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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44화 (44/126)

제 44화

고블린 사냥

“크으으으!”

물맛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 무섭게 홉고블린은 크게 소리쳤다.

우물에서 뜬 물을 마시지 말라고 외쳤지만, 마비된 혀에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고블린들도 물을 마셨다.

재로 변해버린 움집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불을 끄고, 침입자를 잡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인 만큼 목이 탈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

족장이 물을 마시기를 기다리던 고블린들은 곧바로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그들 역시 마비된 혀와 몸에 당황했다.

그나마 내성이 있던 홉고블린은 혀가 마비된 것에 그쳤지만, 다른 고블린들은 그보다 더 심했다.

몸까지 마비된 그들은 순식간에 혼라에 빠졌다. 하지만 누구 하나 이 상황을 알려줄 수 없었다.

다른 고블린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키익?”

고블린 챔피언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물을 마시려던 그는 평소와는 다른 족장의 모습에 의문을 감았다.

그때, 홉고블린의 옆으로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키아아아!”

놀란 챔피언은 크게 소리쳤고, 홉고블린은 이상함을 느끼며 급하게 몸을 틀었다.

촤아악!

이문후는 곧장 단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홉고블린의 뒤를 잡으려고 했지만, 원하는 만큼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이동을 연거푸 사용하면서 몸에 무리가 간 게 거리를 줄였다. 거기에 멀쩡한 고블린 챔피언의 개입으로 홉고블린이 빨리 눈치를 채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없었다.

‘얕다!’

제법 큰 상처를 남겼지만, 죽일 수는 없었다.

몸을 비틀며 물러난 홉고블린은 다시 달려드는 이문후의 행동에 손을 뻗었다.

푸욱!

가슴을 노리며 찌른 단검이 손에 가로막혔다.

필사적인 홉고블린의 반항에 이문후는 더욱 힘을 끌어 올렸지만, 그때 고블린 챔피언이 끼어들며 그를 가로막았다.

부우웅!

몸을 쪼갤 것처럼 날아드는 도끼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저놈을 죽였어야 했는데!’

확실히 다수를 상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만 늦으면 다른 놈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었다.

그렇다고 상황이 그렇게 불리하지만은 않았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고블린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들을 이끄는 홉고블린도 혀가 마비됐기 때문에 따로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

‘지금 끝내야 해!’

무리를 해서라도 움직일 때였다.

우선 앞에 있는 고블린 챔피언을 쓰러뜨리고, 홉고블린을 처리하는 게 시급했다.

이문후는 발을 내디디며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수많은 잔영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부우우웅!

고블린 챔피언은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둘렀다.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고블린들 스킬인가?”

이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처음 죽였던 또 다른 고블린 챔피언도 막무가내로 대검을 휘두르며 시간을 끌었다.

아무래도 앞에 있는 놈도 시간을 끌 생각인 것 같았다.

제법 깊은 상처를 입은 홉고블린이 몸을 추스르고, 혼란에 빠진 다른 고블린들이 도울 때까지 버틸 생각이었다.

‘틈이 없네.’

놈을 피해서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고블린 챔피언은 즉각 반응하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저 홉고블린만 지킨다는 생각이었다.

‘대검을 버리는 게 아니었는데.’

단검으로 힘이 실린 도끼를 막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 연거푸 능력을 사용하면 몸에 무리가 왔다.

아직도 남은 놈이 많은 만큼 나중을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저놈이 지칠 때까지 기다리면…’

시간이 많지 않았다.

홉고블린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른 고블린들도 정신을 차릴 게 뻔했다.

고민하던 그는 몸을 돌렸다.

굳이 홉고블린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주변에는 다른 놈들도 많았기 때문에 놈들의 수를 줄일 생각이었다.

“키아?”

홉고블린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놈은 몸을 돌리는 이문후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푸욱! 푸욱!

방향을 바꾼 이문후는 마비된 고블린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단검을 찔러넣을 때마다 고블린들이 쓰러졌다.

몸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문후를 막을 수 있는 놈은 없었다. 하물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면 그 결과는 너무 뻔했다.

빠르게 쓰러지는 고블린들.

물을 마시지 않은 몇몇 고블린들이 이문후를 막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푸욱! 푸욱!

이문후는 달려드는 놈들까지도 쓰러뜨렸다.

하지만 아무리 빠르게 고블린들을 처리해도 단검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없어!’

이렇게 일일이 쓰러뜨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마비독이 언제 풀릴지 몰랐기 때문에 되도록 빠르게 놈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결국에는 저건가?”

고민하던 그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마비된 고블린들을 뒤로한 그는 바닥에 떨어진 횃불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움집으로 내던졌다.

휘리릭! 투욱!

횃불이 지붕 위로 떨어지자, 연기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고블린들 주변에는 불에 탈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미 몇 차례 불장난을 해봤던 만큼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불을 이용했다.

“키아아악!”

움집에 불이 붙자, 주변에 있던 놈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앞에 있는 인간을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번지는 불길을 잡는 것 역시 중요했다.

그를 막기 위해 다른 고블린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놈들을 뒤로하고, 다른 횃불을 집어 들며 또 다른 움집을 노렸다.

화르르르르!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곧바로 뜨거운 열기가 마을을 가득 채웠고, 고블린들의 마을을 집어삼켰다.

마비된 고블린들이 그대로 불길에 휩싸였다.

일일이 한 놈씩 처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놈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죽은 고블린들은 이문후의 경험치 구슬을 채웠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경험치를 얻었다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이대로라면 고블린 마을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불길이 거세졌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놈들이 남아 있었다.

이문후는 남아 있는 홉고블린을 향해 눈을 돌렸다.

냉철해 보였던 놈도 화마에 휩싸인 자신의 마을에 이성을 잃은 듯한 눈치였다.

옆을 지키고 있던 고블린 챔피언도 마찬가지였다.

놈은 어떻게든 불길을 잡기 위해서 움직였고, 순간 드러난 빈틈을 확인한 이문후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파앗!

순식간에 먼 거리를 뛰어넘었다.

고스란히 드러난 홉고블린의 목. 이문후는 곧장 단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의 공격이 무언가에 막혀 튕겼다.

“마법?”

허공을 가로막은 투명한 막. 실드였다.

[이놈!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실드 마법을 사용하고 기다린 홉고블린은 노기를 드러내며 손을 뻗었다.

콰앙!

허공에서 생겨난 매직 미사일에 이문후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그런 그를 향해 고블린 챔피언이 뛰어들었다.

‘약은 새끼들!’

일부러 틈을 보인 게 확실했다.

조금 전까지 불길을 잡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부우웅!

떨어져 나간 그의 머리 위로 고블린 챔피언의 도끼가 떨어졌다.

강한 충격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챔피언의 도끼에 머리가 쪼개질 수밖에 없었다.

‘크윽!’

이문후는 힘을 쥐어짜냈다.

지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이 위기를 벗어나야만 했다.

파앗! 콰직!

도끼가 떨어지는 순간,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를 놓친 고블린 챔피언은 잔뜩 일그러지 표정으로 도망간 이문후를 찾았다.

그런 그의 눈에 이문후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다시 홉고블린의 뒤에서 나타난 그는 단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쩌정!

휘두른 단검이 다시 가로막혔다.

[어리석은 놈!]

홉고블린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문후의 행동을 비웃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문후는 드러난 실드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곧바로 기운을 방출하며 홉고블린을 지켜주는 실드를 깨뜨렸다.

파사삭!

발경을 펼치며 보호막을 지우자, 홉고블린은 경악했다.

이렇게 실드를 부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아직 다른 마법이 남아 있었다.

홉고블린은 곧바로 매직 미사일을 만들었다.

앞에 있는 인간의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악다문 입술 사이로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놈을 떨쳐내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쐐에엑!

하지만 그때, 단검이 날아들었다.

이문후는 급한 대로 단검을 던졌다. 어떻게든 마법을 막을 생각이었고, 그 생각이 통했다.

촤아악!

단검을 피하려는 홉고블린의 정신이 분산됐다.

허공에 생겨나던 푸른 구체가 흩어졌고, 바닥을 밟은 이문후는 놈의 가슴에 손을 뻗으며 기운을 방출시켰다.

퍼엉!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홉고블린의 몸이 꺾였다.

내부로 파고드는 강력한 기운이 홉고블린의 몸을 휘저었다.

“후우.”

발경을 사용한 이문후는 다시 무릎을 꿇은 홉고블린의 머리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을 사용하며 그를 처리했다.

쿠웅!

충격을 받은 홉고블린이 무너졌다.

머릿속을 뒤흔드는 강한 기운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곧 바라던 소리가 뒤를 이었다.

[푸른 고블린의 족장을 쓰러뜨렸습니다.]

[새로운 스탯, 내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다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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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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