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인물의 던전 사냥-30화 (30/126)

제 30화

던전 진입

그에게 가장 먼저 닿은 것은 독침이었다.

하지만 발경으로 한 놈을 제압한 이문후는 축 늘어진 고블린을 들어 올리며 독침을 막았다.

푸욱.

그의 손에는 든든한 고기 방패가 들려 있었다.

뛰어난 동체 시력으로 허공에서 날아오는 가느다란 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게임보다 더 수월한 느낌이었다.

‘건곤대나이 때문이겠지?’

보정된 스탯만으로도 앞에 있는 놈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앞에 있는 놈들이 쉽지는 않았다.

확실히 일회성 던전에 있는 놈들보다는 더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싸우는 기술도 더 뛰어났다.

다만, 상대하는 사람이 사기적인 능력을 장착하고 있는 이문후였다.

“키아아!”

독침이 막히자, 앞장서서 달려오던 놈이 바닥을 박차며 뛰어 올랐다.

괘나 먼 거리를 도약한 놈은 순식간에 이문후를 덮쳤다.

하지만 이미 놈의 움직임을 예상한 이문후는 가벼베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볼렸다.

촤악!

고블린이 휘두른 검이 허공을 갈랐다.

멈칫거리는 놈의 모습에 기회를 잡은 이문후는 손에 있는 고블린을 던지며 나한보를 펼쳤다.

터엉!

갑자기 날아든 동료의 시체에 앞장 선 고블린은 당황했다.

이문후는 그 틈을 노리며 놈을 스쳐 지나갔다.

“키기긱!”

당연히 공격을 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뒤로 빠지는 그의 모습에 고블린은 기겁하며 괴성을 질렀다.

뒤에 있는 동료들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문후는 이미 바람총에 장전을 하고 있는 고블린과 가까워졌다.

“키긱!”

옆에 있는 놈이 급하게 몸을 던졌다.

갑자기 나타난 인간은 엄청난 강자였다. 이런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을 이용해야만 했다.

“어딜!”

이들의 의도를 눈치챈 이문후는 더욱 힘을 폭발시켰다.

바닥을 말어내기 무섭게 손에 모인 내공을 뿜어내자, 목표했던 고블린이 튕겨져 나갔다.

퍼엉!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고블린.

곧바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는 놈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몸을 던지며 바닥을 굴렀다.

쉬이익!

그의 등 뒤로 두 고블린의 날붙이가 스쳐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맨몸으로 둘의 공격을 받아내야만 했다. 적절한 판단이 피해를 줄였고, 이문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남은 놈들을 바라봤다.

“후우우.”

짧은 순간에 격하게 움직인 만큼 호흡이 거칠어졌다.

확실히 게임을 하는 것과 직접 움직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최대한 동선대로 움직였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싸움이 쉽지 않았다.

나름 복싱을 해왔던 그인지라, 체력을 조절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실전은 어려웠다.

물론, 긴장을 해서 체력이 더 빨리 떨어지는 건지도 몰랐다.

“후우.”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닦아낸 그는 호흡을 고르며 남아 있는 세 놈을 바라봤다.

‘방패하고 단검에 도끼라.’

다행히 바람총을 가진 놈은 없는 것 같았다.

원거리에서 공격을 하는 놈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덤벼!”

그는 크게 소리치며 가까이에 있는 고블린에게 다가갔다.

위협적인 외침에 고블린은 들고 있던 도끼를 휘둘렀다.

쉬이익!

두 눈 가득 들어오는 녹이 슨 도끼날.

고블린의 움직임이 느리게 느껴졌다. 높은 반사신경과 동체 시력으로 궤적을 파악한 그는 허리를 비틀며 공격을 피했다.

부우웅!

귓가를 스치는 소리를 뒤로한 이문후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주먹에 체중을 실을 수 있었다.

비튼 허리를 다시 돌리며 주먹을 휘두르자,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다.

“케헥!”

옆구리를 얻어맞은 고블린이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체중이 많지 않은 놈의 일그러진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고블린의 톡을 후려쳤다.

깔끔한 어퍼컷에 고블린의 턱이 바스라졌다.

쿠웅!

순식간에 한 놈이 쓰러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고블린들의 움직임이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두 놈이 더 남았다.

“키아아!”

동료 고블린이 당하기 무섭게 옆에 있던 놈이 단검을 찔러 넣었다.

몸을 던지는 무모한 돌진이었지만, 사각지대에서 달려든 만큼 대처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바닥을 밀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투웅!

제때 사용한 나한보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자, 목표를 잃은 고블린의 몸이 허우적댔다.

이문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다시 앞으로 움직이며 내공을 실은 발을 뻗자, 얼굴을 얻어맞은 고블린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다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놈의 죽음을 확인한 그는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남아 있는 놈을 바라봤다.

방패를 든 고블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순식간에 네 명의 동료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놈은 그대로 뒤로 내달렸다.

“도망을 간다고?”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포악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불리하더라도 도망가는 일은 없었다.

게임에서도 그랬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피하는 건 없었지만, 지금 앞에 있는 놈은 예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였다.

삐이이익!

곧 날카로운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도망가는 놈이 내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다른 동료를 부르기 위한 신호인 것 같았다.

‘미치겠네. 완전히 사람이랑 똑같잖아?’

고블린도 무리 생활을 하고 있는 지성을 가진 놈들이었다.

비록,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이문후는 힘을 폭발시키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른 놈들이 몰려들기 전에 빨리 놈을 끝내는 게 최선이었다.

“키엑?”

일부러 단검을 사용한 그는 빠르게 고블린의 숨통을 끊어냈다. 아직 손에 익지 않은 만큼 주먹이 편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내공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목이 뚫린 놈은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너무나 쉽게 죽는 고블린을 확인한 그는, 놈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살폈다.

‘호루라기 같은 건가?’

피리로 보이는 게 목에 걸려 있었다.

크게 쓸모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번뜩 스치는 생각에 그는 고블린의 피리를 챙겼다.

‘보상은 경험치가 전부고. 아이템은…’

그는 쓰러진 놈들의 품을 뒤졌다.

일회성 던전과 다르게 여기에서는 장비를 직접 수거해야만 했다.

조금 귀찮은 면이 있었다.

품을 뒤지고 가지고 갈 수 있게 무게까지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몬스터를 잡는다고 쓸만한 물건이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있을까?’

이문후는 빠르게 죽은 놈들의 품을 뒤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블린들이 가지고 있는 주머니를 살펴봤지만, 원하는 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바람총을 쓰는 놈들에게만 있는 건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신호를 들은 놈들이 언제 몰려올지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물건을 포기할 수 있었다.

“그것만 있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 찾았다!”

결국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다.

게임에서 봤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게임속에 나왔던 설명과 비슷한 걸 보면 찾던 게 확실해 보였다.

‘아릿한 냄새가 나는 풀!’

게임 속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었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했다.

“근데, 양이 너무 적은데.”

지금 얻은 양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몇 놈을 더 사냥해야 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몰려오는 놈들을 피하는 게 먼저였다.

지금부터 상대할 놈들은 전열을 갖춘 채, 각자의 역할을 분담할 정도로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할 이유는 없었다.

‘차라리 기습이 좋으려나?’

정식으로 싸우면 수가 많은 쪽이 유리했다.

아직까지는 압도적인 힘이 없는 만큼 조금씩 놈들의 전력을 갉아먹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우선 안전한 곳을 찾자!’

대충 생각을 정리한 그는 보법을 섞어가면서 움직였다.

그렇게 이문후가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련의 무리들이 몰려왔다.

“키기긱!”

고블린들이었다. 가볍게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 놈들 떼로 움직였다.

놈들은 쓰러진 동료 고블린들을 발견하며 분노했다.

자신들의 영역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서 부족원을 죽인 놈을 찾아낼 생각이었다.

복수를 생각한 고블린들은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

“끄르륵!”

돌출된 입으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흐릿한 소리와 함께 초록색 피부를 가진 고블린이 쓰러졌지만, 정작 놈을 쓰러뜨린 이문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이 장갑은 다시 쓸 수 있으려나?’

고블린가 토해내는 피로 눅눅해진지 오래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버리고 싶었지만, 발경이라는 능력이 장착된 만큼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장갑이라도 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맨손으로 고블린의 피를 받아내야만 했다.

“후우. 그나저나 이놈들… 너무 집요한데?”

처음 싸움이 일어나고부터 쉬지 않고 놈들과 부딪친 것 같았다.

싸웠던 곳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체력과 내공을 회복하고 있었지만, 놈들은 그를 쫓아왔다.

계속되는 추격에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했다.

그렇게 싸우고 도망가기를 반복하면서 버텼지만, 그 역시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조금 더 힘을 키우고 움직이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일회성 던전을 찾는 게 더 안전했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근데, 이놈은 아직도 안 죽었네.’

쓰러진 고블린은 죽지 않았다.

단검을 사용해서 치명적인 상처를 줬다. 그대로 목을 베어냈지만, 고블린의 목숨은 생각보다 질겼다.

‘단검하고 좀 익숙해져야 하는데.’

날카로운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어색했다.

손에 쥔 단검을 보던 그는 상념을 떨쳐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고블린을 처리했다.

푸욱!

손끝으로 전해지는 섬뜩한 느낌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계속해서 고블린을 죽이고 있었지만, 이런 느낌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이 완성됐습니다.]

고블린이 죽기 무섭게 익숙한 알림이 전해졌다.

동시에 이문후의 표정이 밝아졌다.

“드디어 완성된 건가?”

기다리던 퍼즐이 맞춰졌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던전 안으로 들어온 것은 부족한 경험치 구슬을 얻기 위해서였다.

완성된 구슬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부족한 경험치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결국 원하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