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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62화 (62/126)

제 62화

꼭 필요한 사람

이 자리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연희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딸일 줄은 몰랐다.

“놀랐나?”

“대충 예상은 했지만, 자제분일 거라고는…”

“얘가 외탁을 했어. 그래서 더 잘 됐지. 외가 쪽이 인물이 좋거든. 어디 가도 외모로는 안 빠지는 편이야. 배우 최민혜가 내 와이프…”

“그만하시죠. 사장님.”

“크흠.”

김정우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래도 그런 딸이 싫지만은 않은지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경호를 맡긴 이유가 있었나?’

지금 보니 두 부녀의 사이가 상당히 좋아 보였다.

김연희를 아끼는 모습을 보면 그가 왜 그를 불렀는지 납득이 갔다.

“굳이 던전에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저도 각성을 했어요. 그리고 승계 싸움을 위해서 힘을 키워야죠. 그냥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군요.”

아무리 핏줄이라고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면 잡아먹힐 뿐이었다. 단순히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힘이 필요했다.

“아무리 각성을 했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몬스터라고 해도 살아있는 생명체니까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각오는 돼 있으니까요.”

김연희는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우려했던 그런 일은 겪어본 것 같았다.

‘하긴, 각성을 했다는 것 자체가 던전에 들어가서 뭔가를 잡았다는 걸 테니까.’

김연희를 지키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히드라 같은 놈이 있는 곳이 아니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힘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제는 다른 놈들인데.’

조규종도 그렇지만, 다른 놈들도 비슷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우선 던전으로 가지.”

“예? 지금이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굳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지 않나? 지금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

너무 빨랐다. 제대로 된 준비도 하기 전에 움직이자는 김정우의 말에 이문후는 황당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김정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뒤늦게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중요한 미팅이 있는 걸 깜빡했네.”

“갑자기요?”

“건망증이 좀 심해서. 연희 네가 안내 좀 해라.”

“잠깐만요. 지금 바로 던전으로 가는 건…”

“미안하네. 중요한 일이라서.”

“…….”

김정우는 어색한 모습을 보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색한 모습을 보면 일부러 자리를 뜬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를 붙잡는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미안해요. 원래 저런 분이니까 그러려니 하세요.”

“지금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

“… 예.”

“제가 수락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거네요?”

“…….”

김정우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문후를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그래서 던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식수와 식량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로 그의 관심을 끈 것이다.

‘마냥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하는 건 아니라는 건데.’

상대방이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많은 분석을 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새삼 DS그룹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DS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비슷한 정보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것 같은데.’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괜찮으신 거죠? 미안해요. 기분이 나쁘셨다면 제가 대신 사과 할 게요.”

“아닙니다. 어디로 가면 되죠?”

“우선 장비를 챙겨야 할 것 같아요. 같이 가시죠.”

김연희는 이문후를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가 데리고 간 곳은 여러가지 장비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다.

“던전 안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들이에요. 필요한 게 있으면 챙겨두세요.”

“…….”

“부담가지지 마세요. 아버지께서 처음부터 이런 것들까지 다 생각해두셨을 테니까요.”

“병 주고 약 주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실속을 챙기는 게 나아 보였다.

이문후는 진열되어 있는 장비들을 확인하며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죄다 DS가 새겨져 있네요?”

“우리 회사에서 만든 거니까요.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이었다.

무기도 그렇고, 옷이나 방어구의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가슴에 새겨진 DS라는 로고가 내키지 않았다.

‘꼭 여기에 소속된 것 같잖아? 이런 것도 노린 건가?’

아무 이유 없이 이것들을 공짜로 줄 김정우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DS의 제품을 다른 헌터들에게 노출 시킬 생각인 것 같았다.

새삼 김정우의 속내를 파악한 그는 쓰게 웃으면서 옷과 가방을 챙겼다.

“무기는 필요 없나요?”

“예.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요.”

“알겠어요.”

이문후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김정우를 통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은 상태였다. 굳이 무기를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권하지는 않았다.

‘할아버지 제안을 거절한 사람은 다르다는 건가?’

오히려 필요한 것들만 챙기는 그의 모습이 조금 신선하게 느껴졌다.

장비를 챙긴 두 사람은 다시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DS그룹 본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건물의 지하였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근처를 통제하고 있었다.

사유지라는 설명과 함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지만, 이문후는 김연희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뭐야? 왜 이렇게 늦어?”

“일이 있었어.”

게이트 앞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모두 여덟으로,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는 걸로 봐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사람들인 것 같았다.

“언니! 우리도 바쁜 사람이에요! 여기에서 시간을 버리면서 언니를 기다릴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고요!”

“시술 잡혔니? 병원은 나중에 가도 되잖아?”

“누가 시술이래요! 비즈니스로 중요한 바이어들을 만나야 하는데!”

김연수는 김연희를 보자마자 짜증을 보였다.

아직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대충 관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그냥 돌아가도 되겠네. 작은 아버지한테는 내가 잘 말해 놓을 게.”

“뭐, 뭐래!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어떻게 그냥 돌아가?”

“중요한 일이라며?”

“말이 그렇다는 거지. 별꼴이야! 늦은 사람이 누군데!”

“그게 불만이면 사장님한테 말해. 지금까지 사장님이 붙잡고 있었으니까.”

“…….”

“대신 연락해줄까?”

“빠, 빨리 가요. 시간 없어!”

김정우를 언급하자 김연수는 당황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녀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다른 세 명도 입을 닫는 것을 보면 김정우가 이들에게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재미있네.’

이문후는 별반 다를 게 없는 재벌들의 기 싸움에 옅은 미소를 흘렸다. 하지만 개중에 한 명이 그런 이문후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 새끼 봐라!’

김연희와 함께 나타난 만큼 던전에 같이 들어갈 사람일 가능성이 높았다.

김연희를 지킬 각성자. 제법 실력이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이걸 빌미로 앞에 있는 놈을 추궁하며 김연희의 콧대를 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웃어?”

김민태는 이문후를 쏘아보며 싸늘하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남은 세 사람도 굳은 표정으로 이문후를 바라봤다.

“지금 나보고 웃은 거야?”

눈치 빠른 김연수가 그를 도우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모든 시선이 이문후에게 쏠렸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이문후는 멋쩍은 듯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아, 미안합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이게 웃겨?”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죠.”

“기분 안 나쁘면? 사과 안 할 생각이었냐?”

“…….”

“지금 우리가 개X으로 보이지?”

“저 새끼 뭐야? 기분 나쁘게!”

아주 옅은 미소를 보인 것만으로 죽일 놈이 된 것처럼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삭막해진 분위기에 김연희가 굳은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왜들 이래?”

“누나는 빠져요!”

“언니는 빠져! 저 새끼가 나보고 웃었잖아! 기분 나쁘게!”

“다른 생각을 한 거라고 했잖…”

“연희 너는 잠깐 비켜.”

“…….”

가장 연장자인 김민기까지 그들을 거들었다.

서로가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지금은 김연희의 기를 꺾어줄 필요가 있었다.

김연희를 제외한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김정우의 딸인 김연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서로 힘을 모았다.

“어디서 알량한 힘 좀 얻었다고, 우리가 우스워 보이냐?”

“흐음.”

“흐음? 이 새끼 봐라. 죽고 싶냐?”

이런 상황을 걱정했다. 결국에는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

김정우의 말처럼 역시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편견 가득한 재벌 3세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러면 너무 손핸데.”

단순히 경호를 하는 게 다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김정우는 이들과의 관계까지 확실하게 정리하기를 바란 것 같았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미쳤어?”

“…….”

김연수는 얼굴을 찌푸리는 이문후의 모습에 진심으로 짜증을 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김민태도 그녀를 도우며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야, 꿇어!”

“… 뭐?”

“무릎 꿇으라고. 이 새끼야!”

“하!”

“하? 하아? 너는 어디서 이런 근본 없는 새끼를 데리고 온 거야?”

김민태는 김연희를 바라보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목을 옥죄는 강한 압박에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새끼. 선 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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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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