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63화 (63/126)

제 63화

꼭 필요한 사람

“크윽!”

“뭐, 뭐 하는 거야! 미쳤어?”

이문후의 행동에 김연수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무리 각성을 한 놈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막 나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김민태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갑자기 힘이 생긴 놈이 쉽게 고개를 숙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항을 하기를 기다렸지만, 이렇게 무식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을 떼어내!”

“예? 예.”

김연수는 옆에 있는 사람들을 다그쳤다.

그녀의 말에 각성을 한 사람들이 앞으로 나왔지만, 이문후는 김민태의 뒤로 몸을 가리며 그들을 바라봤다.

막상 앞으로 나왔지만, 그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이 머뭇거리자, 김연수는 입술을 깨물며 각성한 힘을 사용하려고 했다.

곧 그녀의 주변으로 밝은 구체가 떠올랐다.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매직 미사일이라는 것을 눈치챈 이문후는 김민태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크윽!”

“저 여자는 네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뭐, 뭐 하는 거야!”

“아니. 저 새끼가…”

“미친! 날 죽일 셈이야?”

“…….”

김민태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문후의 손에 잡힌 순간부터 그의 머릿속은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그 역시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처음에는 목이 잡힌 순간 손을 뿌리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봐도 이문후의 완력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대로 목이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에 체념을 하게 됐다.

“그 손 놔!”

“부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놔?”

“크윽. 자, 잠깐! 잠깐만요. 제가 말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진정하시죠!”

“…….”

김민태는 다급하게 소리치며 이문후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김연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누구보다 김민태를 잘 알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쉽게 자존심을 꺾을 놈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급하게 존대를 하는 것을 보면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았다.

“그 손 좀 놓고 말하… 죠?”

“…….”

“언니! 좀 어떻게 해 봐! 저러다 민태 오빠 죽겠어!”

김연수는 결국 김연희를 끌어들였다.

여기에서 이문후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김연수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히 아빠는 이런 상황이 될 걸 예상하고 있었을 텐데.’

여기에서 이문후를 막을 수 없었다.

김정우가 이런 상황을 유도했다는 것을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김연희는 아직까지 이문후가 어려웠다.

그가 가진 힘과 지금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좀처럼 끼어들 수가 없었다.

“언니!”

“당신!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아무리 연희가 뒤에 있다고 해도 민태를 그렇게 인질로 잡는 건 우리 DS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라고!”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김민기가 끼어들었다. 그는 일부러 DS를 언급하면서 김연희와 이문후를 압박했다.

‘블러핑인가?’

이미 김정우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에 김민기의 말이 단순한 협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붙잡고 있는 김민태를 순순히 풀어줬다.

“커헉. 크으으!”

압박에서 풀려난 김민태는 기침을 해대며 괴로워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김연수는 머뭇거리는 다른 각성자를 향해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빨리 저 새끼를 잡아!”

흥분한 그녀의 명령에 같이 온 각성자가 앞으로 나섰다.

썩 내켜 하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김연수에게 고용이 된 만큼 그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뭐해요? 보고만 있을 거예요?”

“그게…”

“빨리 잡으라고! 저 새끼 꿇려요!”

김연수는 김민태가 데리고 온 각성자를 채근했다. 그녀 역시 앞세운 각성자를 돕겠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김연희가 데리고 온 놈이라면… 평범한 놈은 아닐 거야!’

김민태를 한 번에 제압한 것만 봐도 이문후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다수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오빠! 보고만 있을 거야?”

김연수는 남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최대한 같은 편을 많이 만들 생각이었다.

‘쳇! 저 인간은 또 저러네!’

김민기는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신중하다는 표현이 맞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음흉했다. 스스로 책임을 질 일을 만들지 않고 이익만 취하는 기회주의자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먼저 움직여서 김민기의 도움을 끌어내고, 이문후를 확실하게 밟아줄 계획이었다.

“지금이야! 잡아!”

날아가는 매직 미사일과 김연수의 외침.

그녀가 데리고 온 각성자와 김민태의 각성자가 이문후를 향해 달려갔다.

매직 미사일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빈틈이 드러나면 그 순간을 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를 향해 날아간 매직 미사일이 너무나 쉽게 가로막혔다.

콰앙!

이문후는 가볍게 휘두른 주먹만으로 매직 미사일을 터뜨렸다.

“말도 안 돼! 저게 저렇게 쉽게 막힌다고?”

이제 매직 미사일 정도의 마법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주먹에 기운을 두르며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파훼가 가능했다.

“하압!”

매직 미사일이 터지기 무섭게 두 사람이 달려왔다.

그래도 해칠 생각은 없었는지 그들은 맨손으로 뛰어들었고, 이문후는 날아오는 주먹을 고갯짓으로 피하며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합!”

옆구리를 붙잡은 각성자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간장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을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순식간에 한 명이 쓰러지자, 뒤따라오던 사람은 당황하며 능력을 끌어올렸다.

‘젠장! 여기에서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지!’

그래도 그는 제벌 3세의 경호와 도움을 맡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서 허무하게 당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압!”

달려들던 남자의 움직임이 배는 빨라졌다.

육체적인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걸로 봐서 능력을 사용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그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쉬이익!

날아오는 주먹이 느리게 느껴졌다. 이미 스탯에서부터 둘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허리를 숙이며 주먹을 피한 그는 텅 빈 옆구리를 향해 팔을 뻗었다.

“크헙!”

능력을 사용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했던 남자도 앞서 쓰러진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김민기가 나섰다.

그는 함께 온 각성자와 함께 움직이면서 서로가 이문후의 양옆을 노렸다.

“뭐 하는 거야? 무기까지…”

확실히 끝낼 생각을 했는지 김민기는 무기까지 뽑아 들었다.

얇은 도신이 이문후의 옆구리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촤아악!

하지만 도가 닿으려는 순간, 이문후가 사라졌다.

갑자기 없어진 그의 모습에 김민기는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빠! 뒤!”

김연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김민기를 일깨웠다.

깜짝 놀란 그는 급하게 몸을 비틀며 뒤를 돌아봤지만, 강한 충격이 그의 다리를 때렸다.

콰직!

“끄아아악!”

김민기의 무릎이 기괴하게 꺾였다.

순간이동을 사용한 이문후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민기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아무리 재벌 3세라지만, 죽일 작정으로 무기를 휘두른 놈을 가만히 두고 싶지는 않았다.

“끄어어어!”

“미친! 저 자식 뭐야? 죽…”

쐐에엑!

놀란 김연수가 흥분하며 다시 매직 미사일을 만들었다.

하지만 공격을 날리기도 전에 이문후가 휘두른 주먹에서부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콰앙!

날아드는 황금빛 기운은 그녀와 함께 움직인 각성자가 가로막았다. 다행히 김연수를 보호할 수 잇었지만, 정작 공격을 받아낸 그는 힘없이 튕겨져 나갔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문후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궈, 권기다!”

“권기? 설마… 이문후?”

권기를 알아본 각성자들은 이문후의 정체를 눈치챘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지만, 몬스터 웨이브와 함께 조규종과 있었던 일은 널리 퍼질 정도로 유명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웨이브가 터졌을 때 몬스터들과 싸운 사람들이었다. 대전사를 잡고, 조규종과 호각을 이뤘던 이문후의 이름을 모르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이문후라고? 저 사람이?”

김민태는 뒤늦게 알게 된 이문후의 정체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래서 늦은 건가?’

아무 사람이나 데리고 올 김연희가 아니었다.

특히, 그가 아는 김정우는 외동딸을 아무에게나 맡길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문후를 끌어들였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상대가 이문후라는 것만으로도 꼬리를 내릴 이유는 충분했다.

“계속 덤빌 건가?”

“…….”

“기왕이면 던전 안에서 싸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밖이라서 힘 조절을 하는 게 쉽지 않거든.”

싸늘한 목소리에 김연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만한 힘을 내고도 힘을 조절하고 있다는 말에 도저히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쳇!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녀 역시 이문후라는 이름을 잘 알았다.

어떻게든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야만 하는 사람이었지만, 오히려 죽이려고 달려든 것이다.

그의 정체가 알려지자,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됐다.

김민기의 다리가 부러졌지만, 그 역시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끝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문후의 위상은 높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죠?”

이문후는 뒤에 있는 김연희를 바라봤다.

김정우가 원하는대로 해줬으니 이제 뒤처리는 김연희가 맡는 게 당연했다.

“민기 오빠는 치료가 먼저일 것 같네요.”

“…….”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지?”

“나, 나는… 일이 있어서. 말했지? 중요한 선약이 있다고. 그래서 같이 못 들어갈 것 같아. 그리고 민기 오빠 상태도 봐줘야 할 것 같고.”

김연수는 이문후의 눈치를 살폈다. 그에게 이미 미운털이 박힌 상황에서 던전에 같이 들어가 봐야 좋을 게 없었다.

“그럼 두 사람은?”

“저는 당연히 가야죠.”

“저, 저도… 가요.”

“너도?”

“당연하지! 내가 죽을죄를 진 것도 아니고.”

김민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문후와의 관계가 틀어졌다지만, 그걸 빌미로 죽일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문후의 말에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과는?”

“사, 사과라니요?”

“조금 전에 했던 막말. 적어도 사과는 들어야 할 것 같은데.”

“…….”

사과라는 말에 그는 울컥하며 이문후를 바라봤다. 하지만 싸늘한 그의 표정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느꼈던 죽을 것 같은 감정에 그는 시선을 떨구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 미안. 그건 실수였습니다.”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김민태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김연희는 의기소침해 있는 김민태를 뒤로하고 이문후를 바라봤다.

‘꼭 필요한 사람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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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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