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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29화 (29/126)

제 29화

던전 진입

“후우. 정규 던전이라.”

멀리 보이는 군인들을 확인한 이문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제대로 된 던전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정민석에게 따로 말은 해뒀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제대로 된 놈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정규 던전은 일회성 던전과 큰 차이가 있었다.

일회성 던전에서는 몬스터들은 별다른 무기를 들지 않았지만, 정규 던전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무기를 들고 있었다.

“튜토리얼은 끝인가?”

지금까지 거쳐 온 일회성 던전은 쉽게 말하자면 튜토리얼이었다. 반면에 정규 던전은 제대로 된 시작이었다.

안에 있는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게임대로라면 구역을 갖추고 생활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당연히 동료애도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10마리 안팎의 몬스터가 있는 일회성 던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도 준비를 충분히 했으니까.’

자이언트 랫을 처리하고 얻은 가죽으로 겉옷을 만들었고, 정민석이 사용했던 바지까지 착용했다.

비전의 서를 이용해서 회복이라는 능력이 붙은 만큼 어떻게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우선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자!’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지금 곧바로 던전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던전 입구를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게이트의 크기는 상당히 컸다.

일회성 던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멀리서도 게이트가 보일 정도였다.

비교적 큰 막이 일렁거리고 있었고, 그곳에서 떨어진 곳을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었다.

실탄을 장착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이문후는 다시 한번 깊게 심호흡을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최대한 병사들의 눈을 피했다.

일부러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대로 한복판에 있는 게이트에 접근했고, 거리를 가늠하면서 천천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이 정도면 가능할까?’

조금만 실수를 하면 총알이 날아올지도 몰랐다.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쉽게 총을 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만 했다.

‘저 라이트만 꺼지면 어떻게 될 것 같기는 한데.’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게이트 앞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움직이면 순식간에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마음을 다잡으며 크게 소리쳤다.

“고, 고블린이다! 고블린!”

“…….”

“아아악! 사람 살려! 고블린!”

다급한 외침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목소리에 입구 근처를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총을 들고 뛰어왔다.

그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고블린을 소탕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잡지 못한 놈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장전된 총을 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제부터 움직이면 되나?’

이문후는 곧바로 능력을 사용했다.

모두의 이목이 다른 곳으로 돌아간 지금이 게이트로 갈 절호의 기회였다.

파앗!

그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바로 반대편으로 나타난 그는 자세를 낮추며 게이트로 향했다.

‘차라리 나한보를 쓸 걸 그랬나?’

아무리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고 하지만, 모두를 속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게이트는 거리 한복판에 있었다.

주변에 이렇다 할 장애물도 없었기 때문에 몸을 숨기는 게 더 어려웠다.

이문후는 게이트와의 거리를 가늠했다.

몇 번의 순간이동을 사용하면서 대충이나마 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를 확인한 상태였다.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은데.’

더는 몸을 숨길만한 곳이 없었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바로 능력을 사용하는 게 좋았다.

‘흐읍!’

능력을 펼치자, 머리가 핑 돌았다.

한 번에 게이트로 간다는 생각에 조금 무리를 한 것 같았다. 그래도 바로 앞에 도착한 것을 보면 의미가 있었다.

“어?”

그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이문후는 곧바로 게이트로 몸을 던졌고, 흐릿한 막은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켰다.

“뭐야? 왜 그래?”

“강 병장님? 저기 사람이!”

“사람?”

권 일병의 말에 놀란 강상욱은 급하게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없잖아? 장난하냐?”

“아닙니다. 분명히 사람이 있었지 말입니다.”

“없잖아!”

“그게 게이트로…”

“이게 미쳤나. 그게 말이 돼? 사람이 있었으면 저 거리까지 못 봤을 리가 없잖아!”

“…….”

“아니야?”

“마, 맞습니다.”

“개념 없네. 군생활 편하지?”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들어가서 보자. 안 그래도 짜증나 죽겠는데.”

“…….”

게이트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인형.

이문후의 모습을 본 그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헛걸 본 건가? 분명히 사람이었는데.’

시력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강 병장의 말처럼 저기까지 다가가는데 아무도 못 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설마 귀신? 지금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애써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절로 오한이 드는 것 같았다.

이상한 몬스터도 나오는 마당에 귀신이라고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그는 총을 다잡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말라고.

***

안으로 들어서자 신선한 공기가 그를 맞았다.

게이트 밖과 다르게 이곳은 밝은 낮이었다.

널따란 초원과 멀리 보이는 숲.

드높은 산맥을 확인한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초원이라면 고블린 아니면 오크인데.’

게이트를 넘어서면 들어서는 공간을 모두 던전이라고 불렀지만, 정규 던전은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워낙 넓은 곳이었다.

우선 이곳이 어떤 종족의 영역인지 알아내는 게 중요했다.

각 종족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에 따라서 싸우는 방법도 다르게 가져가는 게 중요했다.

‘우선 숲으로 가자.’

주변에 몸을 숨길만 한 곳이 없었다.

이런 개활지에서는 표적이 되기 쉬웠다. 혼자 움직이는 만큼 몸을 숨기는 게 더 유리했다.

숲으로 간 그는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

그리고 순간이동 능력을 대신해서 나한신공으로 바꿨다.

사용한 내공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언제 싸워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한 곳이었기 때문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가볍게 염탐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게임이 아닌 현실이었다. 괜히 욕심을 냈다가는 목숨이 위험해졌다.

내공을 모두 회복한 그는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손에 단검을 쥔 채로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생명체를 발견해냈다.

‘고블린 영역이었구나.’

고블린이 모여 있었다. 일회성 던전에서 봤던 고블린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여기에 있는 고블린은 하나 같이 제대로 된 무장을 갖췄다.

‘다섯인가?’

무기를 든 놈들이었다.

특히나 대롱 같은 걸 허리춤에 채워둔 걸 보면, 바람총을 사용하는 게 분명했다.

‘독도 쓰겠지?’

가장 경계해야 할 놈이 바로 바람총을 든 놈이었다.

그저 작은 침을 날리는 놈이었지만, 문제는 그 침에 묻은 독이었다.

중독이 되면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체더월에서는 마비와 함께 능력치를 떨어뜨렸다. 여기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몰랐지만, 최소한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

‘가죽으로 만든 옷이라면 한두 방은 막아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놈들의 공격에 대비해서 일부러 가죽을 둘렀다.

말은 옷이었지만, 대충 구색만 갖춘 허름한 거적떼기 같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게 아니더라도 대응 방법은 있었다.

게임 안에서처럼 얼마나 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게 막히면 미련없이 도망가는 것도 방법이었다.

‘독침만 조심하자!’

마음을 먹은 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한번 싸워서 힘을 확인해 봐야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아무리 무기를 들고 있는 놈들이라지만, 겨우 고블린일뿐이었다. 일회성 던전에서 만났던 오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움직일 동선을 미리 계산한 그는 곧바로 나한보를 밟았다.

투웅!

바닥을 밀어내기 무섭게 그의 몸이 튀어나갔다.

순식간에 노렸던 고블린의 뒤를 잡았지만, 그를 발견한 동료 고블린들은 질겁하세 괴성을 질러댔다.

“키기긱!”

반응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일회성 던전에는 만난 고블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키긱?”

동료의 경고에 목표가 된 고블린이 급하게 몸을 웅크렸다.

반격을 할 틈이 없었기 때문에 피할 생각이었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놈을 붙잡을 생각이었던 이문후는 오히려 놈의 행동을 반겼다.

“키이익!”

우악스러운 손길에 고블린이 질겁하며 몸부림쳤다.

바람총을 찬 놈을 목표로 한 만큼 독 공격을 하나 줄였지만, 남은 네 마리의 고블린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뭐가 이렇게 빨라?’

남은 놈들은 순식간에 전열을 갖췄다.

날붙이와 방패를 둔 놈들이 앞을 가렸고, 바람총을 든 놈들이 그 뒤로 뛰었다.

확실히 체계가 잡힌 모습이었다.

거기에 바로 대응을 하는 걸 보면 지금까지 상대했던 고블린들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것 같았다.

“키익!”

방패를 찬 놈이 앞으로 나오며 거리를 좁혔다. 거기에 바람총을 빼든 놈들은 그 뒤에서 엄호를 시작했다.

체더월에서 나오는 고블린의 특성은 그대로였다.

시작된 놈들의 움직임에 이문후는 붙잡은 고블린의 몸통에 손을 가져다대며 기운을 흘러 넣었다.

투웅!

“케엑!”

그에게 잡힌 고블린이 피를 뿜으며 발버둥쳤다.

괴로워하는 동료의 모습에 남은 네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놈들은 곧 분노하며 이문후를 공격했다.

피잇!

초록색 독이 묻은 가느다란 침이 허공을 가르며 이문후를 향해 날아왔다.

뒤에 있던 놈들이 곧바로 침을 날렸고, 방패를 든 놈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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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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