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69화 (69/126)

제 69화

새로운 놈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암습을 당한 놈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마치 처음부터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쓰러진 채 깨지 않았다.

‘잠행 스킬도 사기네.’

경각심을 가지고 있을 텐데도 이렇게 들키지 않을 정도라면 스킬 자체가 대단했다. 물론, 높은 스탯에 영향을 받았지만, 이 스킬이 없었다면 이런 식의 움직임은 불가능했다.

“우끼?”

갑자기 동료가 주저앉자, 옆에 있던 원숭이는 의아한 눈으로 동료를 바라봤다. 긴장해도 모자랄 판에 저렇게 눕는 모습에 화가 난 놈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동료에게 다가갔다.

“우…”

뭔가를 말하려던 그 순간,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달려오는 인영에 깜짝 놀란 놈은 뒤로 물러나며 팔을 들어 올렸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런 반응을 예상한 이문후는 놈의 행동을 무시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투웅!

진각을 밟으며 내뻗은 손에서 내공이 빠져나갔다. 동시에 원숭이의 몸이 크게 꺾였다.

“쿠웩!”

피를 토하며 무너지는 놈의 얼굴에 다시 이문후의 손이 닿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펼친 발경에 남아 있던 원숭이가 무너졌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완성하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놈들의 수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만큼 많이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리는 것도 그렇게 멀지 않아 보였다.

‘이건 꼭 경험치 이벤트 같은데?’

부족한 체력은 활력단으로 채울 수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잠행의 효과도 더 좋아졌다. 이 상황을 이용해서 계속 원숭이를 처리한다면 다량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다른 목표를 찾았다.

다시 자세를 낮추며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이문후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두운 숲이라 더욱 신중해야만 했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움직인 그는 따로 떨어져 있는 원숭이를 발견했다.

어둠 속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하얀 털.

요령을 찾은 그는 앞에 있는 놈의 사각지대를 찾았다.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네.’

이제는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 죽은 원숭이들의 수가 가볍게 두 자리를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싸움이 익숙해지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파앗!

뒤로 돌아간 그는 곧바로 원숭이를 향해 달려갔다.

약점을 찾은 만큼 과감하게 움직였지만, 놈의 뒤를 잡는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뭐지?’

익숙한 감각이었다. 잠행이라는 스킬을 남겼던 놈이 그를 기습했을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이상함을 느낀 이문후는 힐끗 위를 쳐다봤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위쪽이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흐릿한 달빛만 은은하게 비출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데 왜?’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찝찝한 느낌에 그는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옆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그를 덮쳤다.

‘미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이었다.

거대한 그림자는 그가 물러나는 것까지 고려했는지 곧바로 뒤따라오면서 기다란 무언가를 휘둘렀다.

부우웅!

강한 풍압이 느껴졌다. 반응할 새도 없이 다가온 기다란 막대에 이문후는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쿠웅!

곧바로 그가 있던 자리가 터져나갔다. 동시에 검은 그림자에서 날카로운 안광이 피어올랐다.

‘대장 원숭이다!’

이문후는 뒤늦게 놈의 정체를 파악했다.

흉흉한 눈빛을 가진 놈은 하얀 털 원숭이를 이끄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놈은 낮에 봤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설마, 숨어서 나를 기다린 건가?’

대장 원숭이 역시 하얀 털을 가졌다. 오히려 다른 원숭이들보다 더 순결해 보일 정도로 새하얀 놈이었지만, 지금은 온몸이 검은색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새까만 재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놈이 일부러 위장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문후는 높은 지능에 깜짝 놀랐다.

‘지독한 놈이잖아?’

일부러 수하 원숭이를 미끼로 삼은 것 같았다.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계속 죽어 나갔지만, 오히려 앞에 있는 놈은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앞에 있는 놈도 그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잠행을 사용하고 있는 건가?’

목표로 했던 원숭이와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었지만, 놈이 다가올 때까지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우우우우!”

공격에 실패한 놈은 괴성을 질렀다. 주변에 있는 다른 원숭이들을 불러모으는 소리였다. 이미 한 차례 쫓긴 경험이 있던 이문후는 점점 커지는 원숭이들의 소리에 뒤로 내달렸다.

‘함정을 파놓을 줄이야!’

이렇게까지 대책을 세워놓았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다행히 순간이동을 아끼고 있어서 급한 공격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몰려오는 원숭이들이 문제였다.

“우끼끼끼!”

“우끼이!”

놈들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그를 옥죄어왔다.

이미 발각이 된 만큼 놈들의 시선을 피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바로 뒤따라오는 대장 원숭이가 문제였다.

쉬이익!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놈은 손에 쥔 기다란 막대기를 찔러 넣으며 그를 공격했다.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게 아니었다. 마치 작살로 물고기를 노리는 것처럼 예리한 찌르기로 이문후를 공격했다.

파앗!

이문후는 급하게 바닥을 박차며 나한보를 펼쳤다.

곧바로 방향을 바꾸며 놈을 따돌리려고 했지만, 숲에서 원숭이를 따돌리는 건 쉽지 않았다.

휘이익!

나무기둥을 발판삼아 몸을 돌린 놈은 곧바로 그를 뒤따라왔다.

거기에 나무를 탄 놈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그가 도망갈 만한 퇴로를 모두 가로막았다.

‘너무 방심했나?’

작정을 한 원숭이들의 행동에 이문후는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간다면 아무리 나한보와 내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놈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여기에서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조금 부담은 되겠지만, 놈들의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게 먼저였다.

“우끼이이!”

목표했던 인간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에 놈은 만족한 듯 소리쳤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던 한 놈이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끼이아앗!”

괴성과 함께 뛰어든 놈은 기다란 팔을 앞세웠다.

이문후를 잡기만 한다면 근처에 있는 동료들이 몰려들 거라는 사실에 과감하게 움직인 것이다.

제법 빠른 돌진이었다.

날랜 움직임에 이문후는 자리를 지키며 놈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냈다.

터엉!

강한 힘이 그를 짓눌렀다. 하지만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이미 원숭이와 부딪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놈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놈의 공격을 받아냈다.

“끼아아!”

원숭이와 엉키기 무섭게 주변에 있던 놈들이 달려들었다. 놈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피라냐 떼처럼 무작정 뛰어들며 힘을 보탰다.

“끼요오오!”

“끼아아아!”

주변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흥분한 놈들은 이문후가 있던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던 대장 원숭이는 이상함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봤다.

“우끼?”

앞에 있어야 할 인간의 냄새가 희미해졌다.

쿠웅!

대장 원숭이는 들고 있는 봉으로 바닥을 후려쳤다.

커다란 굉음과 진동에 흥분한 원숭이들은 순식간에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놈들도 중심에 있어야 할 인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끼이!”

이문후와 처음 힘겨루기를 했던 원숭이가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게거품을 문 채 쓰러진 원숭이는 이미 목숨을 잃은 이후였다.

킁킁! 킁킁!

이문후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대장 원숭이는 그의 냄새를 좇았다. 다시 한번 눈앞에서 수하를 죽인 놈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킁킁!

완벽한 덫에서 빠져나간 놈이었지만, 반대 방향에서 나는 희미한 냄새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끼아아앗!”

이문후를 발견한 놈은 크게 소리치며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사사삭!

검은 그림자가 나무를 타며 빠르게 쫓아오기 시작했다.

순간이동으로 원숭이를 피한 이문후는 곧바로 뒤쫓아오는 원숭이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뭐가 저렇게 빠른 거야?’

이대로라면 다시 잡힐 수밖에 없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힘을 아끼지 않고 도망가는 것뿐이었다.

타다닥!

그는 내공을 끌어 올리며 미친 듯이 나한보를 펼쳤다.

이렇게나마 보법을 펼쳐야 게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다행히 앞을 가로막는 놈들은 없었다. 하지만 나무를 타며 움직이는 놈을 떨쳐내지는 못했다.

파앗!

그는 다시 한번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뒤따라 붙은 놈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순간이동을 펼치며 잠행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뒤따라오는 원숭이를 확인했다.

‘뭐지?’

정확히 자신을 쫓아오는 놈의 모습에 의구심이 생겼다.

뭔가 모르는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크윽!’

그는 다시 바닥을 밀어내며 속도를 끌어 올렸다.

그 와중에 활력단을 입으로 가져갔다. 연거푸 사용한 순간이동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진한 체력을 빠르게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

쉬이익! 터엉!

사력을 다해서 도망을 쳤지만, 대장 원숭이를 떨쳐낼 수 없었다. 결국,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에게 잡힌 그는 날아오는 놈의 봉을 쳐내야만 했다.

“자기가 무슨 손오공이냐고!”

원숭이는 기다란 봉을 휘둘렀다.

마치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르는 것 마냥 능숙하게 봉을 휘두르며 그를 압박했다.

그가 발목을 잡힌 사이, 다른 원숭이들이 모여들었다.

일대일로도 힘든 상황에서 다른 놈들까지 끼어든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놈한테 극독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앞에 있는 대장 원숭이에게 극독을 썼다면 상황을 훨씬 유리하게 끌고 갔을 것 같았다.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서 처음 붙잡은 놈에게 극독을 사용했던 게 너무 아쉬웠다.

“후우.”

이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뿐이었다.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순간이동도 막힌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덤벼!”

이문후는 호기롭게 소리쳤다. 하지만 원숭이가 아닌 다른 놈들이 그의 외침에 화답했다.

아우우우!

근처에서 들리는 또 다른 소리.

갑자기 튀어나온 검은 그림자들이 모여드는 원숭이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순식간에 휩쓸리는 원숭이들의 모습이 놀라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원숭이들을 공격한 놈들의 정체였다.

“늑대? 아니, 늑대 인간인가?”

거친 털을 가진 놈들은 반인반수의 괴물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놈들은 그렇게 원숭이들과 치열하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