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83화 (83/126)
  • 제 83화

    의도하지 않은 성장

    “후우. 후우.”

    이문후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힘을 쥐어짜낸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했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도 많은 체력을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

    ‘실드에 회복인가?’

    그는 손에 들어온 것들을 살폈다.

    두 개의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투명한 보호막을 만들 수 있는 실드와 입고 있는 바지에 붙어 있던 회복이라는 익숙한 스킬이었다.

    방어나 보조적인 성질을 띠는 스킬이었다.

    싸움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었지만, 당장 장착하기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스킬뿐만 아니라 많은 경험치 구슬을 모았다.

    몬스터를 잡았을 때는 하나의 경험치 구슬을 모으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경험치 구슬의 일부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양아치들이 그런 짓을 벌인 이유가 있었네.’

    처음 바지를 팔기 위해서 만났던 고등학생들.

    그놈들이 던전으로 가서 거리낌 없이 그를 공격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오히려 플레이어들을 상대하는 게 더 좋았다.

    ‘21개.’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모두 잡고 얻은 경험치 구슬을 벌써 21개나 모았다. 여기에서 9개만 더 모으면 나한신공의 성취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냥 레벨을 올리는 게 더 좋겠지?’

    여유가 된다면 나한신공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빨리 올리고 싶었다.

    이미 4성을 이뤘기 때문에 레벨을 먼저 올려야만 했다. 그래야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릴 수 있었다.

    5레벨이 되기까지 필요한 경험치 구슬은 40개였다.

    아직도 19개를 더 모아야 했지만, 앞으로 던전 안으로 더 들어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면 남은 경험치 구슬을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우선 내공을 회복해야 할 것 같은데.’

    상념을 떨쳐낸 그는 자리에 앉았다.

    체력이야 활력단으로 회복할 수 있었지만, 내공은 아니었다.

    많은 기운을 소진한 만큼 바로 회복을 해야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처할 수 있었다.

    ***

    운기를 하는 과정에서는 이렇다 할 위협이 없었다.

    일부러 눈에 띄지 않을만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계속 유지되고 있는 잠행이라는 능력이 그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낯선 기척이 느껴졌다.

    ‘응? 뭐지?’

    기운을 갈무리한 그는 근처에서 느껴지는 낯선 존재감에 눈을 떴다. 그리고 그 대상을 확인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던전 안에 있던 놈이구나.’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잠깐 잊고 있었지만, 일회성 던전에는 몬스터가 있었다.

    제법 큰 소리가 났지만, 나타나지 않고 있던 놈이었다.

    아무래도 겁을 집어먹은 고블린이나 다른 약한 놈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놈은 그가 생각하던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인간형 몬스터?’

    나타난 놈은 까만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얼핏 보면 사람으로 느껴졌다.

    두 발로 걷고 있고, 손까지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놈의 행동이 이상했다.

    ‘뭘 하는 거지?’

    로브를 쓰고 있는 놈은 죽은 시체에게 다가갔다. 이문후의 손에 쓰러진 나선 건설의 각성자들이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왔을 때도 거의 맨몸이거나 중요 부분을 가리고 있는 옷이 전부였다.

    이상함을 느낀 이문후는 놈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광경에 깜짝 놀라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어어어!

    로브를 쓴 놈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무섭게 죽은 시체가 일어났다.

    스며든 검은 기운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문후는 곧바로 놈을 향해 봉을 찔러 넣었다.

    이 던전 안에 있는 몬스터는 마법사였다. 그것도 죽은 시체를 일으킬 수 있는 놈으로, 네크로맨서가 확실했다.

    쐐에엑! 콰앙!

    그가 내지른 봉이 네크로맨서에게 꽂혔다. 하지만 허공에서 생겨난 투명한 보호막이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실드!’

    보호막의 정체를 깨달은 그는 봉을 회수하며 바로 네크로맨서를 향해 다가갔다. 상대가 마법사인 만큼 근접전을 펼칠 생각이었다.

    파앗!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회수한 봉을 찔러 넣었다.

    이번에는 상당한 내공을 실었다. 이대로 실드를 부술 생각이었다. 하지만 쓰러져 있던 시체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퍼억!

    죽은 놈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래도 이문후는 당황하지 않고 놈의 머리를 때렸다.

    우선 방해가 되는 놈을 먼저 처리할 생각이었다.

    강한 충격을 받은 시체의 머리가 꺾였다.

    기괴한 형태를 보면 목이 부러진 게 확실했다. 하지만 큰 충격을 입고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죽은 상태였기 때문에 고통을 느낄 수가 없었다.

    완전히 좀비였다. 이런 형태의 몬스터는 상대하는 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에 있는 네크로맨서를 잡으면 될 일이었다.

    “흐읍!”

    그는 남은 손에 내공을 실으며 주먹을 뻗었다.

    황금빛 권기가 허공을 격하며 네크로맨서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이번에는 작은 타격이라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의 손에서 만들어진 검은 형태의 창이 그의 공격을 받아냈다.

    다크 스피어였다.

    놈은 마법사답게 마법을 이용했고, 곧바로 주변에 기운을 뿌리며 다른 시체들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더 시간을 주면… 피곤해지는데.’

    나명진이 언제 들어올지 몰랐다.

    그들이 던전 안의 상황을 모르는 것처럼 그 역시도 밖의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앞에 있는 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좋았다.

    그어어어!

    쓰러졌던 시체들이 일어났다.

    모두 다섯 구로 그들은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뭐야? 이 속도는?’

    죽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물론, 생전의 움직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좀비처럼 느린 움직임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달려온 그들은 이문후를 노리며 손을 뻗었다.

    터억! 터억!

    그는 봉을 휘두르며 놈들을 떨쳐냈다. 하지만 곧바로 네크로맨서의 다크 스피어가 날아왔다.

    ‘까다로운 놈이네.’

    어쩔 수 없이 힘을 사용해야만 했다.

    어설프게 놈을 상대하는 것보다 한번에 끝장을 내는 게 여러모로 좋아 보였다.

    쐐에엑!

    이문후는 날아오는 다크 스피어를 보며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했다.

    파앗! 콰과광!

    허공을 관통한 다크 스피어는 애먼 벽을 때렸고, 굉음을 내며 터졌다.

    갑자기 이문후의 모습에 네크로맨서는 당황하며 주변을 살폈다. 동시에 미리 준비해 뒀던 실드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콰앙!

    이문후였다. 갑자기 사라진 그는 네크로맨서의 머리 위에서 나타났고, 바닥으로 떨어지기 무섭게 봉을 내리찍었다.

    파사삭!

    강한 충격에 실드가 부서졌다.

    충격을 입은 네크로맨서가 휘청거렸지만, 곧바로 날아드는 이문후의 주먹에 힘을 쥐어짤 수밖에 없었다.

    파앗!

    네크로맨서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조금 전에 그가 사용했던 순간이동이었다. 이문후는 놈이 사용한 능력을 파악하며 급하게 내공을 끌어 올렸다.

    ‘저기다!’

    높은 감각으로 놈의 위치를 파악한 그는 곧바로 봉을 찔러 넣었다.

    내공을 잔뜩 머금은 봉이 길게 늘어났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네크로맨서의 몸에 꽂혔다.

    콰앙!

    순간이동과 동시에 봉이 날아왔다.

    제대로 된 방비를 할 수 없던 네크로맨서는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끄으윽!”

    처음으로 놈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고, 이문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압!”

    그는 다시 한번 봉을 찔러 넣으면서 네크로맨서를 괴롭혔다. 다른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끝내는 게 최선이었다.

    그어어어!

    주인이 공격을 받자, 일어난 시체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둘 사이로 끼어들었지만, 이문후는 힘을 아끼지 않았다.

    ‘크흡!’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한 그는 네크로맨서의 옆으로 움직였다. 몸에 작지 않은 무리가 갔지만, 지금은 앞에 있는 놈을 쓰러뜨리는 게 먼저였다.

    퍼억! 퍼억!

    봉에 기운을 담은 그는 네크로맨서를 공격했다.

    그는 행여라도 마법을 사용할지 몰랐기 때문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는 확실히 마법사였다.

    근접전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놈은 그대로 쓰러지며 움직임을 멈췄다.

    네크로맨서가 축 늘어지기 무섭게 놈이 죽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어둠의 마법사를 쓰러뜨렸습니다.]

    [스킬, 마나 드레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어둠의 마법사?”

    지금 쓰러뜨린 놈은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히드라나 거대한 쥐처럼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놈이 분명했다.

    “여기 보스몹이었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없다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그에게 나쁠 건 없었다.

    만약 다른 놈들이 더 있었다면 네크로맨서를 잡는 게 더 어려웠을 것 같았다.

    의도치 않게 던전을 지키는 놈을 쓰러뜨렸다.

    그 보상으로 경험치와 새로운 스킬을 손에 넣었지만, 아직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이놈은 언제 오는 거지?”

    나명진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이문후는 활력단을 꺼냈다. 소진한 체력을 회복하고, 배를 채워야만 했다.

    활력단을 삼킨 그는 손에 넣은 스킬을 살폈다.

    “마나 드레인이라. 나쁘지 않은데?”

    지금 그에게 필요한 능력이었다.

    마법으로 보이는 이 스킬을 사용하면 소진한 내공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