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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52화 (52/126)
  • 제 52화

    던전의 괴물

    순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히드라에게 잡아먹힐 것 같았던 이문후가 갑자기 놈의 뒤에서 나타나며 머리통을 쪼갠 것이다.

    바로 앞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헛것을 본 것처럼 눈을 비볐다.

    “사라졌어! 순간 사라졌어!”

    “어, 어떻게?”

    “뭐야? 도대체 장착한 스킬이 몇 개야?”

    나한보에 발경. 거기에 지금 보인 순간이동까지.

    얼마 전에 서로 싸웠을 때는 보이지 않은 능력들이었다.

    지금은 히드라가 쓰러진 것보다 이문후가 보인 여러 능력이 더 놀라웠다.

    “후우.”

    경악하는 사람들을 뒤로한 이문후는 히드라의 죽음에 안도했다.

    다행히 머리가 다시 생겨나는 일은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쉽게 쓰러진 걸 보면 확실히 제대로 된 히드라와는 차이가 있었다.

    [동굴 히드라를 쓰러뜨렸습니다.]

    [히드라의 독이 정화됩니다.]

    조금 전에 뿜어냈던 히드라의 브레스에 독이 섞여 있었다.

    아무래도 그 독이 사라진 것 같았다. 거기에 히드라를 쓰러뜨리고 많은 것들이 손에 들어왔다.

    [새로운 스킬, 극독을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 화염을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많았다.

    놀라운 것은 새로운 스킬이 2개나 생겨났다는 점이었다. 죽은 히드라가 사용했던 브레스와 관련돼 있었다.

    “뭐야? 이 경험치는? 엄청나잖아?”

    “어? 스킬이네?”

    “스킬? 나는 그냥 경험치만 들어왔는데!”

    서로가 얻은 게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경험치를 나눠 가졌지만, 이문후와 정민석은 새로운 스킬을 손에 넣었다.

    “어떤 스킬이에요?”

    “재생이라는데, 이거 좀 찝찝한데요?”

    외상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었다.

    외상에만 국한된다는 게 아쉬웠지만, 순식간에 몸을 복구할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히드라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에 하나였다.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이런 힘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정민석은 그 사실을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민석이만 스킬을 얻은 건가?’

    아무래도 머리를 자른 사람만 새로운 스킬을 얻게 된 것 같았다. 정민석이 처음 하나의 머리통을 잘랐고, 이문후는 남은 머리 두 개를 잘라냈다.

    “다른 사람은 뭐 없어요?”

    괴물 같은 놈을 잡은 만큼 보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남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문후에게로 향했지만,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굳이 스킬을 2개나 얻었다는 것을 밝혀서 좋을 건 없었다.

    조금 전에 순간이동을 펼쳤을 때도 모두가 경악하던 모습을 떠올린 그는 말을 아꼈다.

    “랜덤인가? 다 같이 잡았는데 왜 저놈한테만 스킬이 생긴 거지?”

    이 와중에도 나경민은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냥 아쉽다는 느낌이었지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싸운 만큼 작은 전우애가 생긴 것이다.

    “후우. 그래도 간신히 살았네요.”

    “그래. 이게 다 동생 덕이야. 고생했어!”

    박정균은 환하게 웃으며 이문후를 치켜 세웠다.

    갑자기 동생이 됐지만, 그가 한 말이 전부 사실이었다. 만약에 이문후가 없었다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었다.

    비록, 최준태가 목숨을 잃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그 사람은 어떡하죠?”

    “그 사람?”

    “도망간 놈이요! 치사하게 혼자 살겠다고!”

    싸우다가 도망간 김성찬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면목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동료를 버리고 자기만 살자고 그렇게 도망을 간 만큼 좋은 감정이 들 리 없었다.

    그렇다고 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상황은 급박하고 위험했다.

    “불러와야겠죠?”

    “알아서 나오겠지. 지금은 그냥 시간을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그게 좋겠어요.”

    김성찬을 뒤로한 그들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히드라의 사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은색의 상자와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가 생겨났다.

    “저건 어떻게 합니까?”

    “…….”

    눈앞에 보물 상자가 있었다.

    모두가 그 가치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보상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모두가 머뭇거렸다.

    그때 나경민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문후를 가리켰다.

    “그냥 저놈 주죠.”

    “나?”

    “솔직히 저놈이 없었으면 모두가 죽었을 거잖아요. 나는 저놈이 가져야 한다에 한 표요!”

    “…….”

    나경민이 이렇게 먼저 나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문후를 질투하던 그의 변화가 오히려 당혹스러웠지만,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문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사할 수 없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저도요.”

    자리에 없는 김성찬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정작 보상을 받게 될 이문후는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스킬을 얻었다고 할 수도 없고.’

    은제 상자라면 그 역시도 욕심이 났다.

    다만, 히드라를 잡고나서 얻은 보상이 생각보다 좋았다.

    “뭐해요? 빨리 열어봐요!”

    이문후는 조유리의 말에 상자로 다가갔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의 활약이 가장 컸던 만큼 죄책감 없이 손을 뻗었다.

    [히드라의 가죽을 손에 넣었습니다.]

    [괴수의 내단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스킬 같은 보이지 않는 보상은 없었다.

    대신, 거대한 가죽과 검붉은 구슬이 손에 들어왔다.

    초록색 가죽은 히드라의 가죽이었다. 그리고 검붉은 구슬은 내단으로 보였다.

    “저게 뭐야? 가죽인가?”

    “스킬은 안 얻었어요?”

    “스킬은 없어요. 보상은 이게 전부인 것 같은데요?”

    “뭐야? 생각보다 별로네.”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보상에 모두가 실망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두 개의 아이템을 손에 넣은 이문후의 생각은 달랐다.

    [히드라의 가죽]

    히드라의 외피. 통풍이 좋고, 질기다.

    흠집이 나거나 찢어져도 자연적으로 북구가 가능하다.

    ‘이건 옷을 만들어 입으면 괜찮겠는데?’

    탄성이 나쁘지 않았고, 생각보다 가벼웠다.

    질기기도 질겨서 고블린의 독침 정도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재료였다. 하지만 히드라의 가죽보다 내단에 더 관심이 갔다.

    [히드라의 내단]

    히드라가 기운을 쌓아놓은 작은 구슬.

    내단을 흡수하면 많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 독과 불, 재생에 관한 능력이 있다면 그 효과를 더 높이 끌어낼 수 있다.

    손에 넣은 두 개의 스킬과 궁합이 잘 맞았다.

    재생이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이것만 흡수해도 지금보다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건 뭐예요?”

    “내단이라고 하네요.”

    “내단? 대박! 내공을 올려주는 그런 건가?”

    그들 역시 내단에 관심을 보였다.

    능력을 발휘하는 연료 같은 토대를 더 키울 수 있었다. 각성을 한 만큼 내단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내단의 주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가죽은 서로 나누는 걸로 하죠. 이 정도면 상의 정도는 맞출 수 있지 않나요?”

    “공유하겠다는 건가요?”

    “저 혼자만 싸운 게 아니니까요.”

    “우리야 좋지! 사실, 우리도 도움을 주긴 했으니까.”

    나경민은 이문후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안으로 들어온 만큼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만 나가죠.”

    “예. 근데…”

    밖으로 나갈 때가 되자, 죽은 최준태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몇 번 호흡을 맞쳐 봤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죽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준태가 희생한 덕분에…”

    박정균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이 온 동료가 죽은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여기에서 히드라가 나올 줄이야.’

    그가 알고 있는 히드라는 아니었다.

    그래도 일회성 던전이라고 비교적 약한 놈이 지키고 있었다.

    머리도 많지 않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제약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상대하기 벅찬 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만 나가죠.”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밖에서 기다리는 권형태에게도 보고를 해야만 했다.

    이곳에서의 일은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게 좋았다.

    “근데, 김성찬은 어떻게 하죠?”

    “알아서 나오겠지.”

    “…….”

    김성찬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나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정균이 안으로 들어가 봤지만, 그는 혼자 나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끼리 먼저 나가는 게 좋겠어.”

    “알겠어요.”

    다행히 김성찬은 무사한 것 같았다.

    다만, 혼자 도망갔다는 사실에 다른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는 것 같았다.

    ***

    최태준의 죽음. 그리고 김성찬의 도망.

    히드라라는 괴물을 물리쳤지만,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강력한 적을 물리쳤다는 것보다 동료를 잃었다는 슬픔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문후 역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냈다면 최태준이 살았을지도 몰랐다. 물론, 그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부족했던 힘에 아쉬움을 느꼈다.

    ‘히드라의 내단이라.’

    집으로 돌아온 이문후는 손에 쥔 내단을 바라봤다.

    이미 극독과 화염 스킬을 손에 넣은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약이었다.

    히드라의 몸에서 나왔다는 게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서는 그런 것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흐음.”

    그는 내단을 입에 가져갔다.

    검붉은 구슬은 혀와 닿기 무섭게 녹아내렸고, 곧바로 그의 목으로 넘어갔다.

    이렇다 할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식도를 넘어가는 순간, 미증유의 힘이 피어올랐다.

    ‘내공인가?’

    그는 본능적으로 기운을 이끌었다.

    익히고 있는 나한신공을 운용하며 피어오르는 기운을 붙잡았다. 동시에 이제는 익숙해진 알림이 새로운 사실을 알려왔다.

    [건곤대나이의 공능이 영향을 끼칩니다.]

    [흡수되는 기운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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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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