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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17화 (17/126)

제 17화

아이템

다급한 이문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쥐는 정민석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정민석의 몸은 자이언트 랫의 이빨을 견뎌냈다.

“괜찮아?”

“안 괜찮아.”

“그런 말을 한 걸 보면 괜찮은 것 같네. 그걸 못 피하냐?”

“먼저 피한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정민석은 달려든 자이언트 랫을 단 채로 소리쳤다. 다행히 제때 철비공을 활성화 시킨 게 주효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철비공의 효과가 더 좋았다.

이문후처럼 절묘하게 놈의 공격을 피할 수 없던 정민석은 장착한 스킬을 이용했다.

생각보다 거대한 쥐의 치약력은 대단한 것 같았지만, 정민석의 철비공 역시 효과가 좋았다.

“이 새끼 좀 어떻게 해 봐! 더 있으면 발목 부러지겠다!”

계속 버틸 수는 없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발목이 부러질 정도로 강한 압박이 전해졌다.

무엇보다 거친 털이 나 있는 놈의 기다란 앞니가 부담이었다.

정민석의 얼굴이 절로 구겨졌다.

꿈틀거리는 놈의 행동에 몸서리치던 그는 이문후를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떻게 좀 해 봐!”

“그냥 잡어.”

“아, 쫌!”

이문후는 질색하는 그를 대신해서 놈의 목숨을 끊었다.

움직임을 멈춘 거대 쥐는 곧 사라지며 자취를 감췄고, 정민석은 그제야 안도하며 잘게 몸을 떨었다.

“으으! 왜 하필 쥐새끼냐.”

“덩치도 산만 한 놈이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나는 세상에서 쥐가 제일 싫어.”

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물며 그 외형이 영락없는 시궁창에 사는 쥐라면 소름이 돋아나는 게 당연했다.

“정말로 괜찮은 거지?”

“철비공을 쓰니까 버틸 수는 있을 것 같더라고.”

“체력하고 근력에 영향을 받는 건가?”

“맞아. 순간 체력하고 근력이 올라가는 것 같던데?”

이문후는 그의 설명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 정민석은 안전한 상황에서 힘을 키워주려고 했지만, 돌발적인 상황은 그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다행히 큰일은 없었다.

오히려 정민석의 몸이 생각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놈들이 고블린보다 더 쎈 거지?”

“일대일이라면 쥐가 더 강하고, 다수라면 고블린이 더 강할 것 같은데?”

“그래? 고블린보다는 이놈들이 더 강한 것 같은데.”

개인의 힘만 봐서는 거대 쥐가 더 위험해 보였지만,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오히려 고블린보다 쉬웠다.

수가 많아진다면 고블린이 더 위험했다.

지금까지 만난 고블린은 제대로 된 무기나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회성 던전에 나오는 놈들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던전에서 만나는 고블린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과는 차원이 달랐다.

“전략적으로 움직이면 고블린이 더 어려울 거야. 적어도 그 게임에서는 그랬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거나 계속 붙들고 있을 걸.”

정민석은 아쉽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이문후의 힘이 부럽기는 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이렇게 짐이 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앞으로는 더 쉽겠네.”

“더 쉽다고?”

“발만 조심하면 되는 놈들이잖아. 제때 피하기만 하면 금방 죽일 수 있으니까.”

“제때 피하는 게 어려운 거 아니냐?”

정민석은 황당해하며 물었다.

나름 피한다고 피했지만, 도저히 피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다. 철비공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발목이 뜯겨나갔을 게 분명했다.

“그냥 발만 빼면 되잖아?”

“미친놈. 그게 쉬워?”

정민석의 동체 시력과 반응속도보다 뛰어난 그인지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남은 놈을 상대하는 것도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 있는 정민석은 아니었다.

“그거나 줘봐.”

“이건 왜?”

“어차피 네가 들고 있어도 쓸지도 않을 거잖아.”

“그래도… 이거라도 있어야지.”

이문후는 정민석이 가지고 있는 몽둥이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천천히 몽둥이를 살피며 그 끝에 단검을 결합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그게 뭐야?”

“창이잖아.”

“그렇게 허접한 걸로 뭘 하겠다고?”

창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길이였다.

뻔뻔한 이문후의 말이 황당했지만, 정작 본인은 만족스러워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천 조각 남은 거 있지?”

“없어! 집에 다 두고 왔… 미친 거냐?”

정민석은 이문후의 시선을 확인하며 크게 소리쳤다.

이문후는 그가 걸치고 있는 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족한 천을 중요한 부분을 가린 것을 대처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가리나 안 가리나 티도 안 나잖아?”

“뭔 개소리야!”

아무리 친구라지만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은 참을 수 없었다.

“네가 걸치고 있는 거 쓰면 되잖아!”

“어차피 너는 뒤에서 구경만 할 거잖아. 네가 앞장서서 저런 놈들을 상대한다면 내 거 쓰고.”

쥐를 싫어하는 정민석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허리에 두른 천을 건넸다.

찌이익!

이문후는 건네받은 천을 찢었다. 그리고 몽둥이와 결합한 단검을 단단하게 묶으며 앞장섰다.

“나도 가? 어차피 당분간은 네가 경험치를 몰아 가진다며?”

“천천히 뒤따라 와.”

“알았어. 가죽은… 내가 챙긴다?”

이문후는 질색하는 정민석을 뒤로하고 일부러 소리를 내며 거대 쥐들의 이목을 끌었다.

찌이익. 찌익.

곧 설치류 특유의 소리가 하수도를 가득 채웠다.

점점 커져가는 놈들의 소리에 정민석의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곧 이문후를 쫓아가는 그의 눈에 거뭇한 형태의 그림자들이 가득 들어왔다.

앞에 나타난 여덟 쌍의 붉은 눈.

생각보다 놈들의 수가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문후 옆에 붙고 싶었지만, 차마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오히려 어설프게 돕는 게 더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는 걱정스러운 듯이 소리쳤다.

“조심해!”

그 소리를 기점으로 나타난 놈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요란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 있던 붉은빛이 길게 늘어났다.

빠르게 내달린 놈들은 앞에 있는 이문후의 발목을 노리며 몸을 날렸다.

“찌이익!”

위협적인 소리를 내뱉은 놈들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하지만 이문후는 곧장 창을 내지르며 다가오는 놈의 목을 꿰뚫었다.

‘생각보다 쓸만한데?’

허리를 숙이고 단검을 찔러 넣는 것보다 이게 더 효과적이었다. 가장 먼저 달려든 놈의 목을 꿰뚫은 그는 곧바로 창을 회수하고 다른 놈의 목을 노렸다.

푸욱.

다시 한번 창을 찔러 넣자 또 다른 놈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거대 쥐가 쓰러져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민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샷 원킬이네. 도대체 뭔 차이야?”

그는 이문후처럼 저렇게 놈들을 쉽게 잡을 수 없었다.

이문후가 높은 스탯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찌이익!”

또 다른 놈이 그의 발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예의 기다란 앞니가 크게 벌어지며 다가왔지만, 이문후는 너무나 쉽게 놈의 공격을 피했다.

쿠웅.

오히려 그는 달려드는 놈의 목을 밟으면서 들고 있던 창을 들이밀었다.

“케엑!”

그런 그에게 다른 한 놈이 뛰어들었다.

동료를 구하려는 듯이 놈도 예의 기다란 이빨을 앞세웠다.

교묘하게 다른 발을 노리고 달려드는 놈의 행동에 뒤에서 지켜보던 정민석이 튀어나갔다.

이문후는 지금 다른 한 놈을 밟고 있었다.

그의 발이 묶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하며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문후는 밟고 있던 놈을 걷어찼다.

콰직.

달려든 다른 거대 쥐의 이빨이 그가 찬 쥐를 물어뜯었다.

졸지에 동료를 공격하자, 이빨에 꿰인 놈이 괴성을 질러댔다.

“끼에엑!”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의 끔찍한 소리였다.

이문후는 얼굴을 찌푸리며 동료를 문 놈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푸욱!

내지른 창이 정확히 거대 쥐의 이마를 꿰뚫었다. 하지만 한 놈을 더 처리하는 순간 창은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급조해서 만든 만큼 내구도가 너무 약했다.

[소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익숙한 알림이 전해지면서 쓰러진 놈들이 사라졌다.

몽둥이에서 빠져나온 단검이 바닥에 떨어지자, 이문후는 그걸 주워들며 호흡을 골랐다.

“후우.”

“괜찮아?”

“괜찮아.”

“다행이네. 조금 전에는 위험해 보였는데.”

“그렇게 걱정되는 놈이 뒤에서 가만히 지켜만 봤냐?”

“그래도 널 구하려고… 됐다. 말을 말자.”

정민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덩치에 맞지 않게 쥐를 두려워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문후는 어울리지 않는 정민석의 반응에 옅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번에 얻은 경험치 구슬을 확인했다.

‘이제 다시 2개네.’

거대 쥐를 쓰러뜨리면서 경험치 구슬을 완성 시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3레벨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20개의 경험치 구슬이 필요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구슬의 수는 더 늘어났다. 거기에 등록된 스킬의 등급까지 생각하면 구슬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구슬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혼자만 힘을 키울 수도 없었다.

‘조금 더 멀리 보고 민석이 힘을 키우는 게 맞나?’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더 큰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게임을 생각해보면 혼자 움직이는 것도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대충 상황을 정리한 그는 다시 부서진 창을 고치기 시작했다.

“뭐야? 그거 다시 고칠 수 있는 거야?”

“두어 번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리고 네가 가진 단검 좀 줘.”

“단검?”

“부서지면 그걸로 대신하려고.”

어차피 정민석도 단검을 잘 쓰지는 않았다.

그는 가지고 있던 단검을 건넸고, 이문후는 마저 창을 손질하며 다시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렇게 몇 번의 싸움을 더 이어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하수도의 규모는 더 컸고, 숨어 있던 거대 쥐들의 수도 많았다.

쥐라면 학을 떼는 정민석에게는 고역이었지만, 이문후는 놈들의 등장이 반가웠다.

놈들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수도에 있는 놈들이 전부 달려들지는 않았다.

적당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만 튀어나왔기 때문에 그에게는 좋은 경험치 수급원이었다.

놈들을 잡고 얻을 수 있는 경험치도 고블린보다 더 많았다. 2개의 경험치 구슬은 순식간에 3개까지 늘어났고, 쥐가 남긴 가죽도 더 많아졌다.

아무 정보도 없이 싸웠다면 곤욕을 치렀겠지만, 이미 공략법을 알고 있는 만큼 쥐들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미쳤다! 저 새끼는 뭐냐?”

“…….”

조금 더 깊숙한 곳으로 움직이자, 거대한 쥐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까지 만난 놈들도 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에 있는 놈은 그놈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저건 완전히… 멧돼진데?”

“멧돼지보다 더 큰 것 같은데?”

커다란 황소 같았다. 뿔 대신 날카로운 앞니를 가진 놈은 그들 말에 반응을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에엑!”

괴성을 내지른 놈은 곧바로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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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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