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변수
[조잡한 천 조각을 손에 넣었습니다.]
[스킬, 나한기공을 획득하였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후우. 이 새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벌써 네 번째 던전이었다.
근처에 있는 던전이라는 던전은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정민석을 찾을 수 없었다.
일회성 던전에 한번 발을 들이면 던전을 클리어하기 전에는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정민석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만큼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만 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던전을 돌아다닌 만큼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레벨을 올리자.’
고민하던 그는 그동안 모은 경험치 구슬을 사용했다.
남은 구슬을 레벨 경험치에 투자하자, 간신히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이문후]
레벨 : 2(0%).
상태
- 생명력 : 100%.
- 내공 : 100%.
- 근력 : 16 / 체력 : 16 / 집중력 : 16.
- 동체 시력 : 16 / 반응속도 : 16 / 감각 : 16.
장착 능력(1/5)
- 건곤대나이(1成).
소유 능력
- 구르기(Lv 1).
- 회복(Lv 1).
- 나한보(1成).
- 나한기공(1成).
경험치 구슬 : 0개.
레벨이 오르자 가지고 있던 모든 스탯이 1씩 올랐다.
그저 1이라는 숫자가 오른 게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다.
줄어들었던 생명력과 내공이 모두 회복됐고, 지쳤던 체력까지 회복됐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이 늘었다는 점이었다. 이제 새로운 스킬을 하나 더 사용할 수 있었다.
‘나한보? 아니 나한기공이 더 좋으려나?’
고민을 했지만, 당장은 나한보를 사용하는 게 더 좋아 보였다. 내공이 조금 부족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한보를 장착하였습니다.]
마음을 먹기 무섭게 새로운 능력을 장착할 수 있었다.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 더 늘었지만, 정민석의 행방을 알 수 없는 만큼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후우. 던전에 들어온 게 아닌가? 그럼 전화는 왜 안 받았던 거지?”
이문후는 손에 넣은 천조각을 챙겼다. 그리고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다시 정민석에게 연락을 취했다.
“미친 새끼.”
역시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투덜댄 그는 핸드폰에 있는 지도를 확인하며 다른 던전이 있을만한 곳을 찾았다.
‘반대쪽에 있나? 너무 늦으면 안 되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던 그는 익숙한 편의시설을 확인하며 걸음을 멈췄다.
‘설마, 편의점 쪽?’
그는 살고 있던 원룸 주변에 있는 던전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정민석에게는 그가 운영하는 편의점과 주변이 더 익숙할 게 분명했다.
정민석 역시 잠깐이나마 체더월을 했었고, 그 기억이 남아 있다면 편의점 인근에 있을 던전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걸 왜 이제 생각한 거지?’
경황이 없어서 시야가 좁아진 것 같았다.
이문후는 번뜩 떠오른 생각에 곧장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주변에 있는 던전이 여러 개였다. 하지만 정민석이 갈만한 곳은 편의점과 가까운 곳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저기로 들어가지는 않았겠지?”
멀리 보이는 곳에는 거대한 게이트가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클리어했던 던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큰 게이트였다.
사람은 물론이고, 큰 트럭까지도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 크기였지만, 그 게이트 주변은 무장을 한 병력이 지키고 있었다.
수많은 고블린이 튀어나온 곳으로 일회성 던전이 아닌 제대로 된 던전으로, 정민석이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저기가 아니라면…”
대충 어느 쪽에 던전이 몰려 있다는 사실은 기억할 수 있었지만, 모든 던전의 위치를 알 수는 없었다.
하물며 일회성 던전이라 비중도 없던 곳이었기 때문에 기억이 흐릿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돌아다녀야만 했지만, 군복을 입은 한 사람이 그를 붙잡았다.
“거기 무슨 일입니까?”
“아, 친구가… 연락이 안 되고 있어서요.”
“집으로 돌아가세요. 당분간 밖으로 나오는 건 자제하시구요.”
“예.”
주변에 있던 군인들의 경고에 이문후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모두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괜히 부딪쳐봤자 좋을 게 없을 거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주변을 뒤졌다. 그리고 익숙한 덩치를 발견했다.
“야이, 미친 새끼야!”
“응? 뭐야? 문후 네가… 크윽.”
정민석을 발견한 그는 곧장 달려가서 그에게 화풀이를 했다. 이단 옆차기에 정민석이 밀려났고, 격한 인사에 옆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크게 소리쳤다.
“무슨 짓이에요!”
“뭡니까?”
정민석과 함께 있던 여자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문후를 노려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문후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기다리고 했지!”
“아, 그게…”
“무슨 짓이죠? 왜 갑자기 이 사람을 공격하는 거죠?”
“제 친굽니다. 친구예요.”
뒤늦게 정민석이 이문후의 정체를 밝히자 그들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몸은?”
“괜찮아. 멀쩡해.”
“연락은 왜 안 됐어?”
“그게…”
“설마, 너 거기 들어갔냐?”
온몸이 땀에 젖어 있는 이문후의 물음에 정민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냥 잠깐 보고만 나오려고…”
“그럴 줄 알았다. 이 미친놈!”
“미안하다.”
마음을 졸인 이문후는 격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는 오히려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뭐냐? 이 사람들은?”
“아, 던전에서 만났어.”
“던전?”
“그래요. 민석 씨 도움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어요.”
정민석에게 호의가 가득한 말투였다.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문후의 표정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던전에서 만난 사람들과 싸웠던 그인지라, 앞에 있는 사람들을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었다.
불편해 보이는 그의 기색에 임성효는 다른 사람들을 대표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임성효라고 해요. 그리고 이 사람들은 제 동료들이죠.”
“동료요?”
“갑작스러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힘을 모았어요.”
“…….”
영웅 놀이를 하는 듯한 황당한 말에 말문이 턱 막혀왔다.
이문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고, 임성효는 그의 반응에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민석 씨가 큰 도움이 됐어요. 그쪽이 걱정한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은 너무…”
“그건 그쪽이 상관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이문후의 퉁명한 반응에 임성효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뭐라고 말을 할 겨를이 없었다.
모여 있는 그들에게 무장을 한 병력들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거기 무슨 일입니까?”
“…….”
군인들이었다.
일전에 만나서 경고하던 그들이 다가왔지만, 임성효와 그의 일행들은 무언가를 꺼내며 그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뭐야? 경찰이었어?’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과 얽힌 것 같았다.
이 시간에 던전에 있을 만한 사람들이 평범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그들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군인들은 다시 물러갔고, 임성효라는 여자는 정민석에게 호의적인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할 일이 많아서 그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네요.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리죠.”
“괜찮습니다. 제가 한 것도 없는데요.”
“아니에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그런가요?”
“아무튼 조만간 연락을 드릴게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조심히 가세요.”
정민석에게 웃음을 보이며 말하던 그녀는 이문후에게는 굳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끝까지 째려보는 듯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굳이 경찰과 각을 세울 필요는 없었다.
가벼운 고갯짓으로 인사를 대신하자 그들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냥 한 번 구경이라도 해볼까 했지.”
“허, 구경? 고블린한테 쫄아서 얼어붙었던 놈이 누군데?”
“처음 보는 놈이라서 그랬던 거지! 너도 한 손으로 쓰러뜨린 놈이라면 만만할 거라고 생각했고.”
“미친 새끼.”
말을 할수록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무사한 그의 모습을 확인하자 더욱 열불이 일었다.
“하여튼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지.”
“그냥 가볍게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니까! 그래도 결과는 좋았잖아.”
“결과가 좋긴 뭐가 좋아?”
“나도 플레이어로 각성했거든. 좋은 구경도 하고.”
정민석은 자랑하듯 말했다.
살짝 얼굴을 붉히는 걸 보니, 조금 전에 인사를 했던 임성효를 떠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변태 같은 새끼.”
“뭐, 뭐가?”
정민석은 당황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알몸보다 그가 각성을 했다는 게 중요했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오주완에게 맞아서 부은 얼굴은 여전했다. 얼굴이 조금 상기된 것을 제외하고는 변한 게 없었다.
“던전을 들어가면 각성을 한다는 거지?”
“그런 것 같은데? 아니. 그 고블린을 잡으니까,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
“…….”
그 과정은 이문후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관해서는 따로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스킬은 뭘 얻었는데?”
“스킬? 그런 것도 있어?”
“다른 능력 같은 거. 없었어?”
“없었는데?”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대답이었다. 이상함을 느낀 이문후는 조금 더 자세하게 물었다.
“스킬이 없었다고?”
“그래. 그냥 스탯만 나오던데?”
처음부터 건곤대나이를 가지고 있었던 이문후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플레이어로 각성을 하면 당연히 어떤 능력이든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이 스탯만 보인다는 정민석의 말에 의아해하던 그는 다시 물었다.
“보상은?”
“보상이라니?”
“나무 상자 같은 거. 없었어?”
“아, 그 거울 같은 거 앞에 놓인 철제 상자?”
“철제 상자?”
“그거 성효 씨가 열었는데?”
이문후는 순진한 얼굴로 답을 하는 정민석의 모습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병신아!”
“아 왜?”
상황이 어땠는지는 몰랐지만, 죽 쒀서 개를 준 격이었다.
그제야 임성효라는 여자가 정민석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고. 이런 흑우 새끼.”
“뭔 개소리야? 흑우라니?”
“그걸 왜 넘겨? 네가 가져도 모자랄 판에.”
“그게 뭔데?”
“보상이라고 했잖아! 보상!”
그곳에서 얻은 보상은 임성효라는 여자가 가져갔다. 그것도 나무 상자가 아니라 철제 상자였다면 상당히 좋은 것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고 보니까, 그 여자 몸에 무슨 천을 두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가 얻은 천 조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천을 손에 넣은 것 같았다.
그 정도 크기의 천을 얻었다면 다른 스킬이나 스탯도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정민석은 여전히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쯧. 이런 흑우 새끼.”
“호구는 무슨 호구! 이미 보상은 충분했어.”
“그게 뭔 소리야? 보상이 충분하다니?”
“던전에 들어가니까 다들 맨몸이더라고. 어우, 성효 씨 몸매가…”
말을 잇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는 정민석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긴, 생각이 있으면 정민석이 아니지.”
“그건 또 뭔 소리야?
“됐다. 아무튼 너 때문에 이게 무슨 개고생이냐?”
“그건 미안하다. 그래도 각성은 했잖아? 나도 이제 어엿한 초인이라고.”
“에휴. 병신.”
밝은 정민석의 모습에 좋은 말이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정민석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네가 그걸 봤으면 그런 말 못 한다니까.”
“그래. 좋겠다. 참 좋기도 하겠다.”
정민석의 말을 무시한 이문후는 걸음을 빨리하며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옆에 있어봤자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철제 상자라고? 얼마나 위험한 곳을 간 거야?’
임성효는 물론이고, 함께 하고 있던 사람들도 경찰이라면 평범한 전력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희생을 줄였다는 것을 보면 대강이나마 일회성 던전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정민석이 운이 좋았다고 봐야했다.
그런 곳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을 보면 그런 보상을 그냥 넘겨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보는 거하고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니까! 내 번호 따가는 거 봤지? 이제 곧 형수님 생길지도 몰라.”
이문후는 달라붙는 정민석을 무시했다.
그를 찾기 위해서 돌아다녔던 것보다 이런 개소리를 들어주는 게 더 피곤했다.
“내가 미친놈이지. 저런 새끼를 구한다고 그 지랄을 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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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