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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87화 (87/126)

제 87화

악연의 끝

“꼼짝 마!”

나명진이 죽은 곳으로 걸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련의 무리들이 들이닥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그들은 이문후에게도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조규종?”

“극악무도한 새끼. 감히 이런 짓을 벌여?”

다짜고짜 범인으로 몰아넣는 조규종의 저의가 눈에 뻔히 보였다. 건물로 들어서기 전에 봤던 신전의 각성자도 그와 함께 있는 걸로 봐서 미리 계획했던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찰까지 데리고 온 건가?’

경찰뿐만 아니라 군인들도 함께 데려왔다.

건물 주변으로 속속히 자리를 잡는 군인들의 모습을 확인한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 그건 네가 더 잘 알 텐데!”

“갑자기 나타나서 추궁을 하는데. 뭘 어떡하라는 거야? 그리고…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이런 건방진…”

쐐에엑!

이문후의 지적에 조규종은 흥분했다. 하지만 곧바로 날아드는 기다란 봉에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허리를 숙여야만 했다.

“크윽!”

조규종은 간신히 이문후의 공격을 피했다.

날카로운 공격에 당황했지만,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입니까? 남의 건물에서 뭘 하는 거죠?”

“남의 건물?”

“여긴 DS그룹이 취득한 건물이에요. 저 병력들은 다 뭐죠?”

“그게…”

DS그룹이라는 말에 조규종과 함께 온 경찰은 당황했다.

엄청난 실적을 쌓게 해준다던 조규종을 믿고 병력을 대동했지만, 상대하는 쪽이 이렇게 부담스러운 곳일 줄은 몰랐다.

그런 그를 대신해서 조규종이 대신 나섰다.

“살인사건입니다.”

“살인사건이요?”

“그래요. 저놈이 여기에서 나선 건설의 나명진 사장을 죽였습니다.”

“…….”

김연희는 조규종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이문후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그와 나명진 사이의 일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회성 던전을 넘겨주고 이곳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문후는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바로 도우러 왔지만, 이문후 뒤에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사람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나명진을 죽였다고 단정하는 거지?”

“그야, 여기에는 너밖에 없으니까!”

“너희들도 있잖아?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걸 보면 너희들도 근처에 있었던 거 아닌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분은 저희와 같이 출동했습니다.”

조규종과 같이 온 경찰 간부가 급하게 그의 알리바이를 댔다.

“그럼 경찰도 공범인가?”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공범이라니요!”

“모두가 같이 왔을 리가 없잖아? 내가 몇 놈은 숨어서 지켜보는 걸 봤는데.”

“모두가 같이 온 게 아니라. 이분은 저희와 같이…”

“근데, 왜 당신도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야…”

아직 제대로 된 증거가 없었다.

용의자는 분명했지만, 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당당한 이문후의 모습.

김연희는 그의 태도에 앞에 있는 간부를 향해 물었다.

“뭔가 이상하군요. 저 사람이 나명진을 직접 죽였다는 증거가 있나요?”

“그럼 왜 네가 나명진이 사용하는 단검을 들고 있는 거지?”

“이거? 내가 얻었으니까.”

“그래! 네가 나명진을 죽이고 그걸 챙기려고 했던 거네! 그 순간에 우리가 들어온 거고!”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냐?”

“책임? 현장에서 걸려놓고 발뺌을 하려고?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어서 저 새끼를…”

콰앙!

이문후는 바닥을 찍으며 조규종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의 과격한 행동에 주변에 있던 신전의 각성자들이 무기를 겨누며 그를 경계했다. 그리고 조규종 역시 검을 빼들었다.

여차하면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이문후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이미 많은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 수적으로도 그들이 우위에 있었고, 스스로의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상황 자체가 그들에게 유리했다.

‘네가 저 많은 화기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차하면 뒤에 있는 군인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여기에서 이문후가 도망간다고 하더라도 큰 손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서 사살하면 좋겠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간다고 해도 이문후가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선량한 시민을 이렇게 핍박해도 되는 건가?”

“선량하다고? 네가?”

“당신. 지금 이 일. 감당할 수 있어요?”

“그거야…”

정확히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이문후의 말에 간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규종 때문에 무리를 해서 경찰 특공대와 군의 협조를 받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저 시체를 생각해 보면… 분명히 저 사람이 범인인데. 왜 저렇게 당당한 거지?’

앞에 있는 이문후가 유력한 용의자인 것은 확실했다.

반항하는 용의자를 상대하기에는 과한 면이 있었지만, 그 대상이 나선 건설의 사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나갈 때였다.

“책임지겠습니다!”

“흐음.”

“이문후 씨. 당신을 나명진 씨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하겠습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신전 그룹과 결탁한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몬다. 이건 신전도 자유로울 수는 없겠죠?”

“무슨 개소리야!”

조규종은 이문후의 말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희에게 한 말이었지만, 신전을 걸고 넘어가자 흥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당당한 태도가 너무 불안했다.

“그럼 저기 카메라가 있으니 확인을 해 보죠.”

“카, 카메라?”

“다 찍혔을 거 아니야? 안 그래?”

“큭!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인해 보죠! 다 같이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김연희는 이문후의 말을 받으며 모두를 이끌었다.

DS그룹이 소유한 건물이었다.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는 것은 일이 아니었다.

이문후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 그가 범인이 아닌 것 같았다.

이 기회에 신전 그룹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나쁘지 않았다.

***

모두가 보안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녹화된 화면을 확인했다.

“거기에서 멈추세요! 나명진이에요.”

모니터에는 겁에 질린 나명진의 모습이 재생됐다.

누군가에게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정작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앞에 있는 생명체의 정체가 드러났다.

“고블린? 저건 고블린이잖아?”

“뭐야? 고블린이 갑자기 왜 나와?”

“…….”

갑자기 등장한 고블린에 조규종과 경찰 간부의 표정에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대화를 하고 있었잖아?”

“고블린한테 뭔가를 소리친 거겠지.”

“미친! 그게 말이 돼?”

“증거가 있잖아? 안 그래요?”

“그, 그렇습니다만…”

“나명진이 고작 고블린한테 당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조규종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분명히 나명진을 죽인 사람은 이문후였다. 하지만 지금 재생되고 있는 화면에는 고블린이 그를 공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너는 뭘 했던 거지?”

“나? 나는 고블린을 처리했지.”

“뭐라고?”

“화면에 나오겠네. 고블린이 저쪽으로 들어가더라고.”

곧 화면에 그가 설명한 장면이 나타났다.

고블린이 카메라 밖으로 사라지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이문후가 등장했다.

그는 고블린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 이후에 조규종이 경찰들과 함께 나타난 것이다.

“그럼? 그 고블린은 어디로 간 거지?”

“멍청한 소리하네.”

“뭐? 멍청? 이 자식이!”

“여기에서 몬스터를 잡으면 사라지는 건 당연하잖아?”

“…….”

웨이브를 통해서 밖으로 나온 놈들은 목숨을 잃으면 얼마 뒤에 사라졌다.

조규종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를 무조건 엮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깐 잊고 있던 것뿐이었다.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서는 나명진을 죽인 사람은 고블린이었다. 오히려 이문후는 그런 고블린을 처리했을 뿐이었다.

“나명진이 죽은 건 네 책임도 있을 텐데?”

“내 책임? 어떤 책임?”

“나명진하고 싸웠잖아! 그것 때문에 나명진이 혼자 도망쳤고, 고블린에게…”

“내가 있는 던전까지 쫓아온 놈이 공격하는데. 반격은 해야 하잖아?”

“그럼 그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

“그래. 너를 쫓아서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했지?”

조규종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온 게 분명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지만, 저 말에 휘둘릴 이유가 없었다.

“던전 안에 있던 몬스터와 싸우더라고.”

“뭐? 몬스터라고?”

“왜? 그 사람들이 죽은 것도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안으로 들어간 각성자들이 몬스터한테 죽었다고?”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들 역시 이문후의 손에 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 넌 뭘 했지?”

“나도 싸우느라 바빴거든.”

“미친! 그 말을 믿으라는 거냐?”

“내가 널 설득시켜야 하는 거냐? 경찰하고 짜서 나를 범인으로 몰려고 한 놈한테?”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경찰하고 짜다니요?”

“그건 우리쪽 변호사와 이야기 하시죠.”

김연희의 말에 조규종과 같이 온 간부의 얼굴이 하애졌다.

그는 옆에 있는 조규종을 바라봤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그의 도움이 절실했다.

“DS는 왜 끼어드는 겁니까?”

“무슨 뜻이죠?”

“저놈하고 우리 일에 왜 끼어드냐는 겁니다. DS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요? 우연찮게 이 건물이 DS소유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일에…”

“결혼할 사이거든요.”

“뭐, 뭐요?”

뜬금없는 말에 조규종은 물론이고, 이문후도 놀란 눈으로 김연희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혼할 사이에요. 저하고.”

“미친!”

DS그룹의 사위가 될 사람.

김연희가 끼어들 이유는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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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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