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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70화 (70/126)
  • 제 70화

    새로운 놈들

    던전 안에서도 서로 간의 영역이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이문후가 서 있는 곳은 웨어 울프들의 영역이었다.

    정신없이 도망가다 보니 다른 놈들의 구역까지 들어온 것이다.

    동족을 암습한 인간을 잡는데 정신이 팔린 원숭이들도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웨어 울프들의 공격에 하연 털 원숭이들도 다른 놈들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시기가 너무 너무 늦었다.

    콰아앙!

    검은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그들을 덮쳤다.

    파도가 밀려들 듯 들이닥치는 놈들의 공격에 원숭이들의 피해가 커졌다.

    집중을 해도 쉽지 않은 상대였다.

    하물며 이문후에게 정신이 팔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콰직!

    웨어 울프의 뾰족한 송곳니가 원숭이들의 목덜미를 물어 뜯었다. 놈들의 거친 공격에 원숭이들은 손도 쓰지 못하고 밀려났다.

    “크아아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원숭이들의 모습에 이문후와 대치하고 있던 우두머리가 나섰다.

    크게 포효한 놈은 손에 쥔 봉을 거두며 웨어 울프들을 향해 다가갔다. 지금은 앞에 있는 인간보다 무리의 옆을 치고 있는 웨어 울프들을 상대하는 게 먼저였다.

    “캐앵!”

    우두머리 원숭이가 휘두른 봉이 달려들던 웨어 울프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한 번에 원숭이의 목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강한 웨어 울프였지만, 우두머리의 공격에 힘없이 튕겨져 나갔다.

    대장 원숭이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연신 봉을 내지르며 밀리는 원숭이들을 도왔고, 공격을 감행하던 웨어 울프들의 기세가 꺾였다.

    ‘서로 싸우는 건가?’’

    갑작스러운 웨어 울프들의 개입으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얀 털 원숭이나 웨어 울프나 그에게는 똑같은 몬스터였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무리의 싸움은 도망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파앗!

    이문후는 곧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어설프게 움직이는 것보다 은밀하고 확실하게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그 생각이 주효했는지, 누구 하나 그에게 관심을 주는 놈이 없었다. 순식간에 싸움 현장에서 벗어난 그는 대치하고 있는 두 무리를 지켜봤다.

    캐앵!

    대장 원숭이는 뛰어난 무용을 보였다.

    놈이 손을 뻗을 때마다 들고 있던 봉이 웨어 울프를 쓰러뜨렸다.

    그가 들고 있던 봉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길게 늘어났고, 다시 줄어들기를 반복하면서 거리를 조절했다. 거기에 끝이 날카롭게 변하거나 끝부분의 형태가 달라지면서 웨어 울프들을 도륙했다.

    ‘저런 무기였어?’

    급하게 도망가면서 날아오는 봉을 피해냈기 때문에 자세히 살필 경황이 없었다.

    지금 보니 나름 선방을 한 것 같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대장 원숭이의 힘은 강력했지만, 웨어 울프들 쪽에서도 비슷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놈이 나타났다.

    “크르르.”

    경계하는 웨어 울프들이 뒤로 물러나자 한 놈이 앞으로 나섰다. 다른 웨어 울프들보다 훨씬 큰 덩치를 가진 놈이었다.

    ‘저놈이 대장인가?’

    앞으로 나온 놈은 다른 웨어 울프들과 다르게 붉은 털을 가지고 있었다. 입술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송곳니도 유난히 커 보였다.

    “크아아아!”

    “크아앙!”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둘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커다란 덩치를 가진 둘이 부딪치자, 주변에 있던 놈들도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 거야?’

    견원지간이라는 말처럼 개와 원숭이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웨어 울프들은 원숭이들의 털을 뜯어냈고, 원숭이들도 기다란 팔을 휘두르며 늑대들을 두드려팼다.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이미 원숭이들은 이문후의 존재를 잊은 것 같았다.

    ‘나를 신경 쓰는 게 더 이상한 건가?’

    운이 좋았다.

    필사적으로 도망을 친 곳이 늑대 인간들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놈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지긋지긋한 원숭이들과의 추격전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생각을 달리했다.

    ‘잠깐! 어차피 둘이 화해할 것 같지는 않잖아?’

    피를 튀기며 싸우는 놈들의 흉흉한 모습을 보면 어느 한쪽을 전멸시킬 기세였다.

    이 상황을 이용한다면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걸 어부리지라고 해야 하나?’

    잠행이라는 능력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안전을 생각하면 이 자리를 피하는 게 좋았지만, 지금은 과감해야 할 때였다.

    고민하던 그는 결정을 내리며 활력단을 삼켰다.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해야 할 경우도 염두에 둬야 했다. 원숭이를 피해서 도망을 가느라 많은 체력을 소진한 만큼 체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다.

    순식간에 활기가 돌았다.

    사기적인 효능에 만족한 그는 가까이에서 싸우는 놈들을 바라봤다.

    엉켜 있는 두 놈의 싸움은 치열했다.

    용호상박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날카로운 손톱을 앞세운 웨어 울프는 원숭이의 목을 노렸고, 원숭이는 기다란 팔로 웨어 울프의 손을 가로막으며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비슷한 힘을 가진 두 무리의 격돌.

    이문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는 곧바로 웨어 울프의 뒤로 돌아갔다.

    하얀 털 원숭이는 재생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실수를 하더라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없었다. 하지만 웨어 울프는 상대적으로 회복력이 덜했다.

    나름 합리적인 이유로 놈의 뒤를 잡았다. 하지만 손을 뻗기도 전에 웨어 울프의 고개가 돌아갔다.

    “크르르!”

    붉은 눈이 그를 쏘아봤다.

    잠행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정확히 이문후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아!’

    놀란 그의 눈에 벌렁거리는 웨어 울프의 코가 가득 들어왔다. 이문후는 뒤늦게 자신이 발각된 이유를 깨달았다.

    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웨어 울프였기 때문에 후각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잠행을 유지하고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냄새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뭘 야려!”

    이문후는 날카로우 눈빛을 무시하며 손에 쥔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

    급소를 찔린 웨어 울프는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이미 원숭이와 싸우면서 손이 묶인 상태였다.

    갑자기 상대를 잃은 원숭이는 당황한 듯 웨어 울프와 이문후를 번갈아 바라봤지만, 곧바로 쇄도하는 이문후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앞을 막았다.

    ‘확실히 영악하다니까!

    원숭이는 죽은 웨어 울프를 방패로 삼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오히려 이문후를 더 편하게 만들었다.

    잠행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방향을 바꿨다.

    “우끼?”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공격이 없자, 원숭이는 의아해하며 웨어 울프의 시체를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이문후의 손이 원숭이의 머리를 두드렸다.

    퍼석!

    손에 가득 담긴 내공이 놈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내부를 뒤흔든 커다란 충격에 놈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이문후는 호흡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크아아아!”

    계속해서 혼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흐린 달빛에 의지해 놈들의 위치를 확인한 이문후는 잠행을 이어가며 빠르게 놈들의 수를 줄였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하얀 털 원숭이가 쓰러지고, 다시 웨어 울프가 목숨을 잃었다. 내공을 불어 넣은 단검은 너무나 쉽게 두 몬스터의 급소를 꿰뚫었다.

    서로 싸우는 와중에 당한 기습이라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혈향에 그의 냄새까지 옅어지자, 웨어 울프도 더 이상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이건 완전히 꿀인데?‘

    경험치 구슬이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자존심 강한 두 종족의 전쟁에 스며든 그는 너무나 쉽게 놈들을 상대했다.

    ***

    그는 빠르게 모이는 경험치 구슬을 확인했다.

    ’이제 29개. 하나만 더 얻으면 30개네!‘

    웨어 울프들의 개입으로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문후는 치열하게 부딪치는 서로 다른 두 종족 사이에서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4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꿀꺽.

    부족한 체력을 다시 활력단으로 채웠다. 그리고 수분까지 섭취하며 몸의 상태를 최대한 끌어 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무리의 싸움이 조금씩 끝나가고 있었다. 서로 대립하는 건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문후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이문후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활력단을 아끼지 않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건곤대나이의 성취만 올릴 생각이었다.

    이문후는 곧바로 움직였다.

    나한보를 밟으며 가까이에 있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다시 한번 기습을 감행했다.

    “크아아!”

    이미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던 웨어 울프는 원숭이와의 싸움을 뒤로하고 이문후를 노렸다.

    촤아악!

    날카로운 손톱이 달려드는 그를 향해 날아왔지만, 이문후는 순간 걸음을 멈추며 어렵지 않게 공격을 흘렸다.

    우두둑!

    그 순간, 웨어 울프의 허리가 꺾였다.

    처음부터 놈과 싸우던 원숭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 없었다.

    “크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이문후는 다시 바닥을 박차며 웨어 울프를 뛰어넘었다.

    “우끼?”

    승리를 확신한 원숭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 웨어 울프를 뒤로하고 그를 향해 다가왔다.

    터엉!

    이문후는 곧바로 기운을 토해냈다.

    이미 수많은 싸움으로 원숭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체득이 된 상태였다.

    원숭이에게 달라붙은 그는 머리를 노리며 손을 뻗었고, 기운을 방출하며 놈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이문후는 놈이 쓰러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쓰러진 웨어 울프에게 몸을 돌렸다.

    이미 원숭이에게 당해서 몸을 가누지 못한 놈이었다.

    퍼억!

    곧바로 주먹을 뻗으며 마지막을 처리하자, 원하던 경험치가 모두 채워졌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30개의 경험치 구슬.

    그는 곧바로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렸다.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4성으로 올랐습니다.]

    [사용 가능한 스킬의 수가 늘어납니다.]

    [유능제강(柔能制剛)의 무리를 습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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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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