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아쉬워.”
“뭐가.”
“벌써 하루가 다 갔잖아. 시간이 너무 빠르다.”
재희는 그의 다리를 베고 소파에 누운 채 TV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그와 집에서 뒹굴거리며 휴식을 취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 있었다.
“또 일요일에 언제 쉬어?”
“이제 일요일은 좀 쉬어 볼까 하고.”
“오, 정말?”
차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에 누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 손길이 좋아 재희가 그의 품에 조금 더 파고들었다.
때마침 TV에서는 8시 뉴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뉴스 할 때, 무슨 생각해?”
“음…… 그냥 정신없지 뭐. 인이어도 체크해야 하고, 프롬프터도 봐야 하고. 말도 꼬일까 봐 신경 써야 하고.”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진행하는 편이었으나, 아나운서가 된 지 얼마 안 된 시절에는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혹여나 실수할까 봐, 방송사고를 낼까 봐.
바짝 신경 쓰며 카메라에 집중했었다.
“너 방송 처음 하던 날.”
“봤어?”
“응.”
그녀에게도 특별한 날이었겠지만,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TV로 보는 그녀의 얼굴이 신기하면서도 참 그리웠던.
그래도 다행인 건 여전히 잘 지내 보여서, 그게 참 안심이 됐던 기억이 난다.
“난 오빠가 나 원망하고 있을 줄 알았어. 꼴도 보기 싫어서 TV도 안 볼 줄 알았지.”
그렇게 헤어졌지만 멀리서라도 봐 주길 바랐다.
그도 나와 같이 그리워하고 있기를.
그래서 처음 방송하던 날은 특별히 더 신경 써서 준비를 했었다.
메이크업도 예쁘게, 헤어도 우아하게.
“근데…….”
말을 하려는 찰나 소파 앞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 댔다. 재희가 몸을 일으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지.”
“받아 봐.”
차현이 핸드폰으로 고개를 까딱이자 재희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어?”
액정에는 그녀와 함께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친구인 세연의 이름이 떠 있었다. 세연은 현재 JBS 방송국에서 근무 중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재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응, 세연아.”
-너 어디야?
대뜸 어디냐고 묻는 세연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재희가 눈동자를 굴리며 차현을 보며 답했다.
“나 오늘 방송 없어서, 지금 집이지.”
-아…….
“손세연. 무슨 일인데 그래?”
-재희야. 놀라지 말고 들어. 지금 우리 쪽에 단독 하나 들어와서 곧 방송 나갈 거거든? 근데…….
한참을 망설이던 세연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핸드폰을 쥐고 있던 재희의 얼굴이 점차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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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태경 후보, 불법 대선 자금 의혹.]
[은태경의 배후에는 이차현 부사장이?]
[은태경 측, 대선 자금 의혹 절대 아니다. 의혹 부인.]