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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79화 (79/126)

제 79화

단순하게

“후우우.”

운기를 끝낸 이문후는 깊은 날숨과 함께 눈을 떴다.

단전을 가득 채운 내공. 충만한 기운에 만족한 그는 천천히 그 기분을 만끽했다.

‘확실히 운기를 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야.’

나명진과의 일로 마음이 심란했지만, 운기를 통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악연이었다.

그만큼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나한신공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나선 건설이라.’

앞으로 그가 상대해야 할 곳이었다.

아무리 조직 폭력배가 세운 기업이라고 하지만, 금전적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의 나선은 대기업이라고 불려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조폭들이라는 게 문젠데.’

조직 폭력배들이라 싸움에는 이력이 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초인적인 힘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다른 대기업보다 더 상대하기 어려울지도 몰랐다.

물론, 스스로의 힘에는 자신이 있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무식하게 나명진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간다면 그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이번에도 법이 문젠가?’

나명진과 엮이면서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비극적인 일을 맞은 것은 물론이고, 취업에도 그놈의 입김이 작용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체더월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놈 의도대로 끌려가기는 싫은데.’

나명진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이고 싶었다.

확실하게 복수를 하고, 일을 벌인 이후에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게 만들 생각이었다.

“순간이동만 잘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졌다.

그만큼 그놈과의 싸움은 지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나명진이 후회를 할 정도로 처절하게 밟아주고 싶었다.

“우선 준비가 먼저겠지?”

나선 건설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놈들에 관해서 조금 더 확실하게 알아보는 게 먼저였다.

‘메일로 보낸 건가?’

김연희에게 연락을 하려던 그는 뒤늦게 문자를 확인했다.

운공을 하는 사이, 김연희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나선 건설에 관한 정보를 메일로 보냈다는 문자였다.

이문후는 곧바로 메일을 살폈다. 그리고 깔끔하게 정리된 문서를 확인했다.

“부탁하길 잘했네.”

DS그룹의 정보력은 그의 예상대로 뛰어났다.

나선 건설은 물론이고, 그 그룹에 소속된 각성자와 관련된 단체들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나명진이 벌써 3레벨이라니.”

그뿐만 아니라 제법 이름이 있는 전국구 전폭들의 레벨도 그와 비슷했다.

전체적인 전력만 놓고 보자면 나선 건설은 이 나라에서 수위에 꼽을 정도로 막강했다. 거기에 타국의 유명한 폭력 조직들과도 손을 잡고 있었다.

‘야쿠자들 중에 일부가 들어와 있는 건가?’

나명진이 자신만만해 하던 이유가 바로 이 야쿠자들 때문인 것 같았다. 개중에는 각성자로 생각되는 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흐음.”

생각했던 것보다 나선 건설의 전력이 대단했다.

그렇다고 상대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던전에서 싸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어차피 안에는 몬스터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놈들을 상대하면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끌고 올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고민을 하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김연희를 만나는 게 먼저였다. 그녀를 통해서 활력단을 얻고, 그걸 이용해서 나명진을 상대하는 게 나았다.

그는 곧바로 김연희에게 연락을 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놀란 김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지, 지금이요?]

“네. 활력단 좀 얻었으면 하는데요.”

[아, 활력단. 알았어요.]

“그리고 보상으로 받기로 했던 던전도 같이요.”

[지금 던전까지 들어가실 생각인가요?]

“그건 만나서 얘기하죠.”

[알았어요. 지금 사람을 보낼…]

“제가 거기로 가죠. 그룹 본사로 가면 될까요?”

[예.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통화를 마친 그는 곧바로 자동차 키를 챙겼다.

지금은 김정우가 준 차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원룸을 나온 그는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낯선 시선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뭐지? 벌써 사람을 붙인 건가?’

이문후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낯선 시선이 느껴졌다. 높아진 감각으로 그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하지만 이문후는 내색하지 않았다.

‘차라리 잘 된 건가?’

미행이 붙은 거라면 나명진을 찾아서 움직이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따라붙는 사람들을 뒤로한 그는 모두를 무시하고 차에 올랐다. 지금은 김연희를 만나서 활력단을 확보하는 게 먼저였다.

***

‘그놈을 어떻게 끌어들이지?’

DS에게 받아야 할 보상 중에 일회성 던전이 남아 있었다.

그곳을 이용해서 나명진을 상대하는 게 좋았지만, 역시나 그놈을 던전 안까지 끌어들이는 게 문제였다.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빠아앙!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는 상념을 떨쳐냈다. 그리고 바뀐 신호를 확인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그때, 커다란 덤프트럭이 갑자기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부우우웅!

요란한 엔진음과 함께 들이닥치는 모습에 이문후는 급하게 엑셀을 밟았다. 하지만 앞에 있던 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그를 가로막았다.

‘뭐야? 설마?’

어느새 그의 뒤도 가로막혔다. 원룸을 나왔을 때 뒤따라오던 놈들이었다. 그가 물러나지 못하도록 앞뒤로 차를 막아선 게 분명했다.

그 사이, 옆으로 다가오던 덤프트럭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대낮에 보는 눈도 많았지만, 이들은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개자식들!”

이런 방식의 교통사고를 접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날 있었던 사고도 이런 방식과 비슷했다. 운전 부주의로 인한 뺑소니.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올린 이문후는 굳은 얼굴로 다가오는 트럭을 바라봤다. 그리고 거대한 차체가 측면을 덮치는 순간, 능력을 사용했다.

콰아앙!

콰과과과!

덤프트럭은 순식간에 페라리를 덮쳤다.

바닥에 깔린 페라리는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그대로 짓눌려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페라리 안에 타고 있는 운전자가 무사할 수 없는 큰 사고였다. 하지만 제때 순간이동을 사용한 이문후는 사고가 난 곳과 멀지 않은 곳으로 움직이며 이후의 상황을 모습을 지켜봤다.

‘이번에도 도망가는 건가?’

덤프트럭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곧바로 방향을 바꾸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이문후는 곧바로 트럭을 향해 내달렸다.

내공을 폭발시키며 나한보를 펼치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트럭을 따라잡았다.

“흐읍!”

다시 기운을 끌어올린 그는 봉을 꺼냈다.

내공을 머금은 봉이 순식간에 길어졌다.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곳곳에 쳐다보는 시선이 많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도망가는 덤프트럭을 잡는 게 먼저였다.

쐐에엑!

이문후는 그대로 봉을 찔러 넣었다.

길게 늘어난 봉이 달리는 덤프트럭의 바퀴를 꿰뚫었고, 굉음과 함께 커다란 차체가 휘청거렸다.

끼이이익!

균형을 잃은 트럭이 기울었다. 그 와중에 다시 한번 봉이 휘둘러지자, 결국 버티지 못한 트럭은 그대로 넘어지며 미끄러졌다.

콰앙! 콰과과과!

이문후는 기다란 흔적을 남기고 멈춘 트럭으로 다가갔다.

트럭을 멈추게 할 생각으로 힘을 쓴 게 생각보다 큰 사고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안에 있는 놈을 잡는 게 먼저였다.

“끄으윽!”

전복된 트럭에 탄 운전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벨트를 차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큰 사고를 일으켰다.

깜빵에서 썩고 싶지 않으면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네. 이번에는 잡을 수 있어서.”

“어, 어떻게?”

죽었어야 할 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문후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랐지만, 턱 막혀오는 숨에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크흡!”

이문후는 벨트에 의지해서 버티고 있던 운전사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괴력을 보이며 그를 차 밖으로 끄집어냈다.

이미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던 사내는 발버둥을 쳐봤다. 하지만 이문후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끄으윽.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몰라서 묻는 거냐?”

“미안합니다. 너무 경황이 없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때도 똑같이 대답하더라고.”

“…….”

“그놈이 시킨 거지?”

“예? 그게 무슨…”

“나명진.”

“모, 모릅니다. 그 사람이 누굽니까?”

운전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미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만큼 배후를 밝힐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추궁하지 않아도 이 사고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후우.”

이문후는 손에 잡힌 남자를 바라봤다.

30대로 보이는 덩치 큰 사내. 트럭을 모는 것보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게 더 어울렸다.

“큭. 고맙다.”

“갑자기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 어떻게 해야 나한테 피해가 덜 올지.”

“…….”

“근데, 확실히 마음을 정했어. 멍청하게 사람 같지도 않은 놈들을 사람처럼 대하려고 했던 것 같아.”

“자, 잠깐만요!”

사내는 이문후의 싸늘한 눈빛에 급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는 붙잡고 있는 남자의 몸에 내공을 흘려 넣었다.

“커헉!”

내부로 파고든 파괴적인 힘.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한 사내는 피를 뿜으며 무너졌다.

이문후는 발경을 사용해서 그를 처리했다. 어차피 사고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여기에서 죽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쓰러진 사람을 내려놓으며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 사고가 났어요. 뺑소니를 치려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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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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