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60화 (60/126)

제 60화

경쟁자

강경한 권형태의 개입에 두 사람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초인적인 힘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총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가진 힘을 사용하면 날아오는 총알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관계를 생각하면 여기에서 멈추는 게 나았다.

‘그렇다고 저놈을 확실히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던전 밖이었다. 살인을 저지르면 책임을 져야만 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문후의 몸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대전사와 싸우면서 무리를 한 만큼 싸워서 좋을 건 없었다.

상대가 한 명이면 모르겠지만, 조규종의 뒤에는 실력 있는 각성자들이 많았다.

조규종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아무리 힘을 얻었다지만, 공권력과 대립해서 좋을 건 없었다. 어찌 됐든 그의 뒤에는 신전 그룹이 있었다. 그래서 더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운 좋았다.”

“…….”

이문후는 조규종의 도발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입 아프게 말을 해봤자, 달라질 건 없었다. 그냥 다음에 보면 그때 손을 써도 늦지 않았다.

“잘 참으셨습니다.”

“…….”

“조규종은 신전 그룹 후계잡니다. 만약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면 그 후폭풍이 거셌을 겁니다.”

“신전 그룹이라. 이제 대기업이 움직이는 겁니까?”

“아무래도… 던전과 관련해서 사업을 진행할 생각인 것 같더군요. DS는 물론이고, 신전이나 다른 기업들도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습니다. 지금도 거금을 들여서 던전에서 나오는 것들을 끌어모으고 있죠.”

권형태의 설명에 그제야 조규종이 강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금수저인 그가 작정하고 힘을 모으고 있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쓸만한 스킬과 실력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 만큼 그들의 힘은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빈말은 아니라는 건가?’

던전에서 눈에 띄지 말라는 말이 마냥 허풍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역시도 조금의 진심을 담아서 마지막 말을 했지만, 불편한 관계가 된 만큼 앞으로 다시 만나면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힘을 더 키워야겠네.’

강한 힘을 가진 놈과 적이 된 상태였다.

굽히고 들어가면 관계를 풀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번에 확인한 그의 실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위에 있었다.

“이제 다른 곳으로 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지금 다른 곳을 지원 가기에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래요! 우리도 조금 쉬어야죠.”

오크들을 상대하느라 많은 힘을 사용했다.

크지는 않았지만,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했다.

“다른 지역들도 대부분 수습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요?”

“생각했던 것보다 각성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숨어 있던 사람들이 힘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그 많았던 일회성 던전이 대부분 사라진 만큼 각성을 한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들의 도움으로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근데,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왜 몬스터들이 안 나온 겁니까?”

“그건…”

권형태는 박정균의 물음에 이문후를 바라봤다.

이미 그를 통해서 던전 안에 있는 고블린들과 부딪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그곳에 있던 고블린 마을을 완전히 지웠다는 사실은 몰랐지만, 그들의 수를 줄인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곳에 있는 몬스터 수가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네.”

“몬스터 수가 줄었다고요?”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권형태의 애매모호한 대답에 모두의 시선이 이문후에게로 향했다. 던전 너머에 있는 몬스터를 잡은 사람은 이문후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거기 있는 고블린들을 다 잡은 건 아니지?”

“…….”

“설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놈들을 다 잡겠어요? 그건 아니죠?”

별다른 말이 없는 게 의심스러웠지만, 고작 두 번 들어간 것만으로 고블린을 다 잡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것도 겨우 반나절 정도였다.

아무리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놈들을 전부 쓰러뜨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잡긴 잡았다는 거잖아? 괴물인 이유가 있었다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놈들을 잡은 거야?”

“…….”

“우리는 던전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겁니까? 우리도 빨리 던전으로 들어가서 경험치를 쌓아야 하지 않나요?”

나경민은 그게 불만이라는 듯이 물었다.

이문후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힘을 키워서 그를 따라잡고 싶었다.

“아직 게이트를 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니 쉽게 움직일 수는 없을 거네.”

“이번에 넘어온 놈들도 수월하게 잡았잖아요? 비슷한 실력을 가진 놈들이라면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이루고 있는 팀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박정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크 부대장도 상대하기 쉽지 않았어.”

“그거야 일대일로 싸우면 그렇지만, 다 같이 움직이면…”

“대전사 같은 놈이 나오면 어떡하려고?”

“그건…”

그는 정민석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멀리서 본 오크 대전사의 힘은 강력했다. 하지만 그런 놈을 일대일로 싸워서 이긴 이문후가 옆에 있었다.

“쟤도 같이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요?”

“나는 혼자가 편해.”

“… 치사한 자식.”

그는 이문후의 말에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강제할 수도 없었다. 매번 이문후의 행동이 불만이라는 듯이 투덜거렸던 그인지라 차마 도와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일로 뭔가 조치가 취해질 것 같네.”

“조치라니요?”

“아무래도 큰 사건이 벌어진 만큼 뭔가 대책을 세우겠지요.”

명확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었다.

‘던전을 개방하려는 건가?’

이문후에게는 그렇게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혼자 던전을 드나들 수 있는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던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규종과 그 일행들이라면 고블린 무리들 정도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겁니다. 던전 밖에서 싸우는 것과 던전 안에서 싸우는 건 그만큼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군인들의 도움을 받는 게 큰 도움이 됐다.

더군다나 던전 너머는 지형 자체가 달랐다. 숲이나 밀림 같은 곳에서 싸우는 것은 이런 도심 속에서 싸우는 것보다 변수가 많았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좀 쉬죠.”

“그래요. 그게 좋겠습니다. 뒷정리는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권형태를 뒤로한 그들은 다시 헬리콥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때도 헬리콥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문후는 정민석에게 이번에 얻은 도끼를 건넸다.

“이건 네가 쓰는 게 좋겠다.”

“뭐야? 그건 오크 대전사가 썼던 도끼잖아?”

옆에서 그 모습을 본 나경민은 깜짝 놀랐다.

오크 대전사가 남긴 무기가 평범할 리 없었다. 이문후는 그런 무기를 아무런 조건도 없이 정민석에게 건넨 것이다.

그의 배포도 놀라웠지만, 덤덤하게 받는 정민석의 반응도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좋은 거냐?”

“스킬이 하나 붙어 있더라고.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았어.”

“스킬? 뭐야? 인내잖아?”

더블 헤드 엑스를 살피던 정민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문후가 잘 어울린다고 한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이건 완전히 고기 방패잖아?”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마인드?”

“너무 무식해 보이잖아!”

“그러니까 주는 거야. 잘 어울리니까.”

“지랄!”

“싫으면 말든가. 그냥 다른 곳에 파는 게…”

“누가 싫대? 그냥 나랑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런 거지. 그리고 한 번 준 걸 다시 뺏어가는 놈이 어딨어!”

정민석은 투덜대면서도 손에 쥔 도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인내라는 스킬은 확실히 괜찮은 능력이었다.

철비공에 재생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인내로 버틴다면 제대로 된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건네받은 도끼 자체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는 스쳐도 골로 가겠는데?”

“맞추기만 하면 한 놈은 확실히 끝낼 수 있을 거야.”

“괜찮네.”

나경민은 흡족해하는 정민석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문후를 꼭 따라잡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달라졌다. 차라리 그와의 격차를 인정하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기를 바라는 게 나아 보였다.

‘지금이라도 친해져 볼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굽히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젠장! 첫 단추를 잘못 끼웠어.”

“얘는 뭐라고 구시렁대는 거야?”

“그냥 혼잣말이야! 신경 꺼!”

***

현장을 벗어난 조규종은 신경질적으로 옷을 벗어 던졌다.

군더더기 없는 조각 같은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그는 욱신거리는 배를 확인하며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뭐지? 겉은 멀쩡한데.”

이문후에게 당한 곳에 아직도 고통이 남아 있었다.

내부를 뒤흔드는 공격을 직접 받아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보다 이문후 같은 사람이 적으로 돌아선 상황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예?”

“이문후라는 놈! 왜 안 끌어들인 거야?”

그만한 실력을 가진 놈이라면 진즉에 접촉을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보고도 듣지 못 했다.

“접촉을 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DS에서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는 바람에…”

“그래서 그냥 포기를 했다는 거야?”

“다른 곳에 더 집중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젠장, 그럼 그놈이 DS로 넘어갔다는 거잖아?”

“확실히 DS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계속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걸로 봐서…”

설명을 이어가던 비서는 조규종의 표정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조규종은 잔뜩 미간을 찌푸리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벌이는 행동이었다. 이런 때는 그냥 입을 닫고 지시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문후라는 놈에 관해서 조사한 거 있지?”

“예. 조사한 게 있을 겁니다.”

“그때는 저 정도 실력이 아니라고 판단하지 않았어?”

“그래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인물로 분류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것들 다 폐기하고 다시 조사해 와.”

“예?”

“다시 조사해 오라고! 그놈에 관한 것들 다!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전부.”

“예. 전략팀에 바로 연락을 넣…”

“꼼꼼히 해. 하나도 빠지지 말고.”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렸지만, 여전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규종은 계속해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이문후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다음에 눈에 띄면 뒤진다고?”

콰앙!

분을 참지 못한 그는 앞에 세워져 있는 차를 후려쳤다.

굉음과 함께 차체가 찌그러졌다.

애먼 차에게 화풀이를 했지만, 흥분이 쉽게 가라앉질 않았다.

“건방진 새끼. 오 비서!”

“예. 사장님.”

“괜찮은 스킬들이 있나 찾아봐! 순간이동이나 비슷한 것들로!”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누가 죽는지 두고 보자고!”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