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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40화 (40/126)

제 40화

고블린 사냥

이문후는 정민석과 함께 게이트로 향했다.

옆에는 임성효도 같이 있었지만, 정민석과 같이 움직인다는 게 너무 어색했다.

“말했지? 앞으로 이 형님만 믿으라고 했던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냐?”

“팀장님이 따로 부르시더라고. 이런 상황이 오면 다른 사람보다 내가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권형태는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쩌면 정민석이 그의 팀에서 일하게 된 것도 그냥 우연이 아닌지도 몰랐다.

‘뭐 나한테 나쁠 건 없지만.’

오히려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같이 움직이는 정민석의 잔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근데, 밖으로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들어가는 거야?”

“…….”

“괜히 무리하는 거 아니냐?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냥 닥치고 가자. 안 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이 새끼는 걱정을 해줘도 지랄이야.”

“사람을 바꿀 수는 없습니까?”

“그건 제 권한이 아니라서요.”

임성효는 투덜거리는 이문후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말은 거칠게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체력이 얼마나 높은 거지?’

둘의 우정도 놀라웠지만, 이문후의 회복력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렇게 빨리 던전으로 들어갈 줄은 몰랐다.

아무리 일회성 던전을 찾는 게 쉽지 않다지만, 정규 던전은 그만큼 위험했다.

‘단순히 조사만 하려고 가는 건 아닐 테고. 혼자만 알고 있는 뭔가가 있나?’

고인물이라고 불렸던 만큼 다른 사람이 모르는 뭔가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그를 따라서 정규 던전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조심해.”

“걱정하지 마. 근데, 너는 계속 여기에서 기다리는 거냐?”

“너 들여보내려고 우리 둘이 대신 경계를 서는 거잖아. 당연히 너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

“최대한 빨리 나와! 조심하고!”

정민석의 걱정을 뒤로한 그는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

몸이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과 함께 주변이 달라졌다.

처음 정규 던전으로 들어왔을 때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넓은 초원과 멀리 보이는 산맥. 그리고 숲까지.

이문후는 곧바로 숲으로 향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허기와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리 배를 채운 상태로 진입을 했지만, 격하게 움직이면 언제 배가 꺼질줄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우선 고블린을 찾아야 하는데.’

이번에 들어온 이유는 고블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저번처럼 쫓기는 사냥감의 입장이 아니라 놈들을 잡을 사냥꾼이 될 생각이었다.

‘이게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곧바로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전에 싸웠던 장소를 기억하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우선 죽은 고블린이 있던 곳을 통해서 다른 놈들의 흔적을 찾을 생각이었다.

일회성 던전과 다르게 정규 던전에서는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다. 거기에 여기에서 만난 고블린들은 유독 동료애가 강한 것 같았다.

동료를 방패로 삼으면 유난히 흥분하던 놈들이 그 시체를 그대로 방치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없네. 다른 놈들이 데리고 간 건가?’

고블린들의 시체가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고블린들이 죽은 놈들의 시체를 가지고 간 게 분명했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어쩌면 흔적이 남아 있을지 몰랐지만, 흔적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이 주변이 그놈들 영역인 건 맞는데.”

여기에서 상당히 많은 놈들과 상대했었다.

물론 도망가면서 쫓아오는 놈들과 싸웠지만, 그걸 생각해도 멀지 않은 곳에 고블린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을 것 같았다.

“저쪽이었나? 그놈들이 쫓아왔던 곳이?”

몇 시간 전의 기억을 더듬은 그는 고블린들이 왔던 방향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블린이다!’

찾고 있던 놈들이 단체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략 20마리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무장을 갖춘 놈들은 저마다 어깨에 알 수 없는 고기를 짊어지고 있었다.

‘사냥이라도 한 건가?’

원하던 고블린을 찾았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아무리 자신감이 붙었다고 하더라도 20마리의 고블린을 정면에서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거기에 앞에 있는 놈들은 사냥을 성공한 상태였라서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 덤볐다가는 더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건가?’

차라리 잘 된 것 같았다. 어차피 고블린들이 살고 있는 곳을 찾으려고 했다.

모은 마비초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놈들의 거주지로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나한신공을 해제하였습니다.]

[순간이동을 장착하였습니다.]

이문후는 능력을 바꿨다.

싸우기 위해서는 나한신공이 더 좋았지만, 지금부터는 할 일은 순긴이동이 더 제격이었다.

파앗!

그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일부러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면서 고블린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면서 놈들의 움직이는 방향을 확인했다.

‘저긴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숲의 가장자리. 거기에 고블린의 마을이 있었다.

‘이제 날이 어두워지면 될 것 같은데.’

혼자 움직이는 만큼 밝아서 좋을 건 없었다.

계획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밤이 좋았고, 그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고블린의 마을을 확인한 그는 여유를 가지며 고블린을 좇았다.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내공이 부족해지면 나한신공으로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언제 싸우더라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고블린이 사는 마을에 가까워지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정면에서 부딪치는 것보다는 나았다.

‘집이 23채?’

고블린은 움집과 비슷한 곳에서 생활했다.

그런 움집이 20채 이상이었다. 한 곳에 5마리씩만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100마리는 넘어갔다.

‘다행이네. 우물이 있었어.’

고블린이 물을 퍼서 마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경계는 없었지만, 저 마을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은신 능력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큰 상관이 없었다. 그에게는 공간을 뛰어넘는 능력이 있었다. 나한신공을 대신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 정도면 가능하겠지?’

그 따로 챙겨났던 마비초를 꺼냈다.

고블린이 사용하는 독초를 고블린들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게임 안에서는 이런 방법이 가능했다. 그리고 시스템이 비슷한 이곳이라면 놈들에게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우선 안에 있는 놈들을 끌어내야 하는데.’

고블린들의 시선을 밖으로 돌리고,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어차피 순간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침투는 어렵지 않았지만, 놈들을 끌어내고 물을 마시도록 만드는 게 문제였다.

이문후는 날이 더 어두워 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사물을 분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놈부터 시작하자!’

조금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고블린이었다.

아직 마을로 들어가지 않은 놈을 노린 그는 곧바로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했다.

파앗!

순식간에 시야가 달라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고블린 마을의 광경 대신, 초록색의 거친 피부를 가진 고블린의 뒷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정확히 고블린의 뒤를 잡은 그는 선물 받은 단검을 찔러 넣었다.

푸욱!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한 감각.

정확히 고블린의 목을 찌른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단검을 빼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일격에 고블린이 쓰러졌다.

확실히 순간이동은 기습에 최적화된 능력이었다.

‘저쪽이었나?’

그는 고블린이 죽었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굳이 죽은 고블린을 숨길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다른 놈들이 죽은 동료를 발견하는 게 더 좋았다.

이문후는 미리 봐뒀던 다른 고블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곧바로 순간이동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부담이었기 때문에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키이익?”

목표햇던 고블린이 반응을 하기되 전에 이문후의 단검이 놈의 가슴을 찔렀다.

나한신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했다.

높은 스탯만 생각하면 일대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마을 근처에서 이루어진 기습이었다. 마음을 놓고 있던 고블린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후우.”

호흡을 고른 그는 품에서 피리를 꺼냈다.

고블린이 도움을 요청할 때 사용하던 그 피리였다.

이렇게 수를 줄여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체력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삐이이익!

그는 지체없이 피리를 불었다.

적막을 깨는 찢어지는 소리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마을에 있던 고블린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파앗!

피리를 분 그는 다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가까이에 있는 나무 위로 몸을 숨긴 그는 움직이는 고블린들을 주시했다.

밖으로 나온 놈들이 동요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근처에 쓰러져 있는 동료 고블린들의 모습에 분개한 놈들은 흥분했고, 곧 안에 있던 놈들이 쏟아져 나오며 주변을 뒤졌다.

‘이런 걸 성동격서라고 하지?’

고블린들의 관심이 모두 밖으로 향했다.

숨어 있는 침입자를 찾아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곧바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크윽.’

짧은 시간에 여러 번 능력을 사용하면서 몸에 담이 왔다. 내공뿐만 아니라 체력적인 소모도 피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마비초를 사용하는 게 먼저였다.

어둑어둑한 주변에 고블린들은 그를 발견할 수 없었다.

외부의 소란으로 모두의 관심이 밖으로 쏠려 있었고, 이문후는 수월하게 우물에 접근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시작인가?’

준비한 마비초를 짓이긴 그는 우물 안으로 그걸 던졌다.

그리고 마을 안에 남아 있는 고블린들을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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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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