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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48화 (48/126)

제 48화

3성의 힘

‘기대했던 것보다 더 대단하잖아?’

이문후는 벌써 세 명을 쓰러뜨렸다.

염민선을 이긴 건 놀랍지 않았다. 여기에 모인 각성자들 중에서 가장 어렸고, 성격이 급했다. 하지만 다른 두 사람은 모두 평균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문후는 그런 둘은 생각보다 쉽게 꺾었다.

“괴물이군요.”

“이제부터 저 사람하고 같이 하는 겁니까?”

“모르지.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여기까지 데려온 걸 보면 동료 아니었어요?”

김정우는 그 질문이 쓰게 웃었다.

아쉽게도 엄청난 대어를 놓친 것이다.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김영환은 싫다는 놈을 붙잡아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놓치기에는 이문후가 너무 아까웠다.

그나마 DS와 거래를 하고 있다지만, 겨우 던전에서 나오는 재료를 매입하는 게 전부였다.

‘어떻게 붙잡지?’

돈으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백지수표를 거절한 것만 봐도 돈에 휘둘릴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저 정도 실력이면 돈이야 금방 붙을 것 같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친해지는 것뿐이었다.

어떻게든 친해져서 정에 기댈 수밖에 없었지만, 그게 얼마나 통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이문후는 또 다른 사람과 맞붙었다.

“하압!”

커다란 기합과 함께 뭉뚝한 나무 창이 날아왔다.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창은 여러 개로 분열했고, 순식간에 이문후의 앞을 가득 채웠다.

‘이건 창술인가?’

날아오는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미 이런 비슷한 공격을 받아낸 적이 있었다. 나경민이 사용했던 매화검법도 검첨이 분열되며 여러 개를 만들어냈다.

투두둑! 투둑!

뒤로 물러나면서 손을 뻗자, 나무 창이 튕겨져 나갔다.

“미친! 저게 가능하다고?”

“나무로 만들어져서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창이었으면 손이 잘렸을걸?”

“저 사람은 정확히 창대만 쳐내고 있잖아!”

“뭐? 그게 가능해?”

“보고도 몰라?”

속도가 워낙 빨라서 정확하게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설명처럼 이문후는 정확하게 창대를 쳐내며 공격을 흘렸다. 높은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라면 이런 움직임이 어렵지 않았다.

파앗!

빠른 찌르기가 통하지 않자, 움직임이 달라졌다.

상대는 신중하게 창을 잡으며 순간 속도를 끌어 올렸다.

섬전 같은 찌르기가 미간을 향해 날아왔다.

총알이 날아오는 것처럼 배는 빨라진 속도에 깜짝 놀랐지만, 이문후는 허리를 숙이며 날아오는 창두를 피해냈다.

쿠웅!

동시에 발을 구르자, 그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본 염선민의 눈이 커다래졌다.

“나, 나한보!”

이문후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보법을 펼쳤다. 순간 드러난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나한보가 제격이었다.

투욱!

그렇게 빈 가슴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대자, 손바닥을 통해서 작은 기운이 퍼져나갔다.

“크흡!”

다시 한번 발경을 사용했다.

크게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힘을 조절했지만, 이렇게 한 방에 끝내는 게 가장 깔끔했다.

하지만 이번에 상대한 사람은 생각보다 맷집이 있었다.

부우웅!

그는 내지른 창대를 들어 올리며 파고든 이문후의 턱을 노렸다. 상대가 잠깐 방심한 틈을 노린 것이다.

“흐읍!”

어퍼컷처럼 솟구쳐 오르는 딱딱한 창대.

마음을 놓고 있던 이문후는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다행히 창대에 당하는 일은 없었지만, 휘청거리는 순간 상대방의 뒤차기가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뻐억!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다행히 팔을 들어서 공격을 막았지만, 조금만 늦었으면 갈비뼈가 부러졌을지도 몰랐다.

‘확실히 만만히 볼 사람들은 아니네.’

저마다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었다.

더군다나 모두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 하고 있었다. 상대를 죽이기 위한 싸움이 아니었다. 그저 가볍게 실력을 확인해 보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사력을 다하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하죠.”

“…….”

“제가 졌어요. 더 하면… 죽을지도 몰라요.”

이문후를 밀어냈던 권승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배를 부여잡았다. 최대한 이를 악물며 버텼지만, 조금 전에 파고든 힘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대로 더 움직였다가는 더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그나마 이문후를 밀어낸 것에 만족하고 여기에서 끝내는 게 최선이었다.

“거기까지 하지. 서로의 실력은 충분히 안 것 같으니까.”

뒤늦게 김정우가 끼어들었다.

더는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다른 사람들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중재를 한 것이다.

“이런 엄청난 실력자를 몰라봤다니.”

“대단하네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레벨을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실례가 될 것 같은데?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

김정우는 질문을 하는 권승수를 질책하면서도 이문후의 레벨을 궁금해했다.

‘사용했던 능력이 3개인 것 같던데. 3레벨이 되면 또 다른 능력을 장착할 수 있는 건가?’

이 정도라면 최소 3레벨은 올라가야만 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이 자신의 상태를 밝혀서 좋을 건 없다고 생각했다.

“크흠. 다들 하던 일 해.”

“이제 가시는 겁니까?”

“그만 가 봐야지. 이 친구를 계속 붙잡아 둘 수는 없으니까.”

그들은 아쉬움이 가득한 김정우의 목소리에 아직 이문후를 끌어들이지 못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나서서 같이 움직이자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선뜻 나설 수 없었다.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염민선이 이문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다음에 다시 붙어요!”

“…….”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녀의 공격은 이문후의 옷깃도 스치지 못 했다.

“그만 가죠.”

“다음에 다시 붙자고요!”

“…….”

“우씨! 왜 사람을 무시…”

이문후는 언성을 높이는 염민선을 무시했다.

어차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김정우의 뜻대로 따른 만큼 여기 계속 있을 이유가 없었다.

“사실, 우리 아버지가 조금 보수적이야. 옛날 사람이지.”

“…….”

“자잘한 일들은 신경 쓸 거 없어. 범법행위를 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을 거란 말이야.”

그는 이문후가 김영환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그런 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에서 확답을 주면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문후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볼 일은 끝난 겁니까?”

“흐음. 거참 딱딱한 친구네.”

“…….”

“잠깐만 더 시간을 내줘. 한 20분이면 될 거야.”

김정우는 이문후를 데리고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텅 빈 사무실을 일일이 확인시켜주며 설명을 했다.

“여기가 우리 회사에 소속된 플레이어들 사무실이야.”

“…….”

“각성자라고 해야 하나?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지. 개인마다 방을 따로 주고, 원하는 것들은 모두 구비시켜 주고 있지.”

갑자기 사무실을 구경시켜주는 김정우의 저의가 너무 뻔했다.

노골적인 그의 모습에 이문후는 말을 아꼈다.

아직까지는 다른 곳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다시 아래로 가지.”

“흐음.”

“보여줄 게 많아. 이걸 보면 조금 놀랄지도 모르겠군.”

다시 한 층을 내려가자 다양한 것들이 진열돼 있었다.

일전에 선물 받았던 단검과 벨트는 물론이고, 처음 보는 형태의 옷과 도복들이 가득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검과 도, 창과 도끼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와 가죽으로 만들어진 방어구도 있었다.

“알고 있지?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물건들이라는 거.”

“예. 알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거의 비슷할 거야. 어차피 싸우는데 예쁜 게 무슨 소용이야. 안 그래?”

“…….”

“단검은 쓸만해? 필요한 게 있으면 몇 개 더 골라. 선물로 줄 테니까.”

“괜찮습니다.”

“나중에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지도 몰라.”

“정말 괜찮습니다.”

“크흠. 어쩔 수 없지.”

몇 번 권하던 그는 담담한 이문후의 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완전히 DS 사람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원하는 게 있어?”

“아니요. 없는데요.”

“우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안받은 곳이 있는 건 아니지?”

“접근은 많이 하더라고요.”

“흐음. 괜찮은 곳은 있고?”

“그냥 당분간은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한 것 같더라고요.”

지금은 어딘가에 소속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대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럼 용병은 어때?”

“용병이요?”

“건당 대가를 받고 우리를 돕는 거지. 가령, 던전을 들어갈 때 도움을 준다거나.”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고블린을 사냥하고 당분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 시간동안 DS를 도우면서 경험치를 채우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그건 괜찮은 것 같기도 하네요.”

“좋아. 지금은 그 정도로 충분해. 이제 그만 갈 거지?”

“그래야죠.”

“잠깐만 기다려. 김 비서?”

“예. 사장님.”

그는 김민우를 불러서 뭔가를 지시했다.

따로 준비해 두라고 하는 걸 봐서 뭔가를 주려는 것 같았다.

“지하로 가지.”

“지하로요?”

“집까지 걸어갈 건 아니잖아?”

다시 김정우를 따라 갔다. 그리고 그곳에 준비된 의외의 물건에 이문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거 타고 가.”

“…….”

“파이트 머니야. 오늘 고생했어.”

“받아도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 부담 갖지 마. 말했잖아. 파이트 머니라고. 너무 싼가? 이게 싫으면 다른 걸로 줄까?”

“아닙니다.”

이문후는 김정우가 건넨 차 키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앞에 주차된 붉은색 페라리를 바라봤다.

‘이럴 거면 몇 번 더 싸워줄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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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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