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42화 (42/126)
  • 제 42화

    고블린 사냥

    눈이 뒤집힌 놈들이 떼로 덤볐다.

    흉흉한 기세가 놀라웠지만, 다가오는 놈들은 이미 이성을 잃었는지 막무가내였다.

    “흥분한 건가?”

    무식하게 뛰어드는 놈들은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고블린들과 싸우기 꺼려지는 이유는 도구를 잘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다.

    고블린들은 사냥을 할 때도 바람총을 사용해서 독을 이용했다. 그래서 덩치는 작았지만, 자신들보다 훨씬 강하고 큰놈들을 잡았다.

    거기에 지성까지 갖추고 있었다.

    나름의 전술이 있었고, 역할을 나눠서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잔뜩 흥분한 놈들은 무작정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문후는 떨어져 있는 고블린 챔피언의 대검을 주웠다.

    ‘흐음. 묵직한데?’

    상당히 무게가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고블린 챔피언도 힘들게 휘둘렀던 것 같았지만, 그렇게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는데?”

    그는 가까이 다가온 고블린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부우웅! 콰직!

    단 일격이었다. 도끼를 쥔 채로 뛰어든 놈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무겁고 단단한 대검은 고블린을 그대로 양단했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이 무모한 모습이었지만, 이미 흥분한 놈들은 개의치 않았다.

    “키아아아!”

    계속되는 무모한 움직임에 이문후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놈들을 향해 다시 한번 대검을 휘둘렀다.

    부우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앞에 있던 고블린들이 쓸렸다.

    한 번에 대여섯 놈이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나간 것이다.

    “미쳤네.”

    정작 대검을 휘두른 그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강한 위력이었다.

    고블린들은 덩치가 작았다. 거기에 근력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당연했다.

    그나마 방패라도 있으면 버티기라도 하겠지만, 들고 있는 무기는 조잡한 도끼나 단검이 전부였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대검을 막을 수 없었다.

    [물러나라!]

    뒤늦게 그 모습을 발견한 족장은 고블린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문후는 다시 대검을 휘두르면서 가까이 다가온 놈들을 베어냈다.

    “키아아아!”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는 부족원들의 모습에 남아 있던 고블린 챔피언이 튀어나갔다.

    쩌정!

    거대한 도끼를 든 놈이었다.

    빠르게 다가온 놈이 도끼를 휘두르자, 고블린을 학살하던 그의 대검이 가로막혔다.

    ‘이놈도 힘을 쓰는 놈인가?’

    여기에서는 그나마 가장 강한 놈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서로의 무기가 부딪쳤지만, 오히려 밀려난 쪽은 도끼를 든 챔피언이었다.

    “하압!”

    이문후는 놈을 향해 곧바로 대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작정하고 휘두른 대검이 튕겨져 나갔다.

    쩌엉!

    도끼를 든 놈은 능숙하게 무기를 다뤘다.

    오히려 그의 공격을 흘리며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대로 도끼자루를 들어 올리며 그의 턱을 노렸다.

    ‘미친!’

    이런 싸움에 익숙한지 놈은 도끼를 잘 다뤘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턱이 날아갔을지도 몰랐다.

    가슴을 쓸어내린 이문후는 그대로 발을 내지르며 놈을 밀어냈다.

    “크윽!”

    발차기에 밀려난 놈이 휘청거렸다.

    쓰러진 고블린이 발에 걸리며 균형을 잃었고, 이문후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대검을 찔러 넣었다.

    충격을 입었는지 고블린 챔피언이 쉽게 반응하지 못하자 그는 승리를 확신했다.

    ‘됐다!’

    앞에 있는 놈은 무방비였다.

    이대로 놈을 쓰러뜨리면 기세를 탈 수 있었다. 당연히 싸움을 쉽게 끌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지켜보던 홉고블린이 움직였다.

    쐐에엑!

    홉고블린이 손을 뻗기 무섭게 푸른 구체가 날아왔다.

    빠르게 쏘아진 구체는 이문후의 대검을 때렸고, 곧 굉음과 함께 그가 밀려났다.

    콰앙!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홉고블린이 날린 푸른 구체가 그의 공격을 쳐낸 것이다.

    ‘흐음.’

    그는 아릿한 고통에 침음을 삼켰다.

    앞에 잇는 고블린 챔피언보다 뒤에 있는 홉고블린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는 챔피언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승산이 있으면 피해를 보더라도 움직였겠지만, 이어지는 고블린들의 움직임에 빠져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쫓지마라!]

    물러나는 그의 행동에 홉고블린은 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는 잔뜩 흥분한 부족원들을 다독이며 다시 한번 매직 미사일을 만들면서 이문후를 견제했다.

    [전열을 갖춰라!]

    홉고블린의 명령에 흥분한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근접 무기를 든 놈들이 앞으로 나오고, 뒤로 물러난 놈들이 바람총을 꺼내 들었다.

    ‘저놈을 먼저 잡았어야 했나?’

    이문후는 달라진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아쉬워했다.

    정신을 차린 놈들은 그가 두려워하던 고블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빨리 정신을 차릴 줄은 몰랐다.

    처음부터 홉고블린을 먼저 죽이는 게 가장 좋았지만, 지금은 늦은 감이 있었다.

    ‘여기에서 저놈을 죽여야 하나?’

    홉고블린을 죽일 수만 있다면 순간이동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실패했을 경우가 문제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매직 미사일을 만들어 놓은 놈이었다. 그것 말고도 다른 마법이 더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 남아 있는 패가 더 있었기 때문에 더 안전하게 움직이는 게 좋았다.

    “저리 꺼져!”

    [피, 피해라!]

    이문후는 손에 쥔 대검을 던지면서 뒤로 물러났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날아든 대검이 앞에 있는 고블린들을 휩쓸었다.

    “끼아아악!”

    누구도 그가 대검을 내던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힘이 실린 무거운 무기는 강한 피해를 남겼고, 대검을 던진 이문후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쥐새끼 같은 놈! 쫓아라!]

    홉고블린은 크게 소리치며 고블린들을 이끌었다.

    도망가려는 놈은 부족의 원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침입한 인간을 잡아서 찢어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사라졌다! 인간이 사라졌다!]

    [샅샅이 뒤져라! 근처에 숨어 있다!]

    [없다! 인간, 사라졌다!]

    주변이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불이 붙은 움집은 밝은 빛을 내며 타올랐고, 고블린들의 손에는 횃불이 들려 있었다.

    이문후가 물러난 곳에 숨을만한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조건 그를 찾아야 했지만, 이문후는 땅으로 꺼진 것처럼 자취를 감췄다.

    [이런 교활한!]

    홉고블린은 번뜩 스치는 생각에 다시 한번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후우웅!

    그를 중심으로 시린 빛이 퍼져나갔다.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자 뛰어난 마법사인 그는 디텍트를 펼쳤다.

    눈앞에서 사라진 인간.

    은신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짐나, 디텍트라는 마법이라면 몸을 숨긴 놈을 찾을 수 있었다.

    [어, 없다?]

    하지만 이문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순간이동을 사용한 그는 이미 고블린의 마을에서 벗어나 있었다.

    ***

    “후우우.”

    무사히 마을을 빠져나온 그는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짧은 시간 동안에 여러번 순간이동을 사용한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점점 쌓이는 피로와 줄어드는 체력도 문제였다.

    하지만 상대해야 하는 놈이 까다롭다는 게 더 걱정이었다.

    ‘거의 다 됐는데!’

    마법을 사용하는 홉고블린.

    다시 바람총을 사용하려는 고블린보다 더 위험한 놈이었다.

    도끼를 든 챔피언이 앞을 막고, 뒤에서 홉고블린이 마법을 날린다면 이 싸움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그놈부터 잡았어야 했는데.’

    처음부터 홉고블린을 잡았다면, 흥분한 고블린들을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어떡하지?’

    이제 마을 안에 있는 고블린들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피리를 불었다.

    삐이이익!

    날카로운 소리가 주변으로 퍼져나갔지만, 시간이 지나도 밖으로 나오는 고블린은 없었다.

    놈들도 이 소리가 그들을 꿰어내기 위한 함정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놈들을 끌어 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준비해둔 다른 방법이 남아 있었다.

    ‘이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나?’

    이문후는 휴식을 취하면서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바라봤다.

    고블린들은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싸움에 참여하지 못하는 고블린들은 움집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모두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홉고블린의 지시가 있었지만, 땀을 흘리는 놈들의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됐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고블린들은 안도했고, 목이 타는지 하나둘씩 우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걸 기다렸다고!’

    이문후는 물을 긷는 모습을 지켜봤다.

    되도록 많은 놈들이 물을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 바람이 통한 것 같았다.

    놈들은 우두머리인 홉고블린에게 우물에서 뜬 물을 건넸다.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를 대우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홉고블린도 자연스럽게 받아든 물을 들이켰다.

    ‘효과가 있나?’

    이문후는 그런 홉고블린을 주시했다. 그리고 당황한 듯한 놈의 몸짓과 그대로 멈춰버린 고블린들을 확인하며 곧바로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했다.

    “걸렸다!”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