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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56화 (56/126)

제 56화

웨이브

싸가지는 없었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 바로 박규호였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팀의 에이스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하지만 그런 놈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박규호의 팀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앞에 있는 사람은 그들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괜히 우리한테 불똥이 튀는 건 아니겠지?’

동료가 쓰러졌다. 당연히 복수를 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좀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저 새끼는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거야?’

‘먼저 시비를 걸었겠지? 그래! 저놈이 잘못했을 거야.’

그들이 알고 있는 박규호라면 먼저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여러모로 좋아보였다.

“무, 무슨 일입니까?”

이문후의 시선에 그들은 잔뜩 긴장하며 되물었다.

“덤빌 건가?”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놈이 무슨 잘못을 한 거죠?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고 싶기는 한데, 굳이 싸울 것까지야…”

“내 사냥감을 빼앗아가더니 뭘 꼬나보냐고 묻던데?”

“아!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러기에 성질 좀 죽이라니까.”

“…….”

“굳이 우리끼리 싸워서 뭐합니까? 지금은 오크를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여길 도우러 오신 거죠? 오크들을 잡는 게 좋지 않을까요?”

“…….”

박규호가 힘겹게 버텼다고 하더라도 급하게 말려야 할 판이었다. 지금은 이문후와 부딪쳐서 좋을 건 없었다.

이문후도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냥 귀찮은 일은 빨리 끝내고, 남은 오크들을 잡을 생각이었다.

남은 사람들이 덤빈다면 싸워야겠지만, 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서로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그들은 쓰러진 박규호를 챙겼고, 이문후는 오크들이 남긴 장비를 수거했다.

‘이건 부대장이라는 놈이 쓰던 거네.’

오크 부대장이 이 쓰던 창이 손에 들어왔다.

꽤나 튼튼해 보이는 놈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파지법도 모르는 만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박규호가 마무리한 오크의 장비까지 수거한 그는 곧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후우. 이 새끼는 상대를 봐가면서 개겨야지.”

“근데, 저 사람은 누구야? 저렇게 강한 사람이 있었어?”

“지원을 온 사람 같은데? 아무튼…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지?”

“챙긴 장비만 봐도 오크 대여섯 마리는 잡은 것 같더라.”

“혼자였지?”

“모르지. 다른 동료가 있었는지.”

“아니야. 그럼 다른 사람들도 보였어야지!”

“혼자서 오크 다섯을 잡는 게 가능하기는 한가?”

“…….”

그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모든 힘을 쥐어짠다고 하더라도 두세 마리가 최선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문후의 상태였다.

아주 적게 잡아서 오크 둘을 상대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모습은 너무나 멀쩡해 보였다. 박규호까지 쉽게 쓰러뜨린 걸 보면 여전히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완전히 괴물인데?”

“저런 괴물이 또 있었네. 조규종하고 비빌 수 있겠어.”

“조규종? 아무리 그래도 조규종한테는…”

남아 있는 그들은 이문후의 모습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이 알고 있는 가장 강한 사람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 분명했다.

***

이문후는 정민석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크들의 힘이 강했다. 거기에 다른 각성자들까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콰앙! 콰앙!

정민석과 일행들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가 우세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조심해요!”

임성효의 경고와 함께 오크의 화살이 날아왔다.

그들이 상대한 오크들은 이문후가 싸웠던 놈들과 구성이 달랐다.

후방에 활을 든 놈이 더 있었다.

오크 사냥꾼은 기회를 노리며 화살을 날렸고, 정확하게 꽂히는 화살은 상대하는 사람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터엉!

임성효는 나경민의 뒤를 바쳤다.

염력을 펼치며 화살을 막아냈고, 나경민은 그 도움으로 오크를 상대했다.

“하! 죽어!”

그는 열심히 진검을 뿌렸다.

상당히 날카로운 검격이 오크의 몸을 꿰뚫었지만, 워낙 튼튼한 몸을 가진 놈은 고통을 무시하며 도끼를 휘둘렀다.

콰직!

아슬아슬하게 도끼를 피해낸 그는 다시 검을 뿌렸다.

빈틈이 드러나기 무섭게 심장을 노렸지만, 예의 화살이 다시 날아오며 그를 방해했다.

연거푸 펼칠 수 없는 염력과 다르게 화살은 속사가 가능했다.

채앵!

“젠장! 저 귀찮은 새끼 좀 어떻게 할 수 없어?”

“기다려 봐. 내가 다시…”

“조심해!”

마법을 준비하는 조유리를 향해 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뒤에서 그들을 돕는 조유리와 임성효가 성가시다는 것을 인지한 오크 사냥꾼이 그들을 공격한 것이다.

그 시기가 너무 절묘했다.

임성효도 염력을 사용한 직후라, 제대로 된 방어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둘을 도와줄 사람이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꺄아악!”

조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기 무섭게 옆에서 놀란 임성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문후 씨?”

“두 사람은 민석이 옆으로 가세요.”

“예?”

“표적이 되기 쉬우니까 민석이 옆에서 돕는 게 좋아요. 화살은 그놈이 대신 맞아줄 수 있을 거예요.”

“아, 알았어요.”

슬며시 눈을 뜨자, 널따란 등이 보였다.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이문후였다. 위험한 순간에 나타나서 그대로 화살을 낚아챈 것이다.

“고, 고마워요.”

“…….”

조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크킁!”

오크 사냥꾼을 향해 뛰어가는 그의 모습에 근처에 있던 오크가 콧김을 내뿜으며 도끼를 앞세웠다.

“크아아!”

괴성과 함께 오크는 도끼를 내던졌다.

심상치 않은 속도에 우선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이문후는 상체를 비트는 것만으로 도끼를 피해냈다.

피잉!

그런 그에게 사냥꾼의 화살이 날아왔다.

절묘한 타이밍에 날아온 화살은 쉽게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화살이 닿는 순간, 이문후의 몸이 사라졌다.

“크아?”

갑자기 그의 모습에 시야에서 사라지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오크는 휘둥그래진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뒤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퍼엉!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오크 사냥꾼이 바닥을 뒹굴었다. 들고 있던 활은 부러진 채로 널브러져 있었고, 쓰러진 사냥꾼의 가슴에 강력한 발차기가 꽂혔다.

우두둑!

끔찍한 소리와 함께 사냥꾼의 움직임이 멈췄다.

순식간에 사냥꾼에게 움직인 이문후는 까다로운 놈을 처리하고, 곧바로 뒤에 있던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동료의 죽음에 분개한 오크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며 그를 맞았다. 하지만 꺼낸 단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이문후의 주먹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쐐에엑! 콰앙!

먼 거리에서 날아든 황금빛 권기에 오크가 튕겨져 나갔다. 단검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한 놈은 강한 충격에 쓰러졌다.

“저건 또 뭐야?”

“매직 미사일 같은 건가?”

“도대체…”

이문후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말문이 턱 막혀왔다.

채 하루가 지난 것 같지도 않았지만, 그는 몇 시간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강해져 있었다.

순식간에 오크를 쓰러뜨린 이문후는 정민석을 향해 다가갔다.

콰앙!

재생과 철비공으로 버티면서 힘 싸움을 이어가던 정민석은 그대로 나가 떨어지는 오크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뭐야! 놀랐잖아.”

“쉬고 있어.”

“아니…”

곧바로 사라진 이문후의 모습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뒤늦게 고개를 돌리자, 박정균을 돕는 그의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주먹을 뻗으면 오크가 떨어져 나갔다.

아무리 기습적으로 다른 싸움에 끼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문후의 주먹은 대단했다.

“저놈들이 저렇게 쉬웠었나. 젠장!”

호각을 이루면서 힘싸움을 했던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이문후의 힘은 대단했다.

“쿠엑!”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문후의 주먹에 오크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한 놈씩 쓰러져 갈 때마다 그의 경험치 구슬은 하나씩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나경민은 자신에게 올 경험치를 가져가는 게 불만이었지만, 빠르게 주변을 정리하는 이문후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후우.”

마지막 놈을 쓰러뜨린 그는 완성된 경험치 구슬을 확인했다. 히드라를 잡고, 오크 부대장과 오크들을 쓰러뜨리면서 상당히 많은 경험치 구슬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데 모인 경험치 구슬을 사용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4성 이상의 스킬 제한이 해제됩니다. 나한신공의 효과가 4성까지 정상적으로 적용됩니다.]

4레벨. 빠르게 레벨을 올린 그는 상승한 스탯과 제한이 해제된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후우웅!

‘속도가 더 빨라진 건가?’

기맥을 내달리는 내공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손바닥에 모이는 힘을 확인한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대로라면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리는 것도 그렇게 오래걸릴 것 같지 않았다.

그때,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

묵직한 소리와 함께 오크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멀리 보이던 오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딘가로 달려가는 그 모습에 남아 있던 사람들도 놈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한군데로 모이는 건가?’

이미 고블린들을 통해서 피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그인지라, 조금 전에 울린 소리가 오크들의 신호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오크들은 한곳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도심에 흩어져서 사냥을 하던 놈들은 순식간에 뭉치며 전열을 갖췄다. 그리고 한데 모인 오크들 앞에는 큰 덩치를 가진 놈이 서 있었다.

평범한 오크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있어 보이는 놈이었다.

붉은 늑대를 탄 채, 무리를 이끌고 있는 오크는 도열한 오크를 뒤로하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저놈은 뭐야?”

“대장 같은데요? 오크들이 저 오크 명령을 따르는 것 같아요.”

“대전사다!”

“예? 대전사?”

“오크 대전사야. 오크 대전사가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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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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