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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91화 (91/126)
  • 제 91화

    새로운 사실

    순간이동을 사용한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을 지키는 군인들이 눈치를 챌 겨를이 없었다.

    웨이브가 일어나고 시간이 흐른 만큼 그들의 집중력도 흐트러진 상태였기 때문에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는… 산속인가?”

    게이트를 넘고 처음 본 것은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그가 드나들었던 던전 입구와는 달랐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볼 수 있었던 근처 산맥의 어느 부분인 것 같았다.

    ‘주변에 몬스터는 없는 것 같은데.’

    다행히 들어오자마자 싸우는 일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생명체를 찾았지만, 별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괜히 다른 곳으로 왔나?’

    원래 드나들던 곳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조규종이나 나선 같은 다른 곳에서 손을 쓰지 못하도록 일부러 지방에 있는 던전을 택한 것이다.

    지형 자체가 낯선 만큼 더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이문후는 움직이기 전에 스스로의 상태를 점검했다.

    4레벨에 장착된 2개의 스킬.

    건곤대나이와 나한신공을 확인한 그는 건곤대나이로 사용할 수 있는 4개의 스킬까지 살폈다.

    ‘순간이동하고 극독, 저주받은 피하고 잠행인데.’

    3가지는 확실히 고정이었다.

    순간이동과 극독은 위험한 순간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거기에 잠행은 던전에서 움직이는데 여러모로 유리했기 때문에 반드시 장착해야만 하는 스킬이었다.

    “안으로 들어왔으니까 저주받은 피는 계속 써야겠지?”

    양가창법과 저주받은 피 사이에서 잠깐 고민하던 그는 이 스킬 그대로 움직였다. 여기에서 식수를 구하거나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는 고블린의 사냥 스킬이 필요했다.

    외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유용한 스킬이 생겼다. 지금은 전투보다 생존에 필요한 스킬을 장착하는 게 더 나았다.

    ‘레벨만 올리면 이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르니까.’

    5레벨이 되면 새로운 스킬을 장착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에 5레벨이 되기까지 남은 경험치 구슬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저쪽이 좋겠지?”

    주변을 둘러본 그는 방향을 정했다.

    우선 산 위로 올라가 볼 생각이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위치를 확인하고, 근처에서 활동하는 놈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여의봉을 손에 쥔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유지되고 있는 잠행 스킬이 그의 존재감을 지웠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스탯으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몬스터에게 걸릴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터엉! 터엉!

    그렇게 움직이는 와중에 굉음이 들렸다.

    던전 안에 있는 세상이었다. 저렇게 커다란 소리가 들릴 일은 싸우는 것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았다.

    ‘누구지?’

    어쩌면 몬스터들끼리 영역 다툼을 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이미 하얀 털 원숭이와 웨어 울프의 싸움에서 큰 이득을 취했던 그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문후는 곧장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였다.

    빠르게 산속을 내달렸지만, 그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뭐야? 사람이잖아?’

    굉음이 나는 곳까지 간 그는 일련의 무리를 발견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의 수가 많았다.

    난잡한 복장을 입고 있는 그들은 대여섯 마리의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콰앙! 콰직!

    “끄아악!”

    “뭐 하고 있어! 집중해!”

    한 사람이 오크의 공격에 어깨를 다쳤다.

    살짝 스친 것 같았지만, 도끼에 당한 만큼 상처가 작지 않았다.

    다친 어깨가 곧 떨어질 것 같았다.

    피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돕기보다 지친 오크를 사냥하는데 더 열중하고 있었다.

    “크아아아!”

    상처 입은 오크는 괴성을 지르며 다친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선 약한 쪽을 공략하고, 그 기세를 빌어 남은 자들과 싸울 생각인 것 같았다.

    부우웅! 콰앙!

    날아오는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낸 놈은 우직하게 목표했던 사람만 공격했다.

    결국 다친 사람은 놈의 도끼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오크 역시 멀쩡할 수는 없었다.

    “크아악!”

    괴성과 함께 놈이 쓰러졌다.

    옆에서 날아온 날카로운 창이 허벅지를 찔렀고, 무릎을 꿇은 놈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이 쏟아졌다.

    ‘저게 뭐야?’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저 오크를 죽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싸움으로, 앞에 있는 자들은 협동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 같았다.

    “크큭. 내가 먹었다!”

    “젠장, 너무 빨리 들어갔어!”

    오크의 허벅지를 찌른 남자는 아쉬워하며 투덜거렸다.

    중요한 보상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못내 아쉬워했지만, 아직 상대할 놈이 더 남아 있었다.

    ‘중국인인가?’

    이문후는 그들이 사용하는 낯선 언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조가 있는 걸로 봐서 중국어가 확실했다. 다만, 이곳에서 중국인을 만났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한국에 있던 사람들인가?’

    아무리 지방이라고는 하지만, 게이트는 한국에 있었다.

    다른 곳과 여기가 연결이 되지 않은 이상, 중국 쪽에 있던 각성자들이 여기에 나타날 수는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길게 이어갈 수 없었다.

    “크아아아!”

    괴성과 함께 다른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방적으로 몰린 오크들과 같은 외형을 가진 놈들이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지원군이다!”

    “뭐가 저렇게 많아?”

    “… 젠장!”

    생각지도 못한 지원군의 등장에 당황한 눈치였다.

    조금 전까지 오크를 몰아붙이던 그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봤다.

    그 와중에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은글슬쩍 물러나던 사람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계속 오크를 상대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지금 오크를 공격하는 사람들을 두고 도망을 가려는 것 같았다.

    ‘동료 아니었나?’

    이런 위험한 곳을 혼자 들어올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문후가 특별한 경우였지만, 앞에 있는 사람들은 전우애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크아아!”

    곧바로 오크들이 들이닥쳤다.

    동시에 조심스럽게 거리를 벌리던 사람들이 곧장 뒤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뭐 하는 거야?”

    “치사한 새끼들!”

    “크윽!”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짧은 순간에 모습을 감출 정도로 기민한 그들의 움직임에 이문후조차 깜짝 놀랐다. 하지만 오크를 공격하던 자들은 몸을 빼낼 수가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방적으로 오크를 몰아붙이던 사람들이 오크에게 포위된 것이다.

    도망간 사람들을 탓한 그들은 무기를 다잡았다.

    남아 있는 사람은 다섯. 반면에 싸워야 할 오크는 그들이 두 배가 넘어갔다.

    겨우 버티던 세 마리의 오크와 새롭게 합류한 열 마리의 오크. 모두 열셋이었다.

    그나마 셋은 상처라도 입었지만, 도망간 사람들까지 모두 합해도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셋 하면 한쪽을 뚫자.”

    “뭐?”

    “셋을 셀 테니까. 한쪽을 뚫자고. 이대로는 모두가 개죽음이야!”

    “아, 알았어.”

    한 명이 방법을 제시했다. 그나마 여기에서 일부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을 법한 말이었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이다! 알았지?”

    “그래.”

    “하나. 둘… 셋!”

    “우와아아!”

    그의 신호와 함께 두 명이 오른쪽을 향해 뛰어들었다.

    곧바로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용했지만, 남은 셋은 소리만 내지르고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런 개 같은!”

    두 사람이 오크들을 공격하자, 놈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오크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을 가로막았다.

    들고 있는 무기를 휘두르며 많은 수가 몰려들었고, 신호를 내리고도 움직이지 않은 셋은 포위가 약해진 곳으로 내달렸다.

    ‘미친!’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예상을 벗어난 그들의 행동이 놀라웠다. 하지만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이 빠져나오려는 쪽은 이문후가 숨어 있는 방향이었다.

    터엉!

    오크를 밀어낸 셋은 그대로 내달렸다.

    근처에 있는 오크들이 뒤늦게 그들을 쫓아왔지만, 셋은 개의치 않았다.

    누가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개중에 한 명이 정확히 이문후가 있는 곳으로 뛰어온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오크 둘이 곧바로 그의 뒤를 쫓아왔다.

    “왜 나한테 오고 지랄이야!”

    뒤따라오는 오크의 모습에 사내는 투덜거리며 힘을 끌어 올렸다. 가진 능력은 육체적인 능력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순간 폭발적인 힘을 내면서 놈들을 떨쳐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힘을 폭발시키기도 전에 오크의 도끼가 날아들었다.

    휘리릭! 콰직!

    놈이 던진 도끼가 정확히 사내의 등에 박혔다.

    “커헉!”

    피를 토해낸 사람은 그대로 꼬꾸라졌고, 두 오크가 그를 잡기 위해 뛰어왔다.

    “끄아아악!”

    뒤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

    남겨진 두 사람이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그들은 오크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끔찍한 단말마에 쓰러진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쓰러진 남자는 어떻게든 놈들에게 멀어지기 위해서 바닥을 기었다. 화가 난 오크의 손에 죽는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지 알고 있는 만큼 두려움을 갖는 건 당연했다.

    “아, 안 돼!”

    오크는 바닥을 기는 인간을 붙잡았다.

    그리고 인간의 머리통을 노리며 그대로 도끼를 들어 올렸다.

    “크킁! 죽어라!”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놈에게 내리는 마땅한 벌이었다.

    인간의 죽음으로 쓰러진 동료를 달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슴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과 함께 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끄으윽!”

    시선을 내린 오크의 눈에 은빛 막대기가 가득 들어왔다.

    길게 늘어난 막대기. 그리고 그 끝에는 그들이 혐오하는 인간이 서 있었다.

    쿠웅!

    도끼를 들어 올렸던 오크가 그대로 쓰러졌다.

    억울한 눈빛으로 무너지는 오크의 앞에는 길게 늘어난 봉을 회수하고 있는 이문후가 서 있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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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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