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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의 던전 사냥-7화 (7/126)

제 7화

일회성 던전

출구 근처에서 마주한 놈은 다른 고블린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앞서 상대한 놈들보다 덩치가 더 컸고, 몸에 걸치고 있는 것도 많았다.

몽둥이를 쥔 채로 게이트 앞을 지키고 있는 근육질의 고블린.

‘고블린 전사라.’

제대로 된 던전에 있을 법한 놈이 일회성 던전에 남아 있었다. 물론, 이곳에 놈이 있는 것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올 때 접한 게이트의 크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착각을 했나?’

간혹 다른 던전에 비해서 실력이 뛰어난 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던전의 난이도는 더 높아졌지만, 그에 비례해서 얻을 건 더 많아졌다.

“큰 상관은 없겠지만.”

오히려 전사를 만난 게 좋을지도 몰랐다.

평범한 고블린들보다 조금 더 강한놈을 상대하면서 힘을 더 키우는 것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앞에 있는 놈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이런 생각을 갖지 않더라도 앞에 있는 고블린 전사는 침입자인 이문후를 그냥 돌려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키아아아!”

놈은 다른 고블린보다 더 우렁찬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곧바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우웅.

그대로 머리통을 부수려는 듯이 휘두르는 몽둥이에서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상대는 지금까지 싸웠던 고블린보다 더 민첩했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히 강해졌어.’

평범한 고블린과는 달랐다. 확실히 그 윗줄에 있는 놈이었지만, 이문후는 어렵지 않게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뛰어난 동체 시력과 반응 속도는 일대일의 상황을 더욱 쉽게 만들어줬다.

허공을 스치는 몽둥이와 함께 고블린 전사의 자세가 무너졌다. 이문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놈과의 거리를 좁혔다.

“죽어!”

가볍게 내디딘 발에 체중이 실리면서 허리가 돌아가자 손에 쥔 단검이 고블린 전사의 몸을 파고들었다.

푸욱. 푸욱.

순식간에 피가 튀었다.

짧은 순간 내지른 여러 번의 손짓에 고블린 전사의 몸이 붉게 물들었다.

“키아아!”

고블린 전사는 아릿한 고통에 괴성을 내질렀다.

이미 가슴이 피투성이로 변했지만, 그 와중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무식한 새끼!’

전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려는 광기에 이문후는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퍼억.

그런 그를 향해 놈의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갑자기 휘둘러진 몽둥이에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 몸을 비틀면서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너무 긴장을 풀었나?’

경각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공격이었다.

아릿한 고통에 얼굴을 찌푸린 이문후는 다시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잔뜩 흥분한 놈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보다 뒤로 물러나서 시간을 끄는 게 훨씬 유리했다.

‘굳이 무식하게 싸울 이유가 없지!’

쉽게 지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를 흘리는 놈이었다. 이대로라면 곧 지칠 게 분명했다.

부우웅! 부우웅!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이 고블린 전사는 막무가내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위협적인 행동에 이문후는 더욱 거리를 벌렸다.

신중을 기해서 공격을 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무작정 휘두르는 몽둥이에 당한 이문후가 아니었다.

“크르르.”

시간이 지날수록 고블린 전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미 많은 피를 흘린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른만큼 지치는 게 당연했다.

한차례 으르렁대던 놈은 곧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대로 무너지며 숨을 거뒀고, 곧 익숙한 알림이 전해졌다.

[소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후우. 너무 나댔나?”

조금 전에 살짝 맞은 곳이 아려왔다.

아무래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게임이야 몇 대를 맞더라도 상관없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문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름을 되뇌며 상태창을 확인하자 100%였던 생명력이 98%로 떨어져 있었다.

2%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는 걸 의미했다.

단순히 수치로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0으로 떨어지는 순간, 죽는다는 거잖아?’

고통이 점점 사라지면서 줄었던 생명력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문후는 경각심을 가지며 앞에 있는 나무 상자를 바라봤다.

게이트 아래에 놓인 나무 상자는 이전에 봤던 상자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확실히 상대한 놈이 더 강한 만큼 더 좋은 보상을 주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경험치 구슬일까?’

그는 조심스럽게 나무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처음보다는 감흥이 덜할 수밖에 없었지만, 가만히 상자를 열어젖힌 그는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조잡한 천 조각을 손에 넣었습니다.]

[새로운 스탯, 감각을 획득하였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구슬을 획득하였습니다.]

“감각! 이거 실화냐?”

이문후는 새로운 스탯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플레이 한 체더월에서도 이런 식의 보상은 딱 한 번 경험해봤다.

새로운 스탯을 얻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 올라왔던 여러 동영상 중에서도 스탯이 올랐다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 했던 것들 중에서도 낮은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상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건곤대나이의 공능이 감각의 잠재력을 활성화 시킵니다.]

[1이었던 감각 능력치가 15로 보정됩니다.]

“미친! 건곤대나이!”

건곤대나이가 가진 사기적인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잠재력을 활성화 시켜주는 무공이 이렇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달라진 스탯과 함께 감각이 달라졌다.

극악의 난이도를 클리어하고 눈을 떴을 때보다 더 묘한 느낌이었다.

피부는 물론이고, 다른 감각들까지 예민해진 게 여실히 느껴졌다.

‘내 심장 박동 소리가 이렇게 컸나?’

감각이라는 스탯이 적용되면서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것이다.

‘너무 갑자기 변한 것 같은데.’

덜컥 겁이 났다.

이런 식으로 갑작스러운 변화라면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감각이 생겨나기 무섭게 동굴 안이 순간 밝아졌다.

시력에도 영향을 주면서 흐릿한 빛이 더 밝게 느껴진 것이다.

시각은 물론이고, 청각과 후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기 겁나겠는데?”

다시 방으로 돌아가면 그 냄새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끔찍한 냄새를 떠올린 그는 잘게 몸을 떨며 얼굴을 찌푸렸다.

“시간이 필요하려나?”

잠깐 고민하던 그는 달라진 몸에 적응하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동굴에서 시간을 보냈다.

달라진 감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어? 뭐야?’

다행히 건곤대나이의 힘은 그저 잠재력만 활성화 시킨 게 전부가 아니었다. 변화된 몸에 쉽게 적응을 할 수 있는 공능까지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힘이 손에 들어온 거지?’

자유 모드에서의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런 기연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좋은 능력을 시작부터 얻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나한테 나쁠 건 없지만.’

그는 상념을 떨쳐냈다.

고민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 상황에 적응을 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했다.

“아무튼 대박이네.”

건곤대나이는 물론이고, 감각이라는 스탯까지 생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일회성 던전에서 이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일부러 이런 힘을 배치해 둔 건가?’

지금 클리어한 곳은 일회성 던전이었다.

이제 막 각성을 한 사람이리면 처음 접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아무래도 초심자에게 나름 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했던 게임의 기억을 떠올려 봐도 초반에 이런 사기적인 능력을 얻는 경우는 없었다.

아무래도 현실에 적용이 되면서 나름 형평성을 맞춘 것 같았다. 물론, 이문후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착각일 수 있었지만 밑져봐야 본전이었다.

“이 정도 난이도라면 그렇게 위험한 것도 아니니까.”

다시 한 장의 천을 얻은 그는 게이트를 바라봤다.

처음에 들어갔던 일회성 던전과 비슷한 크기인 것 같았지만, 자세히 살피자 조금 더 큰 것 같기도 했다.

달라진 감각이 그 미세한 차이를 감지해냈다.

‘위험한 만큼 좋은 걸 얻는다?’

손에 들어온 것들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금만 방심하면 위험한 곳이 바로 던전이었다.

고블린 전사와의 싸움을 통해서 마음을 다잡은 그는 씁쓸해하며 게이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온몸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달라졌다.

처음 던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들어왔던 건물의 지하였다.

쏴아아!

어두웠던 곳이 순간 밝은 빛으로 가득찼다. 게이트가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현상이었다.

“이건 별론데.”

“거기 누구요?”

“…….”

누군가가 지하로 내려오고 있었다.

감각이 생겨나면서 유난히 상대의 발자국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이문후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그는 이 건물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그렇다고 게이트를 없앴다는 것을 들키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래로 향하는 불빛으로 봐서 손전등을 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잠깐 고민하던 이문후는 손에 들린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기회를 엿보며 움직일 준비를 갖췄다.

“거기 누구… 흐읍!”

건물 관리인은 갑자가 튀어나온 인형에 깜짝 놀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날붙이를 들고 얼굴을 가린 놈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뉴스로 흉흉한 이때, 흉기를 든 채로 달려드는 괴한의 모습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사, 살려주세요!”

그는 급하게 소리치며 몸을 웅크렸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를 뛰어넘는 낯선 형체에 경악했다.

주저앉은 그를 뛰어넘는 괴한의 행동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래에서 위로 뛰어오르면서 그를 넘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문후도 주저앉은 경비원처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도 조심해야겠는데?’

도둑으로 오해받기 좋은 상황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켜봤자 좋을 건 없었다.

***

다시 골목길을 내달린 그는 얼굴을 가린 천을 풀며 원룸으로 들어섰다.

높은 체력의 영향인지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았다.

‘배 먼저 채워야겠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픈 거야?’

허기를 채우고 다시 움직일 생각이었다.

날이 밝기 전에 두 개의 던전을 더 돌아야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제 오는 거야! 연락은 왜 안 돼?”

“뭐야? 민영이 네가 여기 왜 있어?"

“큰일 났어! 민석 오빠가… 위험해! 오빠가 도와줘."

“왜? 민석이가 왜?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

“지금 어떤 놈들이 편의점에 쳐들어왔어. 민석 오빠가 그놈들한테… 흐윽. 경찰은 연락도 안 받아."

편의점을 쳐들어왔다는 말이 너무 황당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런 상황도 무리는 아니었다.

세계가 멸망한다는 괴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폭동과 약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기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나마 치안이 좋았던 한국이었지만, 곳곳에서 나타난 고블린들의 영향으로 치안에 큰 공백이 생겼다.

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대상이 정민석의 편의점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이 소리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너는 여기에서 기다려"

“나도 같이 갈래!"

“아니야. 괜히 네가 같이 가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지도 몰라."

“하지만…"

“경찰에 계속 신고하고 방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다시 올 때까지 나오지 말고. 알았지?”

“아, 알았어. 조심해!”

이문후는 정민영을 방으로 들여보내고 원룸을 빠져나왔다.

채 하루가 지나지도 않았지만,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별의별 일이 다 생기네. 몬스터보다 사람들 때문에 먼저 망하겠는데?'

힘을 얻었지만,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손에 넣은 힘으로 어느 정도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이문후는 정민석이 있는 편의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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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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