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고인물
- 와.. ㅅㅂ 고인물! 아니 이 정도면 썩은물 아님?
- 이 겜을 아직도 하는 사람이 있네.
- 미친. 숟가락 살인마! 숟가락으로 튜토리얼 보스를 잡아버림.
- ㅋㅋㅋ 숟가락 살인마.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확인하는 이문후는 미지근한 반응에 집어 올린 컨트롤러를 내려놨다.
나름 고민을 하고 컨텐츠를 진행시키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이제 완전히 끝물인가?’
갈수록 시청자는 줄어들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공략법을 이용해서 난이도가 높다는 체더월을 공략해 나갔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한참 인기가 있었을 때, 달렸어야 했어.’
너무 늦게 게임을 접한 게 문제였다.
더군다나 체더월 역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업데이트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 미스테리가 남아 있는 의문의 게임이었다.
접근성이 쉽고 세밀하게 구현된 현실에 매력을 느꼈지만, 그만큼 난이도가 높았다.
반짝 인기를 끌던 게임은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공략 영상을 올렸더라면 지금쯤 다른 사람들처럼 잘 나갔을 지도 몰랐다.
그 시기에 공략이랍시고 올려놓은 영상은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들과 비교하면 스스로의 영상은 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금은 그들과 엄청난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조잡하지만 영상을 만든 사람들은 몇 십만이 넘는 구독자들을 이끌고 다른 게임으로 잘 나가고 있었다.
반면에 이문후는 가장 최근에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200을 넘기지 못했다.
댓글을 남기는 사람도 많아야 열 명 내외였다.
실제로 영상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았다.
“이 게임이 이렇게 망할 줄 누가 알았냐고.”
세상을 바꾼다는 이름처럼 처음 'Change the World'가 나왔을 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
전 세계의 지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밀한 배경에 모두가 감탄하며 게임으로는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게임도 시간이 지나면서 찾는 사람이 줄 수밖에 없었다. 완벽하다고 극찬을 받았던 게임은 처음 발매 이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빨리 외면받은 건지도 몰랐다.
이문후는 그런 체더월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있었다.
“이제 뭘 하지?"
더 이상 할 것도 없었다.
그동안 체더월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이 좋은 사람들은 그만 손을 놓고 빠져나갔지만, 그는 계속해서 체더월을 붙잡고 있었다.
이게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고인물 중에 고인물.
체더월 내에서는 썩어 문드러진 해골물이 바로 이문후였다.
더는 올릴 컨텐츠가 없었고, 뭘 해도 그만한 조회수가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다른 게임이나 시작해 볼까?'
고민을 했지만, 이제 와서 다른 게임을 하더라도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지갑 사정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하난가?"
맨손으로 튜토리얼 보스 잡기.
이제는 헬모드도 평범하게 느껴졌다.
튜토리얼에서만 잠깐 할 수 있다는 자유모드를 통해서 튜토리얼 보스를 잡는다면 조금이나마 조회수를 올릴 지도 몰랐다.
그동안 가장 꺼려했던 컨텐츠였다.
대여섯 시간 동안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그걸 끝내면 체더월과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가 가장 컸다.
그만 손을 놔야 한다는 사실에 주저했지만, 이제는 놓아줄 때가 된 것 같았다.
마냥 붙잡고 있는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게 없었다.
***
다섯 시간의 사투.
손에서 쥐가 날 정도로 컨트롤러를 움직여야만 했다.
자유모드는 가장 어렵다던 헬모드도 평범하게 느껴졌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튜토리얼의 보스몹.
아무리 헬모드라고 하더라도 공격을 이어가는 보스몹의 패턴은 일정했지만, 자유 모드에서는 달랐다.
어차피 팬티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죽는 목숨이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언제 공격이 날아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작은 변화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금만 삐끗하면 몇 시간의 수고가 허망하게 날아갔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사력을 다한 그의 앞에 결국 튜토리얼의 보스몹이 무릎을 꿇었다.
[크아아아아!]
‘이제는 이런 비명도 끝인가?’
처절한 비명과 함께 사그라드는 친숙한 존재.
여섯 장의 날개가 흩어지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 비굴해 보였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문후는 곧장 놈이 남긴 보상을 손에 넣었다.
보스몹이 쓰러진 자리에 놓인 평범한 나무상자.
힘겨웠던 싸움의 보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초라해 보였다.
헬모드의 보스몹을 쓰러뜨리고 얻은 휘황찬란한 보물 상자에서도 쓸만한 능력은 나오지 않았지만, 초반에는 얻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헬 모드보다 더 어렵다는 자유 모드라면 튜토리얼 보스몹이 남긴 여러 능력들 중에서 가장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문후는 묘한 기대감과 함께 나무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 놓인 비급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건곤… 대나이?”
지금까지 확인된 무공들 중에 없는 무공이었다.
처음 접하는 무공이 놀라웠지만, 그 순간 열어젖힌 나무 상자에서 시린 빛이 뿜어져 나왔다.
모니터를 가득 채우는 빛과 함께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리얼 모드가 시작됩니다.]
‘리얼 모드? 이런 게 있었어?’
의문을 가지기 무섭게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커진 빛은 이문후뿐만 아니라 주변을 잠식해 나갔다.
흘러나온 빛은 빠르게 세상을 잠식했다.
곧 새하얀 섬광이 지구 전체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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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