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화
3성의 힘
건곤대나이의 성취가 오르자, 새로운 능력이 개방됐다.
‘소유한 스킬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이어지는 말을 생각해 보면 지금 손에 넣은 스킬을 모두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하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이건 너무 사기 아닌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진 능력들을 살펴봤다.
[이문후]
레벨 : 3(0%).
상태
- 생명력 : 28%.
- 내공 : 7%.
- 근력 : 28 / 체력 : 28 / 집중력 : 2.
- 동체 시력 : 28 / 반응속도 : 28 / 감각 : 28.
- 내성 : 28.
장착 능력(2/5)
- 건곤대나이(3成).
- 순간이동(Lv 2).
소유 능력
- 나한신공(2成).
- 유운심법(1成).
- 유운보법(1成).
- 삼재검법(1成).
- 에스크리마(Lv 1).
- 구르기(Lv 1).
경험치 구슬 : 0개.
가지고 있는 능력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직까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건 나한신공뿐이었지만, 건곤대나이를 이용하면 다른 능력들도 사용이 가능했다.
[전투 중에는 스킬을 교체할 수 없습니다.]
[강제적으로 스킬을 교체할 경우 경험치 구슬을 소모합니다.]
우선 에스크리마라는 단검술을 장착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고블린들이 더 남아 있다는 건가?’
마을은 계속해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불길 안에서도 살아남은 놈들이 있는 것 같았다.
‘후우.’
이문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고블린의 독침에 맞았던 곳의 마비가 풀렸다.
건곤대나이가 3성이 되면서 전체적인 스탯이 더 올랐다.
거의 30에 가까워진 내성 스탯으로 스며든 독의 기운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다시 움직일 수 있었지만, 굳이 불타는 곳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지켜보는 게 좋겠지?’
불길이 사그라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해서 경험치는 쌓이고 있었다. 굳이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더 이상 경험치를 얻었다는 알림이 전해지지 않았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불길도 잦아들었다.
아무래도 안에 있던 고블린들은 모두 죽은 것 같았다.
[에스크리마를 장착합니다. 장착된 스킬은 1레벨로 고정됩니다.]
장착할 수 있는 2개의 능력은 모두 채워진 상태였다.
다른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둘 중에 하나를 빼야 했지만, 3성의 건곤대나이는 여분의 능력을 더 장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완전히 사기네.”
장착된 에스크리마.
단검을 손에 쥐자, 저절로 몸이 반응했다.
역수로 쥔 단검과 함께 자세가 잡혔다.
지금까지 어색하게 다뤘던 단검이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고작 1레벨인데!”
비록 1레벨의 기본적인 능력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여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순간이동을 해제하였습니다.]
[나한신공을 장착하였습니다.]
그는 장착된 능력을 바꿨다.
어차피 지금 사용하는 순간이동도 1레벨이었다. 보정을 받아서 2레벨짜리로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살짝 늘어나는 게 전부였다.
지금은 보정된 3성의 나한신공을 사용하는 게 더 나았다.
어차피 건곤대나이를 이용하면 1레벨로 고정된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건 진짜… 말이 안 되네.”
스스로 생각해봐도 너무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능력이었다.
성취가 오를수록 새로운 능력이 개방되는 걸 보면, 레벨보다는 건곤대나이를 올리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순간이동을 장착합니다. 장착된 스킬은 1레벨로 고정됩니다.]
그는 순간이동과 삼재검법을 고정 능력으로 장착했다.
3성의 건곤대나이는 3개의 능력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후우.”
다시 무기를 챙긴 그는 재만 남은 고블린 마을로 향했다.
더는 탈 게 없는지 불은 자연스럽게 꺼졌지만, 뜨거운 열기는 남아 있었다.
“여기에서는 살아남는 게 기적 같은데.”
마을 안에 있는 생명체는 모두 죽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살아남은 놈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주의를 기울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건질 게 있나?’
건곤대나이를 3성으로 올리면서 몇 단계는 더 성장한 만큼 보상은 충분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빈손으로 돌아갈 판이었다.
“그 대검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도저히 건질 게 없어 보였다.
아쉬워하며 다시 돌아가려던 그때, 바닥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검은 형태의 물건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저건… 그 대검이잖아?”
고블린 챔피언이 사용했던 대검이었다.
뜨거운 열기에 녹아서 형태가 많이 변했지만, 저만한 쇳덩어리를 가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었다.
그는 대검이 꽂힌 곳으로 갔다.
이미 폐허가 돼버린 마을에서 유일하게 쓸만한 물건인 것 같았다.
“불을 지르는 건 좀 너무했나.”
참혹한 광경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불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도 없었다.
아무리 마비초로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막았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수를 모두 쓰러뜨릴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내가 당했을지도 모르지.’
상념을 떨쳐낸 그는 검게 탄 대검을 챙겼다. 그리고 아직 녹지 않은 날붙이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가죽이나 다른 것들은 모두 불에 타버렸다.
그나마 철이나 금속으로 된 것들은 그 형태가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그것들이라도 수거할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뜨겁네.”
아직 열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쉴 수 없었다. 언제 어떤 놈이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이곳을 정리하고 빠져나가야만 했다.
***
정민석은 초조한 눈으로 게이트를 바라봤다.
벌써 동이 트기 시작했다. 친구가 던전으로 들어가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설마요. 그런 일은 없어야죠.”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죠?”
“…….”
옆에 있던 임성효도 걱정이 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이문후 씨는 강하잖아요.”
바로 옆에서 이문후의 힘을 직접 확인한 만큼 그가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정규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놈들이 활동하는지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 들어가 보는 건 안 될까요?”
“안 돼요!”
“그냥 입구까지만 갔다가 나오면 되잖아요?”
“민석 씨가 들어가면 저도 같이 가요. 물론, 먼저 보고를 하고 허락을 맡아야겠죠.”
“그건 너무…”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임성효까지 위험에 빠뜨릴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보기에는 너무 불안했다.
‘이 새끼는 뭘 하는 거야? 그냥 처음부터 말렸어야 했나?’
뒤늦게 후회가 됐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가 게이트 앞에 나타났다.
“이문후 씨?”
“문후야!”
밖으로 나온 사람은 그들이 기다리던 이문후가 확실했다.
다만, 그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모습은 심각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구급차를 불러야겠어요!”
“아니요!. 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
처음 던전으로 들어갔을 때와는 천지 차이였다.
입고 있던 허름한 가죽옷은 사라졌고, 온몸은 검은 그을음으로 가득했다.
불 속이라도 뛰어들어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들고 있는 그을린 천에는 묵직한 검은 덩어리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있었던 거야? 꼴이 왜 이래?”
“그냥 일이 좀 있었어.”
이문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를 보는 두 사람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무슨 일인데, 이래? 곧 죽을 것 같은데! 그냥 구급차를 부르는 게…”
“괜찮다니까. 정말 괜찮다고.”
“고집불통 새끼. 걸을 수는 있냐?”
“여기까지 걸어왔어.”
이문후는 일부러 가볍게 대꾸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총을 들고 있는 병사들은 없었다.
‘그 사람하고 거래를 한 게 신의 한수였네.’
이렇게 고생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만약 권형태와의 거래 없이 이전처럼 들어갔더라면 밖으로 나왔다가 벌집이 됐을지도 몰랐다.
‘그나저나 던전은 던전인가?’
처음 던전으로 들어갈 때만 하더라도 자신이 있었다. 어렵지 않게 고블린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숲에서 만난 고블린들은 게임에서 상대한 고블린과 다르지 않았다. 이미 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었고, 직접 부딪치면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마비초를 이용하면 쉽게 놈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게임에서 해봤던 편법들 중에 하나였다. 싸우는 와중에 불을 사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지만, 게임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내성을 가지고 있는 홉고블린.
그리고 옆을 지키는 고블린 챔피언.
마법을 사용한 놈은 위협적이었다. 거기에 마비독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놈이었기 때문에 처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족장이 죽자, 눈이 돌아간 고블린들은 게임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었다.
‘그래도 얻은 게 많으니까.’
손에 넣은 새로운 힘을 떠올린 그는 상념을 떨쳐냈다.
이미 고블린들은 모두 죽었고, 그는 살아남아서 무사히 돌아왔다.
지금은 빨리 집으로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제 어떡하면 되죠? 그냥 집으로 가도 되나요?”
“예? 예. 우선 쉬는 게 좋겠어요.”
“나도 같이 가!”
“너? 너는 여길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정민석이 쉽게 자리를 비울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이문후를 보내기에는 그의 모습이 너무 위태로워 보였다.
“같이 가세요. 여긴 제가 맡을게요.”
“괜찮겠어요?”
“걱정하지 말고, 같이 들어가세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임성효의 배려에 두 사람은 집으로 향했다.
계속해서 꼬치꼬치 묻는 정민석이 귀찮았지만, 그래도 그가 운전을 하는 것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진짜 병원에 안 가봐도 돼?”
“괜찮다니까. 좀 쉬자.”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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