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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32화 (32/126)

제 32화

던전 진입

쓸만한 것들을 모두 챙긴 그는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는 고블린들이 있는 마을을 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놈들의 본거지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장 큰 걱정은 허기짐과 갈증이었다.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격하게 움직인 만큼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게이트로 향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그 와중에 먹을 수 있을만 한 것과 마실 수 있는 식수가 있는지 살폈다.

“저건 과일인가?”

낯선 형태의 열매가 맺힌 나무를 발견했다.

제법 탐스러운 과실은 바나나와 비슷했지만, 무작정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챙겨가는 게 좋겠지?”

어차피 여기에서 바로 먹을 생각은 없었다.

우선 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성분을 알아보고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보가 필요했다.

미리 알아놔서 나쁠 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높이가 있는 나무 아래에섰다.

“가능하려나?”

쉽게 오르기는 힘들어 보였지만, 이문후는 들고 있는 짐을 내려놓고 무릎을 구부렸다.

그리고 내공을 발로 보내면서 바닥을 밀어냈다.

터엉!

높은 근력과 내공이 더해지자, 그는 순식간에 높이 뛰어올랐다.

목표했던 과일에 한 번에 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시 나무 기둥을 박차며 다시 힘을 싣자, 순식간에 가지를 붙잡을 수 있었다.

‘미쳤다!’

직접 뛰어오르고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는 열매를 땄다.

나무에는 많은 과실이 열려 있었지만, 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

“근데… 어떻게 내려가지.”

막상 위로 올라왔지만 내려가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떨어진다면 다칠 것 같다는 생각에 잠깐 고민을 하던 그는 곧바로 능력을 바꿨다.

[나한신공을 해제하였습니다.]

[순간이동을 장착하였습니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그냥 바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너무나 쉽고 안전하게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새로운 능력을 장착할 수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빨리 5레벨을 찍어야 하는데.”

열매를 챙긴 그는 고블린들에게서 얻은 장비들을 들어 올렸다. 이제는 게이트 밖으로 나갈 때였다.

‘아직 날이 밝지는 않았겠지?’

많은 싸움을 했지만, 여기에서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다.

밖으로 나가면 동이 틀 때쯤이거나 새벽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근처를 지키는 군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괜찮을까?”

몸을 빼는 건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챙긴 전리품이 문제였다.

아무리 순간이동이 있다고는 하지만, 들고 있는 물건까지 모두 옮길 수는 없었다.

‘그때 그놈처럼 물건만 덩그러니 남겠는데?’

나가자마자 순간이동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편의점에서 만났던 고무원처럼 지금 챙긴 전리품만 놓고 몸만 움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잡다한 물건을 너무 많이 챙긴 것 같았다.

아무래도 대부분을 포기해야 했지만, 고생해서 얻은 걸 이대로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어떡한다.”

***

“하아암.”

강상욱은 계속되는 지루한 시간에 하품을 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교대시간이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갔다.

“몬스터라는 놈들은 언제 나오는 거야?”

“나오면 X되는 거 아닙니까?”

“X되긴! 완전 포상 아니냐? 그놈들 잡으면 초능력이라도 생길 거 아니야?”

“정말로 잡으면 초능력이 생기는 겁니까?”

“던전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 봐. 미친놈들이 초능력으로 은행까지 털다가 잡혔다잖아!”

“… 하긴. 부럽긴 합니다. 초능력 생기면 바로 전출인데.”

“나도 그런 거라도 얻어야 전역하면 먹고 살 것 같은데. 염병! 누구 안 나오나.”

강상욱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각 부대에서도 각성을 사람들을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들은 따로 차출돼서 새로운 조직으로 들어갔고, 군인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반면에 그들은 아무 능력도 없이 던전 앞에서 경계를 서야만 했다.

언제 몬스터들이 나올지 모르는 바로 앞을 지켜야만 했다.

그만큼 위험했지만,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게 더 큰 곤욕이었다.

“어떻게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지나가냐.”

“그러게 말입니다.”

던전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통행이 크게 줄었다.

군인들이 경계를 서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당연했다.

아직까지는 큰 위험이 없었다.

작은 소란이 있었지만, 조금씩 이런 생활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때, 라이트 앞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던전으로 들어가는 게이트 입구에 이상한 자루를 든 거수자였다.

“가, 강 병장님!”

“왜?”

“나왔습니다. 던전에서 누가…”

“X발!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강상욱은 곧바로 총구를 겨누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고 놀란 채 덜덜 떨고 있는 부사수를 향해 소리쳤다.

“뭐해?”

“네?”

“빨리 지통실에 연락해!”

“지, 지통…”

“어리버리 깔래?”

“죄, 죄송… 도, 도망갑니다.”

“미친!”

그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밖으로 나온 이문후는 곧바로 나한보를 펼쳤다.

빠르게 도로를 내달리는 그의 모습에 강상욱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떡합니까? 도망갑니다!”

“씨발!”

타앙!

강상욱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도망가는 이문후를 겨냥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해야 질책을 면할 수 있었다.

“쏘면 어떡합니까?”

“그럼 어쩌라고?”

“사, 사람이었습니다.”

“… 몰라! 안 맞았어.”

“그럼?”

“빨리 지통실에 연락해. 던전 밖으로… 거수자가 나타났다고. 지금 3시 방향으로 도망갔다고.”

“아, 알겠습니다.”

부사수는 급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따로 연락을 할 필요가 없었다.

커다란 총성에 모두의 시선이 게이트로 향했기 때문이다.

타아! 타다당!

곧바로 사격이 이어졌다.

강상욱의 총성을 기점으로 무분별한 난사가 이어졌지만, 이미 이문후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귀, 귀신은 아니지?”

“지금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지? 근데, 뭐지?”

“…….”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경계 근무에 투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권 일병이 했던 말을 떠올린 강상욱은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었다. 장교를 비롯한 일련의 무리들이 그들을 향해 뛰어왔다.

“어떻게 된 거야?”

“거, 거수잡니다! 갑자기 던전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사람? 확실해?”

“그게… 사람 같았습니다.”

사람이라는 보고에 그들 역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수습하며 물었다.

“어디로 갔어.”

“저쪽입니다. 3시 방향으로 뛰어가는 걸…”

“대기조 출동시켜. 곧바로 보고하고, 남은 병력들은 대기한다.”

***

“후우. 무슨 총까지 쏴!”

아무리 그래도 같은 사람에게 총알을 갈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손에 넣은 전리품 때문에 순간이동보다 나한보를 택했지만, 조금만 잘못했으면 벌집이 됐을지도 몰랐다.

“그냥 손들고 기다렸어야 했나?”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그래도 게이트에서 멀어진 만큼 군인들을 따돌릴 수는 있었다.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자.”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병력이 뒤를 쫓아올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인근의 지형을 다 확인한 상태였다. 사전에 퇴로를 염두에두고 움직인 만큼 일부러 복잡한 골목길을 통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앗!

바닥을 밀어내기 무섭게 그의 몸이 먼 거리를 뛰어넘었다.

보법으로 사용하는 나한보였지만, 지금은 경공술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빠르게 골목길을 들어서던 그는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뭐지?’

골목길 끝을 한 사람이 가로막고 있었다.

늦은 새벽이었다. 조만간 날이 밝아오려는 지금 이런 후미진 곳에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어색했다.

무엇보다 지금 앞을 가로막은 사람의 숨소리도 거칠어져 있었다.

이제 막 도착을 한 게 분명했다.

“당신인가? 게이트를 빠져나온 사람이?”

“…….”

정확히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낯선 사내.

이문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군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경찰이라고 하기에는…’

앞을 가로막은 사람의 손에 들린 무기가 어색했다.

총이 아닌 검을 들고 있었다. 그것도 날이 서지 않은 목검이었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

“가지고 있는 것들 다 내려놓고, 순순히 조사에 응해라.”

“조사? 내가 왜?”

“…….”

크게 잘못을 한 것은 없었다.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권고 사항을 어긴 게 전부였다. 군인들과의 싸움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피해를 준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앞에 있는 사람의 의도가 의심스러웠다.

목검이라는 낯선 무기를 겨눈 남자.

풍기는 분위기만 봐서는 각성을 한 플레이어가 확실해 보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제압하는 수밖에!”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뛰어오는 속도를 보면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엄청 빠르지도 않았다.

각성을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속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찔러오는 목검이 예사롭지 않았다.

파앙!

바람을 가르며 날아드는 검격.

뒤로 물러난 이문후는 날카로운 공격에 내공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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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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