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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20화 (20/126)

제 20화

아이템

퍼엉! 퍼엉!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오크들이 튕겨져 나갔다.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이문후의 손이 닿으면 오크들은 힘을 잃고 쓰러졌다.

건곤대나이와 나한신공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잠재력이 활성화되면서 높아진 능력치에 내공을 이용한 폭발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지자, 오크들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발경이라는 힘이 큰 도움이 됐다.

아무리 튼튼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내부로 파고드는 힘은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너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뭐긴 뭐야. 이게 다 이 형님의 실력이지.”

“미친!”

순식간에 모두를 쓰러뜨린 이문후의 모습에 정민석은 혀를 내둘렀다.

이문후는 인간의 움직임을 뛰어넘은 움직임을 보였다. 아무리 각성을 했다지만, 하루아침에 달라진 이문후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저놈은 내꺼다!”

“괜찮겠냐?”

“저 새끼들이 허접했을 수도 있잖아.”

친구의 성장에 놀란 정민석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가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피지컬은 그가 훨씬 유리했기 때문에 실력은 이문후보다 더 위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긴, 생각보다 쉽긴 쉽더라.”

“그렇지? 그냥 고블린들 정도였지?”

“그놈들보다는 조금 더 강한 정도?”

정민석은 담담하게 말하는 이문후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나타난 오크들과 마주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한 번 주먹을 주고받았다.

앞에 있는 놈의 맷집과 힘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였다.

‘철비공!’

정민석은 철비공을 활성화 시키면서 오크를 향해 다가갔다.

부우웅!

이전과 다르게 무식하게 맞받아치지는 않았다.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면서 오크의 팔을 낚아챘다. 그리고 허리를 집어넣으면서 몸을 틀었다.

“흐읍!”

정민석은 놈의 품을 파고들며 그대로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무작정 부딪친다고 달라질 건 없었기 때문에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쿠웅!

커다란 굉음과 함께 오크의 몸이 바닥에 꽂혔다. 하지만 놈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걸 견뎌?’

강력한 맷집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경악한 것은 이런 놈들을 너무나 쉽게 쓰러뜨린 이문후였다.

‘이런 놈을 한 방에 날렸다고?’

조잡한 장갑을 손에 낀 이문후는 주변에 있던 오크들을 처리했다.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의 움직임을 보인 그는 가만히 서서 정민석을 기다렸다.

“이게 무슨 쪽이냐!”

“…….”

정민석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오크에게 달려들면서 놈의 허벅지를 낚아챘다.

쿠웅!

곧바로 태클을 걸며 무게를 싣자, 오크가 바닥에 처박혔다.

지금까지 했던 운동 기술을 모두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앞에 있는 놈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터엉! 터엉!

그는 쓰러진 오크 위로 올라타며 주먹을 뻗었다.

철비공으로 몸이 단단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주먹도 평범하지 않았다.

강한 충격에 오크의 고개가 돌아갔다.

꽤나 잔인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문후에 대한 호승심이 더 컸다.

“그만해. 이미 죽은 것 같은데.”

“후우. 후우.”

“…….”

정민석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씁쓸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이문후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고작 한 놈을 쓰러뜨리는데도 가진 힘의 대부분을 사용해야만 했다.

“보상은 내가 다 가져갔잖아.”

“누가 뭐래?”

“엄청 실망한 표정인데?”

“지랄.”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만큼 그의 기분을 모를 리 없었다. 그렇다고 위로를 하는 것도 성격에 맞지 않았다.

“남은 보상은 네가 가지든가.”

“됐어.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놈한테 몰아줘야지.”

“괜찮겠냐?”

“네 성장에는 이 형님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만 잊지 말아라.”

“헛소리하는 걸 보니까 괜찮아졌네.”

“미친놈. 뭐라는 거야?”

정민석은 오만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문후의 표정은 밝았다. 다행히 정민석의 마음이 풀린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모으면 경험치 구슬도 10개가 될 것 같은데.’

짧은 시간에 비하면 생각보다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레벨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아직도 지금 손에 넣은 구슬의 두 배가 더 필요했다. 그렇다고 장착한 건곤대나이의 성취를 올릴 수 없었다.

‘그나마 나한신공인데.’

마음 같아서는 다음 레벨까지 경험치 구슬을 모으고 싶었지만, 조금 더 강해지는 게 좋았다.

현실에서는 다시 시작하는 게 없었다.

죽으면 그걸로 끝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힘을 키우는 게 먼저였다.

‘나 혼자라면 모를까.’

옆에 정민석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안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나한신공의 성취가 2성으로 올랐습니다.]

[건곤대나이의 영향으로 장착 스킬의 등급이 오릅니다.]

[나한신공의 성취가 3성으로 보정됩니다.]

‘미쳤다!’

3성의 나한신공.

성취가 오르기 무섭게 미증유의 힘이 솟아났다. 단전에서 느껴지던 내공이 더 커졌고, 사지로 뻗어 나가는 내공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가장 사기인 것은 레벨도 아니고 나한신공도 아닌 건곤대나이였다.

플레이어로 각성을 하자마저 얻게 된 특별한 능력.

그 힘이 다시 한번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여기에 나한신공 힘까지 끌어 올리면?’

순간적으로 스탯의 수치가 30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뭐가 그렇게 좋아?”

“응? 아니야. 아무것도.”

“복권이라도 당첨된 표정인데?”

“그냥 장착 능력 좀 올렸어.”

“벌써? 하긴, 어지간한 놈들은 네가 다 때려잡았으니까.”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문후의 활약은 대단했다. 조금 전에 사라진 오크들도 대부분은 그가 손을 거쳤다.

“다시 움직이자.”

***

철제 상자를 지키고 있는 다섯 마리의 오크들.

개중에 한 놈은 다른 오크들과 다르게 무기를 들고 있었다. 다른 던전처럼 상자와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 놈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대장 쥐처럼 강한 것 같지는 않은데.’

평범한 오크가 무기만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별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게 강한 놈은 아닌 것 같았다.

문제는 전과 다르게 놈들이 단체로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원래 무기 든 놈은 나중에 움직이는 거 아니었어?”

“그동안 그렇게 움직인 놈들이 이상했던 것 같은데?”

“하긴, 저게 정상인가?”

“한 놈만 맡아. 나머진 내가 상대할 테니까.”

“알았어. 조심해라.”

이제는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문후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다른 한 놈도 내 몫으로 그냥 넘긴 거겠지?’

정민석은 이문후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이렇게 일대일로 오크들을 상대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았다.

처음 그가 말했던 것처럼 버스를 타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먼저 간다!”

말을 끝내기 무섭게 이문후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3성의 나한보. 그의 몸은 순식간에 오크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곧 나한신공을 끌어 올리며 주먹을 뻗었다.

퍼엉!

단 한 방에 오크가 떨어져 나갔다.

따로 초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주먹에 내공을 싣는 것 자체가 나한권을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기습적으로 달려든 그의 주먹에 오크가 무너졌다.

이문후는 쓰러진 놈을 뒤로하고, 다른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저게 말이 되냐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놈이 쓰러졌다.

아직 오크들에게 닿지도 못한 정민석은 그런 친구의 움직임에 경악했다.

조금 전과는 또 달라진 모습이었다.

장착된 능력의 등급이 오른 것만으로도 배는 더 강해진 것 같았다.

‘나도 철비공을 올리면 달라지겠지?’

다시 한번 격차를 실감한 그는 이를 악물었다.

고작 몇 개의 던전을 더 돌았던 이문후였지만, 너무 많은 차이가 벌어졌다.

건곤대나이에 관해서 알 리 없는 그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오크를 향해 달려갔다.

그가 움직이는 순간에도 또 다른 오크가 쓰러졌다.

둔기를 쥔 놈은 물론이고, 남은 둘이 이문후를 견제하며 신중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때 정민석이 끼어들었다.

“덤벼! 이 돼지 새끼들아!”

“쿠웩!”

정민석의 도발에 한 놈이 그를 견제했다.

이미 이문후의 실력을 확인한 터라 같은 인간인 그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게 큰 실수였다.

“하압!”

이문후는 오크들은 시선이 돌아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나한보를 밟으면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직선적인 단순한 움직임이라더니.’

나한보의 설명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따로 상대의 눈을 어지럽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순한 보법이었지만, 다른 것을 배제하면서 속도를 극대화시켰다.

악귀를 잡는 나한의 발걸음.

대담한 그의 걸음이 오크와의 거리를 좁혀줬고, 나한의 힘을 실은 주먹이 오크의 얼굴을 후려쳤다.

뻐억.

그대로 꽂히는 일격에 다리가 풀린 오크가 그대로 주저앉았고, 이문후는 무릎을 찍어 올렸다.

복싱을 배웠다지만, 주먹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적절하게 발차기를 섞으면서 오크를 상대하자 남은 오크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너는 내가 상대한다! 이 새끼야.”

“쿠웩!”

정민석은 그중에 한 놈의 목을 잡아챘다.

이문후와는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정민석의 움직임도 날랬다.

특히나 힘은 발군이었다. 각성을 할 사람들 중에서는 뒤지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쿠웅!

철비공으로 몸을 보호한 그는 오크를 바닥에 꽂았다.

알고 있는 여러 기술을 사용하면서 최선을 다하자, 결국 오크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처음 오크를 상대할 때 보다는 나았다.

무식한 주먹질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만큼 치고받는 게 아니라 적당히 공격을 흘리면서 싸우는 게 주효했다.

“후우우.”

정민석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문후를 돕기 위해서 눈을 돌렸다.

“뭐야? 벌써 다 처리한 거야?”

“…….”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이문후는 남은 놈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그를 돕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아?”

“보상이나 확인해.”

“저것도 내가 가지라고?”

“말했잖아. 몰아준다고. 한 것도 없는데 내가 왜 가져.”

“…….”

여기에서 더 권해봤자 달라질 건 없었다.

이문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철제 상자에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닿기 무섭게 상자가 열리면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질 좋은 원단을 손에 넣었습니다.]

[비전의 서를 손에 넣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비전의 서? 게임에는 없었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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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코멘트,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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