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화
오크 슬레이어
내부에서 오크의 모습으로 놈들을 쓰러뜨린 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오크들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
그 와중에도 불길은 번져 나갔고, 연기로 인해 질식하는 놈들의 수가 늘어났다.
‘나도 슬슬 빠져야 할 것 같은데.’
조금씩 숨을 쉬는 게 힘들어졌다.
계속되는 싸움으로 호흡이 거칠어진 만큼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았다.
이문후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다행히 괴로워하며 자리를 피하는 오크들의 수가 많았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는 않았다.
주변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뿌연 형체만 보였기 때문에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화염!’
그는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도 불길을 퍼뜨렸다.
아직도 숲에는 많은 오크들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놈들의 수를 줄여야만 했다.
“끄아아악!”
근처에서 들려오는 오크의 비명.
정체를 의심한 놈들이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타오르는 불길에 피해를 입은 놈들이 늘어났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갑작스러운 내분에 대전사는 주변에 있는 오크들을 향해 소리쳤다.
서로 싸워서 좋을 게 없었다. 오히려 피해만 키웠기 때문에 차라리 싸우지 않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어서! 무기를 버려!”
대전사는 머뭇거리는 그들을 향해 다시 한번 소리쳤다.
강한 의지가 담긴 외침에 오크들은 쭈뼛거리며 무기를 던졌다.
이문후는 이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아무래도 싸움을 끝내려는 느낌이 역력했다. 그렇다고 직접 나서자니 남아 있는 내공이 걱정이었다.
‘체력은 활력단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그는 남아 있는 내공을 가늠했다.
이것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면 계속 싸움을 해도 좋을 정도로 상황은 그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남아 있는 내공이 많지 않았다.
아무리 산불이 났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오크들이 너무 많았다. 이들의 손을 피해서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최대한 힘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지금은 그냥 물러나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에서 더 욕심을 냈다가는 목숨이 위험할지도 몰랐다. 이미 많은 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멈추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
놈들을 피해서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경험치가 쌓여갔다.
확실히 직접 움직이면서 놈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지형을 이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벌써 30개나 모았네.’
레벨을 올리면서 모두 사용했던 경험치 구슬이 상당히 많이 모였다. 이대로라면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더 올리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나한신공이라면 지금 바로 성취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건곤대나이의 능력이 워낙 뛰어난 만큼 경험치 구슬을 조금 더 모으는 게 나았다.
“후우우.”
외곽으로 빠져나온 그는 호흡을 골랐다.
절벽이 바로 앞에 있어서 그런지 매케한 연기들이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지만, 그래도 연기로 가득차 있던 숲보다는 호흡을 하기가 한결 편했다.
이문후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크 주술사를 처리하고 얻은 보상을 떠올리며 절벽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광휘의 탑이라고 했지?’
사용자로 등록됐다던 알림을 떠올린 그는 오크 주술사가 의식을 벌였던 곳으로 갔다.
동시에 단단한 절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굉음과 함께 절벽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나타난 것은 광휘의 탑이었다.
‘이걸로 뭘 어떡하라는 거지?’
사용자로 등록이 됐다지만, 어떤 식으로 활용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직접 탑을 건드려봐야 하나?”
유일한 방법은 직접 경험하는 것뿐이었다.
오크 주술사를 잡고 보상으로 얻은 것인 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문후는 탑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탑에 닿기도 전에 굉음을 내며 날아오는 도끼에 급하게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휘리릭! 콰앙!
그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도끼가 꽂혔다.
멀리서 이렇게 강한 위력의 공격을 할 수 있는 놈은 많지 않았다.
‘끈질긴 놈들이네.’
대전사들이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그 뒤로 적의를 가진 오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 물러나라!”
“감히 우리 성지에 발을 들이다니! 머리통을 부숴주마!”
흥분한 놈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오크 주술사를 죽였을 때보다 감정이 더 격해진 걸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이 탑이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는데.’
문제는 지금 놈들을 상대할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앞에 있는 오크들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불길을 뛰어넘으며 여기까지 오느라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상이었다면 충분히 부딪쳐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공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도망을 이 싸움을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문후는 옆에 있는 절벽을 바라보며 여의봉을 바닥에 찍었다.
쿠웅!
“잡아라!”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오크들이 뛰어들었다.
이문후가 봉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한 번 확인을 했던 만큼 그의 의도를 파악한 것이다.
쉬이익!
이문후는 놈들이 오기 전에 봉을 늘였다.
그 끝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늘어난 봉이 그를 위로 올려보냈다.
이대로 절벽을 타고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최소한 오크들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까지는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크 대전사는 그가 도망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
“이놈!”
대전사는 그대로 달려들며 바닥에 꽂힌 봉을 후려쳤다.
콰앙!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던 이문후의 몸이 기울었다.
‘크윽!’
제법 거리가 벌어졌지만, 이대로라면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갈라진 벽에 몸이 닿으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전사는 그를 지탱하고 있던 봉을 붙잡았다.
“이대로 바닥에 처박아주겠다!”
“저 무식한 새끼!”
오크는 힘을 쏟아냈다.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전사라고 불리는 놈들중에서도 가장 힘이 쎈 놈이었다.
대전사로 불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문후도 낮지 않은 근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쉽게 놈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자세가 너무 불리한데.’
힘을 지탱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몸이라도 고정이 되면 제대로 된 힘을 내겠지만, 지금은 오크 대전사에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여의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화염!’
그는 급한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손에서 피어난 뜨거운 열기가 쥐고 있던 봉으로 전해졌다.
“끄아아아!”
갑자기 뜨거워진 봉에 대전사는 이를 악물었다.
순식간에 살이 익을 정도로 강력한 열기였지만, 지금은 이런 고통보다 성지를 침입한 놈을 잡는 게 먼저였다.
‘지독한 새끼!’
이문후는 손을 놓지 않는 놈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그를 향한 오크들의 원한이 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버틸 수밖에 없었다.
‘흐읍!’
그는 열기를 더욱 뿜어내며 봉에 몸을 실었다.
치이이익!
강한 열기와 짓누르는 무게가 더해졌다.
오히려 봉의 길이를 줄인 이문후는 대전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제는 손을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었다.
“끄아아악!”
이문후의 몸무게까지 더해지자, 피부가 녹아 내렸다.
더는 봉을 잡고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미끄러진 봉은 그대로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치이이익!
사력을 다해서 몸을 비틀어보려고 했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다.
화염은 동굴 히드라를 잡고 얻은 능력이었다.
히드라가 뿜어냈던 브레스는 단단한 바닥을 녹일 정도로 엄청난 열기를 품고 있었다. 비록, 히드라가 뿜어낸 브레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오크 정도의 피부는 충분히 녹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대전사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뜨거운 숲에서 오크들을 이끌면서 힘을 많이 소진한 상태였다.
푸욱!
결국, 이문후의 봉이 대전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열기는 순식간에 상처를 태웠고, 열기에 노출된 내부에 오크 대전사는 목숨을 잃었다.
[오크 대전사를 쓰러뜨렸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놈은 많은 경험치를 남겼다.
순식간에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지만, 이문후의 몸은 빠르게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오크가 죽으면서 균형을 잃었다.
이대로라면 아래에 있는 분노한 오크들 속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흐읍!”
그는 남은 힘을 쥐어짰다. 마음 같아서는 절벽 위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은 탑뿐이었다.
파앗!
마지막으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크윽!’
식도를 타고 비릿한 피가 역류했다.
무리를 한 만큼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탑에 손이 닿기 무섭게 낯선 알림이 전해졌다.
[탑에 등록된 사용자입니다.]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적용된 기능 : 탑 주변의 경험치 획득량 2배.]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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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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