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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76화 (76/126)

제 76화

악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떡하긴. 그냥 평소대로 하는 거지.”

“그놈들도 정규 던전에 드나들 수 있게 됐잖아. 그럼 뭐라도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니야?”

“달라질 게 뭐가 있어.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는데.”

“…….”

정민석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이문후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이문후가 권형태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혼자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그 대가로 던전의 정보와 그곳에서 얻은 물건의 일부를 대가를 받고 건네는 거래를 했다.

하지만 이제 그 특혜가 사라진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닌데.’

그 역시 정부에 속해 있는 상태였다.

되도록 이문후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중간에서 제대로 된 다리 역할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문후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생각이 깊어졌다.

“운전이나 똑바로 해라.”

“똑바로 하고 있잖아! 그나저나 그 새끼는 뭐냐?”

“누구?”

“조규종. 굳이 우리가 있는 던전으로 올 이유가 없잖아?”

던전은 많았다. 조규종과 처음 만났을 때도 다른 지역에 있는 정규 던전 근처였다.

정민석의 말대로 가까운 곳에 있는 던전을 두고 굳이 그들이 있는 곳까지 올 이유는 없었다.

“복수라도 하고 싶었나 보지.”

“복수?”

“그때 그랬잖아. 다음에 던전에서 보면 죽인다고.”

“미친놈. 그딴 이유로 여기까지 왔다고?”

“원래 그런 놈들이 유독 자존심이 강하잖아. 딴에는 내가 괘씸했나 보지.”

“그런 또라이가 또 있… 크흠.”

비슷한 놈을 떠올리던 정민석은 말을 아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문후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에서 굳이 그놈을 언급해서 좋을 건 없었다.

“아, 잠깐 편의점 좀 들린다?”

“편의점?”

“먹을 게 떨어졌어. 거기에 민영이 걔가 장사를 얼마나 잘하는지도 확인해 볼 겸 해서.”

“그래. 그게 좋겠네.”

“이 차 보면 깜짝 놀라겠다.”

정민석은 그 반응이 기대된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그가 몰고 있는 차는 김정우가 이문후에게 준 페라리였다. 여동생이 이 차를 보고 무슨 말을 할지 기대가 됐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이문후 씨?]

“무슨 일이세요? 직접 연락을 다 주시고?”

[던전에 들어갔다 오셨다고 해서요. 몸은 괜찮은지 안부 차 연락드린 거예요.]

“…….”

이문후는 안부를 묻는 김연희의 연락에 쓰게 웃었다.

갑자기 연락을 준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미 DS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김연희가 직접 연락을 할 줄은 몰랐다.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

[…….]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이렇게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처음인 만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김연희도 다른 목적이 있었지만, 좀처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럼 그만 끊겠…”

[잠깐만요! 뭐가 그렇게 급해요?]

“또 무슨 용건이 있나요?”

이문후는 일부러 모른체하며 상대의 반응을 살폈다.

[활력단이요. 그것도 줘야 하고, 일회성 던전을 보상으로 넘겨야 하잖아요.]

“그건 뭐 나중에 따로 얘기하죠. 지금은 조금 피곤해서요.”

[그리고… 이번에 던전에서 가지고 나온 게 많다고 들었거든요.]

확실히 DS의 정보력은 뛰어났다. 밖으로 나온지 채 1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일부는 DS에 넘길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좀 신경을 써주셨으면 해서요.]

역시나 던전에서 얻은 부산물들이 주된 목적이었다.

이미 이런 이유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던 이문후는 여유롭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시죠.”

[예?]

“이번에는 물량 대부분은 DS에 넘기는 걸로 하죠.”

[정말인가요?]

너무나 쉬운 결정에 김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무리 부산물의 주인이 이문후라고 하지만, 그 역시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예. 지금 권형태 팀장님이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곳 하고 연락을 하면 될 것 같네요.”

[…….]

“제가 팀장님에게는 따로 연락을 넣을 테니까, 물건은 DS쪽에서 사람을 보내세요.”

[고, 고마워요.]

“고맙긴요. 어차피 대가를 받는 건데요.”

이런 식으로라도 정부 쪽에 어필을 할 생각이었다.

정민석의 말처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다른 거래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전에 자신이 호구가 아니라는 걸 인식시켜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으니까.’

딱히 아쉬울 게 없었다.

어차피 다시 던전에 들어갈 일도 없었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면서 몸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그 사이, 정부에서도 다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신전 그룹의 조규종이 움직인 만큼 DS나 다른 대기업도 움직일 게 뻔했다.

여차하면 DS와 함께 움직이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그럼 바로 사람을 보낼게요.]

“네. 그렇게 하세요.”

[활력단은 최대한 구하고 있어요. 비전의 서도 구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런가요?”

[아무튼 조만간 다시 연락 주세요.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알겠습니다.”

DS와의 관계를 더 키울 필요가 있었다.

이들 역시 대기업이었고, 신전 그룹과 경쟁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 있을래? 아니면 같이 갈래?”

통화를 하는 사이, 정민석의 편의점에 가까워졌다.

이문후는 핸드폰을 집어넣으며 문을 열었다. 좁은 보조석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같이 가. 오랜만에 민영이 얼굴도 보고.”

“그 못생긴 얼굴 봐서 뭐하게?”

“너랑 닮았잖아.”

“지랄! 나는 남자고 걔는 여자…”

장난스럽게 말을 하던 그는 편의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정장을 입고 있는 놈들이 편의점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저 새끼들 뭐야? 그때 그 조폭 새끼들이지?”

“…….”

예전에 시비가 붙었던 놈들이었다.

이문후에게 팔이 부러졌던 오주완이 조폭들을 대동하고 다시 몰려온 게 분명했다.

“미친 새끼들이!”

안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정민영을 본 정민석은 흥분하며 그대로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갔다.

***

“이 새끼들. 뭐야?”

“오빠!”

정민영은 안으로 들어오는 정민석을 반겼다.

커다란 덩치를 가진 놈들이 편의점에서 나가지 않고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크게 소란을 피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가질 않으니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랜만이다?”

“이 새끼. 정신 못 차렸네. 뭐하자는 거냐?”

“뭐하긴 뭘 해? 그냥 라면 좀 먹으려는 것뿐인데.”

“…….”

“우리도 손님이야. 이 새끼야. 손님!”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은 오주완이었다.

부러진 팔이 나았는지 그는 멀쩡한 모습으로 정민석과 마주했다.

“그 새끼는 어딨냐?”

“그 새끼?”

“내 팔 부러뜨렸던 놈. 그 새끼 어디 있냐고?”

그는 이문후를 찾고 있었다.

정민석은 이런 오주완의 모습에 실소를 흘렸다. 아직 이문후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새끼. 뭔가 달라진 건가?’

예전에 봤던 오주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은연중에 느껴지는 그의 힘이 평범한 사람과는 또 달랐다.

“너도 플레이어냐?”

“크큭. 왜? 그 새끼만 하라는 법 있냐? 그때 그 새끼가 각성을 했었던 거지?”

오주완은 팔이 부러졌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이문후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원래부터 운동을 했던 놈이라 몸놀림이 남달랐다고 생각했지만, 각성을 했었던 게 분명했다.

그때는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무작정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새끼 불러!”

“그냥 가라. 괜히 다치지 말고.”

“다쳐? 씨발, 죽고 싶냐?”

오주완은 도끼눈을 뜨며 정민석을 노려봤다. 그리고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품에서 사시미를 꺼냈다.

“어차피 네가 다치면 그 새끼가 오겠네. 맞지?”

“양아치 새끼.”

“하! 이 새끼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

“나는 왜 찾아? 이번에는 다리도 부러뜨려 줘?”

이문후의 말에 오주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날 양팔이 모두 부러졌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다. 그 말에 저절로 몸이 움츠려들었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따라 나와!”

이문후에게 꿀릴 게 없었다.

이제는 그 역시도 각성을 했다. 거기에 지금 같이 온 놈들 대부분이 초능력 같은 힘을 얻은 상태였다.

‘그때하고는 다르지!’

각성을 한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그에 비해서 이문후는 혼자였다.

‘아니지. 이놈도 각성을 했나?’

정민석의 모습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어쩌면 그 역시도 각성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래봤자 고작 두 명뿐이었다.

‘긴장하지 마! 어차피 나명진이 뒤를 봐준다고 했으니까.’

뒤에 나명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다.

그와의 약속을 떠올린 오주완은 뒤따라오는 이문후를 바라보며 각오를 다졌다.

‘어차피 조건은 똑같아!’

아직 이문후에 관한 소문을 알지 못했다.

조규종에 버금가는 괴물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게 이문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는 잘도 우리를 속였겠다?”

“속이긴 뭘 속여?”

“너는 뒤졌다!”

오주완은 사시미를 겨누며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문후는 덤덤했다.

“뭐해? 조져!”

그의 명령에 조폭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이문후는 작은 단봉을 꺼내며 내공을 불어넣었다.

파스스스.

기운을 머금은 봉이 길게 늘어났다.

갑자기 생겨난 무기에 달려들던 조폭들이 움찔거렸지만, 그냥 몽둥이만 손에 생겼을 뿐이었다.

“이 새끼.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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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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