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51화 (51/126)

제 51화

던전의 괴물

히드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었다. 파충류와 비슷한 놈으로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특징을 가졌다.

지금 앞에 있는 놈은 머리가 세 개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9개가 달려 있다는 놈과 비교하면 약한 것 같았지만, 히드라라는 이름을 가진 놈이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엄청난 불운이었다.

“이제 어떡하죠?”

“싸워야지. 어쨌든 저놈을 쓰러뜨려야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저 거대한 놈을 쓰러뜨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저만한 덩치를 가진 놈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 놈이 브레스까지 뿜어대고 있었으니 겁이 날만도 했다.

“근데, 일회성 던전에 저런 놈이 있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체더월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간혹 있었어요. 희귀하지만 간혹가다가 이벤트 성으로 나오는 놈들이.”

조유리 역시 인터넷 채널을 이용했었다.

나경민과 연인 컨셉으로 함께 체더월을 하면서 여러 던전을 경험해 봤지만, 히드라를 본 건 처음이었다.

사실, 경험 자체가 달랐다.

이문후가 플레이한 시간과 두 사람이 플레이한 시간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희귀한 몬스터에 관한 정보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상대하죠?”

“게임에서는 머리를 잘라야 했어요. 아무래도 사람을 나눠서 각자 머리 하나씩 상대하는 게 좋겠어요.”

“아! 그래서 대형을 그렇게 나누자고 했던 건가요?”

뒤늦게 이문후가 한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상대가 히드라일거라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가운데 머리는 가장 나중에 처리해야 할 거예요.”

“가운데요? 특별한 게 있나요?”

“머리를 잘라내도 다시 생겨나거든요. 대신에 양쪽은 잘라내면 다시 자라지는 않을 거예요. 그 게임에서 나오는 놈과 비슷하다면요.”

“그리스 신화에서는 자르고 불로 지져야 다시 안 자란다고 하던데.”

“그건 확인해 봐야겠죠.”

“…….”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릴 수도 없었다.

“저놈이 쏘는 불은 막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최대한 피하는 걸로 하자고.”

“알았어요.”

“브레스를 뿜어내는 머리는 제가 맡겠습니다.”

“브레스?”

“불을 토해내던 곳이요. 오른쪽이었어요.”

“그, 그래.”

이문후는 일부러 그곳을 택했다. 그나마 내성이 있어서 잘못 맞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위험한 상황이 오더라도 순간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브레스를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가운데는 내가 맡지!”

“형님이요? 괜찮으시겠어요? 그냥 제가…”

“너보다는 내가 나을 것 같아.”

박정균은 정민석을 대신해서 어려운 곳을 자처했다.

그래도 연장자였고,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었다. 이런 일을 정민석에게 떠넘길 생각은 없었다.

“남은 사람들은 조금 전에 나눴던 대로 움직이자고.”

“예? 예.”

“쫄지 마! 어차피 저놈 못 잡으면 여기에서 다 죽는 거야.”

박정균은 남은 사람들을 다독였다.

그 역시 두렵기는 매한가지였지만, 여기에서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줄 필요가 있었다.

‘나보다는 저 사람이 더 제격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이문후가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를 줬다. 만약 혼자였다면 이런 용기도 낼 수도 없었다.

“우선 제가 저놈 시선을 붙잡아 보겠습니다.”

“조심해.”

“조심하세요!”

걱정을 뒤로한 그는 히드라의 동향을 살폈다.

이미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던 놈의 고개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있었다.

‘근데 저놈은 왜 안 움직이는 거지?’

그들을 인지하고 있다면 진즉에 쫓아왔어야 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중독된 시체가 있었다.

‘설마, 못 움직이는 건가?’

여기로 올 때까지 도망을 간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히드라에게 제약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적당한 때에 끼어드세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뜻을 전한 그는 히드라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확인한 히드라는 곧바로 입을 벌리며 브레스를 토해냈다.

쏴아아아!

이번에는 불이 아닌 독이었다.

초록빛 액체가 이문후가 있던 자리로 쏘아졌다. 하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이미 브레스를 뿜을 걸 예상하고 있었던 만큼 엄청난 반응 속도로 나한보를 펼치며 히드라에게 다가간 것이다.

치이이익!

뒤늦게 그의 움직임을 눈치챈 놈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떻게든 브레스를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이문후의 속도는 히드라의 움직임보다 훨씬 빨랐다.

순식간에 안으로 파고든 그는 단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거대한 몸뚱이가 갈라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피부가 질기지 않았지만, 벌어진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됐다.

‘무슨 트롤도 아니고!’

생각했던 것보다 회복력이 너무 뛰어났다.

상처가 이렇게 빨리 아무는 것을 보면 자잘한 상처만으로는 놈의 목을 베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크아아아!”

히드라는 상처를 남긴 이문후의 행동에 분노하며 고개를 휘둘렀다.

쉬이익!

콰앙!

거대한 철퇴가 떨어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두꺼운 목은 채찍 같았고, 큰 머리통은 거대한 철구 같았다.

굉음과 함께 바닥이 파여나갔다. 금방이라도 동굴이 무너질 거처럼 흔들렸다.

잘못해서 저 공격에 스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하지만 이문후는 빠른 반응속도로 공격을 피하며 주먹을 뻗었다.

퍼억!

발경을 이용해서 충격을 남겼다.

순식간에 외부의 상처를 회복한다면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나름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히드라의 분노도 커졌다.

“크아아아!”

히드라는 괴성과 함께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들었다.

마치 한입에 집어삼킬 것처럼 위협적인 움직임이었다.

쿠웅!

이문후는 놈의 행동을 알아채며 급하게 바닥을 밀어냈다.

나한보를 펼치면서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지만, 또 다른 머리가 그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크윽!’

협공을 받는 것 같았다.

머리가 세 개인 놈들은 시간 차이를 두며 그를 공격했다.

계속해서 나한보를 펼치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를 향해 다가오던 히드라의 머리로 새하얀 얼음 덩어리가 날아와 꽂혔다.

쐐에엑! 퍼석!

조유리가 날린 아이스 볼트였다.

섬전처럼 날아온 얼음 덩어리는 정확하게 달려드는 히드라의 미간에 꽂혔다.

“크아아아!”

갑작스러운 공격에 흥분한 놈은 포효하며 조유리를 향해 달려갔다. 움츠렸던 목을 길게 빼자, 그곳까지 거리가 닿았다.

우선 귀찮은 인간을 먼저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조유리 혼자가 아니었다.

“조심해!”

“옆을 노려요! 하압!”

빠르게 달려들던 히드라의 대가리가 허공에 가로막혔다.

임성효과 손을 뻗으며 염력을 사용하자, 잠깐이지만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동시에 놈의 머리통에 정민석의 도끼가 꽂혔다.

콰직!

“크아아아!”

절묘한 협공에 놈의 목이 너덜거렸다.

곧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이문후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금방 회복한다! 한 번에 끝내야 돼!”

“아, 알았어!”

정민석은 내리찍은 도끼를 다잡았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히드라의 다른 머리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능력을 사용한 상태로 준비하고 있던 박정균이 뛰어들며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콰앙!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변한 그는 괴력을 내며 히드라의 머리통을 묶었다.

그렇게 시간을 번 사이, 나경민과 다른 두 사람이 정민석을 도우며 상처 입은 히드라의 머리를 집중공격했다.

콰직! 콰직!

서걱!

결국, 질긴 놈의 머리통 하나를 잘라냈다.

극렬한 고통에 다른 두 머리가 괴성을 지르며 발악을 했고, 힘에 밀린 박정균은 그대로 튕겨져 나가며 벽에 처박혔다.

“크윽. 조심해! 다른 머리가 풀렸어!”

“브레스다! 피해!”

박정균이 떨어져 나가자, 자유로워진 놈이 브레스를 뿜어냈다. 크게 벌린 아가리에서부터 초록색 액체가 쏟아졌다.

“저리 꺼져!”

갑작스러운 공격에 최준태는 급하게 능력을 사용했다.

활짝 편 손바닥에서 강한 돌풍이 쏘아졌다. 그대로 날아오는 브레스를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치이이익!

하지만 히드라의 브레스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그의 능력만으로는 브레스를 막을 수 없었고, 그의 몸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아악!”

끔찍한 모습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조유리는 눈을 질끈 감으며 그대로 주저앉았고, 김성찬은 급하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겁이 질린 그는 앞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도망을 택한 것이다.

끔찍한 모습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조금만 늦게 피했거나 최준태가 없었다면 죽은 사람은 자신이 됐을 거라는 사실이 모두를 옭아맸다.

“뭐해? 정신차려!”

이문후는 그런 그들을 일깨웠다.

저렇게 패닉에 빠진 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도 사치였다.

“이놈 좀 맡아요!”

그는 박정균을 향해 소리치며 브레스를 쏜 히드라를 향해 뛰어들었다.

강한 기술을 사용한 만큼 빈틈이 생겼다.

이 기회에 머리통 하나를 더 잘라낼 생각이었다.

극성으로 나한보를 밟은 그는 순식간에 히드라의 머리 옆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정민석을 향해 소리쳤다.

“도끼!”

손에 쥔 단검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도끼라면 충분히 목을 잘라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크게 소리쳤지만, 정민석이 던진 도끼는 그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젠장, 너무 짧아!”

“제가 도울게요!”

임성효는 곧바로 염력을 사용했다.

다행히 그녀의 도움으로 도끼는 이문후의 손으로 들어왔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이문후는 치켜든 도끼에 힘을 실으며 그대로 히드라의 머리통을 찍었다.

콰직!

내공을 더한 강력한 일격에 히드라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네 명이 달려들어서 겨우 잘라냈던 놈의 머리가 너무나 쉽게 떨어졌다. 엄청난 괴력에 모두가 놀랐지만, 그 순간 또 다른 머리통이 이문후를 덮쳤다.

“문후야!”

아직 바닥에 내려서지도 못한 만큼 놈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방금 염력을 사용한 임성효도 지금은 이문후를 도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문후가 사라졌다.

콰직!

히드라가 허공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그 위로 나타난 이문후는 드러난 놈의 뒤통수를 향해 그대로 도끼를 찍어내렸다.

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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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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