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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50화 (50/126)

제 50화

던전의 괴물

헬리콥터로 이동한 그들은 다시 차를 타고 움직였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시골의 한 야산이었다. 그리고 야산 주변을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저깁니다.”

경계를 서고 있던 지휘관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에는 게이트가 있었다.

기존에 봐왔던 게이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크기가 생각보다 컸다.

“이건 정규 던전 아닌가요?”

“그것보다는 작은 것 같기는 한데.”

“게이트가 크면 클수록 안에 있는 놈들은 강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나경민은 이문후의 말에 투덜거렸다.

계속해서 딴죽을 거는 그의 행동에 결국 참고 있던 정민석이 폭발했다.

“새끼. 더럽게 쫑알대네.”

“뭐라고? 지금 나한테 그랬냐?”

“한 번 얻어터진 것 같고 뭘 그렇게 꽁해 있어? 그냥 털면 되는 거지!”

“이 새끼가. 죽고 싶냐?”

“죽일 수는 있고?”

정민석은 이문후에게 받은 커다란 도끼로 바닥을 찍으며 그를 노려봤다.

여차하면 그대로 붙을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두 사람 모두가 이대로 무기를 휘둘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그때 권형태가 끼어들며 둘을 중재했다.

“그만! 큰일을 앞에 두고 싸워서 좋을 게 뭔가?”

“…….”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말했다시피 여긴 다른 일회성 던전하고는 다른 곳이야! 이미 팀을 이루고 들어간 각성자들이 돌아오지 못한 곳이니까 더 진지하게 임해줬으면 좋겠네.”

“죄송합니다.”

어색해진 분위기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

‘괜히 왔나?’

나경민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정민석이 이렇게 발끈 할 줄은 몰랐다.

도움을 주러 왔지만, 오히려 분위기만 해친 것 같았다.

“그만 들어가죠.”

박정균이 침묵을 깨며 모두를 일깨웠다.

계속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보다 차라리 빨리 일을 끝내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조심하게.”

“걱정하지 마세요. 든든한 보험이 있잖아요.”

미리 준비를 하고 움직였던 만큼 안으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권형태와 각성자 몇 명을 제외한 그들은 조심스럽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여긴 어디지?”

“동굴? 동굴 같은데요?”

게이트 너머에는 야산과는 너무 동떨어진 곳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는 이런 변화가 어색하지 않았다.

“연습했던 대로 움직인다! 전방은 나하고 민석이가. 후방은 유리하고 성효. 그리고 중간은 경민이하고 성찬이, 준태하고… 이문후 씨가 맡아줘요.”

“예!”

“빨리 끝내고 돌아가죠!”

그들은 어색해진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박정균의 명령과 함께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던 만큼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동굴? 고블린 같은 놈들이 있는 곳은 아닌 것 같고.’

그만한 몬스터라면 각성자들이 그렇게 많이 당할 리가 없었다. 최소한 오크나 그 이상 되는 놈들이 있어야겠지만, 오크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크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오크보다 더 강한 놈이라면 뭐가 있지?’

어떤 놈이 있을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다만, 확실히 위험한 곳인 만큼 모든 힘을 다 끌어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일회성 던전인데.’

그나마 정규 던전이 아니라는 게 작은 위안이었지만, 그런 생각은 길지 않았다.

“사람이다!”

앞장서서 움직이던 박정균이 누군가를 발견하며 소리쳤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발견한 사람은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죽었는데요?”

“도망가다가 죽은 것 같아요.”

“도망이요?”

도망이라는 말에 조유리가 떨렸다.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아직 누군가의 죽음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긴장하는 것은 당연했다.

“보통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잖아요. 하지만 쓰러져 있는 머리가 안쪽과 멀어지는 방향인 걸 보면… 도망가다가 죽은 것 같아요.”

임성효의 설명에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언가에게서 도망을 가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안에 만만치 않은 놈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특별히 큰 상처는 없는 것 같은데?”

“독이에요.”

“도, 독이요?”

“피부에 검은 반점이 있잖아요. 아무래도 독에 중독된 것 같아요.”

“독이라면… 까다로운 놈일 가능성이 높네요.”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독을 쓰는 놈이라면 쓰러뜨리더라도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독에 면역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독을 정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싸움 자체가 불리했다.

‘그나마 내성을 믿어야 하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나갈 수도 없는 것이, 일회성 던전을 나가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놈을 반드시 잡아야만 했다.

“조심해서 움직여야겠어요.”

“독이라. 대처법이 없을까요?”

모두의 시선이 이문후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로서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보통 독을 쓰는 놈 근처에 해독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할 수는 있지만. 모르죠. 근처에 그런 게 있을지는.”

“…….”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아요. 우선 안에 있는 놈이 어떤 놈인지 확인하는 게 먼저일 것 같네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야 어떻게 상대할지 정할 수 있었다.

되도록 그가 알고 있는 놈들 중에서 약한 놈이기를 바랐지만, 약한 놈이라고 하더라도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독이라면 거미일까?’

습한 동굴에 독을 사용하는 놈들 중에서 그나마 거미가 먼저 떠올랐다.

그렇다고 확신을 할 수 없는 것이, 거미를 제외하고도 독을 가진 놈들은 많았다.

“저기에도 시체가!”

“흐음. 또 도망을 가려다가 죽은 것 같은데?”

“이 사람은… 화상을 입은 것 같은데요?”

“화상이요?”

“피부가 녹았어요. 주변에 수포까지 생긴 걸 보면… 화상이 확실해요.”

“뭐지? 한 놈이 아닌가?”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몬스터가 섞인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 같은 종끼리 무리를 이뤘지만, 죽은 사람이 남긴 흔적은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설마?’

쓰러진 사람을 본 이문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머릿속에 불과 독을 동시에 사용하는 놈이 떠올랐다.

‘근데, 그렇게 강한 놈이 왜 여기 있는 거지?’

하수도의 지배자 같이 강한 놈이 있는 던전도 존재했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었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놈은 거대한 자이언트 랫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만약에 정말로 그놈이 있다면…’

여기에 들어온 사람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와 정민석도 위험했다.

“더 안으로 들어가야겠죠?”

“들어가 보죠.”

“잠깐만요!”

이문후는 그들을 불러세웠다.

그의 목소리에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죠?”

“제가 앞장설게요.”

“네가? 왜?”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대형을 좀 바꾸죠.”

“이유라도 밝히고 그런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다짜고짜 대형을 바꾸자고 하면…”

“이 안에 있는 놈. 평범한 놈이 아닌 것 같으니까.”

의미심장한 그의 말에 나경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문후를 질투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어요?”

“확실하지는 않아요. 근데, 내 생각이 맞다면… 힘든 싸움이 될 겁니다.”

“…….”

“우선 정체를 확인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아서요.”

“알았네. 그게 좋겠어.”

박정균은 이문후의 말에 동의했다.

그 역시 이문후의 실력을 믿었다. 이미 한 번 부딪쳐봤기 때문에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괜찮겠어?”

“이게 좋아.”

“대형은 어떻게 하면 좋겠나?”

“반으로 나누죠. 민석이하고, 성효 씨. 그리고 다른 한 분이 한쪽을 맡고, 다른 분은 반대쪽으로요.”

“너는?”

“나는 내가 알아서 할 거야.”

“…….”

남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말에 따랐다.

그리고 이문후는 단검을 고쳐잡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뗐다.

여차하면 순간이동까지 사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되도록 자신의 생각한 놈이 아니기를 바라며 조금씩 동굴 안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안에 있는 놈을 확인한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크르르르!”

인기척을 느낀 놈의 머리가 돌아갔다.

아직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놈은 멀리 떨어진 그와 일행들이 있다는 눈치챈 것이다.

그대로 걸음을 멈춘 이문후의 모습에 뒤따르던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동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뭐야? 어떤 놈인데 그렇게 심각한 거야?”

뒤에 있던 나경민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꺾인 동굴 벽에 가려져 안에 있는 놈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문후의 옆에 섰다. 하지만 안에 있는 놈을 본 그의 반응이 격해졌다.

“씨발! 저게 왜 여기 있어?”

“뭐, 뭔데?”

“히드라! 히드라가 왜 저기에…”

“물러나!”

이문후는 나경민의 뒷덜미를 잡으며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다.

동시에 그들이 있는 곳으로 시뻘건 불길이 쏟아졌다.

콰과과과!

강한 열기에 뒤에 있던 사람들은 기겁하며 물러났다.

곧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누구 하나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괘, 괜찮아요?”

임성효의 걱정을 뒤로한 이문후는 곧바로 불길이 사라진 곳으로 움직이면서 히드라의 동향을 살폈다.

하지만 나경민은 넋이 나간 것처럼 그대로 주저앉았다. 긜고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여기에 히드라가 왜 있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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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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