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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72화 (72/126)

제 72화

건곤대나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죽일 듯이 싸우던 두 놈이었다. 하지만 싸움을 멈춘 둘은 이문후를 노려봤다.

‘뭔가 이상한데.’

이문후는 강렬한 살기에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둘에게는 오랜 시간 영역 다툼을 해오던 숙적보다 앞에 있는 이문후를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몰래 숨어서 동족을 처리하는 이문후의 모습이 달가울 리 없었다.

이제 남아 있는 수하들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둘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크아아!”

웨어 울프는 괴성을 내지르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문후는 달려드는 웨어 울프를 피하면서 주먹을 뻗었다.

쐐에엑! 콰앙!

황금빛 권기가 다가오는 웨어 울프를 향해 날아가기 무섭게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웨어 울프는 멀쩡했다. 그래도 조금의 충격은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검기 같은 건가?’

웨어 울프의 손톱에는 핏빛 기운이 맺혀 있었다.

그 기운 역시 권기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다시 한번 은빛 섬광이 날아왔다.

터엉!

이문후는 급하게 날아오는 섬광을 쳐냈다.

상당한 힘이 실려 있었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원숭이의 공격을 흘릴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식으로 시선을 빼앗기는 것 자체가 다른 놈에게 기회를 주는 꼴이었다.

촤아악!

곧바로 웨어 울프의 손톱이 날아왔다.

급하게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지만, 손톱에 맺힌 유형화 된 기운에 그가 있던 공간이 찢겨 나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원숭이의 공격은 쉬지 않고 날아들었다. 놈은 길게 늘어나는 봉의 이점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었다.

그 공격을 막아내느라 잠깐 주춤거리면 곧바로 웨어 울프가 달려들었다.

앙숙이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먼저 지치겠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런 그의 시선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다른 놈들이 들어왔다.

두 우두머리의 싸움이 그치자, 그 수하들도 싸우는 것을 멈췄다. 싸움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놈들은 언제라도 달려들 것처럼 이문후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적의 어린 시선.

주변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오히려 이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파앗!

좋은 생각을 떠올린 이문후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곧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평범한 웨어 울프의 뒤를 잡았다.

“크아앙!”

갑자기 사라진 그가 애먼 곳에서 나타나자 붉은 털을 가진 놈이 경고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그 경고에 반응을 하기에는 이문후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뻐억!

곧바로 뒤를 잡은 그는 웨어 울프의 머리를 부쉈다.

내공을 가득 두른 채 힘을 아끼지 않자, 놈은 힘없이 무너졌다.

“우끼이!”

바로 옆에 있던 원숭이는 깜짝 놀라며 그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다른 놈들도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리가 벌어져 있는 우두머리를 대신해서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이런 상황을 원했다.

부우웅! 촤아악!

그는 날아오는 몽둥이와 손톱을 피했다.

우두머리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 공격을 피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는 헛손질을 하는 놈들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달려오는 웨어 울프의 팔을 붙잡으며 균형을 잃은 원숭이의 등에 꽂아 넣었다.

“끼아악!”

상처를 입은 원숭이의 비명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정작 공격을 하게 된 웨어 울프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바로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터엉!

웨어 울프를 밀어낸 이문후는 뒤이어 달려오는 원숭이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리고 균형을 잃은 원숭이를 밀어내며 웨어 울프를 공격하게 만든 것이다.

싸움이 난전으로 변하게 되면서 이문후는 여유를 되찾았다. 4성의 건곤대나이로 얻게 된 유능제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악!”

“끼아악!”

이문후가 공격을 흘리면서 서로를 공격하게 되자, 멈췄던 두 종족의 감정이 다시 격화됐다.

놈들은 다시 서로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이문후에게 향하던 공격이 다시 방향을 바꿨지만, 두 우두머리의 외침과 함께 다시 감정을 가라앉혔다.

아우우우!

우끼끼이!

뒤쫓아온 우두머리가 그들을 떼어놨다.

다행히 그들의 의도는 통했지만, 머뭇거리는 사이 이문후는 그만큼의 이득을 취했다.

콰앙!

그의 주먹에 원숭이 한 마리가 무릎을 꿇었다.

서로를 공격하게 되자 놈들의 움직임이 무뎌졌고, 이문후는 이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쐐에엑!

동족의 고통에 뒤에 있던 우두머리가 급하게 봉을 찔러 넣었다. 분노를 담한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찔러 들어오는 봉을 밀어냈다.

터엉!

여태껏 봤던 공격들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봉을 쳐낸 손이 얼얼할 정도였지만, 놈의 공격은 그가 아닌 웨어 울프의 가슴에 꽂혔다.

“쿠엑!”

유능제강의 힘이었다.

날아오는 공격 대부분을 이런 식으로 흘릴 수 있었다. 오히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자 놈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하는 게 가능했다.

죽은 동족의 모습에 분노한 우두머리 웨어 울프도 곧바로 그에게 다가왔다.

쉬이익!

손톱에서 길게 늘어난 붉은 기운.

열 개의 검기 같은 힘이 이문후를 노렸다. 하지만 나한보를 펼친 그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흘렸다.

이문후는 오히려 놈을 유혹하듯 움직였다.

그리고 흥분한 우두머리 웨어 울프는 빠르게 손톱을 휘저으며 그를 공격했다.

촤아악!

앞을 가로막은 것들이 모두 잘려나갔다.

그만큼 손톱의 위력은 강력했지만, 주변에 있던 원숭이들도 그 공격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우끼이이!”

위태로운 동족의 모습에 감정을 억누르고 있던 우두머리 원숭이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웨어 울프가 주춤거렸지만, 이문후는 곧바로 옆에 있는 원숭이를 잡아당겼다.

“키익?”

강한 완력에 밀린 원숭이가 웨어 울프의 앞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이문후는 주먹을 뻗으며 권기를 날렸다.

“크아아!”

정면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기운에 웨어 울프는 손톱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문후는 다시 그 순간을 노리며 원숭이를 밀어 넣었다.

촤아악!

원숭이가 웨어 울프의 손톱에 찢겨 나갔다.

아쉽게도 죽은 원숭이의 경험치는 가져갈 수 없었지만, 지금은 한 놈을 더 줄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끼아아아!”

흥분한 대장 원숭이의 눈에 핏발이 섰다.

또다시 동족이 죽자 노기를 드러냈지만, 그 분노가 향한 쪽은 웨어 울프가 아닌 이문후였다.

놈은 봉을 찔러 넣으며 이문후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우두머리 웨어 울프의 손에 수하가 죽었지만, 옆에서 지켜본 만큼 원흉은 이문후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콰앙!

이문후는 날아오는 봉을 쳐냈다. 하지만 이번에 날아온 공격은 평범하지 않았다.

‘크윽!’

분노한 우두머리 원숭이 역시 유형화 된 기운을 사용했다.

봉에 실린 은빛 기운에 공격을 받아낸 그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아릿한 고통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 그가 밀려나기 무섭게 붉은 털을 가진 놈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서걱!

급하게 뒤로 물러났지만, 놈의 손톱을 완전히 피할 수 없었다.

살짝 베인 가슴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어느새 웨어 울프의 붉은 손톱은 더 길게 자라나 있었다.

두 놈이 온전한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의외로 잘 맞는 둘의 호흡에 이문후는 이를 악물었다.

‘그냥 한 놈을 먼저 죽이는 게 좋겠어.’

이대로라면 먼저 쓰러지는 쪽은 본인이 될 것 같았다.

두 종족이 손을 잡은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날아오는 공격을 흘리면서 두 무리가 다시 반목하기를 바랐지만,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투욱!

그는 나한보를 밟으며 순식간에 웨어 울프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아껴뒀던 극독을 준비했다.

손끝으로 모이는 치명적인 기운.

작은 생채기만 내도 상대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붉은 털의 웨어 울프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쿠오오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은 놈은 뒤로 물러나며 이문후를 노렸다.

활짝 벌린 입으로 붉은 기운이 몰려들었다.

심상치 않은 힘에 이문후는 급하게 주먹을 뻗었지만, 그 순간 은빛 섬광이 날아왔다.

‘망할 원숭이!’

뒤에 있던 우두머리 원숭이가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다.

웨어 울프를 대신해서 앞을 가로막은 놈은 기운을 잔뜩 실은 봉을 휘두르면서 이문후의 주먹을 막아냈다.

터엉!

강한 힘이 부딪쳤다. 그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지만, 원숭이는 충격을 버텨내며 이문후를 향해 발을 뻗었다.

터엉!

기예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이 당혹스러웠지만, 이문후는 팔을 들어서 놈의 발을 막아냈다.

큰 충격은 없었다.

불안한 자세라 제대로 된 힘이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놈이 원하는 것은 충격을 주는 게 아니었다.

원숭이의 발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기다란 발가락은 손가락과 다르지 않았다. 팔을 움켜쥔 놈은 꼬리를 움직이며 그의 발까지 휘감았다.

‘미친!’

졸지에 놈에게 묶이게 된 이문후의 시선이 웨어 울프에게 향했다.

콰과과과!

공격을 준비하던 놈의 입에서 붉은 기운이 쏟아졌다.

브레스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 핏빛 같은 붉은 기운이 이문후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문후는 곧바로 웨어 울프의 머리 위로 시선을 돌리며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몸에 부담이 가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침묵의 영향으로 스킬 사용이 제한됩니다.]

‘치, 침묵?’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그런 그의 눈에 원숭이의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원숭이의 재수 없는 표정.

앞에 있는 놈이 침묵을 건 게 확실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스킬은 사용할 수 없는 그에게 웨어 울프의 브레스가 날아왔다. 하지만 이문후는 포기하지 않았다.

“건방진 원숭이 새끼!”

“우끼?”

그는 오히려 원숭이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서 놈을 끌어당겼다.

“끼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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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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