급하게 봉을 들어 올리자, 큰 충격이 전해졌다.

    촤아아악!

    이문후는 뒤로 밀려났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대전사가 달려들었다.

    콰앙!

    연속되는 공격에 계속해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가 괴물 같은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번갈아가면서 공격을 이어나가자 그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버틸만 한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계속되는 싸움에 놈들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대전사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그들을 태우고, 연기 속을 뛰어다니던 늑대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크아아앙!

    밀려나는 그를 향해 늑대가 달려들었다.

    위에 타고 있던 대전사는 예의 붉은 도기를 잔뜩 머금은 도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타앗!

    이문후도 곧바로 공격을 펼쳤다.

    그는 대전사가 아닌 늑대를 노렸다. 우선 이들의 기동력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내공을 머금은 봉이 길게 늘어나며 늑대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오크 대전사는 곧바로 자세를 낮추며 쏘아지는 봉을 쳐냈다.

    쩌정!

    둘의 무기가 동시에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을 노리며 늑대가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크아아앙!

    거대한 송곳니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놈의 송곳니에 찢겨 나갈 것 같았지만, 이문후는 오히려 봉을 놓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쐐에엑! 콰앙!

    나한권을 펼치기 무섭게 황금빛 권기가 날아갔다.

    크게 벌린 늑대의 입에 유형화 된 기운이 박히기 무섭게 놈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늑대의 달려드는 속도는 줄지 않았다.

    파앗!

    이문후는 나한보를 펼치며 몸을 내던졌다.

    그가 바닥을 구르며 몸을 피하자, 대전사를 태우고 있던 늑대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대전사의 늑대를 쓰러뜨렸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대전사가 타고 있는 늑대도 상당히 강한 놈이었다.

    오히려 오크들보다 경험치를 더 많이 남겼고, 새로운 경험치 구슬을 손에 넣었다.

    완성된 구슬을 확인한 그는 뒤로 물러났다.

    앞에 있는 대전사를 상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손에 들어온 경험치 구슬을 확인하는 게 더 중요했다.

    ‘됐다! 40개!’

    탑의 기능을 사용하면서 경험치 구슬을 사용했지만, 몸을 회복하면서 더 많은 경험치 구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40개의 구슬.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문후는 오크와의 거리를 벌렸다.

    떨어진 봉을 줍기 무섭게 순간이동을 사용했고, 탑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손에 넣은 경험치 구슬을 사용했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5성으로 올랐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수가 늘어납니다.]

    [심안(心眼)을 습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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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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