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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54화 (54/126)
  • 제 54화

    웨이브

    “킁! 죽인다!”

    다가오는 이문후의 모습에 옆에 있던 오크는 들고 있는 도끼를 휘둘렀다.

    부우웅!

    도끼는 강한 파열음을 내며 그의 머리를 쪼갤 것처럼 날아왔다.

    이미 오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문후는 오히려 그 공격을 향해 달려드는 꼴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놈의 공격을 받아냈다.

    쩌엉!

    커다란 도끼와 단검. 비교가 될 수 없는 무기였다.

    당연히 도끼가 단검을 부수는 게 정상이었지만, 이문후는 기술적으로 오크의 공격을 받아냈다.

    날아오는 궤적을 읽으며 단검을 기울이자, 놈의 도끼를 흘릴 수 있었다. 건곤대나이를 통해서 장착한 에스크리마의 힘이었다.

    하지만 겨우 1레벨만 적용됐기 때문에 완벽히 공격을 흘릴 수는 없었다.

    ‘확실히 힘이 느껴지네!’

    오크가 가진 힘은 고블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밀려날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이 정도의 충격은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막아낸 버텨낸 그는 오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크킁!”

    오크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단검으로 도끼를 막아낸 인간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힘에서 밀린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파고드는 이문후를 향해 솥뚜껑만 한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웅!

    이문후는 날아드는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스텝을 밟으면서 허리를 숙이자, 오크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그렇게 드러난 빈틈.

    그는 지체없이 단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살을 파고드는 뾰족한 날붙이에 오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은 있었지만, 이만한 상처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탄탄한 근육에 날붙이 자체가 깊게 파고들 수 없었다.

    하지만 단검에 찔린 곳에서부터 스며든 기운이 그를 옥죄었다.

    “끄으으아!”

    처절한 괴성과 함께 오크는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게거품을 물려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독약을 마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격에 오크 정도의 생명체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 능력을 사용한 이문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뭐지? 약발이 약해졌나?’

    처음 오크를 쓰러뜨렸을 때는 이런 반응도 없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극독이라는 능력을 사용했다. 단검에 스며든 기운으로 깔끔하게 놈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오크의 반응이 너무 달랐다.

    ‘극독!’

    그는 다시 한번 능력을 펼쳤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패널티를 확인해야만 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재사용 시간이 있다고?”

    보통 이런 식의 제한은 몸에 무리가 가는 걸로 상쇄시킬 수 있었다. 순간이동을 무리해서 연거푸 사용하면 몸이 망가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손에 넣은 능력은 달랐다.

    ‘히드라 브레스 같은 개념인가?’

    히드라도 연거푸 브레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만큼 강력하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기술이었다. 아무래도 극독이나 화염 역시 비슷해 보였다.

    ‘하긴, 스치는 것만으로도 죽이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하지.’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이 능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많았다.

    늘어난 내공을 이용하면 여기에 있는 놈들은 모두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해요!”

    쐐에엑! 콰앙!

    뒤에서도 교전이 일어났다.

    박정균을 필두로 나경민과 조유리가 오크 한 놈을 상대하고 있었고, 정민석은 임성효와 짝을 이루며 다른 놈과 부딪쳤다.

    지금 싸우고 있는 모습만 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많은 놈이 몰린다 싶으면 군인들이 도움을 줬기 때문에 위험한 일은 없어 보였다.

    “아아악!”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도심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의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오크들 일부는 그렇게 숨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저쪽인가?”

    이문후는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뛰었다.

    커다란 빌딩 안이었다. 이미 창과 문은 부서져 있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크킁!”

    그곳에는 오크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평범한 오크들이었다. 하지만 한 놈은 다른 놈들과는 달랐다.

    대장처럼 보이는 놈은 등에 이상한 깃발을 단 채 거대한 늑대를 타고 있었다.

    “크르르르.”

    그의 존재를 눈치챈 늑대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위에 타고 있던 오크는 흥분한 늑대를 쓰다듬었고, 곧 오크들의 시선이 이문후에게 돌아갔다.

    “늦었네.”

    이미 건물 안에는 선혈이 낭자해 있었다.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오크들의 무기에는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후우.”

    이문후는 곧바로 기운을 끌어 올렸다.

    여섯의 오크들. 그중에 늑대를 탄 놈을 조심하면 될 것 같았다.

    ‘분대 단위로 움직이는 건가?’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놈들 역시 전술적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지금까지 상대한 오크와는 달랐지만, 사람들을 사냥하는 놈들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크킁! 죽여라!”

    늑대를 탄 놈의 지시에 다섯 오크들이 달려들었다.

    다행히 활을 든 놈은 없었지만, 서로 간격을 벌리며 거리를 좁혀오는 놈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크합!”

    괴성과 함께 달려오던 놈이 도끼를 내던졌다.

    이문후는 허리를 숙이며 미간을 향해 날아오는 오크의 도끼를 피했지만, 스쳐 지나갔던 도끼가 다시 되돌아왔다.

    ‘흐읍!’

    날아온 도끼는 기다란 줄과 연결돼 있었다.

    헛바람을 집어삼킨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고, 그 사이 네 마리의 오크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달려들었다.

    생각보다 오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순식간에 다가온 놈들은 일제히 도끼를 휘둘렀고, 그대로 이문후의 몸이 쪼개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이문후의 몸이 사라졌다.

    “인간, 없어졌다!”

    오크들의 공격이 허공을 갈랐다.

    순간이동을 사용하며 공격을 피한 그는 홀로 떨어져 있는 놈의 뒤를 잡으며 그대로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정확히 뒷목이 관통된 오크는 이렇다 할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줄로 도끼를 연결했던 놈이었다.

    무기력하게 쓰러진 그 모습에 뒤에서 지켜보던 오크 대장이 늑대를 몰며 뛰어왔다.

    크아아앙!

    역한 누린내와 함께 거대한 짐승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그리고 위에 타고 있던 오크의 창이 섬전처럼 꽂혔다.

    쩌정!

    늑대의 돌진까지 더해진 공격에 충격을 받은 그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이 컸다.

    단검을 쥔 손이 얼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크아아앙!

    가까이 붙은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이 다가왔다.

    위에 있는 오크뿐만 아니라 놈을 태운 늑대 역시 사나운 짐승이었다.

    알 수 없는 살덩이가 붙은 역한 모습.

    이문후는 활짝 벌린 아가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평범한 주먹질이라면 손이 뜯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공을 잔뜩 끌어올린 채 휘두른다면 달랐다.

    작정하고 힘을 실은 주먹.

    그곳에서부터 황금빛 광채가 터져 나왔다.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커다란 늑대가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갑자기 주먹에서 빠져나간 기운을 인지한 이문후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게 뭐야?’

    주먹질을 통해서 쏘아진 황금빛 광채.

    뒤늦게 그게 권기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것도 가능했구나.”

    싸우면서 처음 알게 됐다.

    나한신공이 5성으로 오르면서 권기를 날리는 게 가능했다. 물론, 무기에 기운을 담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무기를 다룰 수 없는 만큼 곧바로 펼치기에는 요원해 보였다.

    “크아아아!”

    타고 있는 늑대의 처참한 모습에 창을 든 오크는 포효하며 노개를 토해냈다.

    단 한 방이었다. 권기에 몸이 꿰뚫린 늑대는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고, 창을 든 오크는 분개하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바밧!

    우람한 근육이 폭발적인 힘을 토해냈다.

    놈이 휘두른 창은 여러 개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면서 이문후를 향해 쏟아졌다.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제대로 무기를 다룰 수 있는 놈이었다. 마치 창술을 익힌 것 같았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놈의 공격을 막았다.

    채재쟁.

    단검과 창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둘의 모습은 호각이었다.

    쩌정!

    곧 굉음과 함께 둘은 떨어졌다.

    오크 대장은 생각보다 강한 이문후의 모습에 신중하게 움직였고, 이문후는 단검을 집어 넣었다.

    ‘주먹이 더 편하겠네.’

    막상 단검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능숙하게 다룰 수 없었다. 장착한 능력은 고작 1레벨뿐이었기 때문에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든 무기였다.

    하지만 이제 권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굳이 단검을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5성의 나한신공.

    펼칠 수 있는 나한권도 5성이었고, 그에게 익숙한 무기는 다름 아닌 주먹이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 그는 가드를 올리며 그대로 오크를 향해 달려갔다.

    “크아아아!”

    갑자기 무기를 거두고, 주먹을 쥔 채로 달려오는 이문후의 모습에 창을 든 오크는 분개했다. 상대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한 것이다.

    분노를 창에 담은 그는 이문후의 가슴을 노리며 창을 찔러 넣었다.

    파바밧!

    섬전 같은 찌르기가 날아왔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가슴에 꿰뚫릴 것 같았지만, 이문후는 상체를 숙이면서 날아오는 창을 피해냈다.

    ‘흐읍!’

    곧바로 나한보를 밟은 그는 오크의 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오크의 가슴을 노리며 주먹을 뻗었다.

    뻐억!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오크 역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어느새 팔을 들어 올린 놈은 그의 주먹을 막아냈다.

    충격이 상당했지만, 가드를 한 만큼 한 번에 쓰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문후는 오크가 휘청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투웅!

    단단한 근육에 가볍게 주먹을 댄 게 전부였다.

    하지만 오크는 피를 쏟아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발경이었다. 더 심후해진 내공은 순식간에 오크의 내부를 휘저었다.

    그리고 주저앉은 오크의 관자놀이로 기운을 담은 이문후의 주먹이 꽂혔다.

    뻐억!

    [오크 부대장을 쓰러뜨렸습니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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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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