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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49화 (49/126)

제 49화

던전의 괴물

허름한 원룸가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 스포츠 카가 길가에 주차돼 있었다.

빨간 페라리를 본 정민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정말로 이게 네 차라고?”

“몇 번을 말해.”

“무슨 싸움 몇 번 해주는 걸로 페라리를 줘?”

“그러게.”

한 일에 비해서 과한 선물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아무리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선물을 받는 것은 그에게도 부담이었다.

“대박이네! 확실히 사람이 힘이 있어야 하네. 이런 것도 아무렇지 않게 받을 수 있고.”

그 역시 정민석의 말에 공감했다.

방구석에서 겨우 방송으로 연명하던 때는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던전이 생기고 힘을 얻게 되자, 평생 만나지도 못할 사람들을 만났고, 값비싼 차까지 얻게 됐다.

‘요 며칠 사이에 몇 년을 고생해야 벌 돈을 다 번 것 같은데.’

DS와 거래를 한 대금도 바로 들어왔다.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재료였던 만큼 그 값은 비쌀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이것보다 더 많은 게 들어오겠지?’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손에 들어오는 게 많아졌다.

그만큼 대가에 준하는 일을 해야했지만, 세상이 변하기 전의 생활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뭐해? 시승이라도 해보자. 문 좀 열어 봐.”

“알았어.”

정민석은 보조석에 탔다.

생각보다 훨씬 더 낮은 차체에 큰 덩치를 간신히 우겨넣으며 자리에 앉았다.

“원래 이렇게 불편하냐?”

“너한테는 불편하겠네. 나도 편하지는 않아.”

“내가 이래서 이걸 안 사는 거야. 차가 편한 맛이 있어야지.”

“지랄.”

정민석은 투덜거리면서도 신기한 듯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덩치에 맞지 않게 호기심을 드러내는 친구의 모습에 헛웃음을 보인 이문후는 곧 시동을 걸었다.

“오오오! 이 맛에 이런 걸 타는 건가?”

“한 바퀴 돌까?”

“나 곧 출근 해야 돼. 아! 이걸로 네가 데려다주면 되겠네.”

“이걸로?”

“너도 오늘 팀장님 만나러 간다며? 같이 가자.”

굳이 이 차를 타고 갈 생각까지는 없었다.

아무래도 DS에서 나온 물건이었기 때문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알게 될 텐데.’

잠깐 고민하던 이문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권형태도 그와 DS 사이의 거래를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걸 드러내면서 권형태에게 작은 긴장감을 주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려.”

“왜? 어디가?”

“가지고 올 게 있어.”

이문후는 따로 떼어놓은 물건을 가져왔다.

고블린을 잡고 얻은 금속이었다. 권형태에게 던전에서 나온 물건의 일부를 주기로 약속했다.

던전 출입에 관련된 인물인 만큼 그와의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이 차. 나중에 빌려줄 수 있냐?”

“불편해서 안 사는 거라며?”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 하는 거 봐서.”

“치사한 새끼.”

정민석은 아쉬워하며 투덜거렸지만, 곧 움직이는 페라리에 정신이 팔렸다.

부아아앙!

요란한 배기음과 함께 붉은 스포츠카가 도로를 내달렸다. 그리고 안에 타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

권형태는 멀쩡한 이문후의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몸은 괜찮은 겁니까?”

“예. 괜찮습니다.”

“다행이네요. 걱정했습니다. 많이 다친 것 같다고 보고를 받아서요.”

“아니요. 이제 멀쩡합니다.”

금방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는 임성효의 보고와 다르게 이문후는 예전에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회복력이 대단한 건가? 아니면 잘못 본 건가?’

임성효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당시에는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는 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회복력이 뛰어난 것 같았다.

‘어느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정규 던전을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보면 나름의 생존기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냥 단순히 던전을 드나드는 게 다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상당한 금속을 가지고 나온 걸 생각하면 안에 있는 몬스터와 싸운 게 분명해 보였다.

일회성 던전과는 다르다는 정규 던전.

지금 그곳에 관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이문후뿐이었다.

“이번 던전은 어땠습니까? 조금씩 정보를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숲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에 있는 고블린과 부딪쳤고요.”

“고블린이요?”

“예. 일회성 던전에 있는 놈들과 다르게 무리를 이뤄서 움직이는 놈들입니다. 나름 대형을 갖춰서 사냥을 하니까, 더 까다롭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렇군요.”

이문후는 관련된 내용을 조금씩 풀었다.

물론, 마비초를 이용하거나 불을 사용하는 방법은 알리지 않았다. 그가 아니라도 이런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만, 싸우는 방법까지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거기에 있는 놈들은 다 죽었으니까.’

설명을 들은 권형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정보에 흡족해했다.

확실히 이문후에게 던전을 개방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그가 팀에 들어와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은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한테도 많은 도움이 됐으니까요.”

“저 괜찮으시다면…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러워 하는 것을 보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경기도 한 지역에서 실종 접수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일회성 던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요.”

“일회성 던전이요?”

“예. 아무래도 던전을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 것 같은데. 문제는 그 던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한 곳인 것 같습니다.”

“흐음. 간혹 강한 놈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그 역시도 경험을 해봤다.

하수도의 지배자라고 하는 자이언트 랫이 있던 곳은 고블린이 나오는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많은 신고로 우리 쪽에서도 인원을 파견했습니다. 각성을 한 플레이어 다섯이 한번에 들어갔고, 당연히 처리할 수 있을 걸고 생각했죠.”

“설마 돌아오지 못한 건가요?”

“예. 상당히 준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조합도 나쁘지 않았고요.”

“…….”

“그곳을 통제하고 있습니다만, 계속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몰래 들어가는 상황이라.”

위험한 던전이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하지만 소문이 퍼져나가기 무섭게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몰려들었다.

위험한 만큼 보상이 클 수밖에 없었다.

몇 개의 던전을 클리어한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알았고, 더 강해지고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난이도가 높은 곳을 택한 것이다.

“그 던전을 그대로 둘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우리 팀이 그곳을 공략할 생각인데, 그곳에 동행을 해줬으면 합니다.”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문후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다만, 그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민석이도 같이 가는 겁니까?”

“그럴 것 같습니다.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움직일 생각이지만…”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그곳에서 나오는 보상은 어떻게 하죠?”

“그건…”

말을 하기 껄끄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는 게 서로에게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드리고 싶지만… 다른 팀원들의 생각도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보통 던전에 진입하고 마지막에 다수결로 정하는 부분이라서요. 지금 확답을 드리기가 곤란한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신, 저도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아직 그 던전이 어떤 곳인지 몰랐다.

그냥 도움을 주기 위해서 같이 들어가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무조건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었다.

‘경험치만 올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지금은 다시 정규 던전을 들어가는 것보다 이렇게 일회성 던전을 들어가는 게 더 괜찮았다.

이 기회에 가지고 있는 능력을 조금 더 활용해 볼 생각이었다.

***

던전이 있는 곳까지 움직이기 위해서 헬리콥터에 탑승했다.

이렇게 이동할 줄은 몰랐지만, 시간을 줄이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다만, 이 자리가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꼭 저놈하고 같이 가야 하는 겁니까?”

“내가 부탁해서 온 거라고 몇 번을 말하나? 지금 가는 곳은 그만큼 위험한 곳이니까 안전을 위해서 부탁을 한 거네.”

“겨우 일회성 던전이잖아요. 우리들만으로 충분하다고요!”

나경민은 계속해서 불만을 늘어놨다.

이민후에게 좋은 감정이 없는 만큼 그와의 동행이 달갑지 않았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네.”

“괜히 입만 더 늘어나는 겁니다. 보상을 나눌 이유가 없…”

“미안한데. 그게 불만이라면 당신이 빠지면 되는 거 아닌가요?”

“뭐라고?”

“저는 보상보다 안전한 게 더 중요해요. 사람이 많아서 나쁠 건 없다고 봐요. 더군다나 같이 가는 사람이 이문후 씨라면 안심이 되고요.”

“참나!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당신하고 같은 팀이야! 저놈은 그냥 끼어든 불청객이고.”

나경민은 임성효의 말에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다른 팀원들 대부분은 임성효의 말에 동의했다.

이미 이문후의 실력은 검증이 됐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보상도 좋지만, 그것도 살아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만하지. 나도 같이 움직이는 건 찬성이니까.”

“저도 찬성입니다.”

“저도요.”

“…….”

이문후와 부딪쳤던 박정균까지 임성효의 손을 들어줬다.

심지어 조유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박정균과 같은 생각이었다.

연인인 조유리의 침묵에 나경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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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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