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59화 (59/126)

제 59화

경쟁자

“크크큭. 크크크큭.”

이문후는 갑자기 웃는 조규종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곧 싸워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는 뜬금없이 웃음을 흘렸다.

“푸하하하.”

“미친놈인가?”

“크크큭. 와! 대박이네.”

박장대소를 터뜨린 조규종은 곧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처음과 다르게 미소 띤 얼굴로 이문후를 바라봤다.

“자신감 쩌네.”

“너도.”

“크큭. 씨발, 한 마디를 안 지네.”

조규종은 이 상황을 즐거워했다.

이문후 같은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더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가웠다.

“대전사라는 놈을 잡을 정도면 충분히 그럴만한 것 같기는 한데. 감당할 수 있겠냐?”

“누구? 너?”

“나! 그리고 내 뒤에 있는 사람들.”

그는 고갯짓을 하며 뒤에 있는 동료들을 가리켰다.

시선을 돌리자, 조금 전에 오크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웠던 사람들이 그를 노려봤다.

“감당 못 할 것도 없지. 너는 감당 되고?”

“누구? 너?”

“나. 그리고 내 친구들.”

“흐음.”

어느새 이문후 뒤로 정민석과 그 일행들이 다가왔다.

나경민은 친구라는 말에 움찔거렸지만, 그래도 싫지는 않았는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문후 뒤로 붙은 다섯 명의 사람들.

숫자는 비슷비슷했다. 오히려 조규종 쪽이 수는 더 많았지만, 조금 전에 오크를 상대하느라 많은 힘을 사용한 상태였다.

강한 화력을 낼 수 있는 둘은 아직도 지쳐 있었다.

벼락을 쏟아내고 화염구를 날린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규종은 개의치 않으며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갑자기 날아든 검격.

이문후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젖히며 그의 공격을 흘렸다. 그리고 안으로 파고들며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뻐억!

그대로 복부를 후려쳤다. 하지만 조규종의 손에 가로막혔다.

그 역시도 이문후의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이 가드를 올렸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이 컸다.

‘근력이 높은 놈인가?’

보기와 다르게 힘이 강했다.

팔을 들어 올리며 공격을 막았지만,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래도 버틸만 했다. 하지만 안으로 파고드는 힘에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건 뭐야?’

몸속으로 스며든 힘은 그의 내부를 뒤흔들었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끄음.”

“버틸만 한가 보네?”

이문후는 다시 한번 주먹을 뻗었다.

발경을 이용해서 상대를 흔든 만큼 이 기회를 살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규종은 혼자가 아니었다.

터엉!

“보호막?”

갑자기 그의 몸에 흐릿한 막이 생겨났다.

뒤에 있던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능력을 사용하면서 그를 보호한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개입이 불쾌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촤악!

한숨 돌린 조규종은 곧바로 반격을 이어갔다.

가까이에서 휘두른 검이 순식간에 가슴을 베어왔다.

깜짝 놀란 이문후는 능력을 사용하면서 공격을 피했고, 순식간에 사라진 그의 모습에 조규종의 눈이 커다래졌다.

“쳇. 뭐가 이렇게 빨라?”

그조차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 빠른 이문후의 모습이 놀라웠다. 조금 전에 대전사와 싸울 때에도 순간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을 떠올린 그는 이문후의 능력에 관심이 갔다.

‘저것만 가질 수 있다면…’

지금보다 배는 더 강해질 것 같았다.

어떻게든 앞에 있는 놈을 잡고 싶었다. 놈을 죽이거나 그 능력을 빼앗을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소한 나랑 동급인데.’

이것저것 따져보면 이문후가 더 강했다.

지금도 도움이 없었다면 큰 낭패를 봤을지도 몰랐다.

조규종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며 강해진 만큼 누군가 위에 있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젠장!”

그는 이를 악물며 검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다시 기운을 끌어 올리며 검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서 앞에 있는 놈을 잡을 생각이었다. 여차하면 동료들의 도움까지 받으려고 했지만, 그때 한 사람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멈추세요!”

“저건 또 뭐야?”

“조규종 씨. 거기까지 합시다. 같은 편끼리 싸워서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누가 같은 편이라는 거야!”

“지금부터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신전 그룹의 뜻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

신전 그룹이라는 말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에서 뒤에 있는 집안을 언급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신전 그룹이라는 배경 때문에 이런 힘을 가지게 된 만큼 그 이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후 씨? 거기까지 하시죠.”

“…….”

권형태의 부탁에 이문후도 들어 올린 팔을 내려야만 했다. 권형태의 뒤로 총을 든 군인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 싸운다고 하더라도 앞에 있는 조규종을 처리할 수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싸우고 끝내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무리를 할 이유가 없었다.

“문후? 네가 이문후냐?”

“남의 이름을 알아서 뭐하게?”

“DS에서 공을 들인 이유가 있었네.”

조규종 역시 이문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직접 마주한 적은 처음이었지만, 신전 그룹에서도 영입해야 할 사람들 중에 한 명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이었다.

‘괜히 싸웠나?’

조금 후회가 됐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굽힐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앞에 있는 놈도 뒤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냥 힘만 조금 더 강할 뿐이었다.

“너. 나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미친놈. 갑자기?”

“푸하하하!”

면전에서 이렇게 욕을 들어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대로 머리통을 깨부쉈겠지만, 앞에 있는 놈은 충분히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이문후의 능력을 직접 확인한 조규종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필요한 건 다 해 줄게. 뭐가 필요해? 돈? 여자?”

“관심 없어.”

“튕기는 거냐?”

이문후는 조규종을 무시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권형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만 돌아가죠.”

“아, 그럴까요? 마무리는 저희들이 맡겠습니다.”

“잠깐!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조규종은 몸을 돌리는 이문후를 붙잡았다.

진지한 그의 모습에 권형태도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싸움은 막아야겠지만, 이런 일까지 막기에는 앞에 있는 출신이 부담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 중에 하나가 바로 신전 그룹이었다. 그리고 조규종은 신전 그룹의 황태자라고 불렸다.

거대한 그룹을 이을 후계자이자, 강한 힘을 가진 각성자였다. 신전의 역량이 집중된 만큼 그로서도 조규종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조규종이 노골적으로 이문후를 원하고 있었다.

“관심 없다니까.”

“좋아. 그럼 거래를 하자.”

“거래?”

“그래. 조금 전에 네가 사용한 스킬. 순간이동인가?”

“…….”

“그걸 나한테 넘겨.”

너무 황당한 소리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조규종은 그런 이문후의 반응이 관심의 표현이라고 착각했다.

“얼마 줄까? 10억? 20억?”

“지랄하네.”

“모르나 본데, 비전의 서라고 있어. 그걸 이용하면…”

“안 팔아. 이 새끼야!”

“… 너무 싼가? 좋아 그럼 50억. 어때?”

스킬 하나에 50억.

아무리 조규종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다.

이문후가 가진 스킬이 얼마나 유용한지, 재사용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하지만 스킬을 원한다기보다는 이문후의 관심을 돌리는 게 목적이었다.

‘돈 앞에 장사 없지!’

지금 뒤에 있는 능력 있는 각성자들도 모두 돈에 굴복했다. 거절을 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문후의 반응은 포섭했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크큭. 겨우 50억?”

“겨, 겨우라니! 요즘에 개나 소나 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니까 그러는 것 같은데, 50억은 서민들이 평생 만질 수도 없는 거금…”

“백지수표도 포기한 나다.”

“뭐, 뭐? 백지수표?”

“그런 내가 피 같은 스킬을 넘기겠냐?”

“…….”

터무니없는 말 같았다. 하지만 진지한 이문후의 눈빛에 조규종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백지수표? DS가 접근했다더니. 설마, 백지수표를 건넸다고?’

DS는 신전과는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생각을 한 만큼 강한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들이라면 거금을 쏟을 자금력은 충분했다.

다만, 그런 DS의 엄청난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미친놈인가?”

“미친 건 너고.”

“…….”

“너 같으면 네가 가진 스킬을 그런 푼돈에 넘기겠냐?”

조규종은 그의 말에 쓰게 웃었다.

이문후가 가진 스킬이라면 계속 가지고 있는 게 이익이었다. 무엇보다 50억을 푼돈이라고 하는 이문후의 패기가 마음에 들었다.

“아깝네.”

조규종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스킬은 물론이고, 이문후의 관심을 끌 수도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

제 사냥감을 채가려고 했던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그냥 대전사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좋게 접근을 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관계를 정립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상황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포기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이문후는 몸을 돌렸다.

하지만 조규종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의 걸음을 붙잡았다.

“너 조심해라.”

“뭐?”

“던전에서는 내 눈에 띄지 마.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

경고의 의미가 가득했다.

이미 자신이 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다음에 만나면 부술 생각이었다.

이문후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놈이라고 하더라도 다수의 공격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조규종은 뒤에 있는 사람들을 믿었다.

저들과 함께 공격한다면 이문후를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경고로 이문후의 활동을 제약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가 주춤하는 시간 동안 힘을 키운다면 충분히 이문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조규종은 멈춰선 이문후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문후가 그를 붙잡았다.

“야 졸부!”

“뭐? 졸부?”

“너 다음에 눈에 띄면… 뒤진다.”

“하! 이 새끼 봐라!”

맞받아치는 이문후의 말에 조규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었다. 하물며 지금 이문후는 여러 번 선을 넘었다.

계속되는 도발에 그는 검기를 뽑아냈다.

그의 행동에 뒤에 있던 사람들도 저마다 기운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때, 지켜보던 권형태가 끼어들었다.

“그만하시죠.”

그는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뒤에 있던 군인들이 그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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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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