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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57화 (57/126)

제 57화

웨이브

오크 대전사.

호전적인 오크들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난 전사가 오를 수 있는 높은 지위였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오크 대전사의 위용이 느껴졌다.

외형에서 풍기는 아우라부터 심상치 않았다.

“근데 왜 모인 거지?”

“한 번에 공격을 할 생각인 것 같아.”

“한 번에?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

“군인들이 집결하고 있어요. 사격을 먼저 가한 이후에 달려드는 놈들이 있으면 그놈들을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이미 작전은 세워져 있었다.

관건은 오크들이 총격에서 얼마나 버티느냐였다.

총의 위력은 강력했다. 엄청난 관통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살상력도 뛰어났지만, 이상하게 오크들은 그 충격을 조금 상쇄시키는 느낌이었다.

“다른 헌터들도 속속 모이고 있어요!”

“저 사람들하고 같이 움직이는 건가요?”

“이미 지시가 내려졌을 거예요.”

그들도 나름대로 작전을 세웠다.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지만, 오크들이 모두 상황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려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크아아아!”

오크 대전사의 포효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힘을 얻었는지, 도열한 오크들도 크게 소리치며 사기를 북돋았다.

마치 결사항전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솟구쳐 오르는 전의에 흥분한 놈들의 몸집이 조금 더 커진 느낌이었다.

“준비해요. 곧 올 것 같으니까.”

“아직 군인들이…”

“저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는데?”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다른 곳으로 모인 헌터들이 달려들었다.

쐐에엑!

원거리에서 날린 강력한 공격들.

앞에 있는 오크 대전사를 향해 커다란 화염구와 새하얀 빛이 쏟아졌다.

콰과광!

곧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바닥이 크게 흔들리고, 강력한 후폭풍이 뒤를 이을 정도로 상당한 화력이 집중됐다.

하지만 대전사는 멀쩡했다.

이번 공격은 오히려 대전사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그를 태우고 있던 늑대가 곧바로 움직였다.

타다닥!

“뭐야? 저 속도는!”

대전사를 태운 붉은 늑대는 빠르게 도로를 내달렸다.

엄청난 속도에 모두가 놀랐지만, 그보다 이어지는 대전사의 행동이 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쐐에엑!

휘두른 도끼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허공을 격하며 날아간 기운은 조금 전에 공격을 날렸던 각성자들을 뒤덮었다.

콰과광!

굉음이 터져 나왔다.

강한 폭발에 휩쓸린 각성자들은 처참한 모습을 쓰러졌고, 대전사는 다시 한번 기운을 쏟아냈다.

‘저건 도기잖아?’

이문후도 이제 막 쓸 수 있게 된 권기와 같은 형태의 힘이었다. 오히려 위력은 대전사라는 놈이 더 강해 보였다.

“쿠와아아아!”

순식간에 적을 쓰러뜨린 대전사의 힘에 뒤에 있던 오크들이 함성을 토해냈다.

오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도 그럴 것이 먼저 공격을 한 인간들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 했지만, 대전사는 순식간에 그들을 도륙했다.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든 것 같은데?”

“곧 저놈들이 움직일 것 같아요.”

오히려 놈들을 자극해서 움직일 시간만 줄인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군인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지금 부딪치면 힘들 것 같은데.’

수적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군인들까지 합치면 그들이 우위였지만, 오크들은 대전사를 중심으로 뭉쳐 있었다.

놈들을 막기 위해 움직인 사람들은 각자가 따로 행동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기다려요! 제가 시간을 끌어 볼 테니까.”

“미쳤어? 저기로 뛰어든다고?”

“어쩔 수 없잖아.”

“미친놈아! 죽는다고!”

“죽지는 않을 거야.”

곧바로 도망을 칠 자신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활용한다면 오크 대전사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놈을 잡으면 쉽게 끝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레벨이 오른 만큼 욕심이 났다.

무엇보다 극독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 쿨타임도 끝난 것 같고.’

오크 한 놈을 순식간에 골로 보낸 능력이었다. 아무리 대전사라고 하더라도 극독에 노출되는 순간, 심각한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도울게요.”

“아니요. 괜히 그랬다가는 저놈들이 다 뛰쳐나올 거예요.”

“설마, 일대일로 싸우려는 건 아니지?”

“…….”

나경민은 말이 없는 이문후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일대일로 싸울 생각인 것 같았다.

오크는 호전적인 놈들이었다. 하지만 명예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오크들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게임 속의 오크들은 같은 편이 죽더라고 제대로 된 일대일 싸움에서는 끼어들지 않았다.

그게 모두 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문후가 혼자 뛰어나간다면 오크 대전사도 혼자 나와서 싸울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오크 대전사라고!”

“알고 있어.”

“하! 아무리 자신이 있다지만…”

문제는 오크 대전사가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조금 전에 보여준 오크 대전사의 모습은 너무 강렬했다.

일전에 잠깐 부딪쳤던 오크 부대장도 버거운 놈이었다.

개인이 가지고 힘도 대단했지만, 타고 있는 늑대 역시 날랬고 위험했다.

군인들의 화력과 다른 헌터의 도움으로 겨우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일대일로 붙었다면 필패였다.

하물며 지금 이문후가 상대하려는 놈은 오크 대전사였다.

대전사는 당연히 오크 부대장보다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놈이 타고 있는 붉은 늑대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 늑대까지 같이 상대해야만 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그냥 시간만 끄는 걸로도…”

“그러니까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말을 마친 그는 천천히 오크 대전사를 향해 다가갔다.

갑자기 걸어오는 그 모습에 대전사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덤벼라!”

“크킁!”

이문후의 도발에 대전사는 가볍게 붉은 늑대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크르르르.”

주인의 뜻을 알아챈 늑대는 걸음을 내디뎠다.

바닥을 밀어내기 무섭게 거대한 두 몬스터가 가까워졌다.

쏜살처럼 다가오는 붉은 늑대.

그 위에 타고 있는 대전사는 거대한 도끼를 치켜들며 이문후를 노려봤다.

타다닥!

이문후 역시 속도를 올렸다.

동시에 주먹을 내지르며 기운을 쏟아내자, 황금빛 권기가 허공을 가르며 대전사를 향해 날아갔다.

쐐에엑!

우선 기선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최소한 놈을 떨어뜨릴 생각이었지만, 오크 대전사는 어렵지 않게 날아오는 권기를 쳐냈다.

콰앙!

그가 날린 권기가 허공에서 터져나갔다.

오히려 그 공격에 전의를 불태우며 늑대를 채근했고, 달려오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확실히 만만한 놈이 아닌… 흐읍!’

멀쩡한 놈의 모습에 놀라던 그는 급하게 보법을 밟으며 몸을 날렸다. 오크 대전사 역시 도끼를 휘두르며 유형화 된 기운을 날렸기 때문이다.

콰과광!

다행히 공격을 피해냈지만,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에 남긴 기다란 흔적에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상흔이 가슴에 생겼을지도 몰랐다.

크아앙!

그 와중에 달려든 붉은 늑대가 뛰어들었다.

위에 타고 있던 대전사도 이문후를 노리며 도끼를 휘둘렀다.

붉은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유형화 된 기운을 두른 공격은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콰과광!

그가 있던 자리가 쓸려나갔다.

공간 자체가 초토화됐지만, 공격을 날린 대전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파앗!

어느새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문후는 곧바로 단검을 휘둘렀다.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곧바로 극독을 바른 단검을 뽑아든 것이다.

촤아악!

대전사는 급하게 몸을 비틀며 공격을 흘렸다.

다행히 위험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살짝 살갗이 베이기는 했지만, 찰나의 순간 일어난 공격을 흘린 것만으로도 그의 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크킁! 죽인다!”

대전사는 상처를 입은 이문후를 향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파앗!

붉은 기운을 잔뜩 머금은 도끼가 그대로 이문후의 몸을 잘라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도끼는 허공을 갈랐다.

“크르르르.”

도끼가 닿기 전에 사라진 이문후.

대전사를 태운 늑대가 그를 찾아내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오크 대전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상대는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조금 전에도 이런 방법으로 공격을 피한 게 분명했지만, 공격이 실패했다는 것보다 뒤늦게 밀려드는 고통이 그를 괴롭혔다.

“끄아아악!”

괴성과 함께 대전사는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

갑작스러운 주인의 반응에 그를 태우고 있던 늑대의 몸이 잔뜩 움츠려 들었다.

“크아앙!”

그때, 금빛 기운이 대전사의 머리를 노리며 날아들었다.

이문후가 다시 권기를 날렸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뭐야? 이걸 피해?’

주인을 향한 위험한 공격에 늑대는 몸을 비틀며 공격을 피해낸 것이다.

순식간에 위치를 바꾸는 모습은 마치 보법을 밟는 것 같았다. 기민한 늑대의 움직임이 놀라웠지만, 이문후는 곧장 달려들며 다시 주먹을 뻗었다.

뻐억!

고통스러워하던 대전사가 바닥을 굴렀다.

극독에 당한 그는 이렇다 할 반항을 하지 못 했다. 곧바로 죽지 않는 게 이상했지만, 지금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크아아앙!”

쓰러진 주인의 모습에 늑대는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그대로 목덜미를 물어뜯으려고 했지만, 그는 뛰어든 늑대의 턱을 후려쳤다.

캐앵!

기운을 날리지 않고 주먹에 실었다.

권기를 두른 일격에 늑대는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붉은 늑대.

놈을 내려다보던 이문후는 다시 주먹에 내공을 실으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대전사의 붉은 늑대를 쓰러뜨렸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붉은 늑대의 어금니를 획득하였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놈인 것 같았다.

오히려 오크를 잡았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후우우.”

이문후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한순간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냈다. 연속으로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오크 대전사의 공격을 피했고, 극독과 권기를 쏟아내면서 대전사와 붉은 늑대를 쓰러뜨렸다.

당연히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조, 조심해요!”

“크킁! 복수다!”

쓰러진 줄 알았던 대전사가 다시 일어났다.

극독에 당한 놈은 고통을 이겨내며 이문후의 머리를 향해 기운을 잔뜩 실은 도끼를 휘둘렀다.

쐐에엑! 콰앙!

하지만 대전사의 도끼는 허공에서 튕겨져 나갔다.

멀리서 날아온 푸른 기운이 대전사의 도끼를 쳐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날아온 낯선 기운.

허공을 격하며 날아온 이 힘은 그가 사용하는 권기와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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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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