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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8화 (8/126)

제 8화

힘의 비밀

“후우. 후우.”

편의점 앞에 도착한 이문후는 호흡을 골랐다.

친구가 위험에 처한 만큼 빨리 달려오느라 숨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편의점 앞에 모인 사람들을 확인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퍼억. 퍼억.

일방적인 구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정민석의 주변에는 서너 명의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고, 남은 사람들이 그를 포위하면서 주먹을 날렸다.

일대 다수의 상황.

공격받고 있는 정민석의 모습에 이문후는 크게 소리치며 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야이, 개새끼들아!”

“저 새끼는 또 뭐야!”

갑자기 달려오는 이문후의 모습에 정민석을 공격하던 놈들이 손을 털며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비교적 뒤에 있던 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이문후의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저리 안 꺼져?”

“…….”

“미친놈이, 죽고 싶…”

호기롭게 달려드는 이문후의 모습에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팔을 다 뻗기도 전에 그의 턱이 돌아갔다.

“끄윽.”

단 한 방이었다. 정확히 턱에 꽂히는 주먹에 동료가 쓰러지자,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후우우.”

“뭐, 뭐야?”

“당신 누구야?”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나타난 그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했다. 하지만 그때 한 사람이 손을 들어 올리며 장난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이문후?”

“…….”

“뭐야? 그새 내 얼굴도 잊어먹은 거냐?”

“네가 누군데?"

“씨발, 이거 졸라 섭섭하네. 이 새끼랑 똑같은 반응이네. 크큭. 나는 너하고 이 새끼 얼굴 잊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말투였다.

조폭처럼 보이는 놈의 모습에 이문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찬찬히 그 얼굴을 살폈다.

'안면이 있는 놈이긴 한데.'

전역하고 난 이후로 방구석에만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던 그인지라, 조폭과 얽힐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때 엮인 놈인가?'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 엮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 오주완이다.”

“오주완? 그게 누군데?”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오주완은 흥분하며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문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담담한 그의 모습에 오주완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오늘 확실히 각인시켜 줄 게. 내가 누군지.”

“…….”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 너희 둘을 손봐줄 생각이었거든! 이 새끼 족치고 너도 잡을 생각이었어!”

“그동안 용케 참았네.”

“크큭. 그때는 기회가 없었거든.”

“이제는 기회가 있고?”

“누구 하나 죽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니까! 뒈졌다고 복창해라. 이 새끼야!”

그동안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아무리 정민석이라지만, 조직의 힘을 빌린다면 충분히 복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다만, 법이라는 울타리 앞에 쉽게 움직이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법을 무시하면서 약탈을 감행했다. 편의점은 물론이고 마트까지 털리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그마한 편의점이 털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고블린들에게 뒤집어씌우면 될 일이었다.

“뭐해? 조져!”

“예. 형님.”

그의 명령에 주변에 있던 덩치들이 이문후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민석은 이문후를 걱정하며 소리쳤다.

“너는 여기 왜 왔어? 빨리 도망가!”

굳이 이문후까지 다칠 필요는 없었다.

차라리 혼자 모든 걸 뒤집어 쓰는 게 마음이 편했지만, 이문후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민영이가 도와달라더라고.”

“미친! 경찰은?”

“몰라 바쁜가 봐. 몸은 어때?”

“씨발, 너라도 튀어!”

“조금만 버텨라. 형님이 곧 구해줄 게.”

이 상황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이문후의 모습에 정민석은 황당해했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앞에 있는 놈들은 폭력을 업으로 삼은 놈들이었다.

‘괜히 나 때문에…’

편의점을 지킨다고 몰려드는 놈들을 상대한 게 문제였다.

어떻게든 약탈은 막을 생각이었지만, 앞에 있는 오주완이 직접 나타난 걸로 봐서 편의점보다는 예전에 있었던 일로 앙심을 품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이문후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달갑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문후가 이 많은 놈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죽어. 이 새끼야!”

그가 불안해하는 사이, 조폭들이 움직였다.

살기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주먹을 쥔 놈이 이문후를 향해 달려들었다.

퍼억.

하지만 호기롭게 달려들던 덩치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주먹 한 방에 힘없이 쓰러지는 동료의 모습에 남은 조폭들이 동요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주완은 긴장한 수하들을 향해 주의를 줬다.

“조심해. 그 새끼, 복싱했던 놈이니까.”

“예. 형님!”

동작만 봐서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했던 운동을 눈치챈 만큼 주먹만 조심하면 될 일이었다.

머뭇거리던 놈들은 다시 달려들었고, 이문후는 양팔로 얼굴을 가리며 달려드는 덩치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 대가리만 가린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닥쳐. 이 새끼야!”

매서운 주먹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얼굴과 턱만 가리고 놈을 잡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그들도 이곳에 모인 대부분이 내로라하는 싸움꾼들이었다.

일반인에 비해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곧바로 적절한 대책을 세우며 이문후에게 달려들었다.

노출된 곳은 겨우 배가 전부였지만, 지방으로 채워진 복부는 어설픈 칼질도 버틸 수 있었다.

하물며 주먹이었다.

체격에서 차이가 나는 상대라면 주먹쯤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퍼억.

“끄어어억!”

가벼운 주먹질 같았지만, 체중이 실린 일격에 호기롭게 달려들던 덩치의 몸이 꺾였다.

이문후는 쓰러지는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고, 그 틈을 노리며 휘두른 주먹을 고갯짓만으로 피해냈다.

“씨발. 뭐야!”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내는 이문후의 모습은 신기에 가까웠다. 동시에 카운터를 날리며 상대의 턱을 후려치자, 육중한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끄윽.”

“저 새끼 뭐야?”

“미친!”

이문후는 프로 복서도 보일 수 없을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었다. 주먹질 한 번에 육중한 체구를 가진 놈들이 쓰러져 나갔다.

그런 그에게 자세를 낮춘 조폭이 달려들었다.

머리를 감싸 쥔 그는 타격을 최소로 줄일 요량으로 허리를 숙이며 뛰어들었다.

“뭐야? 이 병신은?”

이문후는 그런 조폭을 무릎으로 찍어 올렸다.

퍼억.

주먹만 쓸 거라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더 큰 충격을 받으며 가드가 풀렸다.

동시에 이문후의 주먹이 조폭의 얼굴을 후려쳤다.

뻐억.

코피가 터진 조폭은 그대로 쓰러졌다. 하지만 뒤에 있던 다른 조폭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그를 노렸다.

“그만 나대라. 이 새끼야!”

그는 상대적으로 긴 리치를 이용해서 이문후를 압박해나갔다. 그리고 남은 조폭들 전부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러 방향에 다 같이 달려든다면 놈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문후는 여유가 있었다.

‘뭐야? 허점이 이렇게 많았나?’

다른 사람 눈에는 위협적인 방망이질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너무 어설퍼 보였다.

뛰어난 동체 시력으로 궤적을 파악한 그는 오히려 앞으로 튀어나갔다.

부우웅.

야구 방망이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한 그는 자세가 무너진 조폭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파앗!

달라진 육체는 폭발적인 힘을 냈다.

순식간에 조폭의 품을 파고든 그는 주먹에 힘을 실으며 상대의 얼굴을 후려쳤다.

뻐억. 터엉.

턱이 돌아간 조폭은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그 사이 남은 놈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문후는 허리를 숙이며 놈들의 주먹을 피해냈다.

휘이익! 휘익!

위빙만으로 모든 공격을 흘린 것이다.

“저게 뭐야!”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주완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예전에도 상대하기 껄끄러웠던 놈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괴물이 돼 있었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구보다 이문후를 잘 알고 있던 정민석도 깜짝 놀랐다.

이문후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전역을 한 이후에 게임을 한답시고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던 놈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오늘따라 이상한 것 같았는데.’

며칠 사이에 안경을 벗고 날렵한 턱선을 드러내며 등장한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 이런 모습을 보자 마냥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정민석의 걱정과 다르게 이문후는 남은 조폭들을 순식간에 때려 눕혔다.

‘확실히 달라졌는데?’

주먹을 뻗으면 정타로 들어갔고, 강한 충격을 이기지 못한 놈들이 무릎을 꿇었다.

단, 일격이었다.

평균을 뛰어넘은 능력치는 거의 배나 될 법한 덩치를 가진 놈들도 너무나 가볍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내보였다.

‘엄청나네.’

하나 같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조폭들은 다시 일어나지 못 했다.

한 방에 떨어져나가는 놈들의 모습에 이문후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저지른 일이었지만,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초인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순간, 섬뜩한 감각이 경종을 울려댔다.

“문후야, 조심해!”

“죽어!”

쉬이익. 파앗!

섬뜩한 느낌이 들기 무섭게 뒤로 물러서자, 예리한 날붙이가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쳐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크게 베였을 정도로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어느새 사시미를 꺼내든 오주완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뭐야? 미쳤냐?”

“씨발, 아직도 우리가 고딩인 줄 아냐? 수틀리면 목까지 딸 수 있어. 이 새끼야!”

확실히 고등학교 때와는 달랐다. 그때도 가끔 칼을 들고 다니는 놈들이 있었지만, 그저 위협용으로만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오주완은 그런 어리숙한 고등학생의 눈빛이 아니었다.

“이건 너무 추잡스러운데?”

“억울하면 너도 꺼내든가!”

이문후의 말에 오주완은 언성을 높였다.

정당한 대결은 아니었지만, 이게 아니라면 앞에 있는 놈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새끼 뭐지?’

황당한 이문후의 실력에 그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이문후를 노려봤다.

오주완의 말에 품에 있는 단검을 꺼낼까 고민하던 이문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주먹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칼까지는 과하지.”

“뭐? 이런 개새끼가!”

솔직한 심정을 말했지만, 오주완은 그 말에 흥분하며 달려들었다.

쉬이익. 쉬이익.

그는 사시미를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다.

경험이 있는 만큼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신중한 오주완의 움직임도 이문후의 눈에는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퍼억. 채앵.

짧은 순간 사시미의 궤적을 파악한 그는 오주완의 팔을 차올렸다. 갑작스러운 발길질은 정확히 그의 손목을 걷어찼고, 강한 충격에 오주완은 들고 있던 사시미를 떨어뜨렸다.

“크윽.”

뛰어난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로 위협적인 물건을 없앤 이문후는 곧바로 달려들며 오주완을 두드렸다.

퍼버벅. 퍼버벅.

“끄으윽.”

“치사하게 칼을 꺼내?”

“끄으윽!”

정민석은 미친듯한 위빙을 내보이며 오주완의 양 옆을 때리는 이문후의 모습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대로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는 연신 주먹을 놀렸다.

일부러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복날 개 패듯이 오주완을 두드리는 모습에 얼굴을 찌푸린 그는 이문후를 불렀다.

“미친! 뭐해?”

“이 새끼. 안 쓰러지는데?”

“미친놈아. 네가 붙잡고 있잖아!”

“눈치챘네?”

“그만해. 미친놈아! 그러다 뒤져!”

실없는 그의 말에 정민석은 실소를 흘렸다. 하지만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순식간에 조폭 열 명을 쓰러뜨리는 이문후의 모습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는 그놈이 맞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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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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