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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58화 (58/126)

제 58화

경쟁자

“너무 멀었나? 조준이 쉽지 않네!”

검기를 날린 사람은 처음부터 대전사의 도끼를 노린 게 아닌 것 같았다. 대전사의 머리를 노렸지만, 아쉽게도 다른 곳으로 날아간 것이다.

타다닥!

아쉬운 표정을 지은 남자는 투덜거리면서 빠르게 거리를 좁혀왔다.

갑자기 검기를 날리며 달려오는 사내.

이문후는 뜬금없이 개입한 그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딱히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대전사가 다시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투덜거리는 소리로 봐서 막타를 노린 것 같았다.

다행히 대전사가 그 공격을 막아냈지만, 문제는 난입한 남자였다.

둘만의 싸움에 다른 사람이 개입을 하자, 지켜보고 있던 오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괴성과 함께 놈들이 뛰어왔다.

그들 역시 대전사를 지키기 위해서 움직였고, 소강상태였던 상황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하압!”

그 와중에 달려온 남자는 대전사를 노리며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푸른 기운을 잔뜩 머금은 검기가 대전사에게 쏘아졌다.

이미 많은 힘을 소진한 대전사는 이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지금은 독기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문후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마지막 힘을 쥐어짰기 때문에 더 이상 남은 힘이 없었다. 하지만 대전사를 노리고 날아든 검기는 금빛 기운에 막혀 튕겨져 나갔다.

콰앙!

이문후였다. 그는 권기를 날리며 날아오는 검기를 쳐냈고, 달려오던 조규종은 황당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잡던 놈이야.”

“하! 미친!”

이문후가 검기를 막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몬스터를 돕는 그의 행동이 당혹스러웠지만, 이문후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대전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크킁!”

뒤늦게 이문후의 의도를 파악한 대전사는 얼굴을 붉혔다. 지금 앞에 있는 두 인간들은 서로 자신을 잡겠다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명예로운 대전사인 그를 명백히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광분한 그는 독을 막기 위해서 억눌렸던 기운을 폭발시켰다.

쿠구궁!

갑자기 달라진 오크 대전사의 기세.

커진 존재감에 놀랄 사이도 없이 오크 대전사의 주먹이 날아왔다.

콰앙!

바로 앞에서 휘두른 주먹에 간신히 반응을 할 수 있었다.

급하게 팔을 들어 올려서 대전사의 주먹을 받아냈지만, 충격이 상당했다.

촤아악!

이문후는 그대로 밀려났다.

다행히 큰 충격은 없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노리며 조규종이 뛰어들었다.

“하압!”

검에 푸른 기운을 두른 그는 대전사의 목을 노렸다.

섬전 같은 찌르기에 곧바로 목이 꿰뚫릴 것 같았다. 하지만 오크 대전사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붉은 기운을 두른 도끼가 날아오는 검을 쳐냈다.

쩌정!

비슷한 두 기운이 부딪쳤다. 하지만 누구 하나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었다.

‘크윽. 이걸 막아?’

조규종은 생각보다 강한 대전사의 힘에 깜짝 놀랐다.

이미 충분히 힘이 빠졌다고 생각했다. 앞에 있는 이문후에게 밀리면서 휘청거리는 모습만 보면 곧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놈은 멀쩡했다. 오히려 힘에서는 그가 밀렸다.

‘생각보다 더한 괴물이었나?’

나름 유리한 상황에서 끼어들었다.

어떻게든 대전사의 목을 취하려고 했지만, 조금 일렀던 것 같았다.

“크킁!”

“그냥 죽어!”

조규종은 대전사를 밀어내며 다시 검을 뿌렸다.

하지만 그의 검격이 닿기도 전에 대전사는 검붉은 피를 쏟아내며 그대로 무너졌다.

“뭐야? 죽었어?”

“…….”

“치사하게 뒤에서!”

“갑자기 끼어든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쓰러진 대전사 뒤로 이문후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결국 오크 대전사는 그의 손에 쓰러진 것이다.

“아깝네.”

조규종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처음부터 조금만 더 힘을 썼다면 쓰러진 놈은 그의 몫이 됐을지도 몰랐다.

뻔뻔한 그의 행동에 이문후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앞에 있는 놈은 유형화 된 기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놈이었다.

그와 같이 검기를 다룰 수 있었기 때문에 만만히 볼 수 없었다.

‘누구지?’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실력자.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조규종은 곧바로 몸을 돌리며 달려드는 오크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미 죽은 오크 대전사에게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너무나 자유분방한 모습이었지만, 굳이 쫓아가서 따질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조규종을 뒤로한 그는 죽은 대전사가 남긴 장비를 챙겼다.

[더블 헤드 엑스를 획득하였습니다.]

상당히 튼튼하고 강력한 무기로, 무기 자체에 스킬까지 붙어 있었다.

‘인내? 이걸로 독을 참은 건가?’

대전사가 독기를 이기고 움직였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의 무기라면 충분히 좋은 보상이었다.

괜찮은 무기를 얻었다. 거기에 오크 대전사를 쓰러뜨리고 얻은 경험치를 생각하면 이 싸움에서 얻은 게 많았다.

휘이익!

남은 장비를 챙기는 순간,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으로 달려가던 조규종은 휘파람을 불었고, 소리가 퍼지기 무섭게 뒤에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압!”

기합과 함께 예의 검기가 허공을 갈랐다.

조규종은 뛰어오는 오크들을 향해 기운을 날렸고, 그 뒤로 새하얀 빛이 떨어졌다.

우르르르!

콰과광!

순식간에 오크들을 휩쓰는 빛은 벼락이었다.

멀리서 날아든 기운이 오크들을 휘감자, 그들의 몸이 순간 경직됐다. 그리고 그 뒤로 시뻘건 불덩이들이 쏟아졌다.

콰과과광!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능력들이 오크들을 휘저었다.

순식간에 전열이 무너진 놈들은 혼란에 빠졌고, 조규종과 또 다른 각성자들이 오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저 사람들은 뭐지?”

조규종도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와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았다.

“걱정했던 게 민망할 정도였네.”

가장 먼저 벼락과 화염구를 날린 사람은 기진맥진한 채로 주저앉았다. 한 번의 공격에 모든 기운을 쏟아낸 것 같았지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한 상태였다.

그 뒤로 투입된 사람들은 빠르게 오크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상황을 잘 이용하고 있었다.

멀쩡하다고 생각되는 놈들은 조규종이 쓰러뜨렸고, 비교적 약한 놈들은 뒤따라 들어온 사람들이 처리했다.

“저 장비들은 뭐야?”

하나 같이 만만치 않은 장비를 들고 있었다.

비슷한 형태의 복장을 입은 그들은 조규종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였다. 그리고 지켜보던 이문후도 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부우웅! 콰직!

더블 헤드 엑스를 휘두르기 무섭게 오크가 쓰러졌다.

이미 큰 충격을 입었는지 오크는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인내 스킬이 적용되고 있는 건가?’

따로 능력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더블 헤드 엑스에 장착된 스킬은 자연스럽게 발동되고 있었다.

오크 대전사를 상대하면서 무리를 했지만, 지금은 별다른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오크 대전사가 버티면서 싸웠던 이유가 이 스킬 때문인 것 같았다.

‘나쁘지 않은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적어도 몸을 움직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콰직! 콰직!

이문후는 눈앞에 있는 오크들을 쓰러뜨렸다.

대전사가 남긴 도끼 자체도 상당히 좋은 무기였기 때문에 오크들을 도륙해 나갔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그 역시 막타를 치고 있었다.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면서 경험치를 얻었고, 그 모습에 옆에 있던 각성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당신 뭐야?”

“나? 각성자.”

“아니! 왜 갑자기 끼어드는 거냐고?”

“앞에 몬스터가 있으니까.”

“씨발! 지금 나랑 장난해?”

사냥감을 빼앗긴 그는 분노하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문후는 개의치 않았다.

그 모습이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화를 폭발시키며 이문후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이 새끼가 진짜!”

이문후는 갑자기 날아오는 검격을 피했다.

기습적인 공격이었지만, 상대의 수준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이미 스탯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공격을 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쭈! 피해?”

“죽이려고 휘두른 건가?”

“그래. 이 새끼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나야 모르지.”

“그래! 그러니까 네가 그따위로…”

“너는 내가 누군지 아냐?”

“내가 너 같은 놈을 어떻게 알아!”

“그래. 그러니까 네가 무식하게 검을 휘둘렀겠지?”

“근데, 이 새끼가… 커헉!”

이문후를 향해 눈을 부라리던 사내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느새 다가온 이문후의 주먹이 그의 복부를 후려쳤기 때문이다.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저절로 무릎이 꿇어질 정도로 강한 충격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주, 준철아!”

“당신 뭐야? 갑자기 왜 우리를 공격해?”

이문후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흥분하며 그에게 몰려들었다.

금방이라도 칼부림이 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하지만 조규종이 그들을 일깨웠다.

“뭐 하고 있어?”

“아니, 이 사람이 준철이를…”

“우선 오크부터 정리해!”

“아, 알았어요.”

조규종의 한마디에 그들은 오크들에게 분풀이를 했다.

‘저 사람은 뭐지?’

이미 눈이 돌아간 사람들을 한마디로 진정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본 단편적인 모습만으로도 조규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조규종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지금은 이문후와의 문제보다 오크를 상대하는 게 먼저라는 것을 잘 알았다.

“쿠에엑!”

“크악!”

오크들이 순식간에 정리됐다.

조규종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놈들은 피를 뿌리며 쓰러졌고, 이문후가 도끼를 찍어 내릴 때마다 그대로 숨을 거뒀다.

둘은 경쟁이라도 하듯 오크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한 놈이 쓰러지자, 조규종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이문후를 바라봤다.

“너 뭐냐?”

“그러게. 너 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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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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