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화
새로운 놈들
이문후의 경고와 함께 앞에 있는 놈들이 달려왔다.
기다란 팔과 하얀 털을 가진 놈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며 빠르게 가까워졌다.
“저게 뭐야? 원숭이잖아!”
“워, 원숭이?”
“하얀 털 원숭이야. 맷집이 강한 놈들이니까 방심하지 마!”
나경민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그가 알고 있는 것들을 설명했다. 대충 주의할 점을 알려줬지만, 그것만으로는 놈들을 모두 설명하기 힘들었다.
“끼이야아!”
달려오던 세 놈 중에 한 놈이 들고 있던 몽둥이를 내던졌다. 둥근 원을 그리며 날아온 몽둥이는 정확히 그들이 서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콰앙!
말이 몽둥이였지, 두꺼운 나무기둥이었다.
그만큼 앞에 있는 놈들의 덩치는 컸다. 2m 이상의 큰 키와 덩치를 가진 놈들은 두꺼운 나무기둥을 막대기처럼 들고 달려왔다.
덩치가 큰 만큼 힘도 강한 놈들이었다.
고블린 정도의 생명체는 그냥 찢어버릴 정도로 악력이 높은 놈들은 지능도 있어서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나랑 경민이, 유리가 한 놈을 맡을 게!”
“그럼 제가 민석 씨를 도울게요.”
“나도 돕겠네.”
“그럼 문후 씨는…”
“남은 놈은 내가 맡죠.”
자연스럽게 팀이 나뉘었다.
이문후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그에게 한 놈을 맡겼다.
이문후도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일대일로 부딪치면서 앞에 있는 놈의 습성이나 전력을 파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얀 털 원숭이라. 고블린이 사라지니까 여기까지 나타난 건가?’
여기에서 놈들을 만난 게 우연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고블린이 사라지면서 사냥감이 줄어든 게 원인인 것 같았다.
게임 내에서도 쉽지 않은 놈들이었다.
나경민이 했던 말처럼 맷집이 강한 놈들이었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놈들의 재생력이었다.
‘우선 하나하나 시험해 볼까?’
그는 곧바로 나한보를 밟았다. 바닥을 밀어내기 무섭게 그는 멀리 떨어져 있는 놈에게 가까워졌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자, 하얀 털 원숭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하지만 놈은 곧바로 괴성을 지르며 전의를 불태웠다.
“끼이야아!”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상대를 위축되게 만들 심산이었다. 다만, 이문후는 개의치 않으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파앗!
곧바로 단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피가 튀었다.
고통을 느낀 놈은 원숭이는 곧바로 긴 팔을 휘두르며 반격을 했다.
부웅!
우악스러운 손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어느새 옆으로 비켜서며 놈의 공격을 흘렸다. 앞에 있는 원숭이의 반격도 빠른 편이었지만, 이문후의 반응속도를 쫓아올 수는 없었다.
콰앙!
원숭이의 커다란 손이 바닥을 후려쳤다.
단단한 바닥에 손바닥 자국이 날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곧바로 피가 튀었다.
서걱! 서걱!
이문후가 단검을 휘두를 때마다 새하얀 털이 붉게 물들었다. 말 그대로 난도질을 당하고 있었다.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속도에 하얀 털 원숭이의 몸에 상처가 늘었다. 하지만 놈은 개의치 않으며 이문후를 향해 연신 팔을 뻗었다.
‘역시 회복력은 게임하고 다를 게 없잖아?’
상처 입은 곳이 곧바로 회복되고 있었다.
히드라와 같은 재생력은 놀라웠지만, 그렇다고 상대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앞에 있는 놈의 재생력을 막아줄 좋은 능력이 있었다.
‘화염!’
히드라를 잡고 얻은 능력을 사용하자, 곧바로 쥐고 있는 단검에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우끼이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한 원숭이는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본능이 도망가라고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지만, 이문후는 물러나는 놈을 쫓으며 다시 단검을 휘둘렀다.
파앗! 치이이익!
“끼이아아아!”
매캐한 냄새가 퍼지기 무섭게 원숭이의 비명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자상뿐만 아니라 화상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상처가 다시 회복되지는 않았다.
‘확실히 효과는 있네.’
생각했던 것만큼의 효과가 나타났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확실히 목숨을 끊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발경이나 권기가 통하려나?’
이문후는 단검을 집어넣었다.
앞으로 만날 하얀 털 원숭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정보가 필요했다.
“크아아아!”
괴로워하던 놈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회복되지 않은 상처보다 고통을 준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눈이 돌아간 놈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문후를 잡을 수 없었다.
쐐에엑! 뻐억!
이문후는 곧바로 원숭이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뻗어 나온 권기가 그대로 원숭이의 얼굴을 때렸고, 강한 충격을 입은 놈은 피를 흘리며 휘청거렸다.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확실히 맷집은 좋네.’
권기를 맨몸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했다.
오히려 이 공격이 더 화를 돋웠는지 놈은 양팔을 벌리며 이문후를 향해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큰 덩치를 이용해서 압박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저돌적인 움직임이 통했다.
“흐읍!”
물러나지 않은 이문후가 손에 잡혔다.
원숭이는 그대로 힘을 끌어 올리며 상대를 잡아당겼다. 이대로 반으로 찢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꿈쩍도 안 했다.
“생각보다 힘이 강한 건 아닌가?”
강한 압박이 전해졌지만,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4레벨과 3성의 건곤대나이로 올라간 근력은 오히려 앞에 있는 놈을 능가하고 있었다.
거기에 내공까지 끌어올리자, 순식간에 상승한 근력이 하얀 털 원숭이를 압도했다.
우두둑!
“끼이아아!”
원숭이의 팔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오히려 놈의 팔을 부러뜨린 그는 텅 빈 가슴을 때리며 기운을 흘러 넣었다.
투웅!
내부를 파고드는 강력한 힘.
원숭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리고 칠공에서 피를 뿜어냈다.
작정하고 흘린 기운에 내부가 엉망이 된 것이다.
털썩.
결국 거대한 놈이 무릎을 꿇었다.
바로 앞에서 마주한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냥감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인간에게 이렇게 무기력하게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투웅!
이문후는 그런 원숭이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다시 한번 기운을 흘리며 머리에 충격을 가했고, 하얀 털 원숭이는 힘없이 무너졌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발경을 이용해서 내부를 뒤흔든 게 주효했다.
생각보다 쉽게 원숭이를 처리한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것저것 시험을 해본다고 여러 방법을 사용한 만큼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뭐야? 나름 잘 싸우는데?’
두 무리로 나눈 그들은 잘 버티고 있었다.
박정균은 야수로 변한 채 원숭이와 힘을 겨루고 있었고, 나경민은 기회를 노리며 검을 찔러 넣었다.
파바밧!
매화검법을 펼치자, 하얀 털 원숭이의 몸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놈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아무리 찔러도 죽질 않아!”
엄청난 회복력이 문제였다. 그가 가진 검술만으로는 놈을 쓰러뜨릴 수가 없었다.
나름 머리를 노리며 검을 뿌렸지만, 높이가 있는 만큼 치명상을 입히는 게 쉽지 않았다.
퍼억! 까드드득!
그나마 조유리가 도우면서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그녀가 날리는 아이스 볼트는 상처가 회복되는 것을 가로막았고, 조금씩 원숭이의 움직임이 무뎌졌다.
‘저쪽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고. 저놈은… 미친!’
그들을 뒤로하고 정민석을 본 이문후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뻐억! 콰직!
뻐억! 콰직!
야수 두 마리가 무식하게 싸우고 있었다.
정민석은 하얀 털 원숭이의 주먹을 맨몸으로 받아냈고, 그 충격을 버티면서 도끼를 휘둘렀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민석은 그만큼 무식하지만, 나름대로 효과적인 싸움을 해나갔다.
“끼이아아악!”
결국, 먼저 무너진 쪽은 하얀 털 원숭이였다.
철비공과 재생. 거기에 인내까지 더해진 정민석은 금강불괴나 다름없었다. 반면 하얀 털 원숭이는 정민석의 도끼에 사지가 잘려나갔다.
아무리 회복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잘려나간 것까지 붙일 수는 없었다.
쿠웅!
몇 번의 공방을 더 주고받았지만, 임성효와 권형태의 지원까지 더해지자 하얀 털 원숭이는 결국 무너졌다.
지친 정민석도 그대로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크으.”
“괜찮냐?”
“아니. 죽을 것 같아. 온몸이 다 쑤시네!”
“그렇게 무식하게 싸웠으니 아픈 게 당연하지.”
“무식이라니! 터프한 거지.”
자랑할 정도로 잘 싸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겼다는 게 중요했다.
정민석의 싸움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박정균 쪽의 싸움도 끝이 났다.
그들 역시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한 번의 싸움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은 그들도 정석민처럼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가 이렇게 강한 거야?”
나경민은 쓰러지지 않은 원숭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베어도 놈은 빠르게 상처를 회복시켜 나갔다.
겨우 한 마리를 잡았지만, 온몸에 힘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기진맥진한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물론, 이문후는 예외였다.
‘저 괴물 같은 놈.’
혼자서 한 놈을 잡고도 멀쩡한 게 말이 되지 않았다.
이문후는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간다고?”
“시간이 없으니까.”
“괜찮겠냐? 완전히 괴물이던데.”
“걱정하지 마. 한 놈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만했어.”
“미친놈. 그래도 조심해라!”
이무후는 정민석에게 손을 흔들며 멀어져갔다. 그리고 주저앉은 사람들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괜찮겠죠?”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전에 보니까 그 괴물 같은 원숭이를 그냥 가지고 노는 것 같던데.”
세 명이 붙어서 겨우 이긴 놈을 가볍게 처리한 이문후였다.
오히려 숲에 있을 몬스터들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저런 놈한테 비비려고 했다니.”
나경민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같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문후는 벽 같았다.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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