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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41화 (41/126)
  • 제 41화

    고블린 사냥

    “크르륵!”

    붙잡힌 고블린은 심음을 흘리며 무너져 내렸다.

    놈의 입을 가린 이문후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키아아악!”

    갑자기 난입한 인간의 공격에 움집 안에 있던 고블린들이 괴성을 질러댔다.

    그들은 조금 전에 흐릿하게 들렸던 동족의 괴성은 침입한 인간의 공격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크륵!”

    번뜩이는 섬광과 함께 또 다른 고블린이 쓰러졌다.

    붉은 피가 튀었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섬광이 번뜩였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순식간에 세 놈이 쓰러졌다. 하지만 안에 있던 고블린들의 수는 그의 생각보다 많았다.

    “키아아악!”

    “키아악!”

    남은 놈들이 괴성을 질러대며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이문후는 겁에 질린 채 뒤로 물러나는 남은 고블린들을 처리했다.

    마을 안에는 약한 놈들만 남아 있었다.

    암컷이나 성인이 되지 못한 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에게는 똑같은 고블린일뿐이었다.

    “키익! 키이익!”

    곧 밖에 소란스러워졌다.

    조금 전에 토해낸 괴성에 인근에 있던 다른 놈들이 움집 주변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문후는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나무를 엮어서 만든 외벽의 틈이 너무 컸기 때문에 주변을 살피는 게 어렵지 않았다.

    “아직 불은 못 잡은 것 같은데. 여기로 오는 건가?”

    여기로 들어오기 전에 다른 움집에 있는 놈들도 처리했다. 그리고 혼란을 야기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그 집에 불을 질렀다.

    갑자기 치솟아 오른 불길에 마을에 남아있던 고블린들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 이문후는 또 다른 움집으로 움직였고, 안에 있는 놈들을 쓰러뜨렸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하겠지?’

    기회가 있을 때 물러나는 게 좋았다.

    어차피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우물에 마비초를 풀고, 고블린들을 흥분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여기에서 더 욕심을 부려봐야 얻을 게 많지 않았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물러나는 게 좋았지만, 그의 눈에 익숙한 물건이 가득 들어왔다.

    ‘이건 마비초잖아?’

    바닥에 깔려있는 검은풀.

    바짝 마른 놈은 마비초가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불안했는데.’

    우물에 푼 마비초의 양이 많지 않았다.

    그정도 양이라면 놈들의 움직임을 조금 느리게 만드는 게 전부였지만, 운이 좋았는지 여기에서 보완할 수 있는 놈들을 찾은 것이다.

    그는 바닥에 깔린 마비초를 움켜쥐었다.

    최대한 짓이기면서 돌돌 뭉치자, 한주먹에 들어올 정도로 부피를 줄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순간 이동을 사용해도 같이 움직일 수 있었다.

    급하게 마비초를 챙긴 그는 곧바로 움집의 외벽을 뜯어냈다. 그리고 중앙에 놓인 화롯불을 헤집었다.

    곧 뜯어낸 나무에 불이 옮겨붙었다.

    그렇게 확보한 불을 벽으로 가져가자 곧바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

    불길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바짝 마른 나무 벽은 좋은 땔감이었고,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다.

    다시 한번 일어난 불길에 밖에 있던 고블린들은 당황하며 급하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놈들의 기척을 확인한 이문후는 곧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파앗!

    무장을 한 놈들이 나타나기 무섭게 이문후의 몸이 사라졌다.

    그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광분한 놈들은 눈에 불을 켜고 침입자를 찾았지만, 이미 자리를 벗어난 그를 잡는 건 불가능했다.

    “끼이아아!”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고블린들.

    어리고 약한 고블린들의 처참한 죽음에 그들은 분노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일어난 참사에 광분한 놈들은 괴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했다.

    “끼아아아!”

    흥분한 고블린들의 괴성에 밖으로 나왔던 놈들이 급하게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개중에 큰 덩치를 가진 놈이 당황하며 날뛰는 고블린을 향해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침입자다! 인간이 여자와 아이들을 죽였다!]

    [먼저 불을 꺼라!]

    무리를 이끄는 홉고블린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은 침입자를 찾는 것보다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게 먼저였다.

    그의 지시에 고블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미리 길러놨던 물을 뿌리고, 모래를 던지며 최대한 빨리 불을 잡으려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 노력이 통했는지 다행히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아서 두 채가 타는 것에 그쳤지만, 오히려 고블린들의 분노는 더욱 크게 타올랐다.

    [침입자를 찾아라! 놈을 찢어 죽이자!]

    [침입자를 찾아라!]

    고블린들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길이 일어난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마을을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아무리 경황이 없다지만, 침입자가 인간이라면 구분을 못하는 게 더 이상했다. 분명히 마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족장은 무리를 이끌었다.

    “키아악!”

    “끼악!”

    고블린 마을이 소란스러워졌다.

    놈들은 인근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고, 이문후는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위에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우두머리가 있었네. 저놈이 족장인가?’

    유난히 눈에 띄는 놈들이 있었다.

    고블린을 이끄는 족장과 그 옆에 있는 덩치 큰 두 고블린.

    고블린 족장과 그 옆을 지키는 두 놈은 다른 고블린보다 머리통은 두 개 정도 차이가 날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홉고블린인가? 어지간한 성인 남자보다 크네.’

    보통 고블린을 이끄는 놈들은 홉고블린인 경우가 많았다.

    그의 예상대로 족장은 홉고블린이었고, 그 옆을 지키는 놈들은 고블린 챔피언이었다.

    외형만 봐도 만만한 놈들이 아니었다.

    들고 있는 무기도 거대한 도끼와 양손으로 들어야만 하는 대검이었다.

    거기에 아직도 남아 있는 고블린들의 수가 많았다.

    혼자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전력이었지만, 이문후는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조금 더 굴려야겠지?’

    삐이이익!

    그는 다시 피리를 불며 고블린들에게 위험을 알렸다.

    날카로운 피리 소리에 안에 있던 놈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름 머리를 쓴 건가?’

    마을 안에 약한 고블린들만 따로 남겨두지 않았다.

    그들은 만약을 대비해서 모두가 밖으로 나왔고, 소리가 난 곳으로 몰려왔다.

    최대한 빨리 침입자를 잡고 이 상황을 끝낼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판단이 이문후를 도왔다.

    ‘나한테는 오히려 좋지!’

    그는 곧바로 우물로 달렸다. 그리고 조금 전에 얻은 마비초를 풀고, 근처에 있는 움집에 다시 한번 불을 질렀다.

    화르르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이제 다른 움집에 불을 더 붙이면 계획의 80%는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비어 있는 걸로 알고 있었던 움집에서 생각지도 못한 놈이 튀어나왔다.

    “키아아악!”

    괴성과 함께 흉성을 드러내는 놈의 손에는 거대한 대검이 들려 있었다.

    ‘족장 옆에 있던 놈이잖아?’

    고블린 챔피언이었다.

    박정균과 비슷한 덩치를 가진 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당한 건가?’

    이런 함정에 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연약한 고블린들까지 다 튀어나온 것을 확인하느라, 정작 호위로 보이는 놈들을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흉성을 토해낸 놈은 곧바로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웅! 콰직!

    거대한 대검을 앞세우자, 요란한 굉음과 함께 움집이 부서져 나갔다.

    하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냥 덩치만 큰놈이잖아?”

    아무리 파괴적인 무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목표를 맞추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고블린 챔피언의 속도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렸다. 이미 스탯에서는 그를 이길 고블린이 없었다.

    전열을 갖추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게 무서웠지, 이렇게 일대일로 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크랑 비슷하려나?’

    나한신공이 없더라도 앞에 있는 놈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고블린 챔피언의 대검이 허공을 가르자, 이문후는 곧바로 놈의 품을 파고들었다.

    파앗!

    단검을 휘두르자, 피가 튀었다.

    하지만 챔피언은 끄떡도 없었다. 살이 잘려나갔지만, 더욱 전의를 불티우며 가까이 붙은 이문후를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터엉!

    제법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근접한 적을 떨쳐내는 걸로 봐서 이런 싸움에 익숙한 놈인 게 분명했다.

    그래도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키아아악!”

    놈은 다시 괴성을 지르며 대검을 휘둘렀다.

    처음보다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미친 듯이 휘두르는 대검이 전방을 가득 채웠고, 이문후가 다가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렇게 챔피언이 이문후를 붙잡는 사이, 뒤에서 고블린들이 들이닥쳤다.

    ‘시간을 끈 거였나?’

    그제야 앞에 있는 놈의 무의미한 공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놈은 다른 동료들이 올 때까지 버틴 것이다.

    졸지에 고블린에게 포위를 당할 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붙잡힐 생각은 없었다.

    “우선 너부터 끝내자!”

    “키아아악!”

    이문후는 지쳐 보이는 놈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의 움직임에 놀란 챔피언이 다시 한번 대검을 휘둘렀다.

    곧 수많은 검격이 전방을 가득 채웠다.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는 무식한 움직임이었지만, 이문후는 과감하게 발을 내디뎠다.

    부우우웅!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풍압.

    방패가 있어도 쉽게 막을 수 없는 무식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속으로 뛰어든 것 같았던 이문후는 고블린 챔피언의 뒤에서 나타났다.

    푸욱!

    능숙하게 뒤를 잡은 그는 놈의 뒷목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쿠웅!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성공시키지 못한 챔피언이 그대로 쓰러졌다. 동시에 그 모습을 본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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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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